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가사 원점회귀 아닌 종주 코스 답사, 팔영산 진면목 깨닫는 암릉 산행의 백미
- 선녀봉서 주능선 8봉 볼때 신비감 더해
- 다도해 풍광·공룡능선급 오르내림 '짜릿'
전남 고흥반도의 최고봉 팔영산(八影山·608.6m)은 도립공원이자 산림청 지정 '전국 100명산'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꾼이라면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흥의 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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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고흥 팔영산 주능선 동쪽에 솟아 있는 독립 암봉인 선녀봉 정상부 암릉길을 통과하고 있다. 왼쪽 멀리 보이는 육산이 팔영산의 정상인 깃대봉이다. | |
근교산 시리즈에서도 지난 2004년 2월 한 차례 답사한 바 있다. 당시 소개한 코스는 일반적으로 산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능가사 원점회귀 코스였다. 능가사에서 출발해 제1~제8봉을 거쳐 이 산의 정상인 깃대산까지 갔다가 다시 제8봉 아래 갈림길까지 되돌아서 능가사로 하산하는 길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 코스를 선택하는 산꾼들은 80~90% 정도나 된다. 그러나 주능선 동북쪽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독립 암봉이 또 하나 있다. 이 봉우리가 바로 일명 '신선대'로도 불리는 선녀봉(仙女峰·518m)이다. 이미 주능선 8개 봉만 경유하는 팔영산 산행을 해 본 산꾼이라면 누구나 여러 암봉들을 오르내릴 때마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선녀봉을 언젠가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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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
들머리는 고흥군 점암면 강산리 곡강마을의 옛 강산초등학교터 인근 등산안내판이다. 843번 도로변에 있어 찾기 쉽다. 코스를 요약하자면 곡강마을 등산안내판~이정표(임도 이탈)~장흥 고씨 묘~강산폭포~대나무숲~너덜~전망대~잇단 암릉과 쇠줄 구간~선녀봉~갈림길~헬기~휴양림 갈림길~제1봉 제2봉 경계 갈림길(주능선 합류)~제2, 3, 4, 5, 6봉~갈림길~통천문~제7봉~갈림길~무명무덤 봉~제8봉~갈림길~탑재~사방댐~능가사 순. 총거리 9.8㎞, 순수하게 걷는시간만 5시간 정도 걸린다. 휴식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면 넉넉하게 6시간쯤 잡으면 된다. 부산에서 이동거리는 꽤 되지만 오전 7시께 출발해도 당일 산행으로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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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봉인 두류봉에서 바라본 제2~5봉과 오른쪽의 선녀봉. | |
임도를 건너 산길을 따라 3분만 가면 강산폭포다. 팔영산이 품은 유일한 폭포이지만 물은 거의 말랐다. 다만 높이 10m가량의 폭포 암벽과 조금씩 가을옷을 갈아 입는 수목들의 조화가 멋드러지게 느껴진다.
폭포에서는 왼쪽 급경사로 길이 이어진다. 안전시설이 없으니 주의하자. 암벽의 작은 구멍에서 누군가 기도를 한 듯한 흔적도 보인다. 짧은 급경사를 오르면 길은 다시 편안한 흙길로 이어진다. 지그재그식 숲길을 20분가량 가다보면 대나무숲 앞에 또다시 이정표. 대나무숲을 통과하면 작은 너덜이 이어지고 곧바로 전망대에 닿는다. 뒤돌아보면 아담한 암봉인 292봉을 우회해 올라왔음을 알게 된다. 들머리와 여자만, 누렇게 익어가는 바닷가의 논들도 보인다. 안개만 걷힌다면 더 좋은 조망이 나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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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작지만 '설악 공룡'을 연상시키는 암릉길. | |
15분 후 고흥군에서 설치한 앙증맞은 선녀봉 정상석이 나타난다. 고개를 드니 팔영산 8개 암봉의 그림자가 이곳까지 뻗치고, 선녀봉은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선녀가 이 그림자들을 한껏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자태로 서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야 '팔영산을 제대로 느끼려면 선녀봉을 통해 올라라'고 했는지 알듯하다. 선녀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안갯속 팔영산 주능선 봉우리들의 실루엣만으로도 그 경이로움에 흠뻑 젖게 된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바라본다 한들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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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팔영산 주능선 제1봉(오른쪽)~제8봉(맨 왼쪽)의 모습. 안개 속에 비친 그림자가 더욱 신비롭다. | |
