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심을 때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올해 감자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을 거 같아 제 경험을 나눕니다.)
감자의 이모저모
감자는 남미 안데스 산맥 지역이 원산지로, 가지목 가지과 가지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가지와는 다르게 생겼는데 왜 가지과 가지속일까?
감자에도 꽃이 핀다.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만 열매도 열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방울토마토를 빼어닮은 열매가 열린다. 이런 이유로 감자 또한 토마토처럼 가지과 식물이다.
봄감자는 일찍 심고 일찍 거둔다. 3월말에 심고, 6월말에 거둔다. 4월초에 심으면 7월초에 거둔다.
가을감자는 7월에 심고 10월에 거둔다는데 나는 아직 심어본 적이 없다. 올해 씨감자를 준다는 이가 있어 기대가 크다. 게다가 그 감자는 한 해 두 번 심는 2기작이라고 한다.
감자를 캔 뒤에는 뭘 심으면 좋을까? 감자는 밥을 많은 먹는 작물로 알려져 있다. 거름진 땅이 필요한 작물은 그러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박토에서도 잘 자라는 콩이 팥 등이 좋다. 들깨를 심어도 좋다. 조금 일찍 심고 싶으면 감자를 캐기 전에 감자 포기 사이에 심는 길도 있다. 그것이 땅을 갈지 않는 자연농의 이로움이다.
거름진 땅이라면 8월에 심는 배추, 무, 갓, 당파, 총각무와 같은 김장 채소를 감자 뒷그루로 심을 수 있다. 상추, 쑥갓, 당근과 같은 가을 채소 씨앗을 뿌려도 된다.
(어떻게 먹나?)
1)껍질을 벗겨 밥에 넣어 먹는다.
2)삶아 먹는다. 이 때는 껍질 채 삶는다.
3)구워먹는다. 한 때 그렇게 했다. 저녁에 군불을 땔 때 생기는 재에 감자를 묻어두었다가 아침에 꺼내 먹었다. 겨우내 그렇게 했다. 불을 다 땐 뒤 감자를 재에 묻고 아궁이 문을 닫아놓으면 밤새 감자가 익고, 아침까지 감자에 온기가 남아 있고는 했다.
겨울 아침은
고구마 한두 개나
감자 서너 개
그 때 쓴 하이쿠다.
김치 한 접시와 감자 서너 개, 혹은 고구마 한두 개! 간소해서 좋았다. 그렇다. 겨울만이 아니다. 언제나 좋다. 아침만도 아니다. 점심밥으로도 저녁밥으로도 좋다.
4)알이 잔 감자는 간장에 조려 반찬으로 먹는다.
5)잘고 상처난 감자만 모아 썩혀서 가루를 내어 먹기도 한다. 감자가루로는 떡을 해먹는다.
6)강판에 갈아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6)우리 집 요리:
*껍질을 벗겨 0,5센티 굵기로 어슷 썬다.
*들기름, 마늘, 파, 고춧가루 등과 함께 프라이팬에 넣고 볶는다.
*슬쩍 익힌다. 푹 익기 전에 볶기를 마친다.
(감자 심기)
감자는 가지과다. 연작 장애를 막기 위해 같은 가지과인 토마토, 가지, 피망, 고추 등을 심었던 밭에는 심지 않는 게 좋다.
우리 마을에서는 3월말에서 4월초에 심는다. 지역마다 다르다.
심기 차례는 다음과 같다.
1)감자는 작은 것은 통째로, 큰 것은 2∼4 조각으로 쪼개 심는다. 주의해야 한다. 눈이 두세 개는 돼야 한다.
2)절단면의 상처가 아문 뒤에 심는 게 좋다. 여기에는 만 하루 이상이 필요하다. 하루 이상이 지나면 절단면에 하얀 분이 생긴다. 마치 우리 몸에 난 상처에 딱지가 생기는 것과 같다.
3)감자밭을 정하고, 못줄을 친다.
4)못줄을 따라 삼각괭이, 혹은 톱낫으로 풀을 벤다. 20센티 폭이면 된다.
