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대물이 나왔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침부터 마당 한편에 있는 아래쪽 화단을 정리한다.
기존에 심어져 있던 철쭉을 뽑아내고 새로운 나무를(복숭아나무) 심는다.
원래 집안에 복숭아나무는 심는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아버지의 강력한 추천으로 복숭아나무를 심는다.
한 3년 키우면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는다.
그런데 그 철쭉은 왜 꽃을 피우지 않는 걸까?
다른 철쭉은 꽃만 잘 피우던데...
물을 잘 안 줬나?
비료를 안 줬나?
아니면 사랑을 안 줬나?
그 전부터 심어져 있던 철쭉이 힘도 없고 꽃도 피울 생각을 하지 않아 마당에서 퇴출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좁은 공간에 다양한 나무를 심어 가꿀 좋은 의도이다.
철쭉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바이다.
“너무 성과주의의 세속적인 내 모습을 보여서, 철쭉아 미안.”
삽과 괭이를 동원하여 철쭉 주위의 흙을 동그랗게 판다.
생각보다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상당히 큰 원으로 그 주위의 흙을 파고 또 판다.
마치 철쭉이 바다 위에서 홀로 남겨진 섬과 같다.
이젠 가운데 철쭉 너만 남았다.
그러던 중 괭이에 뭔가 걸린다.
아니 박힌다.
뽑아 드니 그건 바로... 대물이다.
엄청나게 큰 더덕이 괭이에 걸려있다.
와~ 나는 그 큰 더덕을 들어 올렸다.
조금 과장하자면(?) 냄새가 온 마당에 퍼진다.
얼마 만에 맡아본 자연산 더덕이란 말인가.
이게 우리 집 마당 한쪽에 파묻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누가 철쭉 밑에 더덕 씨를 뿌려놓았을 리는 없을 테고.
분명 자연산이다.
갑자기 철쭉에게 더 미안해지면서 고마워진다.
네 덕분에 이 더덕을 캘 수 있었구나...
너를 희생하여 나에게 이런 복을 주었구나.
철쭉아, 고맙다.
이 큰 더덕을 네가 품고 있었구나.
큰 복이라 생각하마.
올해 다 잘되려나 보다.
잠시 눈을 감고 철쭉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삽과 괭이를 도구로 삼아, 지렛대 원리를 철저하게 이용하여, 철쭉과의 기나긴 싸움을 끝내려고 한다.
“너는 나오지 않으려고 하고, 나는 널 끄집어 내려 하는구나.”
철쭉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누운다.
결국엔 나의 승리.
땅을 다시 예쁘게 돋우고 그 자리에 새파랗게 젊은 복숭아나무를 심는다.
그 큰 구멍으로 들어가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고 여리다.
“철쭉과 더덕의 기운을 잘 받아 무럭무럭 자라렴.”
아 오늘 정말 힘든 사투였다.
그래도 좋다.
더덕 너를 만나서.
오늘 저녁 반찬은 자연산 더덕구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