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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서는 회독보다 발췌독을
회독은 일반적으로 어떤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거나 학습하는 행위를 말한다. ‘XX책을 몇 번 돌렸다’는 식으로도 표현한다. 요즘은 공시생들 사이에서 ‘어차피 이론서에 있는 내용을 다 보는 것보다 그냥 요약집으로도 충분히 고득점 가능하다’라는 소리가 돌고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돌고 난 다음 상당수의 공시생의 취한 행동은 ‘요약서 무한회독’이었다. 이론서를 계속 읽다보면 점수가 올라간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고 그 대상만 기본서에서 요약집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보면, 심지어 합격수기를 보더라도 ‘요약집만을 무한회독했다’거나 ‘필기노트를 10회독 했다’는 자랑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가지 미리 적자면, 공시생 중에는 이론서 회독을 통한 공부 효과가 다른 방법보다 높은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회독 체질’인 공시생에 자신도 포함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론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도 막상 과목별 동형모의고사, 5과목 100문제의 실전모의고사에서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정말로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이론을 실전에 적용 못하고 있거나, 이론서의 모든 내용을 똑같이 읽고 있다보니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보강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요약서만을 계속 읽다보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국사 과목의 요약집은 대부분 ‘사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기본적인 사료만을 포함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사료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데 이를 생각하지 않고 이론만을 돌리는 사람이 꽤 있다. 사료를 공부한다고 하면 ‘사료’만이 들어간 교재를 다시 사야 하는데 그 책에 있는 사료는 대부분 기본서와 기출문제집에도 있는 사료다. 즉, 살 필요가 없는 책을 사는 것이다. 사료 특강은 또 어떤가. 그냥 기본서를 보거나 기출문제집을 보면 해결되었을 문제인데 돈을 추가로 써야 한다. 합격하기 위해선 돈을 아끼지 말라지만 안 써도 될 돈을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만약 공무원시험이 주관식 시험이었다면 이런 소리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공무원시험은 객관식시험이다. 4개(일부 5개) 선택지 중에 정답 하나를 찾는 작업을 100번 반복하는 시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시험은 ‘문제’ 중심의 공부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론 회독 중심보다는 문제 풀이 중심의 공부를 해야 한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실기’시험을 이론서 회독만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정말 교과서만 회독하면 수능 문제를 능숙하게 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선 ‘아니요’라고 답하면서 공시에 대해서는 ‘이론서 무한 회독’을 정답처럼 여기는 사람이 꽤 있다.
객관식시험을 객관식 문제 중심으로 공부한다면 이론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론서는 문제에서 찾을 수 없는 정보, 또는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론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이론을 무작정 읽는 것보단 문제를 풀면서 특정 이론에 대해 요약집이나 기본서를 찾아보는 것이 공시공부에 더 적합하다 생각한다. 이렇게 이론서에 필요한 부분만을 보는 것을 ‘발췌독’이라고 한다.
물론 이론서를 끝까지 읽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췌독이다. 기본서 전체 회독은 첫 1회, 정말 이해가 가지 않을 경우에 한해 2회독하는 것으로서 충분하다. 이론 회독을 통한 목표치도 달라야 한다. 이론서에 있는 모든 내용을 100% 이해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강사 수준으로 이론을 마스터한다면 분명 합격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치는 시험은 다섯 과목이다. 한 과목을 완벽하게 하기도 어려운데 다섯 과목을 마스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단과를 들으면서 강사가 강조하는 것 위주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아두는 것으로 충분하다(그래야 발췌독을 할 때 내용을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빠진 구멍들을 문제풀이를 통해 메꾸어 나간다고 생각하자.
# 문제풀이 회독의 기술 - 소거작업
이론은 간단하게 보고 발췌독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까? 문제풀이를 위주로 공부하는 만큼 문제도 잘 풀어야 효과가 있다. 이론 중심 공부를 하는 공시생은 ‘문제는 그냥 많이 풀어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문제풀이 과정에서 생각해볼 일반적인 문제를 정리해보자.
