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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는 알 수 없었던 하늘에서 보는 풍경, 고개를 들어 시야를 높이면 우리가 알던 것보다 더 넓은 길이 펼쳐져 있다. 산등성이를 지나 빌딩 숲 사이, 가장 높은 건물들도 발 아래를 스쳐간다. 과거와 현재, 문명과 자연이 어우러진 세계, 하늘에서 내려다본 장엄한 모습의 세계, 날아서 세계 속으로 떠난다.
① 처음으로 향할 목적지는 전설 속 도깨비 트롤이 사는 나라, 북유럽에 자리잡은 노르웨이다. 오래 전 빙하가 깎아낸 피오르드 지형 때문에 만들어진 곡선이 매우 독특한 다리가 이곳에 있다. 1989년에 완공된 훌바겐(Hulvagen) 다리다. 길이 8미터 의 아틀란틱 오션 로드(Atlantic Ocean Road)가 섬 사이를 이어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스릴 있는 드라이브 코스라고 불리는 이곳의 진가는 하늘에서 가장 잘 보인다. 노르웨이 하늘 높이 또 다른 풍경을 보러 날아가 본다. 노르웨이 3대 하이킹 코스 중 하나인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퉁가는 트롤의 혀라는 뜻인데 링게달 호수 위 950미터 지점에 불 쑥 돌출되어 있는 바위다. 이곳에는 재밋는 전설이 있다. 태양을 피해 굴 속에서 자고 있던 트롤이 밤이 되었는데 확인해 보느라 혀를 내밀었는데 햇빛에 의해 혀가 돌로 굳어져 트롤 퉁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걸음 내디디면 바로 천길 낭떠러지이지만 자연보호를 위해 어떤 안전시설도 만들지 않았다.
따이시/네델란드 관광객: 트롤퉁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아직 기다리고 있지만 여기저기 오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에밀리/벨기에 관광객: 그저 황홀하고요. 여기를 보기 위해서 그 먼 길을 온 거죠.
트롤퉁가에 오르기 위해선 2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사람들은 4시간 반 동안의 하이킹도, 2시간의 기다림도 잊은 듯 즐거워 보인다. 드디어 차례가 왔다! –하늘 끝에서 힘껏 외쳐본다-걸어서 세계 속으로!-북반구 끝의 나라에서 이번엔 남반구 끝에 있는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날아가 본다.
② 유럽인들에게 동방항로가 가능함을 보여준 희망봉이 있는 곳에 세워진 도시, 케이프 타운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입법수도로 테이블 마운틴이 감싼 도시다. 대서양을 향해 당당히 뻗은 독특한 풍광이 감탄을 자아낸다. 금방 바다에서 솟은 듯한 산맥이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을 향하고, 이 해안선을 따라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이 절벽은 500년전 유럽인들에게 아시아로 가는 희망의 이정표(희망봉 Cape of Good Hope)가 됐고, 오랜 시간 구름에 쌓여 있던 미지의 땅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로의 거점으로 번화한 도시가 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서북쪽으로 올라가면 나타나는 곳, 아름다운 나미브 사막(Namib Desert)의 나라, 나미비아, 눈 앞에 펼쳐진 붉은 모래산과 저 칼날 능선들, 그만 숨이 막힌다. 이 드넓은 나미비 사막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대부분이다. 사구가 높고 크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종단이나 횡단을 허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바람과 모래가 빚어 놓은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나미브 사막이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구 위를 사륜 구동차를 타고 올라가면 아찔한 높이에 다다른다. 설마 여길 내려가지는 않겠지! 생각하는 순간, 모래 바다로 뛰어든다~. 차가 굴러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아찔한 생각에 온 몸이 굳어진다. 미끌어질 듯 모래 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하얘지는 머릿 속, 정말 온 몸으로 사막을 느꼈다. 다시 끝없이 펼쳐진 나미비아의 모래 사막을 달리자 그 끝엔 마치 신기루 처럼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나미비아 해안가 습지에는 유럽에서 날아온 60여종의 철새들이 서식한다. 11월이면 17만여 마리의 철새가 몰려든다고 한다. 플라밍고 비상! 아프리카의 바다 위를 날아가는 새들처럼 인간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대륙의 동쪽 반대편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로 가봐야 한다.
③ 열기구로 그 위를 날아보기로 했다.
