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月望後 朝廷命御營大將 行軍門梟示死罪次刑 大將稱病
사월망후 조정명어영대장 행군문효시사죄차형 대장칭병
81. 三一不出 三一後 遞罷病官 出新官行刑 將出獄 始加刑問一次杖膝三十度 舁過市曹
삼일불출 삼일후 체파병관 출신관행형 장출옥 시가형문일차장슬삼십도 여과시조
遍願觀者 稱渴索酒 軍卒捧上一盃 餘之盡 遂赴城南十里演武場江上沙場地名露梁 貫矢於耳
편원관자 칭갈색주 군졸봉상일배 여지진 수부성남십리연무장강상사장지명노량 관시어이
軍卒授罪索使之看 所書頗多 而從容看畢 引頸受刑 時四月十九天主聖三占禮日申時也
군졸수죄색사지간 소서파다 이종용간필 인경수형 시사월십구천주성삼점례일신시야
斬訖 忽然大風驟起 黑雲漫空
참흘 홀연대풍취기 흑운만공
82. 雷電轟燁 都民莫不驚惶 時一敎友三百里外行路 一敎友在四百里外避難 見風雷異常
뇌전굉엽 도민막불경황 시일교우삼백리외행로 일교우재사백리외피난 견풍뇌이상
意者此日必有怪事 牢記日字 後聞神父致命 正此日此時也
의자차일필유괴사 뢰기일자 후문신부치명 정차일차시야
4월 보름 후 정부에서는 어영대장에게 명하여 신부님을 군문효시(사형에 처한 다음에 하는 형벌)하
게 하였는데 그는 병을 핑계로 사흘 동안 출근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사흘 후 그를 파면하고 새로 임
명한 대장을 내보내 사형을 집행하게 하였습니다. 신부님을 옥에서 끌어내어 처음으로 형벌을 가해
문초하고나서(무릎을 서른 번 매질함) 떠메고 거리를 나갔습니다. 신부님이 길가 좌우 구경꾼들을
두루 둘러보고 목이 마르니 술을 달라고 하자 군졸이 술 한잔을 바쳐 올렸습니다. 다 마시고 나서 성
밖 남쪽 10리 되는 연무장(한강 모래밭의 이름은 노량)으로 갔습니다. 귀에 화살을 꿴 후 군졸이 죄
목을 적은 문서를 주어 읽어보게 하였습니다. 쓰인 것이 매우 많았는데 조용히 다 읽고 나서 목을 늘
여 칼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4월19일 삼위일체 대축일 오후 3-5시 사이였습니다. 목을 베자 갑자기
큰 바람이 일고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천둥 소리가 요란하고 번갯빛이 번쩍이니 서울 사람들이 모
두 놀라고 황겁하지 않은 이 가 없었습니다. 이때 한 교우는 300리 밖에서 길을 가고 있었고 또 한 교
우는 400백 리 밖에 피난해 가서 있었습니다. 바람과 천둥이 이상한 것을 보고 이날 반드시 이상 한
일이 있으리라고 하여 날짜를 기억해 두었다가 그 후에 신부님이 순교했다는 말을 듣고 따져 보니 바
로 그 날 그 시간이었습니다.