* 정답과 오답은 모두 확인해야 한다
시중에 파는 공부법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도 있지만 일본에서 번역을 거쳐 들어온 책도 많다. 그 일본산 공부법 중에 ‘정답만 보는 공부법’이라는 책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기출문제에서 먼저 정답만을 확인한 뒤에 정답과 문제를 연결시켜 암기한다. 그 뒤에 정답과 문제, 해설을 같이 보면서 이해한다. 이를 반복하면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나왔으면 정답은 이거다’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공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고려할 부분은 있다. 실제로 특정 주제에 대한 기출문제는 그 답도 동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를 묻는다면 그 답은 상당수가 ‘역할 갈등’이라는 단어를 ‘역할’로 바꿔 함정을 판 선택지다. 행정법에서 통치행위를 묻는 기출은 정답이 ‘대북송금행위는 통치행위가 아니다’를 ‘통치행위다’라고 바꾼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패턴화할 수 있는 문제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방식을 공시 문제 전체에 적용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영어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영어 독해 문제를 과연 문제와 정답 암기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사는 계속 오답이었던 선택지가 갑자기 정답 선택지로 출제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회에서는 표나 그래프를 주고 어느정도 추리와 계산을 통해 정답을 찾는 자료분석형 문제가 매년 예외없이 출제되는데 이런 유형의 문제는 단순히 정답과 문제 암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문제 해설을 같이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기출을 벗어나는 내용에 대한 대비가 힘들다는 맹점이 있다.
즉, ‘문제-정답 암기법’은 문제가 정형화되어 있는 문제은행식 시험에서 유용하나, 출제위원이 개입하는 시험에서는 문제를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바꿔서 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시험 문제를 풀 때는 ‘변형된 기출문제’가 출제되는 것에 대비해 정답뿐만 아니라 오답도 살펴봐야 한다. 정답은 왜 정답이고 오답은 왜 오답인지까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모든 선택지를 다 꼼꼼하게 보라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시험 출제자들은 가끔씩 ‘전혀 본 적이 없는 지문’을 선택지에 넣는 경우가 있다. 실제 시험장에서 정답을 찾지 못한 응시생은 이런 선택지를 보고 ‘설마 내가 배우지 않았던 것이 답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듣도보도 못한 선택지를 찍어서 그 문제를 틀린다. 국사에서 이런 문제가 특히 많다. 이른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내용’이라고 부르는 것들인데 이런 보기까지 열심히 챙겨볼 필요는 없다. 재출제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하는데도 ‘혹시 나올지도 모르니 다 해봐야 한다’라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계시다면 그 분은 공시보다는 로또에 도전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생각한다.
* 모르는 내용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
그렇다면 많이 봐야 하는 내용과 덜 봐도 되는 내용의 기준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기출문제집에 많이 나온 내용일수록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단원 전체를 살펴봐서 몇 번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기출문제집을 풀고 읽어나가다보면, 굉장히 많이 나오는 내용들은 기본적인 내용이고 워낙 많이 반복해서 보이기 때문에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너무 나오지 않는 내용들은 어차피 기억해도 금방 까먹을 지엽적인 내용들이다. 그래서 실제로 기출 회독에 있어서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은 너무 많이 나오는 내용도 아니고 너무 가끔 내용도 아닌 그 중간의 내용들이다. 알 것 같은데 헷갈린다거나 쉬운 것 같은데 틀린다거나 문제는 쉽게 푸는데 오답을 꼼꼼히 봐야하는 문제는 대부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중간 내용들을 꼼꼼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많이 보기 위해서 이미 아는 내용들을 지우는 작업, 이른바 ‘소거작업’이 필요하다. 해당 작업에 구체적인 방법을 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거작업의 목적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지우고 모르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성향에 따라 1) ‘아는 지문을 지우는’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2) ‘모르는 지문에 표시를 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1회독 때는 그냥 읽기만 하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회독부터 모든 지문에 OX를 치라는 사람, 1회독때부터 아는 지문은 과감히 지우라는 사람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이건 소거작업을 진행하는 공시생의 기본적인 이론 기반상태, 그리고 성격과 취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가능한 사항이다. 부디 방법에 얽매여 소거작업의 목적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진영 멘토행정법 기출문제집 17년판 222페이지
기출문제집에는 필기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것만 적었다
ㄱ~ㄹ 선택 문제는 알고 있는 보기만 OX를 표시해두었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는 문제는 V 도장 찍고
틀린 문제에는 X 또는 날짜 도장을 찍었다
김진영 멘토행정법 기출문제집 17년판 176페이지
보라색 볼펜으로 적힌 숫자가 해당 내용이 있는 기본서 페이지
행정법은 서브노트가 없었으므로 기본서 페이지를 표시하고
타 과목은 자체제작한 서브노트의 페이지를 적어두었다
# 필기와 서브노트 제작
실제 대학 때 필기
대학 때까지 글씨를 굉장히 작게 썼다. 지금도 좀 작은 편
계속 보관하다 최합 후 처분함
먼저, 보통은 필기를 이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이렇게 필기를 많이 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그리고 대학교 때에도 공부를 필기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방법(회독 위주라거나 문제 위주)이란 모험을 택하지 않은 결과다.
