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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th. Aug(일)
이 일기를 쓰지 못한지 한 달하고도 6일이다. 계속하지 못한 뚜렷한 이유는 그냥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 어쩌면 자신의 부족한 성의탓이리라. 어쨌던 다시 새로운 항해가 시작된다. 1년간의 제2기에 접어든 셈이다. 그럭저럭 5개월이 갔다. 아무런 남김도 없이 -. 세월은 쉴새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7월 11일 Las도착하기까지 4-5일간의 심한 황천과의 싸움. Las의 Docking 중의 겪고 느낀 많은 일은 좋은 경험과 인생공부가 되리라.
어제 8월6일 13:00 Las를 출항. 지금 남하중이다. 목적지는 Nigeria의 Lagos . 거기가 새로운 하반기의 격전장인 셈이다. 오랜만에 맑은 해를 보다. 순풍이지만 바람이 세다. 우선 그간의 小史를 간단히 적어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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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Jul(화): 선주측으로부터 Redelivery(반선)에 관한 전보를 받다. Sicily Island West coast Passing time이 그 시점이다. 날자와 시간과 위치를 타전하랬다. 그리고 현재의 용선자는 Sadia Fishing이라 했다. 다시 한 번 놀란다. 그럴 수가 있는가? Charterer가 바뀐 줄을 Owner도 몰랐단 말인가? 渡辺(와타나베)국장과 여기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본선의 현재상태로선 용선자한테 속아넘어가는 가보다.
○ 6/Jul(수): 오후 2시경부터 해상이 거칠면서 앞바람이 불었다. 며칠간 조용한 해면을 미끄러지듯 왔는데-. 예상되로 수격작용이 심하다. 한 번씩 때릴 때마다 배 전체가 떨린다. 너무 空船이다. 더욱이 낡은 배라 염려가 짙다. Oil Tank에 해수주입을 고려했다. 최후의 수단이긴 하지만-. 항로를 변경, 아프리카 북안(北岸)을 바짝 붙다. 종일 잠을 설치다.
○ 7/Jul(목): 계속 아프리카 연안을 붙어면서 ‘갈之’자로 항해를 계속하다. 고역이다. 갈팡질팡이다. 가끔 한 번씩 수격작용을 받을 때마다 창자까지 흔들리는 듯 하다.
내일쯤 Gibraltar해협을 빠질라나? 다시 Owner로부터 전보. 이번 Docking 작업은 가급적 선내 작업으로 하고 내년 차기 Dock로 미루잔다. 속셈이 드러난다. 그러다 매선되면 팔아먹고 말 셈인 것이다. 그것은 너 네들 사정이고 나는 그렇지가 않다. 팔리건 안 팔리건 내가 타는 동안은 어디까지나 완전에 가깝도록 수리하고 정비해야 한다. 너희는 돈이 문제지만 우리는 다시없는 생명이 걸린 것이다.
○ 8/Jul(금): 오후 4시. 드디어 지브랄탈해협을 항과, Laspalmas로 코스를 꺾다. 다소 뒷바람이다. 로링이 심하지만 수격작용보다는 낫다. 북대서양의 높은 Swell이 계속 밀린다. 희부연 안개 속에 지브랄탈의 바위산이 어스럼히 보인다. 한 달전 들렸던 Algeciras 그리고 Malaga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바둑알이 없어졌단다. 누가 바다에 집어던진 게 분명한가 보다. 치사하고 더러운 짓이다. 이게 두 번째란다. 전원 집합, 한마디로 얘길하다. ‘좃찬 남자 새끼들이 할 짓인가?’ 고 -. 내 자신은 이런 것 때문에 얘길하는 것 조차 불결하니까 알아서들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든 자수하라고 -. 이쪽으로 나와서 더욱 잘 느낀 일이지만 한국인의 민족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지 않을까? 좁은 반도에서 바깥세상을 몰라서 그럴까? 공연히 서로를 불신하기도 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나 이외는 그저 개 부리듯 개취급을 해야 통솔이 된다면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닌가?
