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댄스일기 - 아픈 마음을 달래며....
2006. 11. 18. 토
오후에 사교댄스 강습 받는 곳을 갔다.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을 사교댄스를 배우면서 달래보려는 속셈이었다.
사교 음악이 끈적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선생님이 블루스 스텝을 가르쳐주고, 다시 실습으로 옮겼다.
벌써 몇 회째라서 대충 스텝들은 익혔다. 음악도 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떤 때는 감이 오고 느낌도 살았는데, 오늘은 영 아니었다.
시시하고... 따분하고... 지루하고...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곳에서 중도에 나왔다.
내가 모던댄스를 연습하는 곳으로 갔다.
요즘 마음이 몹시 답답하다.
군중속의 심한 고독감과 계절의 쓸쓸함이 더욱 내 마음을 괴롭혔다.
연습 장소에 들어섰지만...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는 좋았다.
나는 사람이 북적대고 많은 것보다 이렇게 한적한 게 좋았다.
이런 분위기를 나는 즐겼다.
옷을 갈아입고... 댄스화를 신고... 간단히 몸을 풀고...
본격적인 모던댄스 연습에 들어갔다.
모던댄스 입문 초기에는 연습할 종목이 단순했다.
왈츠...
그 한 종목만 가지고 몇 시간을 연습하며 즐길 수 있었다.
같은 동작의 반복적인 연습을 몇 시간씩 지루한 줄 모르고 했었다.
그때가 좋았다.
단순 반복 동작을 계속 하다보면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기고.
발전되는 학습 동작이 스스로 느껴져서 희열감을 맛보고...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아니었다.
여러 종목을 조금씩 해야 했다.
왈츠도 해야하고, 음악이 나오면 탱고도 하고.
이곳에는 모던댄스 5종목 음악이 골고루 다 나오니까 연습하기가 좋았다.
물론 왈츠 음악이 편중되게 많이 나오긴 해도... 그만큼 왈츠의 비중이 높아서 연습량이 많았다.
오늘 연습 중에 비중을 높이는 게 슬로우 폭스트롯이었다.
나름대로 짜집기 된 루틴으로 베이직을 세 바퀴 돌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비중 높은 부분이 리버스웨이브였다.
그 동작은 룸바 음악이 나올 때 사람들이 덜 붐비면 난 홀로 플로어를 리버스 웨이브를 연습하면서 돌았다.
힐로 뒤로 쭈욱쭈욱 당겨 나가는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중간에 한 번 나오는 폭스트롯 음악에 맞춰서 혼자서 폭스트롯을 출 때는 대단한 희열감과 환희를 맛보았다.
연습하는 사람이 없었고 폭스트롯을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서 그 넓은 홀을 밀고 나가고 후진으로 끌어당길 때의 그 맛이 대단했다.
또 빠른 자이브 음악이나 차차차가 나오면 퀵스텝을 연습하고...
비에니즈 왈츠도 연습하고. 그중 프래클이란 제자리 돌기, 마치 왈츠에서 스탠딩 스핀 같은 이 동작의 연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동작이 상당히 어려웠다. 프로선수들이나 경기 때 사용하는 것인데 그냥 연습하고 싶었다.
이렇든 두어 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나니까...
가슴속에 담겼던 응어리들도 씻겼고 야릇한 쾌감을 맛 볼 수 있었다.
내 가슴의 멍든 상처가 오랜만에 훑어 내려졌다.
글치만 연습하고 쓸쓸히 문을 나서서 차를 운전하고 몇 달 간 다녔던 길을 돌아올 때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이별 후에 겪는 이 아픔이 아물려면 또 숱한 시간과 그리고 나 자신과 싸워야 될 것 같았다.
그나마 나에게는 모던 댄스가 있어서 살아있음을 자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
실크로~드 06.11.19 10:01 첫댓글
땀을 흘리며 솔로 댄스 연습에 열중하는 님의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그렇게 연습을 프로 선수도 아닌 순수 댄스매니아로서는 정말로 많이 하시더군요. 언젠가는 득춤의 그날을 맞이하시길.....
파티마 06.11.19 10:48
하루 빨리 이별 후에 겪는 그 아픔이 아물고, 좀 더 멋지고 화려한 만남 있으시기를 바래봅니다.
바다사랑... 06.11.19 12:21
혼자 하는 댄스.... 희열감과 성취감... 제가 학원에서 나 홀로 추는 룸바를 한답니다~ 베이직~ 하키스틱~ 쿠카라차스~ 음악에 젖어 1시간정도 연습함 온몸엔 땀으로~ 매일 학원으로 향하는 마음이 즐겁기만 하던 걸로~~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셔요~ 난 행복한 사람이라구~~ 이렇게 댄스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즐겁지 않나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시간여유 낼수 없는 수많은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댄스를 통해 체력보강 음악을 통해 기분전환~~~ 담에는 아픈 이별도 이겨 낼 수 있는 정신력 키우셔요~ 누구나 홍역처럼 겪는 일이라 자신에게 위로하며~ 모임에 나오셔요~
이별없는세상 06.11.19 21:19
댄스에 열정을 쏟아 부으세요.. 땀 흘리며 열심히 하시면 그 시간은 모든 시름 다 날아가 버리지요... 끝나고 돌아설 땐 외로움이 밀려오겠지만요.... 청노루님 힘내세요..
별리 06.11.19 23:28
이별의 슬품을 겪은 듯 하군요......... 아픔도 슬픔도 다... 세월이 말해 주겟지요......
밍아 06.11.20 02:48
노루님 혼자는 쪼매만하시고 같이점 함안될까영?? 잘은 몬하지만 구래두 부지런히 욜쒸미~~~~따라댕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두어 시간 중 딱 이십분만 뺏구시포랑!!!! 딴거 보다 비엔나왈츠 잼있을 듯 예전 영화에서 나옴 너무하고 시포서 연습 좀 하문 뭉청 어지러버 둘이함 덜어지러울듯ㅎㅎㅎ~~ 아이고 나두 해보고파라~~~~~~~~
스노우06.11.20 07:04
ㅎㅎ..님의 말씀이 제 맘과 같군요. 전 춤도 잘 못하고, 대전이라 어렵고.... 부디 노루님과 댄스영화를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무지개빛106.11.20 09:05
밍아님~ 부지런히 열심히 따라 댕기면 많이 배우고 좋을거 같아요~~~ 혼자보담 둘이 훨~~~~씬 좋죠! 곧 겨울인데 춥지도 않을 거고....그죠?
밍아 06.11.20 11:18
두님더~~~어~얼!!! 어케 다리 점 함놔도조봐영 지가 널쒸미 노루님 따라 댕김시렁 춤빨 점스문 두 분의 공로 잊쥐 않코 대전까징 쫒아 내려가 자버드릴턴딩!!!!^^(춤빨설라면 쪼매 시간은 걸리것쥐만서두)
파티마06.11.22 14:39
갈채오시면 청노루님 만날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연습하시곤 합니다. 키는 크시고 연세는 좀 있으신분인데, 남자분이지만 몸매는 정말 죽입니다. 가끔 기회되시면 시범도 하시는 실력있는 분입니다. 오셔서 물어보시면 만나뵙기 어렵지 않습니다.
송내기06.11.20 11:36
인간은 언제나 고독과 맞닫뜨리며 살아갑니다. 차라리 즐기세요. 시간이 흐르면 아픔도 슬픔도 치유되기 마련입니다. 보이지 않은 상처가 남을지언정.......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그 무언가를 댄스로 풀어버리세요. 하루하루 살아있음도 감사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