이어서 508봉을 살짝 넘으면 10분 정도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휴양림갈림길. 왼쪽은 팔영산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직진한다. 10분 후 드디어 주능선의 제1봉 유영봉과 제2봉 성주봉 사이의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오른쪽은 1봉으로 가는 길. 우회로와 암릉길 두 가지가 있지만, 지난 답사에서 제1봉을 오른 바 있어 취재팀은 1봉 방문은 생략하고, 왼쪽 2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제2봉부터 제6봉까지는 봉마다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3분, 길게는 20분이 걸리는 아기자기한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각 봉우리 사이의 안부에는 봉의 이름과 관련된 안내판이 있고 봉우리마다 꼭대기에는 정상석이 있으니 한 번씩 훑어 보면서 가는 것도 재미가 있다. 다만 쇠줄과 발판 쇠손잡이 등 안전시설을 잘 활용하면서 가야 한다. 제3봉인 생황봉에서 제4봉인 사자봉까지는 10분 정도 걸리지만 제4봉과 제5봉인 오로봉은 바로 이웃해 있어 3분이면 족하다. 제6봉 두류봉은 해발 고도가 596m로 8개 암봉중 최고봉인 제7봉 칠성봉(598m)에 비해 2m 낮지만 전체적으로 주능선 8개 봉우리 가운데 고도감과 우뚝함이 가장 두드러진다. 제6봉에 올라 뒤돌아보면 푸른 바다와 1~5봉, 선녀봉이 한눈에 들어와 최고의 조망을 느낄 수 있다. 제6봉을 내려서면 제7봉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다. 그 사이 안부에 능가사(우측)와 휴양림(좌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오기 때문에 체력이 소진됐다면 이곳에서 하산해도 무방하다. 다만 칠성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통천문을 볼 수 없다는 점과 8개 봉 전체를 밟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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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 제7봉인 칠성봉 정상 직전에 통과하는 통천문. | |
탑재로 내려서는 길은 수월하다. 이정표가 잘 구비돼 있어 길 잃을 염려도 없다. 15분쯤 가면 칠성봉(제7봉) 갈림길을 지나고 5분만 더 가면 임도가 통과하는 탑재다. '능가사' 이정표를 보고 임도를 건너 계속 숲길을 따르면 S자 모양으로 휘어지는 임도를 네 차례 가로질러 효자골 계곡길로 스며든다. 계곡에 물은 없지만 길 표면이 워낙에 부드러운 데다 주변의 숲도 울창해 운치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선녀봉과 주능선 8개 봉을 모두 거치며 느꼈던 마치 신선이 된 듯한 흥분을 조금씩 달래며 사바세계로 돌아오는 길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산꾼의 발길은 어느새 계곡 속으로 스며들고 계곡은 다시 능가사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다. 사방댐을 지나 팔영소망탑이 있는 오토캠핑장까지는 40분쯤 걸린다. 능가사 사천왕문을 지나 날머리인 탐방안내소 주차장까지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접지력 좋은 등산화 신고 동반자와 함께 가야
팔영산의 이름과 관련한 몇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 위왕(魏王) 관련 설이다. 위나라 태화연간(太和年間 227~231년)에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가 위왕의 세숫대야에 비치자 이 모습이 너무도 신비로워 위왕이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또 다른 설로는 주능선에 여덟 개의 볼록한 암봉의 그림자가 멀리 한양까지 드리워져 그 이름을 팔영산이라고 부르게 됐다고도 전해진다. 유래야 어쨌든 팔영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대변해주는 이야기들이다. 선녀봉과 연계한 팔영산 주능선 산행을 한다면 작은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산행 입문 3개월 미만의 초보급 산꾼이라면 체력과 보행법 암릉산행법 등의 내공을 좀 더 길러서 찾는 것이 좋다. 초보 산꾼의 경우 수많은 작은 암봉들을 넘어야 하고 길도 쇠줄과 로프, 수직 바위면에 설치된 발판 등을 거쳐 올라야 하는 선녀봉 구간을 통과했다고 해도 주능선 암봉들을 오르내릴 때 체력이 떨어져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화도 릿지화 계통의 접지력 좋은 것으로 선택하길 권한다.
한편 팔영산의 단풍은 아직은 이른 시기다. 적어도 10월 마지막 주말과 11월 초는 돼야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교통편
- 하루 6회 출발 고흥행 버스 타고 과역서 환승
대중교통 이용은 다소 불편하다.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흥행 버스를 타고 과역에서 내려 군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부산에서 오전 8시50분, 9시50분, 10시50분 등 하루 6회 출발한다. 1만6600원. 과역면 버스터미널(061-832-9627)에서 강산리 곡강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 11시, 낮 12시50분 등 하루 8회 운행한다. 산행 후에는 능가사 입구 평촌마을 정류소에서 과역행 군내버스를 타야하는데 오후 5시50분이 막차다. 과역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이 막차지만 이 버스를 놓칠 경우 순천으로 가서 부산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내려 2번 국도를 타고 벌교 장흥 방향으로 간다. 벌교 교차로에서 고흥 방면 15번 국도로 갈아탄 후 고흥군 과역면 연봉교차로에서 우측 램프로 내려선 후 팔영산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한다. 이후 능가사 교통표지판을 보고 10분쯤 가다가 능가사 입구 주차장을 지나 5분만 더 가면 강산리 곡강마을에 닿는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하려면 능가사 입구에서 곡강마을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오후 5시50분, 7시30분 등에 있다.
출처:

첫댓글 꼭 가고 싶은 곳...가깝지만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곳인데... 메모하여 챙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