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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맑은샘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전정일
<학교와 지역의 미래,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에서 배우다>①
2017. 1.8. 해날. 날씨: 따듯하다. 바르샤바와 런던도 그리 춥지 않다.
인천공항ㅡ바르사바공항ㅡ런던호스텔
[기행 첫 날 영국에 닿다.]
8시 과천에서 현민아버지가 태워다 준 덕분에 편하게 인천공항에 닿았다. 인천공항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모두 다 나라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영국 기행단에 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보이고, 이년 전 덴마크에 함께 갔던 송순재 교수님을 오랜만에 뵈니 반갑다. 사람들이 많아 가방 붙이고 들어가는 수속에만 한 시간이 걸린다. 덕분에 면세점 둘러봄 틈이 없이 바로 비행기 타는 곳으로 간다.
11시 20분 바르샤바로 가는 비행기를 무려 10시간을 타고 간다. 두 끼 밥 먹고 영화 보고 잠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시간은 여간 지루하다. 비행기 자주 타는 분들 대단하다.
바르사바에서 50분 기다리며 쉬다 다시 런던행 폴란드 항공을 3시에 타서 3시20분에 출발해 세 시간쯤 걸려 런던에 닿으니 영국시간으로 5시쯤이다. 인천에서 바르샤바까지 걸린 10시간보다 런던 가는 3시간이 더 힘들다. 시차와 긴 비행이 겹쳐서다. 한국시간으로 9시간 차이가 나니 한국은 새벽 2시다. 과거로 여행 온 셈이다. 영국은 듣던 대로 비가 자주 오나 비가 내리다 그쳐서인지 축축하다. 다시 대절한 버스 타고 한 시간 걸려 YHA호스텔에 닿으니 영국시간으로 6시 30분이다. 호스텔 위치가 세계 3개 성당에 들어간다는 세인트폴대성당 옆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우리와 다른 게 눈에 들어온다. 차가 왼쪽 길로 가고, 운전석이 오른쪽이니 우리와 정 반대다. 전환이란 연수 주제답게 완전히 다른 시각과 감각으로 길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런던(영어: London)은 잉글랜드와 영국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인구는 2014년을 기준으로 약 8,538,689명으로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 대도시권 중 가장 큰 권역이다. 런던은 템즈 강을 기반으로 2,000년 동안 발전해 왔으며 역사는 로마인들이 론디니움이라는 요새를 지은 것부터 시작되었다. 시티 오브 런던은 고대 시대부터 런던의 핵심 지역인데, 크기는 1.12-마일(2.9 km2)로 중세 시대부터 변하지 않고 있으며 2011년을 기준으로 7,375명이 거주하고 있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작은 도시이다. 적어도 19세기부터 "런던"이라는 용어는 주변 도시를 중심으로 개발된 대도시를 뜻했다. 이러한 광역 도시권의 대부분은 런던 지역과 그레이터 런던으로, 런던 시장과 런던 의회에서 통치한다.-위키피디아]
27명이 같이 왔고 따로 오는 분들이 10명이니 37명이 같이 다니게 된다. 인원이 많으니 인솔하는 삶을 위한 교사대학 유은영 사무국장과 안성균 교장이 고생한다. 수가 많으니 모둠과 방 마다 인원을 확인하게 되겠다. 먼저 출국해있다 일행에 결합한 분들이 있는데 덴마크 애프터스콜레 탐방을 같이 다녀온 적 있는 류하늬 선생을 보니 또 반갑다.
4인실에 짐 풀고 배고파 모두 밥을 먹으러 갔다. 방 열쇠를 하나만 받아 모두 같이 움직인다. 둘레를 돌다가 끝내 일본라멘 파는 식당에서 일곱 명이 먹고 맥주 한 잔 입가심하는데 물가가 비싸서 더 못 마시겠다. 들은 대로 버거 하나가 10파운드 가깝다. 우 15000원이라니.
식당 종업원 영어가 쏟아지니 멍하지만 주문하고 먹는데 지장은 없다. 슬슬 영어 귀가 열리겠지. 12.7파운드 우리 돈으로 19,500원에 한 끼를 해결했으니 비싼 물가를 피부로 느낀다.
