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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0)
《트로트Trot》
/최진태
쥐어짜는 가락 속
꺾고 흔드는 한국적 정서
인생의 부침 한과 설움 달래던
눈비 오는 날 유난히 가슴치던
그 시절 그 곡조 그 가락
서양의 뮤즈 동양의 간다르바
모두 아우르니
힘든 시대를 그대 타고 넘는다
이런 노래들 악기로 연주할 때
더 큰 감흥 솟아 오른단다
노래 한 곡이 시공을 초월해
세대차까지 이어 준다고도 하니
감히 그 뉘가 그대를
'뽕짝'이라며 폄훼하리오
대중가요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생장과 소멸을 겪는다. 한 시기를 휩쓸고 풍미했던 양식이 다음 시대에는 맥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이즈음의 트로트처럼, 한동안 주류에서 밀려나 있던 장르가 어느 순간 화려하게 부활하여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주로 중장년과 노년층에게 인기 있었던 트로트가 바야흐로 전 세대를 아우르며 대중의 환호와 관심을 받고 있다.
트로트는 서양의 춤 형식인 폭스트로트(foxtrot)에서 따온 말이다. 여우가 걷듯 4분의 4박자에 맞춰 사뿐사뿐 추는 리듬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트로트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한때는 트로트가 왜색(倭色)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트로트에는 시대상과 당대인의 삶이 녹아든다.
'비내리는 호남선'에서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는 답을 몰라 묻는 게 아니다. 삶이 하도 팍팍하고 시려서 울먹이는 중이다. 그게 트로트다. 문인들이 최고 대중가요로 뽑은 '봄날은 간다'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말머리를 튼다. 소설가 김훈 말처럼 여기서 백미는 '더라'다. 치맛자락을 흔드는 바람조차 내 탓이 아니라고 거리를 둬야 했던 애환이 서럽고 고달픈 삶에 위로라도 얻고 싶은 것이다.
선대 어르신들은 백년설·고복수·이난영 같은
가수가 없었다면 1930년~1940년대 그 막막한 시절을 어찌 견뎠을까. 일제의 문화 탄압이 극심했던 당시 고복수 '타향살이'(1934),
이난영 '목포의 눈물' 등이 그렇다.
백년설 '나그네 설움'(1940)은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다'고 시작하는 첫 소절부터 나라 잃은 설움에 눈시울을 적셨다.
6·25 직후 현인 '굳세어라 금순아'(1953),
남인수 '이별의 부산 정거장'(1954) 같은 노래가 없었다면 전쟁으로 꺾인 무릎을 어찌 다시 펴고 나라 재건의 기운을 차릴 수 있었을까.
누구는 지게 목발 두드리다가, 누구는 아궁이 앞에서 부지깽이 털다가 그대로 트로트 박자가 됐다는데, 그 덕에 팍팍한 세월을 뚫고 나갈 수 있었다. '파'와 '시'를 뺀 '도레미솔라' 단조 5음계와 흔히 '뽕짝'이라 부르는 2박자 가락이 우리 성정(性情)에 딱 맞았다고 할 수있다.
트로트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재즈 애호가 중에는 1960년대 전후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다.
이를테면 현미의 '밤 안개'가 그렇다.
이 노래는 프랭크 시내트라를 비롯해 수많은 가수가 불렀던 재즈가 원곡이다. 이난영·고복수를 비롯한 옛 가수들이 모노(mono)로 녹음한 노래들도 새롭게 조명되곤 한다. 그만큼 트로트는 20세기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냈던 장르다.
이런 가사와 가락에 집중하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전해진다. 그게 바로 정통 트로트의 힘이다. 그 노래들에 지난 100년간 우리 민족이 겪은 온갖 고초와 풍파가 맺혀 있다.
클래식이나 재즈 등 마니아층에게 머무르는 음악과 달리
트로트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강한 공감능력 때문이다.
누구나 겪음직한 사랑과 이별, 아픔, 삶의 기쁨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당대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교감하게 하며 하나로 묶어준다.
어떤 노래는 들을 때 원작자를 떠올리기보다는 예전에 그 곡을 자주 불렀던 누군가를 추억하도록 만든다.
지금은 곁에 없고 심지어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노래 한 곡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서를 끈끈하고 애틋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할 수 없다.
이처럼 근현대사를 굽이굽이 통과하는 동안 트로트는 평범한 한국인들의 애환과 정서를 대변하는 가요가 되었다. 흥겹고 애달프고 구성진 가락과 노랫말 속에 여러 세대를 거치며 면면히 이어져온 공동체 정서가 녹아있다.
트로트를 들으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위로받는 한 시절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트로트로 울고 웃으며 결코 만만치 않은 인생노정을 넘고 있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진다. 어려운 때일수록 좋은 노래와 그림, 영화, 책으로 영혼과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래도 우울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니버
의 기도문을 음미해본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그대의 트로트'
/전종안
"그대의 슬픔이 목메어 트로트가 되었다
트로트가 한 맺혀 떼창이 되었다
그대의 그리움이 부대껴 트로트가 되었다
트로트가 불타올라 생이 되었다
지상의 모든 것은 흐느껴 운다
하나님도 지상에 내려와
부딪치고 살다보면 외로워 흐느껴 운다
그래서 바람은 독창을, 구름은 중창을, 꽃들은 합창을 부르고, 사람들은 떼창을 부른다
꽃피고 별이 떠도 자고나면 적막뿐인 이 지상에
모래알보다 많은 근심을 끌어안고 수채화를 그려내야 한다
안락의 가면을 벗고 맨발로 맨몸으로
수채화의 지도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상의 모든 것은 트로트다
그대가 트로트다
불후의 합창이고 불멸의 떼창이다"
첫댓글 트롯.
젊었을땐. 외면하고 싶었던
구시대적 이라고 치부했던
그러나
지금은
트롯이 밥먹여주고있네요.
ㅎㅎ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미스트롯을 보고있는데 흥을 좋아하는 국민성때문인가 노래를 잘부르는 사람이 이래도 많은가?했고
PD가 연출을 잘해서인지 출연자의 구구절절 사연땜에 보는이를 울고웃게
만들더군요 몇년만에 봤는데 다음이
기대되더군요
한국 트롯의 위대함
언론사 만물상 등등에서 봤던
여러 좋은 기사들을 잘 편집해주시니
한번에 읽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범상치 않으신 글솜씨가 부럽고
한산신문/부산일보 연재글도 잘 읽겠습니다
https://www.hansa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222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41815041959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