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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발달 이론
I. 도덕성의 개념
‘도덕’(morality)이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mores에서 나왔으며, 예의, 습관, 생활양식을 뜻한다. 일찍이 Platon과 Kant는 도덕을 학문, 예술 등과 같이 인간 생활 영역의 독립된 분야로 보고 도덕 생활이란 것이 따로 존재하며 그 곳에 특별한 생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Spranger는 도덕을 다른 영역과 나란히 독립적인 가치 체계로 보던 이제까지의 도덕관을 비판하며 어떤 특별한 생활내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념에 가치의 서열을 부여하는 것, 즉 일상생활에서 무엇이 옳으며 가치 있는 것인가를 알려주는 당위의 형식이라고 했다(서봉연, 1963). Dewey(1922)도 역시 도덕을 넓은 의미로 생각하는 근대적 견해를 실용주의 입장에서 철저히 규명하여, 도덕이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 관한 모든 행위에 걸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의 형식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여러 견해를 종합해 볼 때, 도덕이란 사회생활의 규범, 즉 인간 행위의 준칙으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집단 속에서 용인된 바람직한 행동 규범에 부합되게 행동하고 사고하게 하는 행동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도덕은 사회와 문화를 배경으로 해서 성립하므로 도덕성의 발달은 사회성의 발달과 일맥상통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도덕성을 심리적 특성으로 보게 되면 도덕성은 그것을 구성하는 3 가지 심리 요소로 나누어지게 된다. 즉, 규범에 합치된 행동을 하려는 태도인 정의(情意)적 요소와 무엇이 도덕적 규범에 합치하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인 인지(認知)적 요소와 도덕적 규범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행동적 요소가 그것이다. 이때 정의적 차원에는 도덕적 감성, 태도 등이 있고, 인지적 차원에는 도덕적 개념의식, 또는 판단이 포함되며, 행동적 차원에는 도덕적 실천력 등이 포함되게 된다.
이와 같은 도덕성의 내용이나 구조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여 학파에 따른 그들 나름대로의 도덕성의 개념을 고찰하면 아래와 같다.
1. 학습이론적 입장
먼저, Hartshorne과 May(1928)와 같이 행동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습이론적 입장에서는 도덕성을 개별적인 사태 속에 존재하는 도덕적 행위의 총체, 혹은 여러 덕행이나 덕목의 종합체로 규정하고 있다(정원식, 1969). 이러한 의미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행동적 접근방식에 의하면 도덕성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될 수 있으나 궁극적인 관심의 대상은 어떤 특성의 덕목을 가진 구체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성의 개념 규정은 특정의 덕행으로 간주되는 어느 행동이 구체적인 상황 조건의 구속을 받지 않은 채 보편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과, 행위의 결과만을 고려할 뿐 그 내면적인 이유나 갈등을 무시하는 점으로 인하여 전체적인 도덕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다소 부적합한 면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 인지이론적 입장
인지적 접근방법은 행동적 접근에 의한 도덕성 규정의 결함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측면으로 도덕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입장은 Piaget와 Kohlberg 등으로 대표되며 이들은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도덕적 판단 능력으로 간주한다. Piaget(1932)의 이론은 도덕에는 규칙이 있으며 그 규칙을 내면화하여 규칙에 따라 판단하는 능력, 즉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도덕성의 본질임을 표명했다. 또한 콜버그(1962)는 도덕성을 보다 엄밀히 정의하여 도덕적인 갈등 사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는 판단의 근거나 이유의 특성으로서 도덕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는 도덕성이란 개인에 의해서 내면화되어진 사회적․문화적 행동 규칙으로서의 일반적 개념으로 도덕성을 정의하였다. 이와 같은 도덕성에 대한 인지적 입장은 도덕적 행위를 단순한 습관의 학습으로 보지 않으며, 또는 초자아나 양심이라고 하는 비교적 심층적인 기능으로도 보지 않는다. 단지 행위의 주체자로서의 적극적인 사태 인지와 의도적 선택의 여지를 갖춘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3. 정신분석적 입장
이외에 도덕성을 다른 각도에서 규정하려는 정신분석학적 입장이 있다. 이들은 합리성을 토대로 도덕성을 규정하는 인지적 입장의 한계를 비판하며, 동시에 상황의 특수성에 얽매이는 행동으로서 도덕성을 규정하는 입장도 배격한다. 따라서 이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행위의 보편성을 갖게 하는 내면적 규율로서 양심의 존재를 도덕성의 본질로 간주하고 있다. 이 입장은 도덕성의 규정에서 인지적 요인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비인지적 요소인 동기나 죄의식 등 정의적 요인을 도덕성 개념의 필수 요인으로 강조하고 있다(이홍우, 1975).
