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예수
김효현
하늘을 날아다니던 구름
먹장구름 되어
땅바닥에 곤두박질 떨어진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밤의
오물을 쓸어안고
땅 속으로 땅 속으로
스며든다 스며든다
삼일 밤낮을
깊이깊이
내려가며 내려가며
상처 씻긴 맑은 얼굴로
막고 있던 돌을 굴려
생수의 물꼬를 트고
샘솟아 오른다
오늘도
마른 목줄기를 타고 흐르고
갈라진 땅에 연두 새싹을 밀어 올리고
솟아오른다
흘러넘친다
샘터에서
김효현
샘이 있는지도 모르고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들
샘터까지 와서
샘의 크기만 재고
빙빙 돌다가
죽어가는
조롱박을 들어
생수를 떠 마시지
그마저 급하면
두 손으로 움켜
마시기라도 하지
아니 그도 아니면
입을쳐박고
개처럼 마시기라도 하지
설교학 강의
김효현
바닥이 보이는 샘에서
바닥에 살짝 고인 물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퍼 올리냐가
문제가 아니다
바가지를 몇도 각도로 기울여서
어떤 방법으로 해야
많이 퍼 담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송 송 송
밤이고 낮이고
생수가 솟아 나오지 않음이
샘이 차고
흘러넘치지 못함이
문제다
아내의 첫 해외여행
김효현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쓰는 사람 따로 있다더니
내가 그렇다
아내는 25년 간 교사생활을 해도
외국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는데
돈 버는 재주 없는 목사인 나는
벌써 15개국을 다녀왔으니
목회자 부부 해외선교여행도
비수기에 일정이 잡히고
방학엔 교회 행사가 줄줄이 엮여
한 번도 함께 나서지 못했던 아내가
첫 해외여행 비행기에서
용케 창쪽 자리를 배정받아
발그레한 소녀 가슴으로
창에 얼굴을 바짝대고
맑은 눈동자를 굴리고 있다
예수상
김효현
서양 사람들이 그려놓은
에수 초상화
금발의 유럽인 모습
아랍인 모습
때로는 흑인 예수상
한복에 갓 쓴 김기창의 예수
김병종의 바보 예수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며진 액자에 담겨
교리의 회색 틀에 박혀
죽어 있던 예수가
부활의 아침에
내 가슴을 촉촉이 밟고 들어온다
살가운 숨결로 하나 되어
나의 삶 속에 녹아들어
카페 게시글
목산문학 11호
김효현 - 예수상 外 시4편
목산솔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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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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