○ 9/Jul(토): 共同(키요토)통신 뉴스로 경기, 서울지방의 수해 소식을 듣다. 부산은 일없을까? 일일이 복 받지 못한 조국인가? 어쨌던 잘 살고 볼 현재의 세계인데-. 57년만의 폭우. 각지방간의 철도두절, 하천범람으로 사망 159명. 행방불명 200명. 재해민이 7만이란다. 엄청난 숫자다. 서울지방에 사는 3/E. 3/O의 관심이 예민하게 빛난다. 당연하리라. 금간 담장이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어색한 선내 분위기. 간단히 한잔한 끝에 C/E와 갑판장간에 언쟁이 있었다. 서로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낸다. 솔직히 Level을 같이 하기가 부끄럽다. 출국 시 그냥 회사만 믿고 나온 것이 잘못일 수도 있다. 그네들을 믿고 있는 내 자신이 가련해 보인다. 정신적으로 이질적인 상황, 의식구조의 상이, 또한 지식, 교양의 차이, 그 속에서 동의 동질성을 구하기는 참으로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래 맘대로 해라, 결국 그 대가는 바로 너희들한테 돌아갈 테니까.
○ 10/Jul(일): 심한 로링과 어중간한 ETA 때문에 Fuerteventur의 남단을 들러가기로 하다. Laspalmas! 언제부터 들어온 이름인가? 남은 모든 일이 제대로 잘 해결되길 바랄뿐이다. Docking. Mr. Tikam과의 결산, 그리고 차항을 위한 제반 계약들. 어쩌면 만날지도 모르는 많은 친구들. 닻을 내리기 까지 6시간이 문제다. 제발 海上이 좋아주었으면 -.
○ 11/Jul(월): 03:00시 외항에 투묘. 09:00시 Astillos Canarios Dock에 계류중인 소련선에 접안. 동경에서 나온 공무감독 久保씨. 그리고 새로운 통신장 菅原(스가하라)군. 한국 통신장 문삼택씨의 승선. 받은 편지. 그리고 인편에 온 삼베바지, 약, 또 편지. 감독과 3시간 넘게 걸린 Docking관계 협의. 짜증과 피로가 겹친다. 쉴 참도 없다. 기대에 너무나 어긋난 당신의 편지. 지워지지 않는 아내의 환영. 세 아이들의 귀여운 사진. 쉬이 오지 않는 잠. 친구들의 편지. 전연 예기치 못한 Dock의 사정에는 기가 찰뿐. Summer Time으로 인하여 채 날이 밝기도 전에 시작하는 일과와 저녁 10시에 어둠이 시작되는 익숙치 못한 하루의 시간. 험한 산세. 온통 검은 흙. 여기가 Laspalmas인가? 세계 5대 자유항의 하나라고 하기도 하고 유럽에서도 유명한 피서, 피한지라고도 하던데-.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고 뭔가 더욱 심한 그놈의 전쟁이 나를 기다릴 것만 같은 곳이다.
○ 12/Jul(화): C/O. 3/O. C/K. G/B 4명을 병원수배하다. 德丸. 대아에 무사히 도착하여 Dock함을 알렸다. Mr. Tikam이란 놈 London가고 없단다. 제기랄. 2-3일내에 온다고 했다마는 -. 오늘부터 Spain 통화인 Peseta가 오른단다. $1:65Pt에서 87.5Pt한단다. Cash Advance 안 하기를 잘했다. 오후에 선거(船渠)에 들어가다. 시설은 최신형이다. 미국의 특허란다. 그럼 그렇지. 한가운데 받침대를 두고 양 Side에서 모두 62개의 모터로서 Wire를 감아 올려 선체를 들어올린다. 10,000톤까지는 가능하단다. 그래서 육상 높이까지 올려서는 철길을 따라 구루마 끌 듯 이리저리 끌어다 놓아둔다. 적어도 20여척은 한꺼번에 上渠(상거)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일하는 것은 개판이다. 반관반민이라 시간만 채우면 된다나? Bottom Damage(선저손상)가 생겼다. 상거 중에 발생했다. 그들이 실책이다. Damage Report작성. 책임자에게 Sign을 요구하다. 구보감독이 처량하다. 그렇게 영어를 못할까? 여우같은 이와사키란 일본인 수리공장놈. 스페인 말을 모르는 게 한일 수밖에-. 결국 아는 놈한테는 못 당한다. 불편한 침식. 변소. 물 사용. 통상 Docking 중에는 호텔이나 육상시설에서 숙식을 하며 해야 하는데 그 놈의 돈 애낀다고 땅위에 들어 올린 배위에서 생활하라니 이건 말이 아니다. 생각할수록 괫심하고 어더맷치다. 이놈의 곳.