열기구 조종사: 우리가 착륙을 할 때 착륙하는 자세가 제일 중요합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착륙할 때는 앉아서 머리를 벽에 부치란다. 긴장하는 순간도 잠시 드디어 열기구가 올라간다.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을 등지고 광활한 세렝게티의 대지를 내려다 본다. 하늘에서 보는 동물들~ 이 각도에서 보니 전혀 색다른 모습이다.
비키/미국 관광객: 너무도 좋아요. 바람도 좋지요. 세렝게티가 다 보이는 높이까지 올라오니 굉장히 아름다워요.
열기구는 구름처럼 초원의 하늘을 흘러가고 초원 위 동물들은 게임 속 캐릭터 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얼마나 높이 올라왔을까.
비센데/열기구 조종사: 최저 0.5미터, 최고 3,500미터 까지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300미터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동물들을 봐야하기 때문이죠.
열기구는 그렇게 날아간다. 무언가 발견했다. 사자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가는 방향이 심상치 않다. 사자들의 코 앞에 식사가 차려진게 아닌가! 다행히 바로 앞에 강이 있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렝게티의 자연을 떠나 이번엔 인간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찾아 떠나가 본다. 두바이,
④ 다음으로 향한 곳은 흔히 자본의 힘으로 발전하는 도시라 불리는 두바이(Dubai)다. 부르즈 알 아랄 (Burz Al Aral), 세계 최고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가득한 도시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건물이 있는 곳, 아틀란티스 더 팜 (Atlantis The Palm), 부르즈 할리파 (Burz Khalifa),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5년에 걸쳐 완성된 163층 빌딩, 기네스 북에도 올랐는데 이 기록에 한국 건설사가 힘을 보탰다니 웬지 뿌듯하다. Guinness World Records Certificate-The tallest building is the Burz Khalifa (Khalifa Tower), which measures 828m (2,716 ft 6 in), It was developed by Emaar Properties and officially opened in Dubai, UAE, on 4 January 2010. 전망대로 향했다. 관광객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은 148층, 귀가 멍멍해진다. 그런데 침 몇번 삼키고 나니 어느새 도착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마자 든 생각은 모든 것이 내 발 아래에 있구나. 도로도 자동차도 장난감 같다.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 대부분이 우리나라 63빌딩 보다 높다고 하니 지금 얼마나 높이 올라와 있는지 실감이 난다. 그런데 이 높은 빌딩에 그것도 창문 밖에 사람이 있다. 구조물을 보수하고 있는데 줄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웬지 내 발에서 땀이 나는 느낌이다. 이 아찔한 하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온 노동자라고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현대 문명의 최고봉에서 이번엔 고대 문명의 최고봉을 보러 떠나보자.
⑤ 그리스 아테네 중심에 위치한 높은 언덕이라는 뜻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를 찾아간다. 언덕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파르테논(Parthenon) 신전, 지금은 무너졌던 신전을 복원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존/캐나다 관광객: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네요. 세상의 그 어떤 곳과도 다릅니다. 지난 주에 로마의 콜로세움을 보았는데 아마도 그것만이 비교가 될 정도예요.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기 위해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이 경쟁했다는데, 고대 아테네인들은 이 이야기를 에레크테이온 신전에 고스란히 남겨 놓았다 (Erechetheion 신전-기원전 421~406년 건립,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 에레크테이온의 이름을 딴 신전), 아크로폴리스에는 아직도 공연을 하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도 있다 (Herodes Atticus 극장-기원전 161년에 건립 3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음악당이자 극장),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아테네를 떠나 에게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곳으로 가본다.
⑥ 아테네에서 밤에 배를 타고 아침이 되면 산토리니에 도착한다. 치클라스 제도 남쪽 끝에 있는 섬, 산토리니다, 산토리니 섬(Santorini Island), 이아 마을 (Oia), 찬란한 빛에 씻긴듯 보이는 하얀 골목과 하얀 지붕은 전세계 관광객들을 이아 마을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이아 마을의 풍경에 취해, 골목 이곳 저곳을 뒤로 하고 이번엔 에게해를 건너 보자. 그리스 문명을 이어받은 이탈리아, 깊은 협곡 사이로 태초의 자연이 만들어 낸 자연동굴이 있다. 마테라 (Matera), 2천년 이상 사람이 실제로 살았다는 암벽을 파서 만든 동굴 거주지, 1993년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시간이 멈춘 도시, 마테라,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촬영지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오르던 골고다 언덕, 이곳에는 2천년된 동굴을 유지하면서 만든 호텔이 있다. 동굴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내부가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마테라의 전경, 할 말을 잃어버리게 한다.
