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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과 끝에서
Culture Desk
모든 소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잘 쓰여진 소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이어진다. 또한 내용을 읽은 뒤 그 두 문장만 보고 읽었을 때 어느 정도 내용을 떠올리는데 무리가 없어야 하고 흥미도 끌어야 한다. 인상 깊은 소설의 시작과 끝에 대해 알아보자.
- 위대한 개츠비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 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미국 문학의 세계적인 작가인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1920년 재즈시대(제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미국의 대공황이 시작되기 전 1920년 대. 이 시기에는 재즈와 춤이 유행했으며 대규모 파티가 열렸고 비록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으나 밀주가 성행했다.)의 변질된 ‘미국의 꿈’과 부와 사랑에 대한 문제를 당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하여 예리하고 섬세하고 포착하여 잘 그려낸 작품.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시계태엽 오렌지
이제 어떻게 될까, 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제목 그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 대한 반성을 제시한다. 음악적 요소를 작품 속에 통합함으로써 작곡가이기도 한 작가적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 이 작품에선 그가 직접 고안해 낸 독특한 비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충격적이고 불편하지만 철학적 색채를 띤 작품이다.
엄청 구리고 더러운 세상이야, 여러분. 자 이제 여러분의 동무로부터 작별인사를.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른 놈들에게는 커다란 야유를. 엿이나 먹으라 그래. 그러나 여러분들은 가끔씩 과거의 알렉스를 기억하라고. 아멘, 염병할.
- 롤리타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 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아침에 양말 한 짝만 신고 서 있을 때 키가 4피트 10인치인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슬랙스 차림일 때는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의 이름으론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1955년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 출간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후 50년동안 5천만 권 이상이 팔린 세기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처음에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지만, 작가가 곳곳에 숨겨놓은 수많은 은유와 상징들이 다양하게 해석되고 새로운 의미들이 밝혀지며 문학적으로 재평가되었다. 열두 살 소녀를 향한 중년 남자의 사랑과 욕망을 아름답고 시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너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
외딴 방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 쓰여진 자전적인 소설이다. 도시화와 산업화에 밀려 점차 쇠락하고 있는 농촌 공동체에 대한 향수와 동경 등을 불러일으켰던 초기 작품과는 달리 청년기의 아프고 잔인했던 시절을 단조로운 문체와 선명한 서술을 통해 현재처럼 드러낸 작품.
깊은 슬픔
그 여자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이름을 은서(恩瑞)라 짓는다. 사랑이 불가능하다면 살아서 무얼 하나, 가끔 우는 여자. 언제부턴가 내 속에 내가 먹이를 주어 기른 여자.
‘외딴방’으로 유명한 신경숙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한 여자와 그녀가 짭은 생애 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예민하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미세한 삶의 기미를 포착해내는 울림으로 담아냈다. 사랑과 운명이 자꾸만 어긋나면서 서로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는 과정을 덧 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정밀하게 그려낸 소설.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살인자의 기억법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영하 작가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모든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지근한 물속을 둥둥 부유하고 있다. 고요하고 안온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공空 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없이 헤엄을 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책을 읽고도 오랫동안 기억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가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인상 깊은 소설이 있다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책의 분위기와 내용을 곱씹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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