호스텔에서 짐을 푸는데 지혜학교 장동식 선생 여행가방 열쇠가 잠겨 같은 방 쓰는 사람들이 다 달라붙어 비빌번호를 하나하나 돌린 끝에 400번 대에서인가 한참 만에 열게 됐다. 그것도 추억이겠다.
호스텔 시설이라 씻는 것도 불편하다.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나라에 배우려 왔으니 모두 당연하게 생각한다. 영국에 온 까닭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역과 학교의 앞날을 위해 영국전환마을 토트네스와 협동조합운동을 보고 들으러 온 우리들은 책과 자료에서 본 걸 하나 둘 확인하며 상상력을 키울 것이다. 저마다 충분한 자극과 영감을 키워가길.
연수를 준비하며 쓴 쪽지를 다시 읽어본다.
학교와 지역의 미래,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에서 배우다
1-1. 이번 영국 연수는 삶을 위한 교사대학 협동조합에서 <학교와 지역의 미래,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에서 배우다>를 주제로 떠나는 영국 교육문화예술 기행(1.8-1.19)이다. 12일 기간 가운데 오가는 이틀을 뺀 10일 동안 전환마을 토트네스, 샌즈스쿨, 슈마허칼리지, 슈타이너학교, 토트네스 지역 협동조합학교, 크리슈나무르티 재단 학교 브록우드파크스쿨을 방문해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 공동체를 배우고, 브리스톨의 재생에너지 회사 젠에코, 폐광촌에서 거대한 생태마을로 전환한 에덴, 런던의 예술가 공동체와 지역의 공유경제 모델인 크리에이티브 위크를 방문해 에너지와 도시재생전환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다. 문화예술 탐방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중세 휴양지이며 영화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 자살 장면 촬영지인 바스(Bath), 고대 미스테리 거석 유적지인 스톤헨지, 런던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템즈강과 전통시장을 둘러보게 된다. 특별한 사치 가운데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보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설레는 건 영국 어학연수 중인 맑은샘학교 1기 졸업생 성혁이를 런던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거다.
1-2. 그런데 큰돈을 들여 에너지 소비가 대단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토트네스 사람들을 만나러가는 역설 속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뭘까. 대안학교선생 월급으로 나라 밖 연수는 쉽지 않은 결심이지만 스스로도 놀랄 만큼 과감하게 참여 신청을 했다. 그동안 다닌 연수가 삶의 새로운 활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 해외 연수를 결심하던 때 고민과 비슷하게 책에서 충분히 찾고, 가까운 성대골 (동작구 상도동)과 전환마을 은평, 더 멀리 홍성 홍동마을에서 찾을 수 있는 걸 굳이 분수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한 건 그동안 여행연수 경험이 성과가 있고 새로운 꿈을 꾸는 여행이 좋아서다. 일본 키노쿠니와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를 찾아간 것처럼 전환마을의 시작지에서 첫 경험과 정신을 간접경험이 아닌 직접 보고 듣고 싶은 욕심인 게다. 유럽이라는 다른 지역과 문화에 대한 궁금함과 함께 낮선 곶에서 나를 들여다보며 내가 사는 곳과 자신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누리는 즐거움과 설렘 속에 나오는 상상력을 혼자 또는 함께 간 이들의 도움으로 키우려는 마음이 있다. 그러니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감내하는 것이겠다. 쪼들리는 살림이야 늘 겪는 일이고, 영국 연수를 위해 만든 고추장과 막걸리를 많은 사람들이 팔아주고 심지어 따로 여비를 챙겨주고 후원해준 식구들 배려와 마음이 있어 고맙고 미안하다. 평생 살아가며 갚을 사랑이다.
