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개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Asian·European Meeting)는 아시아·북미·유럽 중 상호협력 관계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아시아와 유럽 간의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1996년 출범하여 2년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회의는 아시아와 유럽의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해 정치, 경제 및 사회·문화의 3대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포괄적 협력을 추구하며, 아시아와 유럽 간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1994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세계경제인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주관으로 개최한 아시아·유럽연합 회의에서 구상돼, 제1차 회의는 1996년 3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고, 제2차 회의는 1998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그에 이어 제3차 ASEM 정상회의는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ASEM Ⅲ : Partnership for Prosperity and Stability in the New Millennium)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2000년 10월 20일부터 21일까지 1박2일 간 아시아와 유럽의 22개국 정상과 4개국 정상 대리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의 강남 COEX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크게 개회식과 폐회식, 세 차례 정상회의(정치, 경제, 사회 ․ 문화분야), 대통령 주최 오찬, 대통령 내외 주최 만찬과 공연 등으로 구성되었다.
〔주요 행사 일정〕
일 시 | 행사명 | 비 고 |
10.19(목)
| 17:00~18:00 | 아시아지역 정상회의 |
|
19:15~21:00 | 대통령 주최 만찬 |
|
10.20(금)
| 09:30~10:15 | 개회식 |
|
10:30~12:30 | 제1차 정상회의(정치분야) *정상부인 : 창덕궁 및 전통혼례식 관람 |
|
12:45~14:15 | 대통령 주최 오찬 |
|
15:00~17:30 | 제2차 정상회의(경제분야) |
|
19:30~22:00 | 대통령내외 주최 만찬 및 공연 |
|
10.21(토)
| 09:30~11:00 | 제3차 정상회의(사회.문화분야) *정상부인 : 테크노가든 의상발표회 관람 |
|
11:15~12:45 | 폐회식 및 의장 기자회견 |
|
추진 체계
이 회의 준비를 위해 정부는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적인 「준비위원회」와 주무부처인 외교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준비기획단」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 회의준비본부(본부장 임성준任晟準, 후에 대통령외교안보수석)와 사업추진본부(본부장 현오석玄旿錫, 후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를 운영하였다. 여기에다 대통령경호실, 국가정보원, 군경 등으로 구성된 「경호안전통제단」을 설치해 각국 대표단의 신변 보호와 행사장에 대한 경호안전 문제를 전담토록 하였다.
이 가운데 회의준비본부는 회의 본부 및 운영 총괄 조정, 정상부인 별도 일정, 개 ․ 폐회식, 숙소, 차량, 통역, 등록, 행사인력, 홍보 및 미디어센터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행정자치부 사무관으로 파견된 필자는 기획총괄부(부장 김원수, 후에 UN 사무차장) 소속으로 개 ․ 폐회식 및 숙소팀(팀장 이병국, 후에 수단주재 대사)의 핵심 업무인 개회식과 폐회식 준비를 담당하였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개 ․ 폐회식으로 준비
이 행사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첫날 열린 개회식과 정상회의였다. 개회식이 열린 첫날 아침, 서울 도심지 7개 고급 호텔에 분산 투숙한 25개국 정상들은 행사장인 COEX 컨벤션센터에 차례로 도착했다. 이날 대부분의 정상들은 승용차 편으로 도착했으나 행사장 바로 옆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숙소를 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산책을 겸해 걸어서 입장했다. 이날 주최국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 내외는 8시40분 경 도착해 1층 로비에서 ‘아리랑’등 우리 전통 가락이 연주되는 가운데 도착하는 정상들과 차례로 2~3분간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이 가장 먼저 도착해 김 대통령 내외와 악수를 나눴고, 이어 벨기에, 브루나이, 핀란드 순으로 정상들이 도착했으며,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가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모두 인사를 나눈 김대중 대통령과 1층 VIP 라운지에서 환담하던 정상들은 함께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개회식장인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에 참석했다.
