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홍어삼합
<삼합의 진화, 한식의 진화, 한식의 경쟁력>
삼합이면 보통 홍어삼합을 생각한다. 홍어와 편육을 묵은김치와 함께 먹는 삼합, 홍어 요리의 변주이다. 삼합의 김치로는 싸먹기도 하는 등 먹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이것을 조금 더 발전시켜 나주 홍어거리에서는 여기에 김을 더해 김치까지 통으로 싸서 먹는다. 이러면 4합이 되는 건가. 홍어삼합에서도 진화가 일어난다.
장흥에 가면 키조개 삼합을 먹는다. 키조개와 소고기와 표고를 익혀 싸먹는다. 물론 이때 키조개는 당연히 관자 부위다. 모두 장흥의 특산물이다. 장흥은 보령과 함께 키조개의 주산지이면서 한우의 산지이다. 장흥의 태반은 한우를 먹이기 위한 꼴로 가득 찬 거 같다. 특산물을 이용해서 먼저 삼합을 시도했다. 인근 나주의 홍어삼합이 옷을 갈아입은 느낌이다.
*장흥 키조개삼합
이제 여기 대천에서는 다중삼합?을 만난다. 키조개, 전복, 가리비, 각종 채소, 그리고 명이나물 등의 조합이다. 3합의 개념은 더 유동적이어서 나오는 많은 재료 중 기호대로 몇 가지를 넣고 명이나물에 싸먹는다. 명이나물 없이 몇 가지 재료에 치즈를 더해 함께 먹어도 된다.
가격 경쟁력은 보령이 더 높다. 장흥은 한우 소고기, 표고 등 고급 식재료가 만난 데다, 보령이 키조개 생산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보령의 장고도에서도 전복이 나서 다른 해물 구입도 용이한 편이다.
*관자전
키조개가 많이 나는 보령의 오천항에 가면 하니쌈밥이라는 키조개 두루치기집이 있다. 그것도 새로 개발한 메뉴이다. 두루치기 외에 반찬으로도 관자전을 내주는데, 아주 고소하다. 키조개 관자는 키조개의 주요부분이자 가장 맛있는 부위이다. 보통 구워먹는데, 치즈를 곁들이면 더 맛있다.
대천 삼합은 치즈를 곁들이게 되어 있다. 전복, 대합과 함께 3대 고급 패류로 알려진 키조개에 치즈를 곁들이고 대합까지 합류했으니 이보다 화려한 해물밥상 받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가리비 또한 대합 맛 못지 않다. 거기다 차돌백이를 더했으니, 최상의 식재료다. 거기다 맛있게 먹는 삼합, 오합, 칠합에 명이나물을 더해보라. 모두 다 싸서 먹으면 삼합보다 더한 육합 칠합으로도 먹을 수 있다. 궁합이 맞는 것들끼리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보고, 젤 맛있는 조합을 찾아보자.
키조개는 귀물이어서 80년대 이전에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을 해서 우리 식탁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해물이 우리가 먼저다. 좋은 식재료를 만나니, 조리 방법도 다양해진다.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는데, 내가 무슨 적덕을 했기에 이런 여경을 맛보는지 생각해보라. 하여튼 적덕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오늘 이 상이 여경임은 확실하다.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우리나라는 외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바다로 둘러싸였고 높은 산이 솟아 물산이 풍부하다."고 했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산도 높고 물도 긴, 산고수장의 나라이다. 덕분에 각양각색의 식재료가 생산되는 나라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고장이 될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이것은 프랑스보다 못하지 않은 조건이다.
이전 비싼 해물은 먹지 못하고 수출을 했지만, 높아진 국민소득으로 우리가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되었고, 양식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늘어나 어지간하면 뭐든 푸지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갖가지 조리방법을 만들어내는 음식창조의 시대가 도래했다. 키조개도 바라만 봐야 하는 식품에서 우리가 먼저 먹으면서 더 다양하고 맛있는 조리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현장을 만나, 너도 나도 우선 유경을 누린다. 고마운 시대에 살고 있다. 프랑스에는 별을 발견하는 것보다 음식을 발명하는 것이 더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음식으로 인류를 행복하고, 우리의 삶의 질도 높여보자. 덕분에 갖춰지는 문화적 경쟁력은 이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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