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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한스푼
:뻔한 전개
"존나 깐깐하게 구네."
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 이 거지 같은 회사는 왜 사장이 더 많이 일하는 거냐고. 신경질적으로 풀어헤친 푸른 넥타이가 아슬아슬하게 윤기의 목덜미에 매달렸다. 평소에 잘 읊지 않는 욕까지 뱉고 왔음에도 분이 가라앉지 않는 건지, 윤기는 연신 차가운 물만 벌컥벌컥 삼켜내며 씩씩거릴 뿐이었다. 그런 윤기의 모습에 괜히 옆에 있던 송비서가 눈치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자, 그 옆 소파에 누운 지민이 가봐. 하고 말하며 가볍게 턱짓을 해 보였다.
그런 지민의 말에 단숨에 허리 숙여 인사한 송비서가 대표실을 나가자, 지민은 다시 시선을 제자리로 두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밝고 멍청한 뿅뿅 거리는 소리가 다시 대표실을 채우고, 윤기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에 시선 하나 옮기지 않으며 게임을 하던 지민이 왜. 뭐. 말할 거 있음 해. 하며 답하자, 헛웃음을 가득 내뱉은 윤기가 물잔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좁혔다. 여기가 너네 집 안방이냐?
"우리 집 안방 같은 네 사무실이지. 왜."
"나랑 9년씩이나 알고 지냈으면서 아직도 내 말이 꺼지라는 소리로 안 들리나 봐. 곱게 말하면 알아서 알아들어야지."
"잘 알아들어서 여기 이러고 있잖아. 오늘은 또 무슨 일인데. 김상무가 또 시비 걸어?"
여전히 시선을 옮기지 않은 지민이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물었다. 그에 잔뜩 미간을 좁힌 윤기가 어. 그러니까 화풀이 좀 하자. 하며 지민에게로 다가가 휴대폰을 빼앗아 내던졌고, 야! 하며 소리친 지민이 재빠르게 제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화풀이할 거면 나한테 해! 예쁜 내 휴대폰이 뭔 죄야?!
"어차피 니가 산 거 아니잖아."
"누가 샀든 내껀 내꺼잖아!"
"커플로 맞춘 휴대폰 헤어지고도 들고 다니는 거, 안 쪽팔리냐? 미련 있어?"
"....없을 거 같냐?"
병신. 지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식 웃으며 답한 윤기가 걸음을 옮겼다. 그에 뭐? 병신? 야, 모태솔로보단 미련 있는 병신이 났거든?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지민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씩씩거렸고, 그런 지민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윤기는 차키를 집어 들어 지민에게 내던졌다. 가자. 졸려. 하는 외마디 말과 함께.
겉모습만 따지자면 잘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온실 속 화초처럼 보이는 윤기였지만, 그건 윤기가 아닌 지민에 대한 설명이었다. 순전히 노력으로 기업을 세워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3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위치에 이르렀으니, 그만큼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윤기는 더더욱 사람을 도구로 밖에 취급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이용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지민은 그 중 유일하게 윤기가 믿고 의지하는 친구였다. 애초에 돈 많고 집안 좋은 박지민이 어떻게 윤기와 엮이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어느샌가부터 박지민은 민윤기의 곁에서 민윤기의 화풀이를 다 들어주고 있었다. 기업의 주식이 나날이 떨어져 윤기가 눈물을 보일 때도, 투자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처음 그들에게 무릎을 꿇어 보인 그때도. 박지민은 항상 윤기의 곁에 있었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위치에 있는 민윤기가 신기하다나 뭐다나. 그 이유만으로 윤기와 친해졌다는 것을 애초에 믿지도 않는 윤기였지만, 박지민을 만나고부터 고생길이 줄어든 걸 보면 박지민이 민윤기 몰래 손을 쓴 적도 있는 것 같아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박지민과 친해져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지민이 모는 차를 타고서 도착한 곳은 그들이 매일 가는 클럽이었다. 지민이 본래 자주 가던 클럽이기도 했고, 지민을 이곳에서 처음 만났기에 그때부터 쭉, 자연스레 술은 여기서 마시게 되었다. 지민은 매번 합법적으로 여자들과 놀 수 있는 곳이라며 클럽을 자주 오곤 했지만, 윤기는 아니었다. 순전히 잠을 자기 위해. 신기하게도 시끄러운 곳일수록 잠이 잘 오곤 했다. 그래서 피곤할 때면 집이 아닌 이 클럽을 찾는 것이 습관 아닌 습관이 되었을지도.
