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매일 칼럼★2014.5.13(화)
세한도에서 스승과 제자를 찾다
김명화 교수 (광주여자대학교/유아교육과)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물든 푸른 산하가 아름답다. 가정의 달, 문화의 달, 스승의 달이기도 한 5월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기를 해야 할 시기이다. 작년 2013년도 스승의 날에 한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글을 게재했다. ‘스승의 날에 꽃 한 송이 달아주지 않는 제자들이 야속할 때가 있습니다. 올해에는 그런 기대를 접고, 교수로서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반성문을 써봅니다.’ 라는 반성의 글은 참 스승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우리는 행사를 치르듯이 이날을 맞이하며 누군가는 반성하고 누군가는 제자의 감사한 마음을 받으며 하루를 보낸다.
시대가 변화고 세상이 바뀌니 스승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모두들 참 스승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옛날 교육방식과 현대 학교 교육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의 본질을 두고 볼 때 스승의 귀중함에 큰 차이는 없는데 요즘 스승은 설 자리가 없다고 한다. 5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승과 제자가 마주 보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시대가 본받아야 할 참 스승과 제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세한도에 얽힌 추사 김정희와 제자 이상적에 관한 이야기다.
추사는 나이 59세 때 유배생활이 시작되었다. 귀양살이 4년 되는 해 당시 온양 군수며 중국역관이었던 제자 이상적이 북경에서 구해온 책을 스승 김정희에게 주었다. 특히 유배 생활로 점점 세속에서 멀어져 가는 자신을 위해 제주도까지 위험을 무릎 쓰고 찾아와 준 것 만해도 고마웠는데 귀한 책을 주니 추사는 감동하였다.
아마 추사가 그랬으리라. “아니 책을 전하려 그 먼 길을 왔단 말이냐? 권세가에게 주면 좋은 자리를 얻을 수도 있는데…” 그때 제자 이상적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을 볼 수 있는 분은 스승님뿐이옵니다.” 그런 제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추사는 붓을 들었다.
따라서 세한도는 자신의 처절한 심정은 볼품없는 조그마한 집 한 채와 나무로 표현하였고 제자의 고마운 마음을 지조의 상징인 우뚝한 소나무로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를 더 펼치자면, 그림 속 반듯한 소나무와 잣나무는 제자 이상적의 믿음과 의리를 상징하고, 꺾이고 상처 입은 소나무 한 그루는 추사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낡은 집 한 채와 텅 빈 여백은 추사의 외로운 마음을 대변하고 있어 스승이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림 속 붓이 지나간 자리에 사뭇 애절하게 펼쳐져 있다.
세한도는 요즘처럼 스승에 대해 불신감이 판치는 세상에 많은 의미를 가져다준다. 뜻을 알고 세한도를 보면 의리, 그리고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엔 제자 이상적과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한 세한도에서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시, 서, 화를 통해 보여주었던 시대를 넘어선 추사의 통합적 창조성도 엿볼 수 있다. 바로 추사 김정희와 제자 이상적이 참스승과 제자의 마주보기의 본보기를 보여준 좋은 예시가 아닌가 한다. 필자도 교육자로서 참 스승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한다.
어느 날 필자에게 누군가 물었다. “교육자로서 어떠한 스승이 되고 싶나요?” 그때 이렇게 답을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소풍 전날 갑자기 내리는 비로 냇물이 넘쳐 친구들을 모두 업어 강을 건너 주셨던 선생님의 등은 참 넓었다. 그때 따스한 사랑을 보여주신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번째는 학창시절 모든 친구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열정이 많으셨던 선생님, 마지막으로 학위 공부를 하던 시절 학자로서의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셨던 교수님 등 모두가 고마운 분이셨다, 따라서 선생님의 따스한 가슴, 열정, 학문의 정진 등을 겸비한다면 좋은 스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스승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한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스승이 삶속에서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 참 스승과 제자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떠나 우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스승이자 제자이다. 각각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참 스승이 필요할 시기이다. 사람은 무릇 부모의 은혜에 못지않게 스승의 은혜 또한 소중한 것이니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대가를 바라지 않듯이 스승의 마음 또한 이와 같다 할 것이다.
이 찬란한 5월 스승의 은혜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첫댓글 '스승의 날'에 부치는 글...김명화 칼럼을 읽고 한편으로 흐믓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 누구 보다도 신실하게 성장한 제자 김명화 교수가 자랑스럽습니다.
공감이 가는 좋은 내용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귀감이 되는 스승 밑에서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제자들이 배출된다는 전언이 맞아요.
제 덧글을 보실런지 모르지만, 차분한 글에 깊이가 더하니 독자로서 느낌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