○ 13/Jul(수): Life Boat Damage(구명정 손상)를 Sea Protest(해난보고서)를 만들어 Cover 하잔다. 구보 씨가 사정한다. 식품냉장고 수리 때문에 선식에 남은 고기를 맡기다. 7월분 수당 지급. C/E의 무질서가 다시 시작된다. 최상윤씨가 Las에 채재 중임을 듣다.
○ 14/Jul(목) : J.G 수검받다. G/B 강정보군 입원. 수혈하란다. AB형이 아니라도 좋으니 사람의 피를 가져오지 않으면 수혈이 안 된단다. 병명은 미상, 우선 위급할 만큼 수혈이 필요하단다. 선원들의 헌혈을 호소하는 수뿐이다. St. Catalina병원. 일본인 여간호원 미쓰 끼쿠꼬. 여우같은 년이다. C/S 한유성. 2기원 우영일 그리고 기관장의 음주사고 발생. 2명은 강제 하선시키기로 하다. 환장하겠다. 개새끼들 여기가 어디라고 지랄인가? 하루가 어찌 가는지 느끼지를 못한다. 4명의 헌혈 선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일인당 400cc. 생각보다는 많은 양은 아니나 마음이 문제다. 결국 그는 아프리카에서 걸린 마라리아로 적혈구가 없어졌기에 수혈한 것이란다.
○ 15.Jul(금) Mr. Tikam 만나다. 밀린 작업비 정산. 다음 항차. 매선관계 이야기 등을 나누다. Life Boat 변상문제는 구보감독의 간청으로 요구하다. 일단 Arcotan Owner와 상의하기로 하다. 저녁 전원 집합. 하선 통보 및 재발 시 무조건 하선시킬 것을 시달하다. 새벽1시까지 걸린 전 선원의 합의 및 과정. 기억해둘 필요가 있을는지? 두 사람의 책임을 나머지 선원들이 책임지는 조건하에 한 번 봐주잔다. 무기명 투표까지 했단다. 삶이 어려운 처지에 그제야 정신이 드는가. 진지하게 나온다. C/E의 그 개뿔 같이 찌그러진 모습에서 측은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일부터 연 3일 휴무. 17일 날 버스를 대절해서 섬 일주관광을 수배하다. Mavacas에서 Cover(보상) 해주겠단다. 새로운 전기가 되어야 한다.
○ 16/Jul(토) : Mr. Tikam이 찾는다. 작업비 정산. 내 요구되로 들어준다. 짧은 영어대화에 땀이 났다. 그러나 눈도 입만큼 이야기 할 수 있었고, 그간에 나름대로 시부린 결과는 분명히 있음을 통감한다. 그놈 인도계 유태인 같기도 하다. 코에 걸린 안경, 매부리코, 다아야 반지. 지독스레 반드랍게 생겼었다. 너는 가진 자고 나는 뺏아내는 자다. 해보자.