지민과는 클럽에 들어가는 동시에 흩어졌다. 지민은 어렸을 적부터 이런 곳에 익숙한 아이었고, 윤기는 아니었으니까. 윤기가 들어서자 익숙히 웨이터가 인사를 건네며 익숙한 방으로 안내했다. 느릿한 걸음으로 계단 한 칸, 한 칸을 올라 방에 다다른 윤기는, 4시간 뒤에 깨워. 하고 말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어 냅다 넓직한 소파 위로 누웠다. 언제쯤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호구새끼야. 넌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냐?"
".............."
"그러게 거길 뭐하러 갔어. 내가 가지 말랬지. 여긴 또 왜 왔어. 너 정말 이럴래?"
".........."
"내가 너 때문에 이런 곳까지 와서 널 데려가야겠냐고!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놈이랑 친구를 하,"
쫑알쫑알 시끄러. 졸리단 말이야. 졸린 눈을 하고서 눈을 비빈 정호석이 제 품으로 날 끌어안았다. 그에 미친놈아! 하고 소리친 내가 정호석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술에 떡이 된 무적에게는 별 소용 없는 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내가 계속해서 발버둥을 치자, 곧바로 나의 팔을 꽉 껴안고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든 정호석은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졸리다고, 나. 하며 낮게 속삭여 보였다.
지독하게 잔인하다. 물론 넌 아무 죄가 없지만, 모든 죄는 나에게 있지만, 너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눈치가 없는 건지. 결국 정호석의 품에 안긴 채 가만히 있자, 정호석은 그대로 날 품에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가쁜 숨을 골랐다. 아니, 간간이 예은아. 예은아. 하고 중얼거렸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아닌 건가.
"내가 바보 같아 보이는 거 다 알아."
"........."
"나한테 관심 없는 거 다 아는데. 심심할 때마다 나한테 연락하는 것도 다 아는데."
"..........."
"보고 싶은 걸 어떡해."
네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나락으로 가라앉는 날 알기는 할까. 너와 친구라는 이름으로 5년을 같이 보내는 동안, 난 단 한 순간도 널 친구로 생각한 적 없었다. 5년째 티를 내는 중이지만 넌 단 한 번도 알아챈 적도 없었고, 헤어진 지 1년이나 된 예은이를, 널 이토록 힘들게 하는 예은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알겠으니까 좀 놔. 난 무슨 죄인데."
"죄가 없긴 왜 없어. 많잖아."
"....내가 뭘. 무슨 죄."
"바보 같은 죄. 너 바보 맞잖아."
"....무슨 개소리를 하는,"
"바보같이 왜 좋아해. 이대로 있으면 어디 덧나?"
".........."
"됐어. 술 너무 많이 마셨나봐. 조금만 이러고 있다가 가자."
알 수 없는 너의 말에 미간을 좁혀 보이려는 찰나, 더욱 꽉 날 안아 보인 너가 너의 손으로 나의 뒤통수를 조심히 쓸어내렸다. 너의 따뜻한 숨결은 진득이 나의 품에 닿았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찬찬히 나를 물들여 갔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 소리가 들릴까, 나에게서 냄새가 나진 않을까, 내 속마음을 눈치채진 않을까. 정호석의 품에 안기고 있음에도 편히 웃어 보일 수 없었다. 그저, 이렇게라도 너의 품에 안기는 순간이 영원하기를.
"와, 진짜 졸리다. 방금 잠들 뻔 한거 있지."
".........."
"더이상 못 있겠어. 집에 가자. 나 데려다줘."
"...다른 애들은 다 남자들이 집 데려다주던데. 왜 우린 맨날 내가 데려다주냐."
"넌 호구니까.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너 같은 호구를 비교하냐?"
"뭐? 이게 술 취했다고 봐주니까 까부네. 죽을래?"
"죽을래는 무슨. 팔 짧아서 때리지도 못하면서."
술 좀 깨서 올게. 여기서 기다려. 누가 말 걸면 그 짧은 팔로 때려보던지. 끝까지 얄밉게 말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정호석이 나를 향해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곤 남자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내게서 눈길을 떼어내지 않으며, 말없이 가드를 세워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흉내를 내며 내게 장난을 쳐왔다. 분명 화가 나야하는데도 그런 정호석의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걸 보면 정말 내가 미친 걸까. 차라리 네가 내 친구가 아니였음 했다. 이럴 때일수록, 네가 내게 잘해줄수록, 난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까.
"계산해주세요. 얼마예요?"
"네? 일행분이세요?"
"네. 계산해주세요. 얼마예요?"
