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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당 상호 : 온양식당 2) 전화 : 041) 833-0021 3) 주소 : 부여군 세도면 간대리 138번지 4) 주요 음식 : 우여회무침 |
2. 맛본 음식 : 우여회무침 (60,000)
3. 맛보기
1) 전체 : 우여회무침과 여러 곁반찬, 솜씨 좋은 동네 아낙의 밥상을 받는 느낌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어려 있는 묵은 솜씨가 아니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밥상이다.
2) 주메뉴 우여회무침 : 우여에 부추와 미나리를 주요 부재료로 하여 무친다. 무침 양념장은 갖가지 소스를 사용한다. 소스로는 여러 엑기스를 사용하는데 미나리즙, 매실청 등이 주요 재료다. 매실청은 씨를 빼고 살로만 만든다. 씨에서는 나오는 나쁜 맛은 음식 맛에도 몸에도 좋지 않다.
우여회는 봄이 제철이다. 봄에는 뼈째 썰어 회무침으로 먹는데, 가을 우여는 뼈가 억세져 먹기 힘들다. 봄에는 생물을 바로 상에 올리지만, 가을에는 진공포장된 냉동생선으로 만든다. 포장 단위대로 요리를 하므로 2인이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 된다. 진공포장이 가능하지 않던 시절에는 냉동육은 냄새가 나서 먹기 좋지 않았다. 이제는 큰 차이 없이 즐길 수 있다. 좋은 세상이 되었다.
우여회무침은 무침장이 관건이다. 달금하고 신 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무침장으로 미나리 부추를 함께 무치면, 이 맛이 우여에 어우러져 풍미가 배인다. 애써 맛을 나누어 느껴보려 하면 혀에 닿는 고추장 맛도 예사롭지 않다. 고추장도 직접 담가 쓴단다. 고추장 자부심이 대단하여 순창고추장은 감히 대지 말라 한다. 이 무침장 맛을 내려고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까. 최상의 식재료 우여에 어우러진 무침장의 조화, 장인의 솜씨가 활짝 핀 음식이다.
곱게 붉은 빛으로 태깔을 자랑하지만, 짜지도 맵지도 않다. 신맛도 상큼하게 돈다. 주눅 주지 않는 신맛이라 상큼함을 즐길 수 있다. 밥 없이 따로 먹어도 좋을 음식이다. 음식이 아니라 애정 어린 작품을 만난 듯한 느낌이다.
보조메뉴 : 집반찬으로 널리 먹는 밑반찬류가 주로 오른다. 찐고추무침, 무말랭이무침, 오이지, 깻잎장아찌, 곤드레나물장아찌 등등. 서운하다면 좀더 풋풋한 채소는 왜 같이 안 나오는 걸까 하는 것.
3) 반찬 특기사항 : 깻잎장아찌 등 밑반찬에서도 장맛이 예사롭지 않음이 감지된다. 깻잎장아찌의 사근사근 연삽한 감촉은 부드러운 장맛이 적당히 배인 덕분이다. 찐고추무침도 간장 간 맛이 얍삽하지 않다. 천연의 조미료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다. 깊은 맛, 편안한 자연의 맛을 찾고 싶으면 생각날 것이다.
묵은 솜씨는 내려 받은 맛 감각에,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감각에, 스스로 기울이는 노력이 어우러져 빚어낸 것이다.
4) *밥 : 압력밥솥이 아닌 일반 냄비에 한다는데 고슬고슬하면서 적당히 차진 것이 일품이다. 회무침은 밥에 비벼먹기도 하는데, 비비는 밥은 너무 되도 질어도 제맛이 안 난다. 비빔 거섶들과 같이 잘 섞여야 하므로 밥알의 찰기와 탄력이 중요하다. 밥알에 거섶맛이 너무 깊이 배여도 식감이 좋지 않다. 밥알에 적당히 거섶맛이 배이면서 밥이 제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딱 적당하게 해낸 밥이다. 밥의 신이다. 거기다 손님이 올 때마다 냄비에 따로 따로 해내면서 거기 눌린 눌은밥은 따로 낸다. 밥맛은 정성의 산물임을 확인한다.
* 누룽지 : 누룽지는 밥이 다 되면 조금 눌려서 밥을 푸고 난 다음 뚜껑을 열고 눌린다. 수분이 빠지면서 누룽지가 절로 오그라들어 오목한 솥 모양이 된다. 누룽지 몫으로 쌀의 1/6을 쓴단다. 누룽지는 사실 밥만큼 실한 음식인 것이다.
밥을 다 먹은 사람에게만 누룽지를 준다. 어떤 손님들은 맛있다고 하나 더 달라고 하기도 한다. 한 솥에서 누룽지 두 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 더 주겠다 응대한다. 주인 아주머니의 농이 더 맛갈지다. 그렇게 하나하나 즉석에서 해내서 대접한다. 친정엄마에게 와서 먹고 가는 기분이다.
* 후식 오디차 : 꿀과 설탕을 넣고 직접 담갔다는 오디차는 깊은 맛, 약간만 달금한 맛이 어우러져 풍미가 진했다. 물을 한참 부어도 진한 맛이 그대로다. 오디 덩어리는 수저로 떠먹는다. 귀한 오디차는 이렇게 버리지 말고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4. 맛본 때 : 2017.9.