이곳이 의외로 여자가 많은가 보다. 3/O에게 긴급 Condom를 분배토록 지시하다. 전 선원 작업비 결산을 마치다. 기분들이 좋은 모양. 한일호 시절의 이상민군이 여기서 정착을 한 모양. 17세의 이곳 부인과의 사이에 첫애가 5일전에 태어났단다. 그래 협조해주마. 그 대신 양심끗 신용을 잃지 말고 부지런히 해서 벌어라. 외국에서 장사하는 우리 한국인의 생태를 좀 더 자세히 파악. 결코 순간만을 바라지 말고 내일 봐라. 반드시 성공이 보장될 것이다.
○ 17/Jul(일) : 09:00시 버스로 출발. 섬을 돌기 시작하다. 험악한 산세. 메마르고 척박한 땅. 선인장류 뿐인 산. 거대한 반다마 화구. 구름 위에 솟은 산 위의 맑은 햇살, Maspalomas
Beach의 누드촌. 트인 바다에서 갑갑하던 마음이 막힌 산 속에서 시원스레 트임은 또 어쩐 일일까? 18:00 정각 귀선. 늙은 운전수 수고가 많았다. 구절양장보다 더한 산길을, 수천미터 계곡을 끼고 달릴 때 간이 조마조마 했던 그 순간들을 묘하게도 달려준 대가치고는 적으나 담배 한보루를 ‘무챠스 그라시(정말 감사)’와 함께 주었다. 역시 ‘그라시’의 연발이다.
○ 18/JuL(월) : 역시 휴무. Hotel Fadaka에 투숙 중인 최상윤씨와 점심 같이하다. 전쟁 같은 이곳 Trawler들의 얘기. 일동호가 77동명호로 개명, 죽음을 무릅쓴 탈출얘기. 오대양호의 총탄세례. 과연 그래서까지 잡으려고 애쓰는 이유가 뭔가? 자신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그만한 명분이 설 수 있는 일이라면 몰라도 -.
시내 축제가 있다. 불꽃놀이가 신기하다. 바가지 씌우는 운전사들, 이것도 우리 한국인들이 만든 결과는 아닌지?
○ 19/Jul(화) : 구보감독과 함께 Mr. Tikam 방문. 보통 1-2시간 기다려야 한다. 우리네 사고방식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Dockage 지불건, 구명정 변상 건 얘기하다. 德丸의 선용금 $10,000 송부하라는 Telex보내다.
○ 20/Jul(수) : 어제 Telex 답신 받다. 명세 보내란다. 종일 모든 서류 작성, 송부준비 완료하다. 계속 낮과 밤의 구별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어찌 돌아가는지?
○ 21Jul(목) : 도쿠마루에 서류 송부. 입항 후 처음으로 집에 편지를 띄우다. 많이 원망할 거다. 사진 찾아 분배. 모두 잘 나왔다. 저녁에 최상윤 형과 한잔 나누다. Lido Night Club에서 한국 국회의원들 한국 작부아가씨들과 춤들을 춘다. 세상꼴이 말이 아니다.
○ 22/Jul(금) : 종일 속이 쓰리다. 부족한 잠이 연일 겹친다. 오후 늦게 Dock-out 하다. 본선에서 하란다. 개새끼들이다. 구보감독 또 사정이다. 미칠 지경이다. 그의 입장을 이해는 하나 이놈의 곳 System 또한 개판이다. 73동방호 외항에 입항중이란다.
○ 23/Jul(토) : 남성 72호의 상준군을 만나다. 그놈 엔간한 녀석인데 콧등이 찡한가 슬쩍 돌아서서 눈물을 찍어낸다. 의외로 고생이 심한가보다. 누굴 탓할 수 없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지.