1-3. 영국 토트네스 전환마을과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들여다본다. 아는 만큼 보이리라는 생각과 무지를 깨우쳐줄 자극과 영감을 찾는 셈이다. 전환마을운동이 필요한 까닭, 전환마을운동의 개념, 방문도시인 토트네스와 브리스톨, 코웰과 바스, 런던과 영국의 역사, 산업혁명과 협동조합운동, 로버트 오웬과 로치데일 협동조합, 칼 폴라니, 성대골마을과 전환마을 은평, 홍성 홍동마을, 원주 생협과 우리나라 협동조합운동의 역사, 영국 교육체제와 토트네스 슈마허칼리지와 슈타이너학교에 관한 자료들과 책, 영상들을 줄곧 보며 줄기를 잡아본다. 익숙한 낱말들이 새롭게 구성되는 경험은 언제나 좋다. 전환마을운동 자료를 찾다보니 토트네스처럼 훌륭한 실천이 우리에게 있다. 오래전 시작해 널리 알려진 홍성 홍동마을과 풀무에서 지역과 마을에서 지역생산 지역먹을거리 지역경제 교육과 전환마을의 모습을 보고, 성대골과 전환마을 은평에서 도시에서 에너지 자립과 전환의 삶을 실천하며 교육으로 연결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건 인류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2. 요즘 대안교육 현장에서 말하는 전환교육은 전환마을에서 따온 개념인데 삶을 바꾸는 교육, 세상을 바꾸기 위해 먼저 실천한 삶의 방식 이란 뜻에서 전환마을 뜻과 같다. 영국 토트네스는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가 됐다. 처음 널리 소개된 시점을 보니 2008년쯤인데 그때 토트네스 인구가 8천명이라고 나오던데 지금은 20만명이라고 한다. 줄곧 20만명인지, 8천에서 20만명으로 크게 는 것인지 확인해봐야겠지만 자연주의 마을로, 유기농으로, 전환마을로 행복한 도시 토트네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주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전환마을(Transition Town)운동은 아일랜드 킨세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는데 킨세일의 퍼머컬쳐(농적 가치) 성과를 바탕으로 펼친 2006년 토트네스 전환마을프로젝트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큰 공헌을 했다. 전환마을운동이 일어난 시대 배경은 알다시피 피크오일과 기후변화가 있다. 한마디로 기후변화 시대에 직면한 인류의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국가 시스템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공동체의 대안을 함께 만들자는 삶의 전환 운동이 전환마을운동이다. 또한 마을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물론 토트네스는 일찍부터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며 자연과 지역의 파괴를 경험했고, 1989년 광우병 파동, 석유가격의 상승 충격, 기후변화와 피크오일까지 자연스레 로컬푸드와 유기농, 식량과 에너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조건과 처지가 있었다. 토트네스 사람들은 그것을 일찍부터 고민해서 탈출구를 찾은 계기가 있고 그걸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유기농과 공동체에 대한 갈망, 외부의 충격에도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며 전환마을 운동을 체계 있게 전개했다.
이웃과의 관계의 회복과 마을공동체의 복원이 전환마을운동
2-1. 토트네스 전화마을은 로컬푸드, 유기농, 먹을거리와 에너지 자립, 토트네스 파운드라는 지역 화폐와 지역경제를 특징으로 한다. 680가구가 참여하는 한 해 3억이 넘는 거래가 이뤄진다는 대전 한밭레츠 <두루>나 140여명이 참여하며 1억 가까운 거래가 이뤄진다는 우리 과천 품앗이 <아리>처럼 지역화폐인 토트네스 파운드는 2008년쯤 60만원 발행에서 지금 2600만원 규모 발행액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경제 활성과 지속가능하고 스스로 회복력을 갖는 대안 경제 실천, 지역화폐를 통한 공동체 회복면에서 의미가 있다. 살고 싶은 마을에 대한 갈망은 여러 가지겠지만 공동체와 유기농, 에너지 자립들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공동체살이, 기후변화와 피크오일 시대에 새로운 삶을 방식을 실천하기에는 혼자 하기 어려운 개인과 국가가 방법을 찾아주는 걸 기다리지 않고 먼저 느낀 사람들이 공동체와 마을단위에서 실천을 조직한다는 것이 토트네스를 유명하게 한 것 같다. 다시 말해 이웃과의 관계의 회복과 마을공동체의 복원이 에너지 위기와 지구환경 위기를 이겨낼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이라고 말하는 것이 전환마을운동이다.
2-2. 좀 더 이야기하면 에너지 아껴 쓰기가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전환가정에서 시작해 여섯 집이 참여하는 전환거리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에너지를 아끼고 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발전기를 지붕위에 올리는 실천으로 전환마을로 간다. 이런 전환거리가 60개 이상 생겼고 2013년에는 전환거리프로젝트에 토트네스 전체 인구의 18%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을로 확장된 거다. 물론 영국 정부 차원에서 보장된 발전차액보장제가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2011년 발전차액보장제가 폐지되고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로 바뀌어 태양광 설비 투자가 큰 규모 발전소 아니면 어렵게 되어 안타깝다. 어쨌든 토트네스 전환마을운동은 전 세계에 영향을 주어 전 세계 40여개 나라 2000개의 마을이 참여하는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생태도시 꾸리찌바, 쿠바 아바나, 우리나라 홍성의 홍동마을과 동작구 성대골마을, 전환마을 은평처럼 유명한 곳들이 있다.