⑦ 보다 더 오래 전의 유적을 찾아 페루로 향했다. 피스코 공항 Pisco Airport,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나스카 지상화, 이것을 보기 위해 세계 가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아직도 왜 만들어졌는지가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나스카 지상화, 실제로 보면 어떤 모습일지 더 기대가 된다.
이반 페레이라/페루: 저희는 나스카 지상화 상공을 20분 동안 비행할 것입니다. 페루 조상들이 만든 대략 15개 정도의 문양을 볼 예정입니다.
나스카 지상화를 보기 위해 미국 오클랜드에서 왔다는 노부부, 어린 아이처럼 들떠 있는 분위기다. 사막 지역의 특성 덕분에 반년 정도의 오랜 시간 동안 거대한 그림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1939년 새로 남부지역을 비행하던 한 비행기 조종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고 한다. 드디어 도착했나 보다. 첫번째로 보이는 그림은 고래 (Whale), 두번째 그림은 소위 외계인(Astronaut) 정말 선명하게 잘 보인다. 세번째 그림은 누가봐도 딱 원숭이 (Monkey)다. 그리고 나스카 지상화 중 가장 유명한 새 그림까지 벌새(Hummingbird), 이 그림들이 그려진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년전 이 거대한 그림을 누군가가 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이로움 그 자체다. 나스카 지상화에 이어 또 다른 세계의 미스터리를 찾아 나섰다.
⑧ 남태평양 외딴 섬에서 만들어진 나타뉴 문명, 이스터섬(Easter Island), 모아의 석상이 있는 이스터섬이다. 라노 카우(Rano Kau)는 세개의 이스터섬 화산 중 가장 큰 사화산으로 라노는 화산, 카우는 넓다는 뜻이다. 해발 300미터 정상에 있는 분화구는 지름이 1.6킬로미터에 달하는데 그 옛날 격변의 화산활동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안헬라/오롱고 관계자: 이곳은 라노 카우예요. 하지만 원래 이름은 포코 포코 하우 마카죠. 섬에는 3개의 화산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이곳 라노카우예요. 원래 분화구 모습 그대로예요. 저쪽에 포이케 화산이 있어요. 그리고 라노 아로이 구역이 있고요. 그 화산들이 폭발해서 만들어진 삼각형의 섬이 바로 라파누이예요.
새의 머리를 가진 인간으로 묘사되는 마케마케신을 믿었던 나타뉴의 사람들, 이곳 오롱고에서 새인간을 선출하는 조인의례를 매년 거행했다고 한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만나러 아나케나(Ana Kena)에 도착했다. 1978년에 복원된 모아이가 있는 제단, 아후 나우나에는 모자 투카우를 쓴 모아이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복원 당시 산호로 만든 모아이의 눈도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코 끝에 스치는 바람을 따라 향한 곳은 아나카나에서 멀지 않은 통가리키(Tongariki), 이스터섬 내에서 가장 많은 15개의 모아이 석상이 있는 곳으로 그 폭이 200미터에 달하며 광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아이는 신이나 조상을 숭배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두 손은 배꼽 아래 가운데로 공손히 모우고 있으며 하나같이 네모난 얼굴에 넓적한 이마와 긴 코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섬을 뒤로 한 채, 태평양을 건너 이번엔 활화산이 숨쉬고 있는 나라, 인도네시아로 떠난다.
⑨ 구름이 거치면서 모습을 드러낸 분화구, 맑은 하늘 아래 있는 땅꾸반 파라흐(Tanguban Parahu)화산을 만났다. 맑은 하늘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도착하자마자 구름이 몰려온다. 아직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활화산이기 때문에 지표면 위로 엄청난 열기를 뿜어낸다. 관광객들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일년 내내 이곳에 발걸음을 옮긴다.
누르/관광객: 여기 와서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최고예요.
지금은 전과 달리 안전상의 이유로 분화구 밑으로는 내려갈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중턱에 있는 도마스(Kawab Domas) 분화구로 가면 화산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20분 정도 산길을 내려가니 도마스 분화구가 나타난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이곳이 맹렬한 활화산임을 증명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화구에 내려가는 것이 조금은 걱정되기는 했지만 다른 여행자들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마사지를 받으면서 여행의 피로를 달래고 있다.
마사지사: 산 위에서 가져온 화산재예요.
