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해파랑길 걷기 12일째.
아침을 간단히 먹고 숙소를 나서 16코스를 시작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우비를 꺼내 입었다.
어제는 좀 무거웠었던 몸이 오늘은 좀 가벼워진 느낌이다. 어제 해변 자갈길을 많이 걷는 바람에 왼쪽 발바닥 뒷부분이 갈라져 통증이 있었는데, 어제 저녁에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면롤테이프로 테이핑을 단단히 하고 잤더니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을 둘러봤다. 청룡회관을 지나고,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을 지닌 임곡마을과 도구해수욕장을 지났다.
비는 그쳤지 바람은 점점 세게 불기 시작했다. 해병대상륙훈련장의 긴 해변을 지나고 있을 때 시커먼 먹장구름이 몰려와 포항시내 하늘을 덮더니 진눈깨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해병대 훈련 시 사용하는 화장실로 급히 뛰어가서 20분 정도 피해 있었다. 동창 얼굴이 떠올랐다. 해병대에 입대하여 이곳에서 극한의 훈련을 받았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10년 전쯤에 저 세상으로 떠난 초중고 12년간의 동창인 그의 얼굴이….
포항몰개월비행기공원 건너편에 있는 아담한 텐퍼센트라는 상호의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손과 얼굴을 녹였다.
포스코 공장들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걸었다. 중간에 점심 먹을 데가 없었다. 형산강을 건너포항송도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점심을 늦게 먹을 수 있었다.
17코스를 더 걷기 시작했다. 포항구항과 영일대해수욕장을 지나 예약해 둔 숙소가 있는 북구 장성동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밖으로 나와 당구를 1시간 치고, 육회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숙소로 들어와 밀린 빨래를 해서 널고, 오늘의 일들을 정리해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