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방 도우미와 결혼한 남자! (단편소설)
작가: 백화 문상희 (시인, 수필, 소설가)
*유튜브 누적 조회수 100만 돌파 기념작
낭독: 김인희 소설가
(유튜브 / 댕댕이와 책을ᆢ운영자)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aiVWPZFT6Yc?si=6LIyYaW2dys1fRdI
1부 (장마철 날궂이)
사흘 밤낮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장마철,
오십 대 초반 일용직 노동자 덕배는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었다.
덕배는 막걸리 한 병을 마셨지만 부족한 듯했다.
사다 놓은 막걸리도 떨어지고 해서 늦은 밤 덕배는
우산을 쓰고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가기 전 골목 지하에 노래방이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장마철에 어울리는 구성진 노래가
흘러나왔다.
덕배는 가던 발길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이끌려
지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손님, 혼자서 오셨나요?"
"네~, 비도 오고 해서 노래나 부르다 갈려고
왔답니다."
"네~, 그러시면 저기 조용한 끝방으로 모실게요!"
주인 여자와 덕배가 끝방으로 가는 찰나에
사십대로 보이는 여자가 카운터로 왔다.
"아니, 왜 금방 나와요?"
"네~, 그 아저씨는 나보고 늙었다고 20대 아가씨를
불러달라네요?
휴가철 이 시간에 20대 도우미가 어디 있나요?"
그 여자는 한국말이 조금 어눌한 말투였다.
"그러게요!
그럼 다음에 또 부를게요! 잘 가요~"
덕배는 밖으로 나가려던 도우미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잠시 생각을 하던 덕배가 주인 여자에게 말했다.
"저~, 사장님!
저 도우미 여자를 제방에 보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어이, 보미 아가씨 이리 좀 와보세요!"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밀치던 도우미 여자는
뒤돌아 쳐다보았다.
"예? 사장님?
"여기 이 손님이 같이 있고 싶다고 불렀으니
같이 저 끝방으로 가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덕배가 먼저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고 뒤따라서
도우미가 들어왔다.
도우미는 아담한 키에 얼굴도 작은 동안의 얼굴이었다.
도우미는 들어오자마자 노래방 기계 리모컨을
손에 들고 말했다.
"노래제목 불러주시면 차례대로 예약해 드릴게요!"
"노래는 이따가 부르고 우선 캔맥주나 두세 개
시켜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두세 개라고 하셨으니 그럼 3개 시킬까요?"
"네~, 그래주세요!"
도우미가 주문을 하고 조금 후 주인이 캔맥주와
고래깡을 가지고 들어왔다.
"손님,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예~, 고맙습니다."
"조용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이것저것
예약을 눌러놓을게요!"
도우미는 몇 곡을 예약한 후 시작버튼을 눌렀고
노래방 기계는 혼자서 돌아가고 있었다.
"소리를 조금 줄이시고 이쪽으로 앉으세요!"
도우미는 시키는 대로 하고 덕배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왜 저를 부르셨나요?"
"예 ~,퇴짜 맞고 나가는게 안쓰럽게 보였어요!
또 처지도 비슷한것 같아서 불렀답니다, "
"에구~, 별 걱정을 다 하셨군요!
저는 사무실에 메어있는 몸이라 보고만 해주고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답니다."
"저도 사실 비도 오고 해서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으나 막상 노래를 할려니 내키지가 않네요!"
"네~, 그러시군요! 호호호 호호호
그래요 그럼, 제가 잠깐이라도 말 친구 해 드릴게요!"
"우리나라 태생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오셨나요?"
"예~, 연변에 있는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오다 보니
한국까지 왔답니다."
"네~, 아주머니도 사연이 많은 분 이군요!
자, 캔맥주나 한 개 드세요!"
덕배는 도우미에게 캔맥주 한 개를 귄하고
캔맥주를 따자마자 벌컥벌컥 마셨다.
"아이고 비가 와서 그런지 맥주 맛이 좋습니다.
아주머니도 한 개 드세요!"
"사무실 규칙상 근무 중에는 술을 못 마시게 한답니다."
"사람이 뭐 규칙대로 산다고 부자가 되나요?
그나저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를 하시나요?"