개회식은 26개국 정상급과 850여 명의 국내외 주요 인사와 주한외교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상 퍼포먼스(Sound performance), 백남준 선생의 Video Art ‘21세기 ASEM의 꿈’, 공식휘장 탄생, 회의 의장인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의 개회사 및 기조연설, EU 의장국 겸 조정국인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조정국인 추안 릭파이 태국 총리, 프로디 EU 집행위원장,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5명의 정상 연설, 무대 앞 단체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하였다. 이날 개회식에는 한국어, 영어 등 7개 언어로 진행 상황을 동시통역하였다.
개회식이 끝난 후에 정상들은 2층의 제1차 정상회의(정치 분야)에 참석하고, 정상 부인들은 창덕궁 관람을 위해 출발했다.
이같이 대규모로 열리는 국제회의는 의전과 경호 안전, 시설의 3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어느 한쪽을 너무 강조하면 다른 한쪽에 약간의 허점이 나타나는 법이다. 따라서 이 행사에서도 행사장인 COEX 시설물을 100% 활용하면서 적절한 용도로 시설을 개조하는 한편, 의전과 경호 안전에 무리가 없도록 전체 구도를 짜서 품위 있는 개회식과 폐회식이 되도록 역점을 두었다. 여기에다 우리의 수준 높은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장(場)으로 적극 활용하였다.
이에 따라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3층 오디토리움의 백드롭(배면장식)은 전통 완자무늬가 은은하게 드러나도록 하였으며, 모든 참석자들의 가슴에는 전통 한마음 매듭을 달도록 하였고, 또한 정상들의 식장 입장을 안내한 어린이‘리틀엔젤스’26명은 모두 한복차림에다 청사초롱을 드는 등 우리 전통문화의 홍보에 노력하였다.
개회식장의 정상들에 대한 좌석 배치는 어려운 문제였으나 일반적인 국제의전 기준에 따라 한국(의장국), 프랑스(EU 의장국 겸 조정국), 태국(조정국), EU 집행위원장(조정국), 영국(전임 의장국), 기타 정상(대통령 또는 왕, 총리 순으로 하되, 동급인 경우 재임기간 우대) 순으로 좌우 교차해 배치하였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정상들의 개회식 입장 방법
당시 주최국 의장인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25개국 정상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중요한 문제였다. 이날 아침 경호통제단 주관으로 한강에 인접한 7개 호텔에 분산 투숙하고 있던 정상들이 COEX 그랜드볼룸 앞에서 오래 기다리거나 늦게 도착하지 않도록 교통흐름을 적절하게 통제하였다.
ASEM 관례상 국가별 알파벳 순으로 하던 관행을 깨고 자연스럽게 COEX 그랜드볼룸 앞에 도착하도록 했다. 도착한 순서대로 각국 정상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와 2~3분간 가벼운 환담을 나눈 후 기념사진을 찍고 VIP 라운지로 이동했다.
이윽고 약 40분간 주최국 의장인 김대중 대통령 내외와 인사를 마친 정상들은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3층 로비에 도착한 후, 자기 나라 국기가 그려진 청사초롱을 들고 있던 화동과 손잡고 차례대로 개회식장에 입장해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튿날 열린 폐회식은 모든 정상들이 단하에 착석(현재 및 차기 의장국인 대한민국과 덴마크 정상은 연설 후 단하로 이동)한 가운데 열렸는데, 정상 및 정상 부인들의 입장 착석, 대한민국 및 덴마크 정상 연설, 정상회의 기간 중 하이라이트 영상 시청, ASEM Festival Orchestra 특별연주(‘얼의 무궁’, 지휘 금난새), 정상 퇴장 순으로 거행되었고, 이어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ASEM 4개 조정국 정상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훌륭히 치러냄으로써 대한민국이 다자외교 무대에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 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여서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이 되었다.
필자 역시 대규모 국제행사에 처음 파견돼 국제관계에 안목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며, 이 행사에 파견된 당시 부산 BEXCO 소속 직원 2명과 행정고시 합격자, 인턴 등의 실무인력이 개 ․ 폐회식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회의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최초의 대규모 국제회의로서 그 이후에 열린 부산 APEC(2005년), 서울 G20(2010년), 서울 核안보정상회의(2012년)와 같은 국제행사 유치와 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끝
- 출처 : '정현규의 의전 노트, 제주에서 DMZ까지'(2024, 도서출판 예중,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