교육의 자연으로(생태적) 전환
2-3. 대안교육현장에서 전환마을운동에 주목하게 된 건 토트네스 전환마을운동을 실천한 분들의 정신과 비슷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화두로 많은 분들이 후쿠시마 이후로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기후변화, 석유문명의 종말, 후쿠시마를 이야기하면서도 도시문명이 주는 편안함과 소비의 삶을 바꾸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반성과 대안교육현장이 교육으로 삶을 바꾸는 근거지가 되고, 사회에 울림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물론 이러한 시대 요구와 함께 요즘 대안교육현장에 겪는 안팎 어려움을 생각하며 대안교육의 새로운 출구나 대안교육2.0을 구성하는 한 갈래로 전환마을운동, 전환교육운동에서 실마리를 찾고 영감을 얻자고 보는 것도 있다. 학교마다 특성이 있기도 하지만 대안교육 전체의 교육과정의 특징과 철학 속에는 자연주의(생태주의)가 담겨있다. 그런데 우리의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실천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성찰이기도 하다. 굳이 전환교육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 설립 때부터 일과 놀이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모든 교육과정을 펼치고 있다. 논농사, 밭농사를 많이 지어 먹을거리 마련하는 과정과 교과통합, 고물상을 줄곧 다닌 끝에 설치한 태양광발전기과 에너지 교육, 아나바다 운동, 생활기술 교사연수 파견 성과, 생활기술연수에 배운 것이 그대로 교육과정을 살찌워 밥살림, 집살림, 옷살림 손끝활동이 확대되어 풍성하고 다양하다. 이름을 전환교육이라 하지 않았지만 이미 내용에서 전환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의 나라 영국
3. 2012년 안식년 동안 협동조합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읽은 기억이 난다. 신자유주의 경제 폐해와 세계 경제 위기 속에 협동조합 기업들에 주목하는 유엔과 세계 흐름 속에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협동조합이 새롭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로버트 오웬과 로치데일 협동조합,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 오래 전 읽다 덮어놓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으며 인간과 자연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본의 폭주를 넘어설 사회와 공동체 꿈을 꾸던 게 기억난다. 이번 영국 연수가 다시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며 칼 폴라니에게 영감을 준 로버트 오웬과 사회주의, 영국에서 일어난 협동조합운동, 유럽 사회민주주의와 복지제도를 생각해보게 됐다. 여러 인물과 운동을 한 줄로 꿰는 낱말은 역시 협력, 관계, 사회와 공동체, 삶의 방식으로 읽힌다.
로버트 오웬(1771-1858)은 방직업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조합운동과 노동시간 단축, 노동 환경 구축을 실천한 사회주의자다. 면직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 의해 울타리 너머로 쫓겨난 농민들이 도시노동자로 전락해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 노동과 굶어죽을 자유로 산업혁명의 풍요로운 잉여에서 벗어나 고통받던 때 12세 이하 아동 노동 금지와 10시간 노동, 의료보험, 연금보험을 실현하고, 노동자를 위해 공장 내 유아원을 설립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산업혁명은 노동력과 화석연료 석탄, 과학기술이 버무려진 생산력 증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낳았으나 그 잉여와 이익은 오롯이 자본의 몫일뿐이었고, 대다수 노동자들은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연명하고 있을 뿐이었다. 생산력이 증대되었으나 그 풍요로운 잉여는 소수의 몫이 된 산업혁명은 사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만 여전히 빈부격차는 커져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자본의 탐욕 속에 자연과 인간이 상품이 되어 버린 시대를 넘어설 대안을 제안하고 실천한 사람들은 그 모순의 시작부터 있던 셈이다. 오웬은 자신의 생각을 사회주의라 말했다.
