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반한 마을, 산수리
산수리는 그 이름부터 참 예쁘다. 아마도 산수리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 그런다.
“와, 참 예쁘다.”
이 표현은 산수리가 가진 이름이 주는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곧 육감(六感)이며, 육감(肉感)이니, 우리는 산수리 풍경을 한 편의 시로 누구나 읊을 수 있다. 저절로 의경(意境, 거리감)은 이뤄졌으니, 어찌 의상(意象, 이미지)이 떠오르지 않을까. 이를 언어로 바꾸기만 하면 해맑은 시(詩)가 된다.
사람들이 느끼는 아름다운 마을이름 만큼이나 마을사람들은 산수(山水)처럼 맑았다. 얼굴도 맑고, 마음도 맑았다. 하늘도 맑고, 땅도 맑았다. 가진 것 많지 않아도 인심이 후했다. 사람들 마음에 마을은 하나였다. 이웃이 가족이고, 남자들은 형제였고, 여자들은 자매였다.
마을이 풍기는 향기가 마을사람 마음에서 우러나니, 어찌 사향(麝香)에 비길까. 이미 말을 걸어보기 전 그들의 얼굴에서 그런 향기는 피어났다. 말을 걸어보면 그냥 반했다. 마을사람들은 셋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하나였다. 그냥 마을사람들일 따름이고, 모두 산수리사람일 뿐이었다. 네 것 내 것이 어찌 따로 있을까. 모두 내 가족이고, 내 형제이고, 내 자매이다.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은 즐거움만 가득한 매일의 축제였다. 다 힘을 합하고, 다 재주를 뽐냈다. 그렇기에 무슨 음식인들 맛있었다. 특별히 미원 넣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 그것은 손맛이 아니라 심성(心性)맛이었다. 타고난 마음씨가 음식 맛을 내는 비법이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마을회관에서 만들었다. 더 맛있게, 더 배부르게, 더 따뜻하게, 더 감미롭게, 더 신선하게 만들어서 사랑하는 아들딸, 부모, 그이에게 주는 마음이 마을회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니 이것이 곧 축제다. 그래서 산수리마을회관에는 신(神)이 이미 강림해 있었고, 마을사람들은 제사를 치렀고, 난장을 베풀었고, 종합예술을 행하고 있는 현장이다. 매일 매일,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마을신은 마을사람들에게 복(福)만 내릴 것이다. 마을사람 모두 신체 건강하고, 정신적 아픔은 치유되고, 삼시세끼를 배불리 먹고, 즐겨 마을사람들 서로 노래한다. 장구치고 흥겨움에 충만하니, 어찌 격양가(擊壤歌)가 따로 있을까. 한 잔 술 서로 권하며 매일이 즐겁도다.
꽃마을이라 표현해도 옳다. 아니 꽃길만 걷는 마을이다. 이장, 반장, 사무장 등 마을 사람 모두가 나와서 꽃길을 가꾸었다. 꽃을 심는 마음은 이미 활짝 핀 꽃이다. 마을 입구를 트랙터로 가꾸는 사람, 마을 표석을 꾸미는 사람, 밤길 수놓는 이정표를 만드는 사람, 마을길에 나무를 심는 사람, 그리고 꽃처럼 예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꽃마을이다.
항아리장승가족이 마을을 지키는 마을, 산수리 마을사람들 생김 마냥 호박을 놓아 입구를 꾸민 마을, 그곳에 악귀를 막아내는 참 예쁜 꽃나무도 있다. 이를 보고 있으면 산수리사람들의 어진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웃음으로 재앙을 막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면 산수리사람들은 부처님보다도 더 지혜롭다. 절집을 지키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이 산수리마을에 오면 많이 배우고 갈 것이다. 악귀와 재앙을 힘으로 무서움으로 물리치지 않고 웃음과 어울림으로 물리치는 차원 높은 산수리사람들에게 모두 두 손 들고 배울 것이다.
산수리마을은 그 이름만큼이나 사람들이 아름답다. 그렇다. 참 예쁘다. 그렇다. 감히 요순시절 격양가를 산수리에서는 논하지 말지어다.(202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