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웅철기熊鐵基·진홍성陳紅星 등이 주편한 『노자집성老子集成(중화인민공화국, 종교문화출판사, 2011)』 제4책 55.음주하상공노자도덕경音注河上公老子道德經(여조겸呂祖謙)을 우리말로 풀이한 것으로서, 각 장章의 경문經文과 하상공의 주註에 대한 풀이로 구성되어 있다.
하상공河上公은 전한前漢 문제(文帝, BC.202~157)때 사람인데, 성명姓名이나 생졸生卒을 알 수 없으며, ‘황하 물가에 사는 사람河上’에 존칭인 ‘공公’을 붙여서 하상공河上公으로 불렀다고 한다.
자신이 살았던 춘추春秋시대(BC.770~403)의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자老子가 제시한 도道는 자연自然이다. 그런데 자연自然은 만물의 저절로 그러한 질서이다. 따라서 자연自然은 만물이 저절로 그러하게 얻는 바(德; 性)가 되고, 만물이 저절로 그러하게 일삼는 바(無爲; 命)가 된다. 따라서 노자에게 있어서 도道, 자연自然, 덕스러움德, 무위無爲는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게 된다.
하상공은 첫째 노자의 자연自然을 음陰·양陽의 기氣로 해석하는데, 이것은 하상공이 당시에 유행하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자신의 주석에 반영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며, 전국戰國시대 장자(莊子, BC.365~270)가 주장한 도道와 기氣의 관계를 밝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하상공은 음陰·양陽의 기氣를 만물의 성性과 명命으로 이해하는데, 이것은 노자의 자연自然과 덕스러움德의 관계를 계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며, 노자의 무위無爲를 만물의 성性으로 이해한 위진魏晉시대의 왕필(王弼, 226~249), 노자의 자연自然을 만물의 리理로 파악한 당대唐代의 성현영成玄英,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한 송대宋代의 주자(朱子, 1130~1200)에게 계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하상공은 무위無爲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저절로 그러한 성性의 가운데 머무르고, 저절로 그러한 명命과 더불어 어우러지는 중화中化를 강조하는데, 이것은 견소포박見素包樸과 소사과욕少私寡欲을 무위無爲의 실현방법으로 강조한 노자의 관점을 계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며, 하상공의 독창적 주장인 것으로 판단된다.
노자는 일부러 일삼는 바가 없는 자연自然의 질서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었으며, 하상공은 저절로 그러한 성性·명命이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었다. 이른바, 노자와 하상공은 인간이 주체적·자발적·자율적으로 조화되는 사회를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따라서 노자와 하상공의 이야기에는 우리의 잊어버린 미래가 들어있다. 우리의 미래가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을, 동일성보다는 차이성을, 추상적 관념보다는 현실적 욕구를, 단절과 대립보다는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노자와 하상공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주 많을 것이다.
첫댓글 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판매도 고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