5. 음식 값 : 우여회무침 (60,000)
6. 맛본 후 <우리 할머니의 음식>
식당을 어렵게 찾아 들어서는데 시골 익숙한 툇마루 정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평상위에는 꼬득꼬득 말라가는 호박꼬지가 잔뜩 펼쳐져 있고, 안에서는 안주인이 고추를 다듬고 있다. 봄에는 생물의 제맛을 즐기려는 손님이 줄을 서 기다려서 먹기 때문에 손님과 얘기할 새가 없단다.
제철 아닌 가을에 한가하게 찾은 손이다 보니 여유 있게 음식 유래, 식당 유래 등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호사를 누렸다. 시원스럽고 성의 있는 답변 덕에 대화는 자연스레 주인아주머니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 식당 개업한 지는 36,7년쯤 되고 상호는 온양에서 시집 와서 온양식당이라고 했다 한다. 지금은 냉동 우여라 제철보다 못하므로 봄에 다시 와서 꼭 먹어야 한다고 다짐을 받는다.
고추씨를 빼며 직접 다듬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하는 사람에겐 지난한 일로 보였다. 일일이 고추의 배를 갈라 씨를 빼내는데 곱고 예쁜 것은 그냥 놔두고, 맛을 버리는 거뭇한 씨만 다 빼낸다. 다른 사람들은 할일도 야속히도 없다고 하나, 내가 못 먹는 걸 어떻게 하나. 나 못 먹는 것을 손님에게 먹일 수 없으니 일삼아서 해야지 별 수 없다.
나는 평생 내가 먹는 거, 가족이 먹는 거, 손님이 먹는 거 똑같이 구분 안 하며 살아왔다. 손님은 내 가족과 같다. 방부제 들어간 거 하나도 안 쓴다. 고추를 다듬고 나면 저녁에도 매워서 손으로 눈을 못 비빈다. 눈과 손은 매워도 속은 편하다.
양념은 모두 이렇게 직접 만든다. 고추장도 이렇게 씨 뺀 고추로 직접 만든다. 식초도 만들어 쓴다. 매실청, 미나리즙 등등 모두 직접 만든다. 매실청 만들 때는 밤꿀을 넣어야 한다. 일반 꿀이나 호주산 꿀보다 오메가가 더 많이 들어 있다 한다. 영양뿐만 아니라 맛도 다르다.
당시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우여회에 반드시 필요했던 산야초 식초제조법이 아직도 민간에게 전수되어 내려온다 하는데, 아주머니의 비법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복어도 하고 오리도 하고 계절별로 여러 가지 했는데 이제는 우여회 하나만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을 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재료가 비싼 우여회만 하니까 인근 사람들은 자주 올 수 없는 식당이 되어 버렸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그 대신 오면 최대한 정성을 다한다.
식당은 외양도 허름하지만 실내는 더 허름하다. 건물을 새로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사람들도 말리고, 낡았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아서 그대로 쓴다. 아마 나중 아들이 물려받게 되면 그때는 새 건물 올려서 쓸 것이다.
건물이 이렇다 보니 불평을 하는 손님도 있다. 하루는 어떤 회사에서 직원들이 많이 왔는데 회장님 자리가 불편하다고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여기는 이렇게 생긴 곳이니 먹고 싶으면 여기 앉아서 먹을 수밖에 도리 없다고 했다. 회장님이면 회사에서나 회장님이고, 여기서는 모두 똑같은 손님일 뿐이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왔는데 군소리 없이 먹고 갔다. 이제 고마운 손님이 되었다.
여기는 전라도와 인접한 곳이어서 말투에 전라도냄새가 배였다. 온양 친정 식구들은 불만이 있지만 사는 곳이 여긴 걸 어떻게 거스르는가.
옛날에는 반촌 민촌을 막론하고 할머니들은 모두 이랬었다. 투박한 애정과 당당함, 이것이 이제 별난 것이 되어 주목을 받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 할머니들은 누구나 가진 삶의 고향이고 근원이었다.
그런데 이 분은 여기에 음식 솜씨를 하나 더 얹어 가지고 계셨다. 부모님에게 대학 보내는 자식으로 뽑히지 못한 불만은 이와 같은 삶의 지혜로 상쇄되었다. 그래서 할머니 마케팅 대신 부여에 와서 ‘온양’이라는 생뚱맞은 지명을 식당이름으로 삼아도 우여회 전문음식점으로 일가를 이룰 수 있었던 거다.
*자하와 씨를 뺀 매실청이 보인다.
허리가 고부라졌는데도 몸이 성치 않은데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위해 고추를 다듬고 야채즙을 거르고, 채소를 손질한다. 며칠 전에는 잔 새우 ‘자하’를 강경까지 가서 사가지고 왔다. 자하를 써야 새우젓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 ‘내 손에 밥 얻어먹는’ 누구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한 그 마음, 살아있는 그날까지 움직이며 삶의 의미를 이렇게 다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우리의 힘, 인간의 힘이 아니겠는가. 내년 봄에 다시 와서 제철 우여맛과 함께 그 솜씨와 입심을 다시 확인하리라, 맘먹는다.
한국신명나라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
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
*식재료인 우여/웅어/위어에 관한 글은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와 웅어회(우여회)>를 보시면 됩니다.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is1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