오웬의 연설에 감명받은 조지 홀리요크는 1844년 맨체스터 근처 로치데일이란 도시에서 성공한 <로치데일 공정한 선구자 조합>을 만들었다. 28명의 조합원, 1파운드 자본금으로 설탕, 밀가루, 버터를 준비한 작은 가게는 20년 뒤 1866년쯤 조합원이 50배로 늘어났고, 자본금은 400배 증가했다. 문헌상으로 세계 최초 협동조합은 1760년 영국 울위치 차담지역 해군창고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제분소이고 그 뒤 1830년대 300여개 소비자협동조합이 있었지만 성공한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은 로치데일이고 협동조합운동 원칙의 바탕이 되는 로치데일 원칙을 만들었다.(① 조합의 공개 ② 표결에 있어 1인 1표주의 ③ 이용 실적에 따른 이윤 배당 ④ 출자자에 대한 이자는 제한 ⑤ 정치적, 종교적 중립 ⑥ 시가에 의한 현금 거래 ⑦ 교육의 촉진)
로치데일 원칙은 국제협동조합동맹에서 채택해 1966년에 개정했다. (① 가입탈퇴의 자유 ② 1인 1표에 의한 민주적인 운영 ③ 출자금 배당의 제한 ④ 잉여금의 구매량 비율에 의한 처분 ⑤ 교육의 존중 ⑥ 협동조합의 협조)
영국은 산업혁명 시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 실험을 하며 협동조합운동을 활발하게 벌였고 그 전통이 그대로 협동조합형 학교 출현으로 나타났다. 협력과 평등의 원리가 그대로 교육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협동조합학교에 주목하는 까닭이겠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이찬갑 선생과 풀무가 있었다. 일제 식민지시대와 새마을운동으로 민간 영역에서 자조 자립 자치의 협동조합운동 정신이 관이 주도한 무늬만 협동조합으로 변질되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생협운동과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은 대안사회 대안경제를 꿈꾸는 실천 노력이었다.
[사람들은 각자 경쟁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협동하는 것은 또 다른 기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항상 경쟁 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경쟁하는 법을 일부러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취업시장에서 경쟁이라는 것을 알게되죠. 하지만 협력해서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효과적인 협동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의 핵심 기능이라고 말하겠습니다.
현대의 포스트 다윈주의자들이 발견해낸 것은 두 종류의 경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첫번째는 개인들 간의 경쟁입니다. 또 다른 종류는 시스템 내의 협력을 통합 집합적인 경쟁입니다. 사적 경쟁에 기대는 오래된 다윈 모델의 사회나 조직은 시스템으로서는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협동하는 시스템에게는 지게되는 것이죠. 이것은 아주 의미심장한 분석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협동이 경쟁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떤 차원에서 '협력'을 할 것인지 누구와 '합께' 경쟁을 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협동한다고 해서 경쟁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협동조합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만족할 만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협동조합학교도 그런 차원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은 협동조합학교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동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 로빈 머레이 (협동조합 운동가)]
[협동조합학교는 단순히 변방에 머무는 대안학교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협동은 현대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협력적인 시민을 교육하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확산하고 일반화 할 수 있을지 우리는 토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협동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경쟁사회 자체를 바꾸자고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협동은 21세기 경제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질이죠.- 머빈 윌슨 (전 협동조합 대학 총장)]
자연으로(생태적) 전환은 국가에 있지 않고 지역에 있다.
4. 세계 경제의 침체와 불황, 기후변화의 대재앙, 핵전쟁과 핵발전소 사고 위험성 증대, 자본의 탐욕과 폭주 속에 심화되는 빈부격차들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절망과 함께 주류 세계에 일대 반격을 가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도 그런 맥락에서 익힌다. 때로는 바른 방향으로 또는 어긋난 방향으로 분출하는 모양새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경제성장 메카니즘으로 돌아가고 자연과 인간을 파괴하는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전환을 고민하고 정치와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도 뿌리가 있어야 힘을 갖는다. 경제의 재지역화, 지역과 마을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세계 전환마을운동(transition town) 네트워크는 Reconomy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경제의 재지역화(Relocalization)를 말하며 지역경제(Local Economy)를 다시 생각(Rethink)해야 한다고 제안한다.(http://www.reconomy.org/) 회복력, 지속가능성, 지역(마을), 공동체란 낱말이 실제 삶을 바꾸려면 지역의 먹을거리, 지역의 일자리, 지역의 청년 실업과 노인문제, 지역의 교육 문제들처럼 모든 것을 지역의 범주에서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이겠다. 지역에서 풀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느끼고 자각할 때까지 오롯이 지역에 집중하는 실천은 새로운 대안이다. 이는 국가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바꾸는 활동과는 또 다른 영역이자 풀뿌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다.