이상의 도덕성의 개념 고찰에서 시사 받을 수 있는 바와 같이, 도덕성이란 한 문화권 속의 성원들이 익혀왔고, 그 성원 모두에게 기대되어 온 행동 양태(behavior pattern)를 결정하는 행동의 규칙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도덕성이란 그 자체가 사회생활 속에서 규범을 이해하고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특성이라고 할 것이다. 즉, 어떠한 상황 속에서 적극적인 사태 인지와 의도적 선택의 여지를 갖춘 개념으로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면적 상태에까지 규범을 창조하는 과정 전체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II. 도덕성 연구
1. 학습이론적 연구
20세기에 들어와 도덕성 연구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연구는 Hartshorne과 May(1928 ∼1930)의 인격교육 연구이다. 이들은 다수의 아동을 대상으로 정직성, 협동, 자제력과 같은 인격의 여러 측면을 아동의 실제 생활 사태에서 조사한 연구의 결과로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도덕성은 한 개인에게 있어 연속선을 이루고 있다. 즉, 정직한 사람과 부정직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정직하기도 하고 부정직하기도 하다.
둘째, 한 사람으로 하여금 정직하게 또는 부정직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그의 일반적 특성 또는 인간됨이라기보다는 상황적 조건이다. 말하자면 도덕성은 개인의 일반적인 특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특수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Hartshorne과 May의 연구 이후 도덕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이를 크게 대별하면 도덕성의 변화과정 내지 유형에 관한 연구와 도덕적 판단 능력의 발달단계를 다룬 연구로 분류할 수 있다.
2. 도덕성의 변화과정 혹은 유형에 관한 연구
먼저 도덕성의 변화 과정 내지 유형에 관한 연구로는 Smith(1937), Swainson(1949) 등의 연구를 들 수 있다.
(1) Smith(1937)
Smith(1937)는 아동의 도덕성이 세 가지 뚜렷한 단계를 거쳐 발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세 가지 단계는 복종의 단계, 준법의 단계, 개인적 도덕성의 단계이다.
① 복종의 단계
첫째 단계인 복종의 단계에서 아동은 먼저 부모에게 복종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다가 차차 인간관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성인에게로 복종의 대상이 넓어져 간다. 이 단계에서 아동은 도덕적 선악을 부모나 성인에 대한 복종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② 준법의 단계
둘째 단계인 준법의 단계에 와서 아동은 부모나 성인과 같은 구체적인 인물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체적인 인물에 의하여 전달되는 법이나 규칙에 복종한다. 이때 아동은 부모나 성인들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그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③ 개인적 도덕성의 단계
마지막 단계인 개인적 도덕성의 단계는 청년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에는 도덕적 선악의 판단이 오직 성인의 권위나 규칙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그 기준을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2) Swainson(1949)
Swainson(1949)은 도덕성의 발달단계를 유아기(0 ∼ 8세), 아동기(9 ∼ 12세), 청년기(13 ∼ 19세)까지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이 세 단계가 Smith의 발달 단계와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Swainson에 의하면 도덕성의 발달은 한 개인과 타인들 또는 한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긴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① 유아기
유아기의 첫 5 년 동안 유아는 거의 전적으로 자기의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부모나 다른 성인들의 거부를 초래하게 되고, 결국 유아는 자신의 욕구와 성인의 희망 사이의 긴장을 성인의 승낙을 얻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도덕성의 초기 형태를 취하게 된다.
② 아동기
유아기의 끝에 아이는 학교에 들어간다. 이 경험은 아동의 도덕성 발달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전까지 유아는 자기와 강한 정서적 유대를 갖고 있는 부모에게 의존할 수 있었지만 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많은 낯선 아동들과 접촉하게 되고, 부모의 권위보다도 훨씬 객관성을 가진 교사의 권위를 경험하게 된다. 9세 ∼ 12세는 내면화된 성인의 권위를 통해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기로서 도덕적 소강상태(小康狀態)라 할 수 있다. 그 이후로는 동료들의 인간관계가 빈번해져 성인의 권위가 다소 약화되기는 하나 도덕성은 여전히 권위 또는 규칙에 얽매여 있다.