새로 온 통신사 菅原(스가하라)군이 한잔 하잔다. 26세. 고학으로 야간대학을 졸업. 秋田출신. 등산이 전문이란다. 외국은 커녕 비행기를 처음 탔단다. 근간 운전하느라 수고가 많다. Lido에서 혀가 꼬부라지게 마시다. 문 양이라던가를 비롯한 한국아가씨들의 얌체짓. 그토록 만든 얼빠진 어선의 선장들. 기지 주재원 작자들. 골통을 다시 바꾸지 않는 한 불쌍한 선원들이 희생당하고 귀한 $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 시중에서 한병에 250Pst(약1,500원)하는 양주를 4,000pst(28,000원)주고 병체로 시키는 Table은 한국사람 이외는 없다. 그 많은 관광객 중에서-. 사실 그들은 한 잔의 칵테일이나 콜라, 위스키로 몇 시간이고 좋다. Show 구경하고 실컨 춤추고 -. 역시 그래서 그놈의 업주가 한국 아가씨를 고용하고 있나보다. 명목은 연예인이라고 표정 없는 부채춤 하나의 레파토리를 갖고-.
"예까지 와서 한국아가씨 옆에 앉히고 술 먹고 오입하자고 하겠나? 난 이곳 스페인 여자를 원한다. 한잔 마시고 저리 가서 코 큰 놈한테 돈벌어라" 했더니 그런 소린 처음 듣는다며 셀쭉이면서 "어디 계시느냐?"고 한다.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뗏놈이 먹는 격 아닌가? 그렇단다. 번 돈에는 뭣해서 벌었다고 써놓지 않으니 부지런히 벌어서 가거라.
○ 24/Jul(일) : C/E. 또 무슨 변고가 있는가 안 보인다. 이제 기관부가 안절부절이다. 개인적으로 시내에서 싸웠다나. 잘한다. 해봐라. 똥색이 되서 다시 빌빌거릴게 뻔하다. 내일쯤-. 동방73호 본선 우현에 계류하다. 鄭南基기관장 오랜만에 다시 만나다. 상준이 다녀가다.
○ 25/Jul(월) : 다시 휴무란다. 놀고도 먹고 사는 걸 보면 신기하다. 분명 세상은 고르지 못하다. 이제 우리도 결코 못사는 민족이 아님을 스스로 자각하고 보다 떳떳하게 행동할 때도 됐나보다. 모든 상권이나 실권은 이방인에게 빼앗기고 앉은뱅이 용쓰는 식의 불뚝골만 남은 이곳 Spain령 Las. 앞길이 뻔하지 않은가. 동방호 선기장과 함께 극장가다. 홍콩산 중국무술영화다. 손으로 쇠사슬을 자를 땐 웃음바다가 된다. 과연 어떤 의미로 보여질까? 뭔가 일이 자꾸 늦어진다.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다. 식량고용 냉동기가 말썽이다. 처음부터 처리가 잘못됐다. 동경에 Telex하다. 자기네가 돈을 벌기 위해 공사를 맡고도 본선보고 하라는 식. 그리고 시운전도 안 해주고, 그래서 본선의 Test결과 불량해 재 수배하면 또 Charge가 붙는다니-. 과연 정말일까? 누구의 수작이 아닐까? 개자식들이 영어도 한마디 못하면서 외국인 상대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냥 마구잡이로 뺏아간다. 칼만 안 들었을 뿐이다. 구보 감독이 웃으며 그렇단다. 일본의 사고방식으로서는 정말 택도 없는 짓거리다.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이놈의 Spain어 꼭 배워볼까 보다.
○ 26/Jul(화) : C/O. H/Q 다시 병원에 보내다. 설상가상이다. 이 판에 환자는 자꾸 생긴다. 입원중인 강 군은 회복기에 들었다. 아프리카의 잠복성 말라리아랬다. 백혈구를 사그리 없애 들어가는 병이랬다. 일본 간호부 기꾸코년. 내 연장크기만도 못한 게 담배를 꼬나물고 똑 불거진 눈깔을 내리깔고 시부릴땐 영 속이 뒤집힌다. 그래도 병원에서 말은 고년밖에 통하지 않으니 물에 빠진 놈 지푸라기 잡기다.
C/O는 식중독. 24시간 식음 전폐. H/Q는 급성맹장염이란다. 어구야! 할 수 없다 닥치는 데로 하자. 입원 수술여부는 본인에게 맡기고. 수술은 내일 오전 중으로 결정. 오늘 7시까지 입원수속하란다.