화산재에 마사지라니 신기했다.
까르나/마사지사: 가려움이나 통증을 없애고 류마티즘에도 좋아요.
얀띠/관광객: 정말 시원해요.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예요.
남자들에게도 몸에 좋다고 하니 화산재를 안바를 이유가 없다. 좀 더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쏜니/관광객: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바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은 아내가 바르라고 해서 바르는 거예요.
인드라/관광객: 아빠, 거기 남아 있어요. 잘 닦아요. 아빠가 젊어진거 같애요. 젊어지면 보기 좋잖아요. Good looking.
다음 행선지는 인도네시아 광부들의 고된 삶이 녹아 있는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화산 카와이젠(Kawah Zen)이다. 광부가 바쁘게 산을 올라가고 있다. 좁고 가파른 길을 지나니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해발 2,350 미터의 정상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 푸른 빛의 화구가 있는 카와이젠의 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정상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광부들이 일을 마친듯 했다.
광부: 밤 12시나 새벽 1시에 시작하는 광부도 있고 아침에 시작하는 광부도 있어요.
기자 질문: 그럼 지금도 밑에 광부들이 있겠네요?
광부 답변: 그럼요. 분화구 아래에 많아요.
유황광산이 있는 호수까지는 약 200미터, 마치 지옥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진다. 그때 유황 바구니를 짊어지고 올라가는 광부가 인사를 건넨다. 그는 잠시 쉬어갈 모양인지 바구니를 내려놓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옷을 벗더니 어깨를 보여준다.
기자 질문: 일 하신지 얼마나 됐어요>
티오/광부답변: 5년 됐어요. 5년이오.
질문: 제일 힘든게 뭐예요?
답변: 당연히 유황 메고 올라가는 거죠.
아무리 들어보려고 해도 바구니가 끔쩍도 하지 않는다. 70킬로 그램에서 많게는 100킬로그램의 유황 덩어리를 매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광부들, 그들의 뒷모습에서 고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드디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순도 99%의 유황이 생산되는 광산에 도착한다. 갑자기 바람이 내쪽으로 불어온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독한 유황가스, 결국 광부도 참지 못하고 방독면을 쓴다. 관광객들이 왜 바람이 적게 부는 밤에 이곳에 오는지 알 것 같다.
광부: 유황연기예요. 유황연기는 기침을 나게 해요.
유황가스가 지나간 흔적이 광부의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다. 아름다웠던 첫 만남 뒤에 감춰진 카와이젠 유황광산의 무서움이 느껴졌다. 화산활동으로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황가스가 미리 설치해둔 파이프를 따라 내려오면서 액체가 되고 그 붉은 액체가 굳어 유황덩어리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황을 팔아 광부들은 생계를 이어간다.
소니/광부: 유황은 설탕을 표백하고 약과 화장품, 비료의 재료가 돼요.
다시 유황덩어리를 들고 저 위 까마득한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광부들, 그들은 지금도 하루 두번, 그 길을 힘겹게 걷고 있다. 활화산을 품은 인도네시아, 그곳에서 살아 숨쉬는 지구의 거친 숨소리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숭고한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⑩ 적도의 화산섬을 떠나 이번에는 얼음의 화산섬인 아이슬란드로 왔다. 아이슬란드인들의 영혼이 담긴 교회산이란 뜻의 키르큐펠(Kirkyufell)이 장엄한 자태로 우리를 맞이해 준다. 바이킹들은 아이슬란드를 처음 발견한 후 얼음의 땅이란 이름을 부쳐 숨기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 덕에 아이슬란드 하면 차가운 빙하를 떠올리는데 이곳에 불의 기운을 품고 있는 곳이 있다. 그 뜨거움이 용솟움치는 현장을 보기 위해 스트로프로 간다. 13세기말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그레이트 게이사르(Great Geysir)는 지금은 활동하지 않고 그 옆에 간헐천만 10분 간격으로 물기둥을 쏘아 올린다. 땅의 틈 사이로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는 화산지대 사람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서 뭔가를 기다린다. 바로 간헐천 게이사르에서 솟아오를 물기둥을 기다리는 것, 땅에 뚫린 조그만 구멍에선 부글부글 물이 꿇고 사람들은 모두 구멍을 응시하며 기대감에 부푼다. 그러다가 갑자기 솟구치는 물기둥,
벨/영국 관광객: 대단해요. 굉장합니다.