③ 청년기
청년기에는 지적 발달로 말미암아 도덕적인 규칙 뒤에는 그것을 정당화하는 원리 또는 기준이 스며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이 기준에 비추어 해결하고자 한다. 청년기에 흔히 볼 수 있는 반사회적 경향은 이 시기의 이러한 도덕적 사고의 외적 표현이라 하겠다.
3. 도덕적 판단 능력의 발달 단계를 다룬 연구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는 Piaget와 Kohlberg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도덕성을 주로 ‘도덕적 문제 사태에서 도덕적 원리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으로 보면서, 도덕성의 발달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단계를 거치며, 각 발달 단계는 한 개인이 세계를 보는 전체적 관점 또는 인지구조를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발달은 개인 내부의 인지구조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며 개인의 도덕적 발달은 이 상호작용을 통하여 점점 더 안정된 인지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인지발달적 접근에서 도덕성의 발달은 지적 발달과 동일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1) Piaget
인지론적 입장을 취하는 Piaget(1932)는 ‘도덕성은 규칙들에 의한 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도덕성의 본질은 개인이 이들 규칙을 어떻게 획득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연구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는 도덕성의 핵심은 옳고 그름에 대한 의식적인 도덕적 판단 능력임을 강조하였다. 이 같은 도덕적 판단 능력이란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에서 어떤 규칙을 근거로 하여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개인의 도덕성 발달은 행위의 주체자로서의 개인이 그를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며 사회적 환경 내의 제 규칙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iaget는 아동의 도덕적 판단 능력의 발달을 ①규칙에 대한 태도, ②책임감, ③공정성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연구를 한 결과 아동의 도덕적 판단 능력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달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① 규칙에 대한 태도
그는 ‘규칙’에 관하여 아동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아이들이 하고 있는 구슬 놀이에서 어떻게 노는 놀이인가, 놀이 규칙은 누가 만든 것인가, 그것을 바꿀 수는 없는가 등의 질문을 하였다. 구슬놀이의 규칙에 대한 아동의 생각을 보면, 그것은 나이에 따라 명백한 차이를 나타낸다.
5세 이전의 아동들은 규칙에 대한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거나 규칙이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따라서 Piaget는 이 시기를 도덕 전 단계라고 명명하였다. 공기놀이게임에서 도덕 전 단계의 아동들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놀이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놀이 규칙을 임의로 만들었다. 다만 게임이 서로 교대로 하는 것이고 그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도덕 전 단계가 끝날 무렵(4∼5세)에 아동은 규칙에 따라 놀이하는 손위 아동의 행동을 주시하여 모방함으로써 규칙을 알게 된다. 그러나 도덕전 단계의 아동은 아직 규칙이란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합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약 5 ∼ 7 세에 이르는 어린 아이들은 규칙이라는 것은 나이 많은 아이들이나 어른들 또는 심지어 하나님의 권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절대적, 신성불가침한 것으로서 아이들이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7 세쯤부터 규칙에 관한 아동들의 생각은 점차 상대적인 것으로 바뀌어지며, 10 세 이후에는 완전히 규칙의 상대성을 인식하게 된다. 즉, 규칙이란 것은 놀이를 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만들어낸 것이며 따라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② 책임감