"예~, 저녁 6시에 나와서 네시까지 한답니다."
"아, 그러면 아직도 세 시간이 남았네요?"
도우미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대답을 했다.
"네~, 맞아요 손님!"
"그러면 제가 세 시간치 계산해 드릴 테니 한잔 드세요!"
"예~, 그러시다면 한잔만 하겠습니다."
덕배는 무의미한 건배사로 서로의 캔맥주를 부딪쳤다.
"저는 주덕배라고 합니다.
성함을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예~, 중국에서는 류춘화이고요
여기서는 보미라고 부른답니다."
"보미씨,
중국에서는 언제 오셨나요?"
"아이고 손님,
창피하게 뭘 그런 것까지 물어보세요!"
"뭐, 늙어가는 노총각이 애인도 없으니까
그냥 궁금해서 그런답니다."
덕배는 돈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해서 만 원짜리
지폐 두장을 꺼내어 도우미에게 주었다.
도우미는 못 이기는 체하면서 주머니에 돈을 집어넣었다.
"고맙습니다 손님!"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제야 도우미는
본인 소개를 했다.
"작년엔 무비자로 제주도에 들어와서 석 달간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힘들었지요!
손도 다 불어 터지고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니까
허리도 아프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관광비자로 서울에 왔답니다."
"관광비자로 오면 취업이 되나요?"
"에이, 아저씨
다 아시면서 뭘 그러세요!"
"아니요?
제가 몰라서 묻는 겁니다."
"저는 아저씨 마음씨가 좋은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식당일은 집어치우고 친구의 소개로 이번에는
노래방 도우미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사실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취업하는 것도 불법이고요
특히나 노래방 도우미 하는 것을 들키면 벌금도
내야 되고 바로 추방이랍니다."
"네~, 제가 자주 가는 식당에도 중국에서 온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일을 한답니다.
그래서 물어본 거지요!"
"아이고 아저씨는 궁금한 게 많으니까 먹고 싶은 것도
많겠네요! 호호호 호호호"
"그럼 잠은 어디서 주무세요?"
"예~, 이것 또한 비밀인데요!
모텔에서 합숙을 한답니다.
돈 벌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럼 한 달에 돈은 얼마나 버시나요?"
"그것은 비밀이라서 말할 수 없답니다."
네~, 그러면 감시를 당하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네, 그렇기는 하지만 일요일엔 중국에서 같이 온
친구와 외출을 할 수가 있답니다."
덕배는 긴장감에 캔맥주를 한 개 더 따 가지고
벌컥벌컥 마셨다.
"저~, 사실은...
친구에게 노래방에 가면 도우미에게 돈을 주고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답니다.
사실은 보미씨가 마음에 든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떻게 하면 연애를 할 수가 있을까요?"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아저씨는 참 인물도 훤하신데 애인이 없나요?"
"사실 저는 벽돌에 줄 눈을 넣는 기공입니다.
그래도 소위말하는 노가다 일꾼이지요!
소득도 불규칙한 이런 놈에게 따라붙는 여자가
어디 있나요?"
"그래도 돈만 잘 벌면 되는 거지요 뭐!"
"보미씨,
얘기를 비켜가지 말고요!
어떻게 하면 연애를 한번 할 수가 있냐고요!"
도우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한국에 와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서류상
위장결혼을 한 프리랜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여하튼 우리 보도 사무실은 외박이 금지랍니다.
사실 외박 나갔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출국당한
여자도 있고요 또 남자와 도망친 여자도 많아요!"
"네~, 그러시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노래방 기계의 예약이 끝나자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도우미는 다시 몇 곡을 예약하고 시작을 눌렀다.
덕배는 끈질기게 다시 도우미에게 물었다.
"내 친구도 이혼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있어요!
일요일에 맛있는 거 사드릴 테니 전화번호라도
좀 알려주세요!"
"아이고 아저씨!
이 폰은 사무실에서 준 것인데 대포폰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휴대폰이 없답니다.
"아이고 참 연애한번 하기가 어렵네요 보미씨!"
"그나저나 아저씨가 착한 분 같으니까 아저씨가
폰번호를 가르쳐주세요!