註
- 연무장: 새남터는 일명 “노들” ,“사남기”라고 불렸으며 조선 초부터 군사들의 연무장과 국사범을
비롯한 중죄인들의 처형장으로 사용됨
- 300리 밖 길을 가고있던 사람: 황심(춘천 북산) / 400리 밖 피난자: 황사영 자신(제천 배론)
懸首五日 晝夜防守 不許人近傍 隨後大將命瘞之 依舊嚴守 敎友潛識葬處 以圖日後遷窆
현수오일 주야방수 불허인근방 수후대장명예지 의구엄수 교우잠식장처 이도일후천폄
有惡官奏曰 此人不當瘞
유악관주왈 차인부당예
83. 請命暴露 大妃允之 先時命瘞之大 將諫曰 旣已瘱之 何必乃爾 事得已 而守墓軍卒
청명폭로 대비윤지 선시명예지대 장간왈 기이예지 하필내이 사득이 이수묘군졸
厭其苦守 潛移別處 敎友們暗地遍尋 至今不得
염기고수 잠이별처 교우문암지편심 지금부득
머리를 닷새 동안 거리에 매달아 놓고 밤낮으로 지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 후
대장이 흙으로 덮으라고 명령하고 여전히 엄히 지키게 하였는데 교우들이 묻은 곳을 몰래 알아두었
다가 후에 이장하려고 하였습니다. 악독한 관리가 위에 아뢰기를 “이 사람은 매장하는 것이 옳지 않
으니 파내서 드러내 놓게 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니 대왕대비가 이를 허락 하였습니다. 그러나 먼
저 묻으라고 명했던 대장이 “이미 묻어 버린 것을 그렇게까지 할 것이야 있겟습니까?”라고 간하여
별일 없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덤을 지키는 군졸이 지키는 수고를 싫어하여 몰래 딴 곳으로 옮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교우들은 암매장 한 곳을 찾아다녔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行刑時 宣言曰 此濟州人也 盖不奏聞中朝 所以掩跡也 神父致命後 窘難大勢稍減
행형시 선언왈 차제주인야 개불주문중조 소이엄적야 신부치명후 군난대세초감
而譏捕未嘗斷絶 獄中拘囚者尙多 或言當斬者復有九人 傳聞之言 未知虛實
이기포미상단절 옥중구수자상다 혹언당참자복유구인 전문지언 미지허실
그리고 형을 집행할 때 관리들이 이사람은 제주 사람이라고 선언하였는데 그것은 중국 조정에 보고
하지 아니하고 그 흔적을 가려 덮어 버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신부님이 순교한 후 박해가 약간 누그러
지기는 했으나 사찰과 체포는 여전히 끊어지지 않아 감옥에 갇힌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말로는 참수형을 당할 사람이 아홉 명이 더있다고 하였습니다만 전해들은 말이라 거짓인지
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註
- 당시 기록에 황사영의 말대로 제주 사람 이라고 선언했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음
84. 本神父到東之初 便有告變者 已爲先王所知 故七年之中 無時不小心畏約 未敢廣行聖事
본신부도동지초 편유고변자 이위선왕소지 고칠년지중 무시불소심외약 미감광행성사
沾恩者本不多 而太半是女友 外鄕敎友乃都下常人 熱心者不小 受恩者絶稀 此輩皆忍受多苦
첨은자본불다 이태반시여우 외향교우내도하상인 열심자불소 수은자절희 차배개인수다고
積年段望 市勢不便 故雖私室之中 不敢開口說神父二字
적년단망 시세불편 고수사실지중 불감개구설신부이자
85. 不意反爲惡人所害 承顔於懸首之後 十載苦誠 一朝歸虛 神形至並亡之境
불의반위악인소해 승안어현수지후 십재고성 일조귀허 신형지병망지경
生死無可依之所 莫不喪情失志 不知所爲
생사무가의지소 막불상정실지 부지소위
신부님이 이 나라에 오자마자 곧 고발한 자가 있어서 이미 선왕이 알게 되었으므로 7년 동안 조심하
고 또 두려워서 몸을 움츠리지 아니한 때가 없었고 감히 성사를 널리 집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은혜를 입은 자가 본래 많지 못하며 그 태반은 여교우 들입니다. 지방의 교우들과 서울에 사는 평민
들로서 열심한 자가 적지 않았으나 은혜를 받은 이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많은 고통을
참아 받으며 여러 해를 두 고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나 시대의 추세가 불안하여 비록 개인 집 방에
서라도 감히 입을 열어 신부라는 두 글자를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뜻밖에 도리어 악한 자에게 피살
되어 그 머리를 매어 단 다음에야 신부님의 얼굴을 보게 되니 10년 동안 애쓴 정성이 하루아침에 헛