5)포기, 줄 간격을 정한다. 나는 35(톱낫 길이)×50센티(톱낫 하나 반 길이)로 하고 있다.
6)벤 풀을 옆으로 치워놓고 호미, 혹은 삼각괭이로 파종 구멍이를 판다. 깊이는 6,7센티쯤.
7)씨감자를 넣고 3,4센티 두께로 흙을 덮는다.
물 빠짐 안 좋은 밭은 씨감자의 절단면이 45도가 되도록 비스듬하게 놓고 흙을 덮는다. 물이 고이며 씨감자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작은 면적이라면 심을 곳만 지름 15센티 크기로 풀을 베고 감자를 심는 길도 있다.
*자연농에서는 북주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걸 계산해서 조금 깊게 심으면(사오 센티쯤) 발아가 늦어진다. 그 대안으로는 이런 길도 있다. 파종 구덩이를 6,7센티쯤이 아니라 10센티쯤으로 파고 감자를 놓고, 3센티 두께로 흙을 덮는다. 그러면 발아도 도울 뿐만 아니라 북주기를 할 흙도 생긴다. 그렇다. 이 경우는 다 심고 났을 때 감자를 심은 곳에 3센티 내외의 구덩이가 생긴다. 이때도 씨감자를 45도로 비스듬히 심어야 한다. 물이 고일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8)감자 심기를 마치면 옆으로 치워놓았던 풀로 맨땅이 없도록 고르게 덮어준다.
9)어쩌다 파종 시기를 놓쳤을 때는 싹을 틔워 심는 길도 있다.
(보살피기)
1)풀이 나더라도 감자의 성장에 방해가 안 될 때까지는 그냥 자라게 둔다.
2)풀이 감자의 성장을 가로막을 만큼 자라면 벤다. 톱낫을 쓴다.
3)자른 풀은 그 자리에 펴놓는다.
4)한꺼번에 베지 않고 한 줄씩 건너 뛰어가며 벤다.
이 때 안 베는 줄이라도 포기 주변은 벤다.
5)안 벤 줄은 벤 줄의 풀이 10센티 이상 자랐을 때 벤다.
이렇게 하면 감자만 있는 밭보다 훨씬 아름답고 건강해 보인다. 그곳에서 사람은 물론 풀벌레도 대안심이다.
(줄기 따주기)
싹이 많이 나는 포기가 있다. 어떤 것은 대여섯 개 이상이 난다. 그런 것은 실한 줄기 두세 개만 남기고 나머지 것은 따 준다. 싹이 많으면 그만큼 열매 키우기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줄기 따주기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씨감자에 피해가 안 가도록 한 손으로 포기 전체를 눌러주면서, 다른 한 손으로 따주어야 한다. 줄기를 위로가 아니라 옆으로 제치면서 뽑는다.
따낸 감자 줄기는 포기 주위에 펴 놓는다.
(거두어들이기)
감자는 ‘석 달 농사’라고 한다. 3월말에 심고 6월 말에 거둔다. 그래서 봄 감자를 하지감자라고도 한다. 하지는 6월말, 6월 22일 무렵이다. 그 때 캔다고 하지감자다.
그 때가 되면 싹이 누렇게 시들며 아래로 쳐진다. 그만 쉬겠다는 감자의 생각이 한눈에 보인다.
1)톱낫을 써서 줄기를 잘라 고랑에 놓는다.
2)호미로 캔다.
3)감자를 캐며 생기는 구덩이는 바로 고르게 메워놓는다.
4)감자 캐기를 마치면 다시 한 번 삼각괭이 등으로 이랑 위를 평평하게 고른다.
5)고랑으로 옮겨놓았던 줄기와 잎을 이랑 전체에 고르게 펴놓는다. 그것으로 부족할 때는 밭둑의 풀 등을 베어 맨땅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5)감자는 그늘에서 며칠 말린 뒤 자루에 담아 보관한다.
6)상온에서는 금방 싹이 난다. 냉암소에서 저장해야 한다.
(씨앗 거두기)
실해 보이는 것으로 골라 따로 담아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