‘도덕적 책임감’을 조사하기 위하여 Piaget는 실수, 도둑질,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각각의 이야기를 제시할 때 의도는 좋은데 결과가 아주 나쁜 경우와 좋지 않은 의도에서 했지만 결과가 별로 나쁘지 않은 경우 두 가지 행동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쁜가, 왜 더 나쁜가를 조사하였다. 이러한 물음에서 나이 어린 (평균 7세 이하) 아동들은 도덕적 책임을 객관적 결과에 두려고 하는데 비하여, 나이 많은 아동들은 주관적 의도에 두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Piaget는 행동의 책임 소재에 따라 객관적 책임(objective responsibility)과 주관적 책임(subjective responsibility) 단계로 나누고 있다. 객관적 책임은 도덕적 실재론(道德的 實在論, moral realism)과 통하는 것으로서 행동의 규칙을 어기려는 악의나 규칙과 갈등을 일으키는 선의와는 관계없이 규칙과의 물질적인 일치 즉, 행동적 결과의 물질적인 손상의 크기나 양에 의해서만 판단되어진다. 또한 거짓말에 있어서도 그것을 속이려고 하는 의도보다는 객관적인 사실과 물질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동이 인지적,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됨에 따라 성인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습득하게 되며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타인의 행동 판단에 있어서도 행동의 결과보다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의 행위의 동기나 의도를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③ 공정성
‘공정성’에 관한 Piaget의 연구는 공정성의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다. 예컨대 그릇된 행위에 대한 벌을 줄 때 그 벌이 벌을 주는 사람의 권위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행위에 대한 결과로 주어지는가 하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어린 아동들은, 벌은 아이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어른이 마음대로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하여, 나이든 아동들은 벌은 아이의 행동과 관련하여 그 잘못을 교정하는 방향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공정성과 어른의 권위가 갈등을 일으킬 때 아동들은 어떻게 판단하는가란 문제에 있어서 나이 어린 아동들은 공정성보다는 권위가 앞서야 한다고 대답하는 반면, 나이든 아동들은 어느 경우에나 공정성이 권위보다 앞서야 한다고 대답했다.
* Piaget 도덕성 발달 단계
Piaget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하여 다음과 같은 도덕성 발달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아동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크게 타율적 도덕성(heteronomous morality)과 자율적 도덕성(autonomous morality) 단계로 분류한 후, 다시 타율적 도덕성은 자아중심주의(egocentrism)의 단계와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의 단계, 자율적 도덕성은 호혜적 협동(reciprocal cooperation)의 단계와 공정(equity)의 단계 등 총 4 단계로 세분화하고 있다.
1. 타율적 도덕성의 단계
이 단계의 아동들은 부모와 성인들은 도덕적으로 완전하고 신성하다고 믿으며 도덕적 규칙도 신성불가침 및 불변의 무조건 순종의 대상으로서 인지한다.
① 자아중심적 단계
제 1 단계인 자아중심적 단계는 아동이 주로 이기적인 욕망이나 신체적 습관에 의하여 행동하며 지적인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면에서도 남과 자기를 분간하지 못하고 협동심이 결여되어 있는 단계이다. 이는 도덕 전 단계에 해당된다.
② 권위주의적 단계
제 2 단계는 권위주의적 단계로서, 아동은 규칙이란 권위에 의해서 주어지는 신성불가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복종하는 것이 자기의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하는 시기이다.
2. 자율적 도덕성의 단계
협동과 상호존중을 특징으로 하는 자율적 도덕성의 단계에 도달하면 규칙이란 고정적이고 수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사회적 합의에 의하여 형성 유지되며 인간의 욕구나 제도적 요구에 대응하여 수정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타율적 아동은 의무와 책임을 권위에 대한 복종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비해 자율적 아동은 동료의 기대와 타인의 이익을 고려하여 타인의 입장을 이해함으로써 의무와 책임을 확대해서 생각하여 타율적 아동과는 그 사고 과정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③ 호혜적 협동의 단계
제 3 단계는 호혜적 협동의 단계로서 자율적 판단이 발달하게 된다. 타율적 판단이 중심이 되는 생활에서 자율 중심으로의 이행이며, 도덕 생활의 질적 비약으로 외적 권위의 명령 체계가 내부적 명령 체계로 옮겨지는 단계이다. 이와 같은 도덕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조작적 사고(operational thinking)가 필요하다. 즉, 호혜적 협동의 도덕은 조작적 지식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④ 공정의 단계
제 4 단계는 공정의 단계로서 호혜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동은 획일적 평등성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개개인이 처해있는 특수한 상황과 관련을 지어 도덕적 판단을 하게 된다. 이 단계는 지적 발달 단계로서는 형식적 조작기에 속한다.
