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1 - 선물
원피스 두 개를 선물 받았다. 살구 빛과 톤다운 된 여린 분홍과 진분홍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런 모양과 칼라는 처음 접했다. 다행히 맘에 쏙 든다. 더구나 씨실날실 한 땀 한 땀 손수 그녀가 만들었다 한다.
“와우! 내가 핸드 메이드 좋아하는 것 어찌 알았을까?” 그녀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다소 창백한 흰 피부에 검은 긴 머리, 검은 눈동자에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다녔다. 첫인상은 20대 후반으로 봤는데 30대 후반이라 해 깜짝 놀랐다. 이미지는 차가 워도 말투와 심성은 따듯한 여자다. 반전의 그녀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알게 된 짝꿍으로 미혼이다. 집에 와서 그 미니 원피스를 서랍장에 고이 두었다.
“지난번에 드린 선물 써봤어요? 잘 닦여요?”
“귀한 거라 모셔 두고 있지.”
“아이고 그냥 쓰면 되지, 제가 또 드릴 테니 오늘 바로 써보세요.”
또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그날 첫 개시를 했다.
그동안 사각, 망사, 딸기, 꽃모양 수세미를 써봤다. 원피스 수세미는 처음이다. 평면이 아닌 입체로 치마 속으로 손을 넣을 수 있다. 두 겹으로 엮어 튼튼하며 질기다. 손에도 딱 잡히고 컵 깊숙이 뽀송뽀송 닦여 더 애정 간다. 쓰고나 서야 그녀의 정성이 한층 더 고맙게 느껴진다. ‘하나 만들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예쁜 수세미 살줄만 알았지 만들어 볼 생각은 왜 못했을까?’ ‘언제쯤 멋지게 만들어 선물할 수 있을까?’ ‘나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변형할 수 있을까?’ ‘핸드메이드 수세미도 소소한 감동을 나눌 수 있구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수세미는 실용성, 차별성, 예술성까지 겸비했다. 언젠가는 두 손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까지 생겼다. 이후, 실행에 옮기기 까진 1년의 세월이 넘게 걸렸다.
지난 6월 일요일, 우연히 신포동에서 진행되는 프리마켓을 지나다 발이 멈췄다. 이젠 잡동사니가 너무 많아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단단히 결심을 했는데 또 흔들린다. 손뜨개로 만든 핀, 파우치, 컵받침, 인형들이 올망졸망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고심 끝에 하늘색 핀 하나와 붉은, 초록 컵받침을 사고 말았다. 성탄 컨셉과 뜨개질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두며 구매를 정당화 한다. 컵받침은 작고 간단해보여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다음 블록에 있는 실 도매 가게로 향했다. “이 컵받침 만드는 거 배울 수 있어요?” 실을 사면 평일에 한해 만들고 싶은 것을 무료로 알려 줄 수 있고 최소 코트기, 사슬뜨기, 한줄 긴뜨기는 할 줄 알아야 된다고 한다. “자기 뜨개질 잘하잖아.” ‘아뿔싸,’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라 하니 사장님 얼굴이 당황한 표정이시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저것 많이 물어 보는데 자긴 늘 조용히 사서 아주 뜨개질을 잘하는 사람인줄 알았지.” 맘에 드는 실을 몇 번 샀는데 그 모습을 기억 하셨다. 뜨개질은 고등학교 때 한창 목도리 뜨는 것이 유행이라 딱 1번 해봤다. 왠지 뜨개질은 제일 어려울 것 같아 나중에 언젠가는 꼭 배우고 싶었다.
“제가 완전 초보라 선생님이 힘들고 답답할까봐 걱정 되요.”
“처음엔 다 그렇지, 유투브로라도 계속 눈에 익히면 좀 편하니 틈틈 보고와.”
드디어 약속한 날이 되었다. 여차저차 핑계로 영상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갑자기 가기 싫어졌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잘 가르쳐 주실까? 못 알아 들으면 어떡하지? 혹 상처 받으면 어쩌지? 가게에는 30년 경력의 뜨개질 선생님이 계셨다. 이미 3명의 어르신이 아주 여유롭게 뜨개질을 하고 계셨다. 선생님 바로 옆에 앉아 꼬박 5시간동안 실과의 사투를 벌렸다. 사장님은 선생님께 첫날이니 기초 2가지만 알려 주라고 하셨다. 선생님께 가게에 자주 올 수 없어 오늘 꼭 컵받침을 완성해 가고 싶다는 진지한 요청을 하니 받아 주셨다. 한 번 설명해 주시면 당연히 알아 듣지 못했다. 같은 설명을 2-3번은 들어야 편해져 방해 안 되려고 열심히 노트에 적어갔다. 새로운 신기술을 접하니 머릿속에 쥐가 많이 놨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결국 컵받침을 완성할 수 있었다. 뿌듯함 보다는 뜨개질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미처 몰랐다.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 대바늘 뜨게는 더 어렵다 하니 언제쯤 내가 원하는 원피스 수세미에 원피스 옷까지 뜨게 될는지?
‘왕초보 수준에 잘한다.’는 칭찬이 작은 위로는 되었지만, 정말 세상에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 절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0센티 가량의 코바늘, 이 작고 얇은 쇠의 힘은 바늘만큼 강력 했다. 일상의 소품 지갑, 모자, 장식품등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새삼 놀라웠다. 예전 생활의 달인에서 집안의 모든 생활소품과 자신의 옷, 가방까지 뜨개질로 둘러싼 달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그때부터 TV 볼 때마다 계속 해왔으면 지금쯤 중급은 될 텐데.’
소소한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발견해 가는 것이 ‘소확행’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핸드메이드에 관심은 있었지만 일 중심으로 살다보니, 정말 손재주가 없다. 요즘 음식과 일상 소품 등을 핸드메이드로 할 줄 아는 능력자들이 제일 부럽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최소한의 것들은 할 줄 알아야 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을 이제라도 한 뼘씩 키워가고 싶다. 즐겁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10년 후 지금보다 글도, 뜨개질도, 음식도 폼 나게 맛깔나게 나눠줄 수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강주희-소확행1 선물(최종본).hwp
* 작가님 최종 수정 작업해, 이 파일로 써도 됩니다.
첫댓글 작가님 늦어져 죄송해요;;
지금은 컴 쓸수 없어, 스마폰으로 수정해
이 본문으로 작업사용 부탁드려요!
(그래서 첨부파일 삭제 하려하니
자동삭제 된다해 그냥 두니 제 첨부파일
이번것은 사용치 말아 주세요!)
작가님&모든분들 무더위에 늘 힘내시고
해피8월 되시길!! ^♡^
작가님 이젠 이 첨부파일로 작업하시면 되요! 수고 감사해요
모두 낼 좋은 모습 만나요!!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저도 늘 뜨게질이 하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 실천은 쉽지 않네요. ㅎㅎ 컵받침 보고 싶어요.
우영님 유머 넘 부러워요! 아직 원피스 뜨는거
배우고 있어 완성됨 같이 올릴께요 댓감사!
원피스에 대한 반전. 유투브엔 정말 없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글재주도 없어 사실적으로 풀었어요!
유투브에 방대함 또한번 깜놀..댓감사!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시네요. 쇼핑의 심리를 엿볼 수 있네요. *^^
제게 주시는 댓맞는거죠?
저도 선생님처럼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그 날 손꼽아 기다려요 힘주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