일로 돌아가 버려 영혼과 육신이 다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생사를 의지할 데가 없게 되니 모
두 상심하고 실망하여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罪人等雖安慰之曰 父師之來 傳爲救人 豈不欲博 施廣濟 奈緣阻碍之多端 忍愛莫發
죄인등수안위지왈 부사지래 전위구인 기불욕박 시광제 내연조애지다단 인애막발
今旣致命 在天主保之力 必大勝於在歲時
금기치명 재천주보지력 필대승어재세시
86. 吾儕之托賴 你等之盼望 正該加倍於前日 不可有絲毫失望之志 伊等將信將疑 且悲且慰
오제지탁뢰 니등지반망 정해가배어전일 불가유사호실망지지 이등장신장의 차비차위
如此光景 恐是振古所無 太西昔年之窘 其慘毒 則有甚於今日此土 然神司相繼 聖事不絶
여차광경 공시진고소무 태서석년지군 기참독 즉유심어금일차토 연신사상계 성사부절
故聖敎不爲淪亡 生灵盡行拯濟 東土則時勢逈異 萬無此望 綿羊失牧 猶能茁長 乳兒喪母
고성교불위륜망 생령진행증제 동토즉시세형이 만무차망 면양실목 유능줄장 유아상모
尙冀生全
상기생전
87. 罪人等則百爾思之 實無主路矣
죄인등즉백이사지 실무주로의
저희가 그들에게 “신부님이 오신 것은 오로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니 어찌 널리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 영혼을 구하고자 아니하셨겠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갖가지 장애로 말미암아 사랑을
참고 드러내지 못하시다가 이제 순교하셨으니 천당에서 우리를 보호하시는 힘이 세상에 계실 때보다
훨씬 더할 것이오. 그러니 우리의 의탁과 그대들의 소망이 오히려 전날보다 배로 늘어나서 티끌만큼
이라도 실망해서는 안되오 ”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믿는 것 같으면서도 의심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퍼하면서도 스스로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광경은 아마 옛날에도 없었을 것
입니다. 옛날 서양의 박해가 그 참혹함이 오늘 이 나라에서보다 더 심했다고 해도 성직자가 대를 이
어 성사가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교회가 멸망하지 않고 인간의 영혼이 다 구제 되었습니다만 이
나라에서는 정세가 너무 달라 그런 희망이 전혀 없습니다. 양이 목자를 잃고도 풀을 뜯어먹고 자라고
젖먹이가 어머니를 잃고도 살아 나가기 를 바랄 수는 있지만 저희는 백 번 생각해 보아도 실로 살길
이 없습니다.
罪人等生於終古幽暗之區 幸爲天主之人 常思殫 竭心力 顯揚主名 以報特恩之萬一 那之中道
죄인등생어종고유암지구 행위천주지인 상사탄 갈심력 현양주명 이보특은지만일 나지중도
遽遭此境 曾聞致命之血 爲斯敎之種 然敝邦不幸 東隣日本 島夷殘毒 自絶於主 而我朝議論
거조차경 증문치명지혈 위사교지종 연폐방불행 동린일본 도이잔독 자절어주 이아조의론
反以爲能 將欲效之 寧不寒心
반이위능 장욕효지 녕불한심
저희는 아직까지 침침하게 어두운 지역에 태어났으나 다행히 천주의 사람이 되었으므로 항상 몸과
마음을 다하여 주님의 이름을 드높여서 특별한 은혜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를 생각하였는데 중도에
서 이런 지경을 갑자기 만날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일찍이 듣건대 “순교자들의 피는 성교회의
씨앗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동쪽으로 일본과 이웃하고 있습니다. 섬나라 오
랑캐들이 잔인하고 흉악하여 스스로 천주와의 관계를 끊어 버렸는데 우리 조정에서는 오히려 그것을
잘했다고 하여 장차 그것을 본받고자 하니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닙니까.
註
- 曾聞致命之血 爲斯敎之種 : “순교자들의 피는 성교회의 씨앗”
- 라틴 교부인 테르툴리아노(Tertullianus)가 197년 말 지은 “호교론”에서 “여러분의 불의한 박해
와 잔인성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매력을 줍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죽이면
죽일수록 더욱 많이 불어납니다. 피는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입니다.“라고 함.