* Piaget는 성숙과 경험이 도덕성 발달에 있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이행 과정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성숙은 아동의 인지능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중요하며, 경험은 성인과의 상호교섭을 통하여 현실감을 증대시키므로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2) Kohlberg의 이론
Kohlberg(1962)는 Piaget처럼 타율적 도덕성과 자율적 도덕성으로 양분하는 것은 도덕성 발달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본 것이라고 보아 연구의 대상을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에까지 확대하여 도덕성의 발달 단계를 한층 더 체계화하였다. 그는 도덕적 행위의 동기와 인간의 가치 등 도덕성의 문제를 담고 있는 갈등 이야기를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그 결과 도덕적 판단에 대한 근거가 아동의 연령과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개인의 도덕성 발달은 6 단계를 거치면서 발달하여 간다고 보고 그것을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Kohlberg의 도덕성 발달에 관한 3 수준과 6 단계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 Kohlberg 도덕성 발달 단계
1. 인습 이전 수준(pre-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의 아동은 도덕적 규칙 내지 선악의 개념은 알고 있으나 이 개념을 행위의 쾌락적 결과 또는 도덕적 규칙을 강요하는 사람의 힘이나 권력과 관련지어 해석한다. 이 수준은 다음의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① 단계 1: 벌과 복종에 의한 도덕성
행위의 물리적 및 신체적 결과가 선악의 기준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그러한 결과가 어떤 의미 또는 가치를 나타내고 있는가 하는 것은 도외시된다. 벌을 피하기 위해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며 벌이나 권위에 내재해 있는 도덕적 원리가 중요시되는 것은 아니다.
② 단계 2: 욕구충족 수단으로서의 도덕성
올바른 행위는 자기 자신의 필요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행위이다. 인간관계는 일종의 교환 관계로 간주된다. 공정성, 상호성, 또는 공정한 분배 등의 개념이 나타나지만 이것은 반드시 실용적인 관점에서 해석될 뿐이고, 신의를 지킨다든가, 감사를 느낀다든가, 공정을 기한다든가 하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2. 인습 수준(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개인이 가정이나 집단이나 국가의 기대를 따르는 것이 그 즉각적인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가치를 가진다. 아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나 사회의 질서에 단순히 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자 하며, 그 질서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지지하고 정당화하고 그 질서에 관련된 개인이나 집단과 자기를 동일시한다. 이 수준은 다음의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③ 단계 3: 대인관계의 조화를 위한 도덕성
올바른 행위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도와주는 행위,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승인하는 행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동에 동화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행동은 흔히 의도에 의하여 판단된다. 좋은 의도로 그런 일을 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중요시된다.
④ 단계 4: 법과 질서 준수로서의 도덕성
이 단계에서 아동은 권위나 고정된 규칙, 또는 사회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올바른 행동이란 의무를 수행하는 행동, 권위를 존경하는 행동, 주어진 사회질서를 그 자체로서 유지하려는 행동이다.
3. 인습 이후 수준(post-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도덕적 가치나 원리가 그 가치를 표방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권위와는 관계없이, 또 그 자신과 그 집단과의 유대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서 타당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 수준은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⑤ 단계 5: 사회계약 정신으로서의 도덕성
이 단계는 일반적으로 공리주의적인 색채가 짙다. 올바른 행동은 개인의 기본권리에 비추어, 또 사회 전체가 비판적인 합의에 도달한 도덕 기준에 비추어 정의된다. 개인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합의에 도달하는 방법상의 원리를 강조한다. 법적 관점이 중요시되지만 법의 사회적 유용성에 대한 합리적 고려에 따라 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마찬가지로 중요시된다.
⑥ 단계 6: 보편적 도덕원리에 대한 확신으로서의 도덕성
올바른 행위는 스스로 선택한 도덕원리에 따른 양심의 결단으로 정의된다. 이 도덕원리는 논리적으로 포괄적이고 보편적이며 일관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구체적인 규칙이 아니라 추상적인 윤리이다. 이러한 도덕원리라는 것은 공정성, 인간 권리의 상호성과 평등,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등이다.
Kohlberg의 도덕성 발달은 또한 통합과 분화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통합은 단계가 점점 높아질수록 그보다 낮은 단계를 통합하여 점점 완전한 도덕적 원리를 향하여 나간다는 것을 말하며, 분화라는 것은 단계가 점점 높아질수록 자기 일신상에 미치는 사실적 결과에서 점점 분화된 도덕적 원리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실험으로 Kohlberg는 미국과 터어키에서 3년 간격으로 종단적 연구를 실시하였는데 개인이 지닌 도덕적 판단 사고의 50% 이상이 일정한 단계에 머물러있는 반면, 나머지는 인접된 바로 다음의 상급 단계에 걸쳐있었다. 그리고 3년 후에 다시 검사한 결과 일부분의 사람은 아직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나 나머지는 다음 단계로 상승하여 있었다.