그러면 일요일에 제가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덕배는 술기운에 도우미의 옆자리에 앉아
보미씨를 껴안고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
처음엔 밀쳐내던 도우미도 덕배가 마음에
드는지라 키스에 응했다.
얼마간 키스를 한 두 사람은 안쪽이 보이는 문 쪽을
피해서 앉았다.
"나는 보미씨가 좋아서 그런 겁니다."
"사실 저도 외로운 여자랍니다. 아저씨!"
"그러면 이번주 일요일에 꼭 전화를 주세요!
저도 싱글인 친구와 같이 나가도록 할게요!"
"네, 아까 이름이 덕배 씨라고 하셨나요?"
"예~, 맞아요! 주덕배입니다."
덕배는 목마름에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도우미가
마시다 만 캔맥주까지 마셔버렸다.
"그럼 이 자리가 끝나면 바로 숙소로 가시나요, "
"예, 시간비 받아서 실장님께 드리고 다른데
콜이 없으면 숙소로 간답니다."
덕배는 보미씨 에게 두 번 세 번 일요일에 만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두 사람은 세시가 조금 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손님!
두 분이 좋아서 깨가 쏟아졌나 봐요! 호호호 호호호"
"네~, 사장님 덕분에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덕배는 캔맥주 값과 노래방비 도우미 요금까지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두 사람은 계단에서 눈인사를 마주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덕배는 멀찍이 숨어서 보미씨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검은색 승합차가 와서 도우미를 태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덕배는 연애는커녕 키스 한 번 하고 거금 이십만 원을
지출했다.
그래도 일요일에 애프트 약속을 받아낸 것이
큰 소득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부 (국제 로맨스)
덕배가 하는 일은 벽돌에 줄눈을 넣는 맷지 일이고
비가 오면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덕배는 화요일에 비가 그치고 수, 목, 금, 토 4일을
일해서 백만 원을 벌었다.
덕배는 일을 하면서도 노래방 도우미인 보미씨를
만나는 상상 속에서 살았다.
아담한 키, 작은 얼굴에 보조개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수시로 모습을 떠올렸다.
"보미씨가 약속한 데로 전화를 할까?"
덕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보미씨를 만나기 위해
사우나에 들려 목욕과 이발도 말끔하게 했다.
그리고 친구인 병태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따르릉따르릉따르릉,
야, 병태야!
저번에 말했던 노래방 도우미에게 오늘 전화가
오기로 했거든?
만약에 내가 콜 하면 스텐바이 했다가 바로 나와라!"
"야, 덕배야!
너 허당 꿈꾸는 것 아니냐?
짜식, 그렇게 순진하니까 아직도 노총각 신세를
못 면하는 거지!
나는 그래도 장가가서 삼 년은 살아봤잖냐!"
"야, 나는 너처럼 직업에 재산까지 속이고 하는
그런 사기결혼은 안 한다.
들통나면 어차피 이혼을 당할 텐데 안 그러냐?"
"그래, 알았다 내가 졌다 졌어!
여하튼 네 말이 사실인지 기다려보마! 하하하"
덕배는 보미씨의 전화를 기다리다 지쳐서
점심때 컵라면으로 때우고 하염없이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 따르릉따르릉 주인님 전화받으세요!"
"여보세요?
주덕배 씨 전화가 맞나요?"
"예, 보미씨!
아이고 반갑습니다.
난 또 잊어버린 줄 알고 걱정을 했답니다. 하하하"
"예~,
오늘도 새벽 4시까지 일하고 5시쯤 잠들어
12시에 일어나 브런치 먹고서 대충 씻고 친구와
나와서 바로 전화를 한 겁니다."
"아이고 그러시군요!
그러면 7호선 전철 세종대역 건대 방향 3 다시 3번
승강장으로 나오세요!
우리가 금방 그리로 갈게요!"
"예, 알겠습니다."
덕배는 부리나케 병태에게 전화를 했다.
"야, 병태야!
짜식, 나를 못 믿는다고 했지?
아줌씨 두 명 불러냈으니 오늘 밥은 네가 사는 거다
알았지?"
"그래그래 알았어 인마!
세종대역 5번 출구에서 만나자고?"
"그래, 지금 바로 나와라 알았지?"