에너지자립과 식량자급은 단순한 환경문제와 선택이 아닌 인류 생존의 문제다.
5.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1.9프로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로 세계 82위다. 핵발전소에서 얻은 에너지 의존도가 26프로로 세계 4위이고,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다. 식량자급률 23.6%로 곡물자급률은 OECD 꼴찌이고 농축산물 수입에서 미국 의존도가 아주 높다. 식량주권을 말하는 시대 우리 모습이다. 그렇다. 기후변화 석유고갈은 끝내 식량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거대한 기후이상으로 세계 곡창지대가 피해를 입는다면 지금처럼 곡물을 수출할 나라는 없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유엔식량농업기구 FOA가 말하는 것처럼 식량난은 분배의 문제다. 무역과 생산의 문제가 아닌 분배다. 식량은 넘쳐난다. 남아 버리는 곳과 없어서 굶어죽는 곳이 있을 뿐이다. 가난한 나라는 다국적곡물회사들에게 식량을 살 수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전쟁대신 평화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음도 슬픈 현실이다. 더욱이 고기를 많이 먹는 음식문화도 큰 문제다. 무엇보다 누가 생산하든 먹으면 된다는 식량권이 아니라 우리가 생산한 걸 먹는 식량주권이 열쇠다.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저지르는 GMO 대량생산은 안전하지 않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생산량을 늘리지도 못하니 식량난을 해결할 수도 없고 특정기업집단의 이익을 위해 과학기술을 못되게 쓰는 것 일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은 간장, 식용유, 당류에 거의 쓰인다. 정말 큰일이다. 발효 음식을 즐기며 만들어 온 우리의 음식문화가 어느새 고기와 냉동식품으로 뒤범벅 된 바깥 음식을 사먹는 음식문화로 바뀌었다. 내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이기 위해서라도 식량자립 방향이 나오고 몸살림과 흙살림이 사람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왜 식량자급률을 높이려하지 않는 걸까. 전 국민이 싼 농산물을 사기위해 수입해야한다는데 식량주권 개념은 어디에 뒀을까. 철저하게 농업을 지켜가는 나라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암담하다. 그런 면에서 에너지 자립과 지역먹을거리와 지역경제, 공동체 복원, 삶의 방식을 바꾸어가는 토트네스전환마을 운동은 새로운 울림을 준다. 지역 안에 세계가 있고 지역 안에 답이 있다.
5-1. 과천시 에너지 자립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았다. 서울시처럼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을 담는 철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2007년 8월 과천시가 국내 기초자치단체로선 최초로 온실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피해를 대처하기 위해 29일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환경부·경기도와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오래된 기사를 찾았다. 시청 누리집을 찾아보니 온실가스 감축 실천 프로그램으로 <탄소포인트 제도>를 실시하고, 환경위생과에 기후변화대응팀을 두어 공무원 두 사람이 기후변화 업무 기획 및 조정,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추진, 기후변화대응사업 추진을 맡고 있다고 나와 있다. 기후변화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초중고 학생들에게 기후변화 교육을 하고, 탄소포인트 가입 및 온실가스 감축활동, 기후변화 적응 세부 시행 계획 추진(계속사업, 2015~2019)으로 참여시민 인식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 온난화 방지란 기대효과를 노린다고 쓰여 있다. ‘시민공동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과 21세기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녹색환경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는 <과천환경21>이란 것도 있다.
그런데 녹색환경도시를 위한 철학과 정책, 예산은 보이지가 않는다. 적극 찾아봐서 이정도니 과천시민들이 얼마나 알까. 그나마 평생학습축제나 과천축제에서 홍보하고 현금지급 같은 인센티브가 있는 탄소 포인트 제도는 성과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녹색도시로 가기 위한 전망과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지원하는 3키로와트 태양광발전기 설치 10대 정도 맞대응하는 정책이고, 미니 태양광발전기 설치 같은 계획도 아파트 재건축과 함께 뒤로 미뤄지는 상황이다. 과천시민들은 이런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가정과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풀려고 하는 걸까 궁금했다. 탄소포인트제도나 녹색당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착한전기모임이나 과천대안교육현장(공동육아, 대안학교, 방과후학교)들이 벌여내는 아나바다 운동과 에너지 자립 활동들이 그나마 보이는 정도이다. 그런데 시에서 실시한 2016년 과천시민들의 의식 조사를 보면 과천시민들은 무엇보다 과천을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를 꿈꾼다고 나와 있다. 녹색환경도시란 시민들의 바람이 시 정책의 전면에 서기 위해서는 무늬뿐이 아닌 실제 정책과 예산, 추동할 조직과 사람들을 일궈낼 풀뿌리민주주의가 절실하겠다.