88. 我東人品柔弱 法令解弛 未心如日本之刻酷 然現今敎中 高明剛毅之人 存者無幾 愚鹵賤人
아동인품유약 법령해이 미심여일본지각혹 연현금교중 고명강의지인 존자무기 우로천인
婦女孩童 約畧計之 尙不下數千 而料理無人 興起無方 似此形勢 其何能長久乎 不出十年
부녀해동 약략계지 상불하수천 이요리무인 흥기무방 사차형세 기하능장구호 불출십년
雖更無官窘 將自歸消亡 嗚呼痛矣 未死之前 何忍見聖敎 之絶滅也
수경무관군 장자귀소망 오호통의 미사지전 하인견성교 지절멸야
우리나라는 인품이 부드럽고 연약하고 볍령도 해이하여 꼭 일본처럼 그렇게 각박하고 악독하지는 않
겠지만 현재 교우 중에 지식이 있고 의지가 굳은 사람이 몇 안되어 우매한 부녀자와 아이들을 대충
합하여도 수 천명에 이르지 않는 이들을 지도할 사람이 없어서 떨치고 일어날 방밥이 없습니다. 이런
형편으로야 그 어찌 오래갈 수 있겠습니까. 10년이 못가서 비록 정부의 박해가 다시 없더라도 저절
로 소멸하여 망하게 될 것 입니다. 아, 참으로 슬픈 일이옵니다. 죽기 전에 성교회가 끊어져 없어지는
것을 어떻게 차마 보겠습니까!
89. 罪人等之今年免禍 感惧交切 感慈恩之曲庇 特荷生全 惧罪惡之偏多 未蒙簡選
죄인등지금년면화 감구교절 감자은지곡비 특하생전 구죄악지편다 미몽간선
誠欲以此餘生 爲主盡瘁 而不但智乏 又復力窮 其將含寃而入地 抱恨而終天乎 哀痛悶迫之中
성욕이차여생 위주진췌 이불단지핍 우복력궁 기장함원이입지 포한이종천호 애통민박지중
誰爲憐我 誰爲慰我 雖欲哭訴於 大爺慈座之前 關河阻隔 瞻望靡及 尤憎煩鬱 將如之何
수위련아 수위위아 수욕곡소어 대야자좌지전 관하조격 첨망미급 우증번울 장여지하
저희는 금년에 화를 면하여 고마움과 두려움이 엇갈립니다. 인자하신 은혜의 보살핌으로 생명을 보
존하게 되었으니 고맙고 죄악이 크고 많아서 선택을 입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참으로 이 남은 생명으
로 주님을 위하여 힘을 다하고자 하오나 지혜가 모자랄뿐 만 아니라 힘도 없으니 장차 이 원한을 이
대로 안고 땅속에 들어가서 한을 품고 이 세상을 마쳐야 하겠습니까. 슬프고 답답한 가운데 누가 저
희를 불쌍히 여기며 누가 저희를 위로해 주겠습니까. 인자하신 주교님 앞에서 통곡하며 호소하고자
하오나 (국경의) 관문과 산하가 가로막혀 우러러 보아도 뵈올 수 없으니 더욱더 속이 타고 답답하옵
니다. 장차 어찌하오리까.
90. 罪人等聞神父自現之消息 驚痛之外 又有所大惶惧者 如或奏聞中朝 必然累及本堂
죄인등문신부자현지소식 경통지외 우유소대황구자 여혹주문중조 필연누급본당
似此則東國敎務 無復餘望 爲此夙宵憂慮 更深於本國之事 幸而庇佑岡極 根本不動
사차칙동국교무 무복여망 위차숙소우려 경심어본국지사 행이비우강극 근본부동
兼之罪人不死 若望無故 主旨昭然 如印方之事 屬之於大爺也 罪人等何敢不訴盡哀曲
겸지죄인불사 약망무고 주지소연 여인방지사 속지어대야야 죄인등하감불소진애곡
仰承此恩耶 請悉言之 願曲察之
앙승차은야 청실언지 원곡찰지
저희가 신부님이 자수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고 슬픈 외에 크게 당황하고 걱정한 것은 혹시 이
일이 중국 조정에 보고되었으면 필연적으로 그 누가 (북경) 천주당에 미치리라는 것 때문이었습니
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의 교회 일은 다시는 가망이 없게 될 것이므로 그 때문에 밤낮으로 이 나라에
서의 일보다 더 근심하고 걱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다행이 극진한 보우하심으로 근본이 흔들리지 아
니하고 아울러 저도 죽지 않았으며 요한도 무사합니다. 주님의 뜻이 이 나라의 일을 주교님께 맡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어찌 감히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하소연하여 이 은혜를 우러러
받들지 아니하겠습니까. 모두 말씀 드리오니 원컨대 굽어 살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