인지발달이론을 종합해보면, 아동의 도덕성은 연령적으로 성숙해 감에 따라 지적 발달과 동일한 양상으로 단계의 순서를 따라 발달해 간다는 데 초점이 있다. 이는 도덕적 판단능력이 부모나 성인에 의하여 이루어지다가 그것이 내재화되어 자신의 행동규범으로 발달되며, 연령, 지능에 따라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ohlberg의 도덕성 발달이론은 인간이 새로운 인지구조를 형성하여 나가는 과정 속에서 도덕성의 발달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Kohlberg의 도덕성 발달이론은 인간의 도덕성 발달과정과 관련해 체계적으로 기술 설명한 이론임을 알 수 있다.
(3) Piaget 이론과 Kohlberg 이론의 관계
Kohlberg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Piaget의 인지 발달 단계와 관련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Kohlberg의 단계 1은 Piaget 지적 발달의 전조작적 사고기에 해당된다. 이때에는 가역적 사고가 결핍되어 있으며 아동은 자기에게 미치는 벌을 피하기 위하여 그 벌을 내릴 수 있는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이다. Kohlberg의 단계 2에서 단계 4까지는 Piaget의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된다. 단계 2는 도덕적 상호성의 초기 형태가 나타나는 단계로서 이때에는 자기의 즉각적인 만족이나 쾌락이 인간관계의 교환의 근거가 된다. 단계 3과 4는 주변인들의 승인이나 사회의 법률로 그 교환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이 단계에서도 도덕성은 여전히 가정이나 사회체제와 같은 구체적인 유대를 기초로 하고 있다. Kohlberg의 인습 이후 수준, 즉 단계 5와 단계 6은 Piaget의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한다. 이 수준은 인습 수준에 비하여 구체적 조작기와 형식적 조작기의 차이에 상응하는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수준에서의 문제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째서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즉, 인습 수준에서는 하나의 행위가 ‘도덕적인가’가 문제였지만 인습 이후 수준에서는 그 행위를 도덕적이라고 규정하는 ‘도덕적 원리가 무엇이냐’가 문제된다. 이점에서 인습 이후 수준은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합리적 내지 비판적인 사고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덕적으로 새로운 단계로의 발달을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지적 발달 단계의 논리적 조작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III. 도덕적 판단 능력과 도덕적 행동과의 관계
Piaget(1932)는 그의 인지발달론적 도덕성 발달이론에서 규칙의 기능에 대한 개념이 성숙할수록 그것을 더 잘 지킨다고 하고, 도덕적 판단 능력과 행위 사이에는 높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Kohlberg는 초등학교 6 학년 아동 100명을 대상으로 하여 갈등 상황을 통한 도덕성 발달 단계를 측정하고 그들이 시험에서 얼마나 부정행위를 하는가를 조사한 결과, 도덕성 발달의 여섯 단계 중에서 높은 단계에 속할수록 더 정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어, 도덕적 판단 능력과 도덕적 행위 사이에는 정적 상관이 있다고 하였다. 그 외 Krebs(1967), Brown, Feldman, Schwartz와 Heingartner(1969) 등도 어느 정도 상관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Hartshorne과 May(1930)의 연구에서는 도덕적 지식(moral knowledge)과 도덕적 행위(moral deed) 사이에 상관이 있나를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도덕적 지식과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위 사이에는 상관이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Grinder(1964)의 연구에서도 도덕적 판단 능력과 도덕적 행위 간에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 Medinnus(1966), Pettel 과 Mendlesom(1966), Middletom과 Putnley(1962)의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살펴본 도덕적 판단능력과 도덕적 행동과의 관계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많아 아직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하겠다.
<출전>
제 목: 한국 아동의 도덕성 발달 실태와 도덕교육 방향정립을 위한 연구
연 구 자: 이성진, 이종승, 임용우, 이기우, 김원중.
연구기관: 행동과학연구소
연구연도: 1982
(경남대 김원중)
<참고 자료>
첫댓글 가져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스크랲 해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