가만히 있으라던 정호석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내가 카운터로 가 계산을 부탁하자, 많이 당황한 듯한 직원 언니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내가 건넨 카드를 받아들었다. 그리곤 계산을 하면서도 힐끔힐끔. 날 바라보기 일쑤였고, 나와 두 눈이 마주칠 때면 얼른 그 눈길을 거두어 들였다. 또 시작이다. 그 매서운 두 눈으로 나의 옷차림과 생김새를 확인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 아니, 왜 그 더러운 인기는 죽지도 않는건데. 자기가 아이돌이냐고. 사생팬이 왜 있어, 사생팬이. 느릿느릿 계산을 하며 내게 둔 시선을 떼어내지 않는 것을 보니, 날 정호석 사생팬으로 단단히 착각한 모양새였다. 그에 익숙히 미간을 좁힌 내가 사생팬 아니고 친구 맞아요. 카드에 문제 있는 거 아니면 그만 쳐다보셨으면 하는데. 하며 답해보였지만 그렇다고 의심을 하지 않을 직원 언니가 아니었고, 난 결국 또 정호석을 기다려야만 했다. 내가 이래서 집에서 보자니까. 말도 안듣고..!
"저기, 결제 안되는 것 같은데 그냥 제 카드 쓰세요."
"....제가 왜요?"
"그쪽이 모르는 사람 술값 계산해주는 이유랑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왜일까요?"
"...모르는 사람 아니고 일행이에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해요."
"아닌데. 방금 왔잖아요 그쪽. 내가 방금 온 거 다 봤거든요. 그쪽 마음에 들어서."
"...일행 맞아요. 정말 마음만 받겠습니다. 하던 일 보세요."
"이게 제가 하던 일이라서요. 몇살이예요? 못 보던 얼굴인데."
"............"
"이 클럽 다닌 지 얼마나 됐어요? 딱 보니까, 발 담근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돈 필요해요? 제 카드 그쪽 줄까요? 평생 내 돈 쓰게 해줄 수 있는데."
"............"
"여긴 이러고 놀아요. 얼마 예상하고 왔어요? 불러요. 내가 더 비싸게 쳐줄게. 그만큼 더 앙큼하게 굴어야하는건 잘 알죠?"
뭐 이런 미친놈이. 앙큼? 앙크음?? 아직도 세상엔 미친놈들이 참 많구나? 어떻게 내 표정을 보고도 저렇게 태연하게 말할 수 있지? 머리는 장식으로 달린건가?? 그딴 개소리나 해대려고?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탓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폐기물 따위 당장 뺨을 갈기고 욕을 퍼부어주면 그만이었지만, 내일 아침 '클럽 폭행녀. 알고보니 정호석 선수와 친구로 알려져..' 따위의 기사가 인터넷 메인 화면을 차지해버릴 것만 같아 꾹 참아보기로 했다.
괜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잔뜩 표정을 구겨 보인 내가 남자의 카드를 받아들자, 내게 카드를 뺏긴 남자가 뿌듯하다는 듯 씩. 웃어 보였다. 여자들은 어쩜 그렇게 다 쉽니? 한심하게. 하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웃음이었다. 웃어? 웃니? 그런 남자의 태도에 한 번 더 헛웃음을 가득 내뱉은 내가 단숨에 받아든 카드를 반 토막 내자, 그제서야 사색이 된 남자가 제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내가 널 때릴 이유가 생기지 시발넘아. 뭐, 앙큼? 다시 짖어봐 이 개새끼야. 이래서 돈 있는 것들이 싫어. 하나 같이 자기 중심적이고.
"이,이게 뭐하는 짓이야?!"
"뭐가요, 시발. 나 가지라며."
"미친년이! 별 거지 같은게 누구 카드를!!"
"뭐? 별 거지 같은게? 자꾸 상황파악 못하고 짖어댈래?! 소음 공해로 피해 받는 내 귀가 무슨 죄야?? 너 돈 많니?? 나랑 경찰서 가서 콩밥 좀 먹고 올래??"
"이게 미쳤나. 어디서 남자한테 큰소리야?! 니네 엄마가 너 이러고 노는 건 아냐?! 하, 딱 보니까 사이즈가 나오네. 너 꽃뱀이지? 이런 식으로 남자한테 빌붙어서 신음만 흘려대고. 니가 방금 부러트린 카드가 어떤 카드인 줄 알아?? 돈 많냐고? 하, 넌 좀 있냐? 딱기다려. 너, 내가 신고할 테니까. 참고로 내 사전에 합의란 없거든.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테니까 미리 돈 좀 뽑아놔라 썅년아."
비스듬히 오른 입꼬리를 올려 보인 남자가 날 매섭게 노려 보고는, 내가 보는 앞에서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곤 어, 김변호사. 여기 웬 미친년이 하나 있어서. 다시 힘 좀 써줄 수 있지? 하며 또다시 짖어대기 시작했고, 난 또 한 번 나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게 돼었다. 그냥 정호석 말 듣지 말고 딱 한대만 칠까? 딱 한대만. 한대는 티도 안나지 않나?? 급소만 피해서 치면 별 일도 없을텐데.