낡은 Pipe를 한 개 갈면 옆의 헌 것이 또 터진다. 잘한다. 구보감독도 우거지상이다. 꾸리기로 가죽고리 같더니 욕 좀 봐라. 渡辺국장이 보기 민망하다. 가지도 못하고 잡혀서 -. 그래도 한마디 불평없이 회사의 감독으로 대접해주는 것이 본받을 만하다. 우리 같으면 벌써 한바탕 하고 혼자 갔을 것인데-.
○ 27/Jul(수): 문 국장을 대신 영사관에 보내 고입마치다. 1타수 수술실시. 본인의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단다. 염려 말라. 강 군 퇴원 하루 늦추다. 1타수의 시중 때문이다. 선용금 $3,000수령통보 받다. 언제 보냈는데 이제 오냐? Mr. Tikam 방문, 상호협조를 다짐하다. 최상윤 형 급거 귀국했단다. 그리 쉬이 갈 줄은 몰랐다. 집에 보낼 소식들이 있었는데-. 사무실 얘기로는 비행기 사정으로 급히 갔단다. 서운하다.
○ 28/Jul(목): 갑견 강군 퇴원하다. 다행이다. 그만이라도 한 게-. 선용금 Bilbao Bank에서 $로 찾다. 수수료 $30나 떼였다. 모든 수리 및 Delivery 최종점검하다. FAO 6기 한영환 씨. 9기 박권율 씨 방선. 그의 집에 들리다. 강영백형 숙소에서 송기양군(동방73호 시절 2항사를 한 사람이다)을 만나다. 한잔 하다. 잘들 한다니 반갑다만 그의 더욱 마른 얼굴에서 어쩌면 처절함마져 느낀다. 마지막 조업이래서 안전조업을 기원하다.
○ 29/Jul(금) : 다시 구보감독과 함께 Mr. Tikam 찾다. Loading Port는 Las랬다. 고역 속의 하루다. 금주(禁酒)의 맹세가 더욱 굳어진다. 안주 없는 위스키. 차라리 깡소주를 나팔부는게 낫다. 다시 심기일전을 위해서 350Pst나 주고 이발을 하다. 한결 가볍고 시원하다. Agent에서 Bottom Damage Survey Report 받다. 역시 억지다. 25만Pst로서 떼우려는 모양이다. 감독이 있는 이상 내 할 일은 다 한 셈이다.
○ 30/Jul(토) : 다시 토요일. 그러나 아직도 여러 가지 공사가 뒤죽박죽에 갈팡질팡이다. 그런대로 끝은 보아간다. Dock측, 공장측. 감독 모두 자기위주로 적당히 내보내려고만 한다. 정 그렇다면 나도 끝까지 버티자. 공사비 때문에 네 목 달아나나 허술한 수리 때문에 내 목 앗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나도 살아야제-. 제증서 받다. 橋本(하시모도) 선박담당 일본영사. 귀찮아 못견뎌 해줄테니 어서 가져가란 듯한 표정이다. 오랫동안 남을 거다. 그 표정. 계약연장자 수당 4,200달러 지급하다. Mavacasa에서 Delivery를 월요일 날자로 하겠단다.
○ 31/Jul(일) : 7월이여 안녕이다. 휴일인데도 구보감독 진드기처럼 붙어 애먹인다. 총공사비가 약600만Pst. 어거지다. 영어 모른다고 또 우거지상 지으며 맡긴다. 동방호 정 기관장 자는데 깨워서 나가잔다. 자신은 먹지도 않은 맥주. 성의가 너무 고맙다. 배우지 못한 탓으로 늦게까지 약한 몸으로 남아야 하는 그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외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배를 타기엔 다소 무리한 감이 있다. Advice를 해주었다. 옛정이고 첫정이라 그런가 인간적인면에서도 친근감을 갖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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