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탑산사가 불교 첫 도래지
전남 장흥 천관산 탑산사(주지 도성스님)가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들어 온 곳이라는 문헌근거가 제시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학술적으로 인정될 경우 한국불교사는 5백년이상 앞당겨지게 된다.
국내 각종 기록 인증 민간법인인 한국기록원은 최근 동문선(東文選)의 ‘천관산기(天冠山記)와 보물 제523호 ’석보상절(釋譜詳節)제23권,24권‘의 문헌적 근거를 바탕으로 탑산사 큰절이 한국불교 첫 도래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석보상절‘에는 인도의 전법왕인 아쇼카왕(阿育王, 재위 BC268 - 232)은 ’부처님 사리를 금, 은, 유리, 등으로 만든 통과 병 8만4천개에 담아 8만4천탑을 세우니 중국에는 19개이고 우리나라에는 전라도의 천관산과 강원도 금강산에 이탑이 있어 영험한 일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 여기에는 또 ’아쇼카왕이 탑을 세운 것이 려왕 마흔여섯째 해인 무인년(BC233년)‘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불교와 부처님 사리의 전래 시기는 5백년 이상 앞당겨진다.
우리나라 불교는 영광 법성포나 경남 김해 등 남해안으로 들어 왔다는 구전 설화는 많았지만 명확한 문헌 기록이 제시한 곳은 이번이 처음이다. 탑산사 큰절 도성스님은 ‘탑산사의 이름도 아육왕 탑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얻어졌다’며 ‘불교 전성기 천관산에 89암자가 있는데 탑산사는 89암자를 이끌었던 으뜸 사찰이었다.’고 말했다.
호남 5대 명산인 천관산 중턱 6백 미터 고지에 있는 탑산사는 지금도 옛 사지의 흔적이 뚜렷하다. 암자 터에 주춧돌이 괴어있고 주변에는 기와조각들도 널려있으며, 근처에는 아쇼카왕 탑으로 알려진 바위와 의상대상 등 고승들이 수양한 선방 터가 남아있다.
주요 유물로는 보물 제88호로 지정된 ‘탑산사 동종’과 지방문화재 ‘탑산사 석등’ 고려대장도감에 새긴 ‘반야심경 경판’등이 있다. 장흥군은 탑산사에 대한 학술기관 지표조사를 위한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연원은 크게 북방전래설과 남방전래설로 나뉜다. 문헌에 근거한 북방전래설은 불교가 소수림왕 2년(372년)에 고구려에 전해 졌다는 주장이다. 고구려 불교사 특징은 전래된 시점과 국가 공인된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중국에 불교가 들어 온 시기가 대략 BC 1세기쯤으로 잡는다면 고구려의 실제 민간신앙의 차원에서는 공인시점보다 더 일찍 전래되었다고 추정 가능하다.
남방전래설은 이 땅에 불교가 중국이 아니라 인도에서 곧바로 들어 왔다는 주장이다. 아직 역사적 고증은 미약하지만 그 경로는 크게 가야설, 제주도설, 법성포설 등 세가지로 대별된다. 가장 알려진 가야설은 AD 1세기경 인도 북부 아유타국 공주가 부처님을 모시고 배로 가야국에 도착해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허황옥)가 되며 불교가 전래 됐다는 주장이다. 가야국의 수도였던 경남 김해의 은하사, 지리산의 칠불암 등의 창건설화가 근거다.
제주도설은 한라산 영실의 존자암이 부처님 당시 부처님 제자가 와서 포교한 곳이라고 하는데 역사적 신빙성 보다는 설화적 측면이 강하다.
세 번째는 백제 침류왕 1년(서기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동진(東晋)을 경유하여 영광 법성포로 들어와 이듬해 남한산(南漢山)에 불갑사를 창건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법성포에서는 매년 이를 봉축하는 대법회가 봉행되고 있다. 문헌적 근거를 가진 탑산사 첫 도래설이 제기됨에 따라 이 땅의 불교 기원지를 둘러싼 활발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불교 2007.10.21일자> -옮긴이 양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