나 자신과의 싸움의 문턱에 선 채 날 거지 취급하는 별 거지 같은 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엄한 곳에서 튀어나온 웬 낯선 남자가 다짜고짜 이 남자의 뺨에 주먹을 날렸다. 그에 깜짝 놀란 내가 마치 비련의 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화들짝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서자, 잔뜩 화가난 듯 보이는 저 남자가 다시 한번 주먹질을 하며 죽일 듯이 사람을 패기 시작했다. 소란스런 소리에 춤을 추고 술을 마시던 사람들도 점차 이쪽을 향해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여러 여자와 온몸을 부비며 잘 놀고 있던 한 남자는 이쪽으로 시선을 한 번 주다 크게 경악하며 빠르게 다가왔고, 야! 민윤기!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하고 소리치며 주먹질에 정신이 팔려 있는 저 남자를 필사적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죽일 듯이 사람 패는 저 남자 이름이 민윤기인건가? 오, 이름 좆간지나. 개멋있다.
"야, 민윤기!! 너 또 왜 괜한 사람한테 화풀이야!! 화풀이는 나한테 하라고, 나!"
"시끄러."
저 멀리서부터 뛰어와 자신을 말리기 시작한 남자의 손을 치워내고서, 결국 쿵. 하며 저 별 거지같은 놈이 바닥을 나뒹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주먹질을 멈춘 민윤기란 남자가, 가쁜 호흡을 고르며 구겨진 옷깃을 정리했다. 그에 잔뜩 피가 터져 퉁퉁 부어오른 입술을 한 채 엉엉 울어 보인 별 거지같은 남자는 또다시 변호사, 내 변호사 어딨어!! 하며 짖어대기 시작했고, 남자의 비명이 더욱 커지자 귀가 따가웠던 건지 한 번 더 별 거지 같은 놈의 배를 걷어찬 민윤기가 잔뜩 표정을 구기며 작게 욕을 읊었다. 도대체 클럽 관리를 어떻게 한거야. 하고 중얼거린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이 클럽 사장님이신건가? 자기 클럽 이미지 망가질까봐 별 거지같은 놈도 패주신거고?
"이새낀 뭘 잘했다고 아까부터 쳐 울어. 야, 너 일어나봐."
"민윤기, 너 진짜 미쳤냐? 이거 기사나면 어쩔거야. 깡패라고 기사나면 어떡하려고 이래...!"
"너 돈 쓰는게 취미아냐? 니가 막아."
"내가? 미쳤어?"
"저기, 별 거지 같은 니새끼는 꼬우면 병원비는 나 말고 이 새끼한테 청구하세요. 내가 좀 바빠서."
"뭐? 나? 내가 저 인간 병원비를 왜 내? 미쳤어?"
"괜한 사람 말고 너한테 화풀이하라며. 하잖아, 화풀이."
"뭐? 야, 민윤기!"
사람 하나 실컷 패놓고서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긴 민윤기는, 샴페인을 들어 자신의 손에 부으며 자그맣게 욕을 읊었다. 새하얀 샴페인이 민윤기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상처 하나 없는 새하얀 민윤기의 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민윤기를 보며, 사실 부럽기보단 허탈감이 먼저 들었다. 역시 돈 좀 있는 놈들은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구나? 누군 기사 하나 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아주 바람직한 돈지랄이네. 바람직한 돈지랄이야.
내 처지에 옅은 한숨만 푹푹 내쉬며 그저 멍하니 민윤기를 바라보고 있자, 주위를 둘러보던 민윤기의 시선이 나에게로 멎어들었다. 그에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한 내가 괜히 텅 비어있는 허공을 바라보자, 뚜벅뚜벅. 낮은 굽 소리를 내며 나에게로 다가온 민윤기가 덥석. 나의 손목을 낚아채었다. 그런 민윤기에 깜짝 놀란 내가 ㅈ,저는 왜요...?? 저는 저 사람이랑 일행 아닌데요..! 지나가는 행인인데..! 하며 찌질하게 굴었지만 민윤기는 피식. 웃어 보일뿐 내 손목을 놓지 않았고, 되려 낚아챈 나의 손목을 이끌며 이 클럽을 빠져나갔다. 무미건조한 한마디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쪽은 내가 병원비 청구해야 하니까 나 따라와요."
".........."
"그냥 튀려는 생각이었으면 지금 접고."
+우리 1006일 입니다 하하 앞으로도 오래 봐요 우리♡
+해리포터는 나중에 그냥 특펼변으로 쓰려고요 ㅎㅅㅎ 기대하세요!
첫댓글 민융기 해결사 뚜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