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문익환 목사님과 박용길 여사님
고마운 사랑아
詩 : 문익환
작곡 : 류형선
편곡 : 류형선
노래 : 정태춘
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불러라 나는 흘러흘러 적시리 메마른 이 내 강산을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불어오너라 나는 너울너울 춤추리 이 언 땅 녹여 내면서
사랑은 고마와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어지면서 뼈마다 부숴 지면서 이 땅 물들인 사랑아
이 땅 물들인 사랑아
고마운 사랑아 - 詩 : 문익환,
온 몸으로 통일 노래한 시인 문익환
"조국 산천에 물들인 고마운 사랑아"
두 하늘 한 하늘 - 문익환
몸이 없어 서러운
마음뿐인
아버지
철철 피를 흘리며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 조각들
휴전선 철조망을 부여잡고
흔들어대면서 밤새
찬 비를 맞고 계셨겠네요
이제 비도 멎고 아침 햇살 쫙 펴졌는데
바람만은 싸늘하군요
이쪽에서 부는 바람에 저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남녘 하늘
저쪽에서 부는 바람에 이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북녘 하늘
그 두 하늘이 다르기라도 한가요
무슨 소리냐
그 하늘이 그 하늘이지
내 왼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남녘 하늘
내 오른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북녘 하늘
가시 쇠줄로 찢어진 하늘
아프고 쓰리기로 말하면
그 하늘이
그 하늘이다
▲ 문익환 목사의 부모이신 문재린 목사와 김신묵 여사. 두 부부는 평생 신앙의 동반자로 살면서 복음전파와 조국 독립,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었다. 사진은 문재린 목사가 1973년 한 국내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때의 모습.
어머니, 그리고 1989년 3월 25일
92세 되신 어머니 김신묵 여사는 72세 된 늙은 아들 문익환 목사를 앞에 앉혀놓고,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이 민족의 통일의 사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느니라.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같은 형제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원수로 살아가는 이 분단의 땅에 네가 태어난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너를 통일의 일꾼으로 부르신 거야. 네 손안에 이 민족의 운명이 달려 있다. 사랑하는 아들아" 하고 통일교육을 시키셨다.
환갑이 훨씬 지난 뒤에도 어미로부터 민족교육을 받고 자신을 통일의 사도로 고백하며 살았던 늦봄 문익환 목사. 그는 1989년 새해 첫 새벽이 다가오자 이렇게 읊조렸다.
난 올해 안으로 평양에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잠꼬대 아닌 잠꼬대' 중에서)
모두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엄연히 국가보안법이 있고 철조망이 단단하게 둘러쳐졌는데 어떻게 평양에 가겠노라 그러냐고 했지만, 늦봄은 그 해 3월 25일 기어코 평양에 가고야 말았다.
늦봄은 우리 시대의 예언자였다. 예언자란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해 주는 메신저이다. 예언자는 일상에 묻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너희도 이렇게 살아라"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준다. 예언자는 말로 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전하기도 한다. 늦봄은 자신의 몸뚱이가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감히 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평양 땅을 홀연히 가고야 말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나라를 빼앗겨 북간도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어머니한테 듣고 배웠던 하늘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다. "한 민족으로 묶고 한 임금을 세워 다스리게 하리니, 다시는 두 민족으로 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반으로 갈라져 두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다."(겔 37:22) 하나님은 이미 우리 민족을 한민족, 한 하늘로 만들어 주셨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두 민족, 두 하늘이라고 여기고 분단선을 긋고 서로 총을 겨누며 원수라 말한다.
남쪽 하늘과 북쪽 하늘은 다르지 않다
늦봄은 여전히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이 다른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이 땅의 우매한 백성들에게 외친다.
그 두 하늘이 다르기라도 한가요
무슨 소리냐
그 하늘이 그 하늘이지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은 다른 하늘이 아니라 한 하늘이다. 같은 하늘이다. 늦봄은 남쪽 하늘에서 같은 하늘, 한 하늘인 북쪽 하늘을 갔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정법을 위반했네, 목사 빨갱이네 하면서 그를 업신여겼다. 아, 그러나 하늘 아버지의 눈에서 보면 남쪽 하늘과 북쪽 하늘은 모두 한 하늘이요, 한 몸인 것을.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늦봄의 눈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요, 당연한 일인 것을. 자유를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으로는 남과 북 가로막는 철조망을 한 순간에 훌훌 걷어치울 수 있는 것임을.
내 왼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남녘 하늘
내 오른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북녘 하늘
늦봄이 한 것은 뭐 대단한 일이 아니다. 오른 쪽 눈에 눈물이 고이고 흘러내리면 왼쪽 눈도 눈물이 흐른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늦봄은 말했고, 그것을 몸으로 실천했을 뿐이다. 북쪽 하늘이 아프면, 남쪽 하늘이 아프고, 남쪽 하늘이 쓰리면 북쪽 하늘도 쓰리고 아프다는 것을 알렸을 뿐이다.
가시 쇠줄로 찢어진 하늘
아프고 쓰리기로 말하면
그 하늘이
그 하늘이다
늦봄 문익환 목사가 휴전선 철조망을 훌훌 넘고 북쪽 하늘도 같은 하늘이라고 노래한지 11 년이 지난 어느 날, 비로소 남북 정상들이 서로 얼싸안았고,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매년 8월 15일이 되면 민족의 해방절을 맞이하여 남과 북이 서로 만나 우리는 한 민족,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한 형제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닫힌 민족의 역사는 하늘 아버지의 뜻을 좇아 자신의 몸으로 살아간 한 늙은 예언자에 의해 열리고 그를 민족의 아들로 양육한 그의 어머니를 통해 새롭게 민족통일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민족 사랑은 하나님 명령
늦봄 문익환은 그렇게 뜨건 가슴으로 북쪽 형제를 끌어안았다. 그는 사랑의 사람이었다. 늦봄에게 사랑은 머리로 계산해서 하는 것이 아니며, 조건을 내걸고 하는 사랑이 아니다.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듯 아무런 조건도, 어떤 이유도 없이 뜨거운 가슴으로 내 형제를 끌어안는 것이다. 늦봄은 사랑만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의 사랑만이 휴전선도 없애고 철조망도 거둬치울 수 있고, 마침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하나님의 품으로 가시었다.
우리 교회에서 예배 전후에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는 문익환 목사가 지은 “고마운 사랑아”라는 노래이다.
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를 노래를 불러라 난 흘러흘러 적시네 메마른 강산을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바람아 불어 오너라 난 너울너울 춤추네 이 얼음 녹이며
사랑은 고마워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기어 뼈마디 부서져 이 땅을 물들인 물들인 사랑아
이 노래처럼 늦봄은 뜨거운 가슴으로 조국 산천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몸과 혼을 메마른 이 강산에 적시었다. 분단된 조국을 한 민족으로 만들라는 하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의 살갗이 찢기어 마침내 그 피를 이 땅에 붉게 물들여 놓았다. 그래서 늦봄은 아직도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은 다른 하늘이요, 오른 쪽 눈과 왼쪽 눈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사는 우리를 일깨워 주고, 뜨거운 가슴으로 조국 산천을, 내 민족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곧 이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하나님의 명령이며 뜻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휴전선 철조망 훌훌 걷어치우고 있는 저 늦봄의 혼이 지금도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조국의 통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