교육이 삶을 바꾸고, 교육이 마을과 도시를 바꾸는 힘이 되길
6. 우리 동네 과천을 보면 전환마을의 맹아들이 많이 있다. 다섯 개의 생협 매장, 많은 교육과 생활 시민사회단체들, 많은 단체 활동가들과 다른 지역보다 상대로 많은 녹색당원 수, 과천품앗이와 지역화폐, 두 곳의 공동육아, 세 곳의 대안학교, 2개의 방과후학교와 마을공동체 사업들이 풍성한 곳이 과천이다.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에서 마을 만들기가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곳곳에서 마을공동체를 가꾸고 있고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도 많아졌다. 이는 비록 관점과 철학에서 좀 달리 생각해 볼 지점도 있지만 현재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과 꿈이 담겨있다. 덕분에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말한 간디의 말이 자연스러운 때다. 이러한 마을공동체야말로 자본 소비 도시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탈출구라는 것을 직감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이런 마을 만들기의 내용으로 전환마을이 영감을 줄 수 있는 거 같다. 교육현장에 있고 교육공동체를 가꾸는 사람들인 우리는 교육이 삶을 바꾸고, 교육이 마을과 도시를 바꾸는 힘이 되길 꿈꾸고 있는 터라 좀 더 자연스럽기도 하다.
사실 영국 토트네스 연수에 참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 있다. 대안교육현장들이 모인 전환교육모임에 꾸준히 참여 했던 것도, 자립과 자연을 교육밑그림에 바탕으로 잡아 교육활동을 구성한 것도 모두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가 그대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고 시대에 맞는 교육실천이란 마음이 있다. 학교를 넘어 마을이 아이들 삶을 가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게는 양지마을, 크게는 과천이란 도시가 아이들 삶을 가꿀 것이다. 그러려면 교육공동체 사람들이 마을을 위해 일하고 마을공동체를 가꾸는데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일찍부터 마을을 위한 일들을 벌여오고 있다. 교육공동체의 진화, 마을 속 작은 학교로 자라잡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학교를 넘어 에너지 자립과 행복한 공동체마을을 만들어가는 전환마을운동과 전환교육운동
6-1. 기후변화와 석유문명의 종말, 핵 위험 시대에 새로운 삶의 방식, 삶의 전환을 위해 자연주의(생태주의)를 교육의 바탕으로 잡고 에너지 자립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전환마을운동과 전환교육운동이 우리 학교와 교육공동체의 진화에 영감을 주고 내용을 살찌울 수 있다. 뜻이 있는 여러 대안학교 선생들과 전환교육준비모임에 세 차례 참여한 내용을 교육연구모임에서 소개하며 겨울 전환마을로 알려진 영국 토트네스를 방문하는 연수 사전 공부가 되었다. 가까운 성대골마을과 멀리는 홍동마을 처럼 전환마을의 훌륭한 보기들이 있어 뿌듯하다. 학교 설립 때부터 우리 학교 교육 정신과 내용, 교육 과정에는 이오덕 교육 사상과 함께 자연주의(생태주의) 사상이 바탕이 되어 일과 놀이교육으로, 자연 속 학교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과정이 굴러가고 있어 교육과정에서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지역과 사회의 전환을 위해서는 생각하고 실천할 게 많다. 일과 놀이 교육과정에서 담고 있는 농사, 에너지 자립, 적정기술(생활기술) 교과(직조, 목공, 생산하는 수공예 활동)들이 더욱 풍성해져 교육과정을 살찌우고 있다. 움집, 나무집을 짓고, 평상을 만들고, 빗자루와 바구니를 만들고, 직조와 스타돔, 텃밭 채소로 음식하기부터 발효와 효소 만들기, 빵 굽기를 일상으로 펼치고 손끝활동으로 집, 밥, 옷 살림 영역에서 자립의 방향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학교를 넘어 마을, 고장으로 전환을 말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우정과 환대가 살아있는 공동체 마을, 호혜의 경제가 살아있는 마을을 위해 마을가꾸기를 부지런히 하고 있지만 전환마을운동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모닥불 둘레로 모여들 수 있는 즐거운 자립 거리가 많아야겠다. 