그리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이 ‘필기 중심의 공부’ 전략은 지금 전체 공시생 기간을 돌아볼 때 아쉬운 몇 가지 중의 하나로 남는다. 기나긴 공시생활을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 기간에 그냥 문제를 하나라도 더 푸는 것이 더 수험기간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생각과 별개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공시를 시작할 때로 돌아가더라도 필자는 아마 똑같은 전략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그 때 제일 잘 하는 것이 요약과 필기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라고 평소에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전략에 아쉬움을 느끼긴 하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어쨌건 필기만큼은 타 공시생 대비 괜찮은 편이었다고 나름 자부하는 그런 입장에서 몇가지 이야기를 적어본다.
필자는 필기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수업 시간에 거의 모든 내용을 받아적는 필기가 있고, 이를 다시 정리해서 깔끔하게 다시 적는 필기가 있다. 우선 강의를 들으면서 하는 필기는 최대한 자세하게 적는 것이 좋다. 단지 프리젠테이션의 내용, 적어주는 것만 필기를 할 거라면 차라리 그 필기가 적혀 있는 책을 사서 그대로 베끼는 편이 더 낫다. 요즘은 상당수의 강사가 프리젠테이션을 활용하는데 이 안의 내용은 기본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프리젠테이션보다는 강사가 직접 쓰는 필기와 하는 말에 집중하고, 이를 최대한 기록한다. 만약 수업을 들으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도 별도의 표시를 해서 적는 것이 좋다. 그런 순간적 발상이 수업이 끝나고 복습을 할때 큰 도움이 된 경우가 많았다. 물론 필기를 줄이고 빠진 곳을 다시 듣는다는 발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배속을 걸어 다시보기를 하더라도 더 효율이 나쁘다.
속기노트 일부
최대한 빨리, 모든 것을 적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간의 <<< 표시는 '이 부분은 기본서 내용과 동일하다'는 표현
그 외에도 시간 절약을 위해 화살표로 각종 표시를 해 두었다
⟰ - 강사가 '중요하다'고 언급하거나 2~3번 반복한 부분
⟱ - 강사가 '잘 안나온다'고 언급한 부분
⇚ - 책에 없으나 강사가 덧붙힌 표현(잡답, 곁다리 내용 등등)
⇛ - 들으면서 스스로 생각한 것들
빠르게 적힌 필기는 어떻게 겨우 읽을 정도지만 그걸 두고두고 읽을 정도로 깔끔하지는 않다. 그래서 ‘속기록’을 좀더 깔끔하게 다시 정리하는 걸 복습으로 삼았다. 이를 단과 2달동안 수업이 끝나고 나서 진행했고 단과 이후에도 보름 정도는 더 정리작업을 계속했다. 그 과정이 끝나니 과목별 서브노트가 완성되었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속기노트'는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버린다. 이후 기출문제집부터 문제풀이까지 이 서브노트를 중심으로 발췌독을 진행했다. 그러니까 1년을 전체로 보면 문제풀이 기간이 많았지만 그 앞부분이 일반적인 ‘문제 중심 공부’와 약간 차이가 있다.
필자는 서브노트용 양식을 따로 아래아한글로 만들어 사용했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싫다면 일반적인 연습장을 사용해도 된다. 풀제본된 공책은 필기와 넘겨보기에 불편하니 스프링제본이 된 유선 연습장을 추천한다. 필자가 굳이 양식을 따로 만든 이유는 시중의 연습장보다 훨씬 많은 40줄 연습장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적은 필기와 달리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에 녹색까지 용도로 따로 두어 사용했다.
이후 공시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론 회독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해당 손필기 서브노트를 전부 아래아한글에 입력해 전산화했다. PDF로 저장도 가능했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태블릿에서도 꺼내 참고할 수 있었고 매년 바뀌는 내용에 대한 수정·추가·삭제 작업에도 용이했다. 다만, 행정법은 만들지 않았다. 판례를 통으로 입력한다는 것도 어려웠지만, 매년 판례가 조금씩 빠지고 추가되는 것에 대해 수정하기가 어려웠다. 서브노트를 직접 만든다는 건 그걸 자신이 직접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후 수정작업까지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두가지를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는 각오가 없으면 직접 서브노트를 만드는 공부법은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필자도 행정법에 한해서는 그렇게 할 각오가 없었기 때문에 서브노트를 포기했고 대신 최대한 얇은 기본서를 구해서 발췌독을 했다. 영어는 마지막까지 손글씨로 된 서브노트를 계속 돌려보다가 면접 이후에나 전산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