조지/미국 관광객: 숨이 막히는 광경입니다. 아름답고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지하에 가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구멍으로 배출되면 파란 물기둥이 최대 30미터 까지 솟아오른다. 스트로포르를 떠나 이번엔 아이슬란드의 북부로 향했다. 채녹지 않은 눈길을 한시간 걸어 찾아간 곳에선 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이 그토록 남기려는 것은 바로 유럽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인 데티 포스, 100미터의 폭에 40 미터 높이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가 천둥소리를 내며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데티포스는 한 영화에서 지구에서 처음으로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장소로 묘사되기도 했다.
세인 버스/덴마크 관광객: 북유럽의 신들을 생각할 때 제가 사는 덴마크를 떠 올리죠. 하지만 아이슬란드에 오면 왜 그런 신들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인간의 영역이 아닌 곳 같은, 비현실적인 모습의 데티 포스, 보고 또 봐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⑪ 이번엔 따뜻한 날씨를 찾아 스리랑카로 왔다. 벤토바(Bentova), 해변을 쭉 따라가다 보니 아슬아슬한 장대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은 스틸트 피싱 이라는 스리랑카 전통 낚시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물고기를 잡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여기 저기서 물고기를 잡아 올린다. 비록 크지 않은 물고기지만 신기하다.
낚시꾼: 가리가짜 라는 물고기예요.
두와/낚시꾼: 우리는 물고기를 잡고 살고 있어요. 저기 위에 앉아서 물고기를 잡죠.
이 장대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낚시를 한다니 참 놀라울 따름이다.
낚시꾼: 물고기 잡으러 갈 거예요.
다시 장대 위로 올라가는 낚시꾼들, 어떻게 이런 곳에서 물고기가 잡히는 걸까.
낚시꾼: 파도가 낮게 들어올 때 물고기가 같이 들어와요.
이곳은 파도와 함께 해안가로 올라오는 물고기가 많은데 거친 파도 때문에 배를 띄울 수 없어 이렇게 장대를 박아 놓고 낚시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주로 작은 물고기가 올라온다. 청어와 고등어, 병어들이 잡힌다.
낚시꾼: 이런 작은 물고기를 먹으려고 큰 물고기가 여기로 올라와요. 그때 작은 물고기를 미끼로 쓰면 파라우 라는 큰 물고기도 잡힐 때가 있어요.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스리랑카의 독특한 모습이었다.
⑫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인도양을 떠나 산 뒤로 구름이 흘러가는 베트남 북부로 왔다. 운무가 짙게 내려 앉은 산세의 모습은 마치 이 세상 풍경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서서히 일렁이는 운무, 그 속에 꿋꿋이 솟은 산, 베트남 북부를 꼭 여행해 봐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사후 드디어 운무가 거치고 박손 계곡(Bac Son Valley)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자이크 처럼 조각조각 잘 일궈진 논, 그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개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다. 박손 계곡에서는 베트남의 쌀이 재배되고 요리된다. 쌀 국수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북부의 노동자들이 육수에 쌀로 만든 면을 말아 먹던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얇게 저민 고기를 올리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먹는 쌀 국수, 베트남인들도 주로 아침 식사로 먹는다고 한다.
응웬푸/식당주인: 오리 쌀국수는 베트남 북부지역 탄케, 랑선, 까오방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이에요.
푸짐하게 나온 쌀 국수가 먹음직 스럽다. 처음 먹어보는 오리 쌀 국수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오리 특유의 향은 없고 푹 우려낸 깊은 육수다. 속을 든든하게 해줬다
⑬ 이번엔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고비 사막이 있는 몽골로 왔다. 시속 100 킬로미터로 거침없이 달리는 소련시대의 사륜구동 승합차 포로고, 흙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신기하게도 고비 사막은 지나는 곳마다 다른 색깔,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광활한 사막을 내달리는 수십 마리의 말 떼, 말을 타고 세계를 정복했던 몽골 민족의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듯 하다. 말들을 뒤로 하고 계속 달린다. 하루에 5시간, 6시간을 달리고 달려도, 고비 사막의 여행의 끝은 있는 것일까. (Gobi Desert-몽골에서 중국까지 걸쳐있는 아시아 최대 사막), 그러다가 만나게 된 고비 사막의 모래 언덕, 정상을 오르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신비로운 모습, 광활한 땅을 내려다 보며 하늘의 기분을 만끽해 본다. 끝.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635회를 청취하고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