우리가 꿈꾸는 마을이야기는 줄곧 되는 셈이다. 교육과 자연(생태)이 자연스러운 양지마을에서 과천으로, 전환마을 전환도시 울림을 위해 내가 우리가 바꾸어야 할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6-2. 지난해 12월 무지개학교 선생들과 우리 학교 선생들이 모여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안성균 교장으로부터 전환교육과 전환마을을 주제로 두 시간 강의를 듣고 함께 저녁밥을 먹었다. 우리학교에서는 교육연구모임에서 안성균 교장이 만든 자료를 보며 한 번 나눈 이야기라 익숙하다. 맑은샘학교도 전환교육 현장으로 소개해서 교사 연수가 그대로 학교 교육과정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역동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원동과 과천동에서 저마다 마을을 가꿔가는 무지개와 맑은샘이 과천에서 할 노릇이 많다. 예전 과천자유발도르프, 무지개, 맑은샘 세 학교가 서로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 뒤로 오랜만에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들이 꾸준히 연구할 주제로 전환교육과 전환마을운동이 마중물 노릇을 하겠다. 일과 놀이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자연주의(생태주의) 교육과정, 마을 속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맑은샘, 교육마을을 꾸려 학교를 세우고 살림반 교육과정(프로젝트)을 특징으로 하는 무지개가 저마다 특별한 교육과정으로 아이들 삶을 가꾸고 있지만 대안교육의 철학과 뿌리는 크게 비슷하다. 그러니 학교를 넘어 마을을 꿈꾸고 과천을 전환도시로 가꿔가는 꿈이 그대로 우리 교육과정을 살찌우며 마을 속 학교로 자라잡는데 큰 도움이 되지 싶다. 집, 밥, 옷 살림 영역이 마을 속에서 자립하는 흐름으로 이루어지도록 과천시 대안교육연대인 무지개와 맑은샘이 할 일이 있다. 먼 훗날이 될지 멀지 않은 때가 될지 모르지만 두 학교가 통합을 말하고 과천에서 소중한 교육 자산이 되어 다양한 교육생태계의 한 흐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교육 중심으로 우리를 세워 더 풍요럽게 아이들 삶을 가꾸도록 전환교육과 전환마을 개념이 안팎으로 울림을 주는 불쏘시개가 되면 좋겠다. 교육과 자연(생태)이 살아있는 전환마을, 전환도시 과천, 할 만한 일이지 않은가. 세상을 바꾸는 교육의 힘, 지역의 힘이 필요하다. 학교와 공동체의 진화를 위해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하다. 그 마중물 노릇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영국 전환마을 연수를 준비하는 공부들이 새로운 영감을 주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기회가 된다.
7. 영국 킨세일과 토트네스는 보여준다. 농사의 가치, 공동체성의 회복이 시작임을. 누구나 상상하고 들어본 적이 있는 시나리오이지 않은가. 이상 기후변화로 닥친 전 세계 흉년이 몰고 올 재앙은 먼 미래가 아니다. 인류의 생존을 걱정하는 시대라고 모두 말하고 있지 않는가. 지나치지 않다. 국가시스템과 세계자본의 거대한 전환을 기다리기엔 개인은 너무나 무력하기에 마을과 공동체가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오히려 닥쳐올 파국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이웃과 소통하는 공동체성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지 않을까. 관계와 소통, 우정과 환대가 살아있는 공동체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 아닐까를 토트네스는 말하고 있다. 함께 사는 게 좋아 같이 집을 짓고, 우리아이들로 내 자식을 키우기 위해 선택한 공동체가 노후대비 아닐까. 석유과 원자력에서 벗어나 생산하는 삶을 살아내는 작은 실천이 시작이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데 돈이 기준이 되지 않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은 지금 나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 일지도 모른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보다는 함께 손잡고 작은 시작을 하는 게 낫다. 자각과 실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