덕배와 병태는 만나자마자 3-3 승강장에로 향했다.
마침 그곳에는 여자 둘이만 서있어서 쉽게
알 수가 있었다.
그 여자들은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선글라스에
모자와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저~, 보미씨 맞지요?"
"예, 덕배 씨!
여기는 제 친구 린샤우입니다."
"안녕하세요 린샤우라고 합니다."
"예, 반갑습니다.
저는 오병태라고 합니다."
"자~, 일단 뚝섬유원지 선상 레스토랑으로 가서
얘기를 합니다."
네 사람은 전철을 타고 뚝섬유원지 역에서 내렸다.
"저기가 바로 한강 유람선 타는 곳입니다."
"아~, 경치가 참 좋은 곳이네요!"
두 여자는 눈을 번쩍이며 휘둥그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 사람은 선상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야, 병태야!
가서 와인하고 스테이크 하고 좀 시켜봐라."
"그래 알았다.
오늘은 내가 호구다 호구!"
"그나저나 더운데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누군지 알 수가 없어요!"
"호호호 호호호호
우리가 직업이 그렇다 보니 누군가 알아볼까 봐
어쩔 수 없이 가렸답니다.
음식이 나오고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나서야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보미의 친구 린샤우라는 여자는 보미보다 좀 더
큰 키에 쌍꺼풀을 한 얼굴이 갸름한 미인이었다.
"야~, 병태야!
오늘 너의 파트너가 될 미인이 나오셨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저는 오병태라고 합니다."
"예, 저는 린샤우이고 한국 이름은 그냥
주지수라는 가명을 쓴답니다."
"예~, 여하튼 반갑습니다."
"아이고 드디어 음식이 나왔네요!
오늘은 병태가 한턱을 쏜 거니까 맛있게 드세요!"
덕배는 말을 하며 레드와인을 잔에 따렀다.
"자~, 우리 네 사람의 멋진 교제를 위하여!"
"위하여ᆢ"
네 사람은 건배를 하고 식사를 했다.
"병태 네가 술과 음식을 샀으니까 유람선 표는
내가 끊을게!"
덕배와 병태는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강
이곳저곳 설명을 해주었다.
선상에서는 마술쇼가 있었으나 네 사람은 관심
밖이었고
여자들의 환심을 사서 어떻게 해볼 심산이었다.
유람선이 한 바퀴를 돌아올 때쯤 병태와 덕배는
잠시 작전모의를 했다.
"야, 병태야!
배에서 내리면 저 린샤우라는 여자를 데리고
따로 떨어지자 알았지?"
"그래그래 알았어 덕배야!"
네 사람은 유람선에서 내려 전철역으로 걸어갔다.
"저~, 보미씨!
몇 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했지요?"
"예, 일요일은 일곱 시에 저녁밥이 나오고 그래서
일곱시 전에는 들어가야 한답니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세시 하고도 반이네요!
그러면 우리 여섯 시 반에 다시 세종대역
3-3 승강장에서 만나기로 합시다."
덕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태는 린샤우의 팔짱을 끼고
골목에 모텔로 향했다.
덕배도 보미의 손을 잡고 다른 방향 모텔을 살펴가며
걸었다.
"저~, 덕배 씨!
우리 다음에 만나서 가면 안 될까요?
내가 꼭 매춘녀 같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요!"
"에이, 보미씨!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내가 분명히 보미씨가 좋아서 사귀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병태와 린샤우 친구도 벌써 갔는데요 뭐!"
덕배는 머뭇거리는 보미를 데리고 모텔로 들어갔다.
드디어 단둘이 모텔 방에 들어서자 명수는 보미를
꼭 껴안았다.
"보미씨!
내가 보미씨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오일동안 꿈속에서도 보미씨 꿈을 꿨답니다."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정말이에요, 보미씨 사랑합니다."
덕배는 후다닥 샤워를 하고 보미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덕배는 샤워를 하고 나오는 보미를 번쩍 들어
안고는 바로 침대로 갔다.
보미 또한 중국에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여자이고 오랫동안 남편과 떨어져 성적인 욕구가
불타올랐다.
"덕배 씨!
서둘지 마세요!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저는 오래도록 덕배 씨를
느끼고 싶어요!"
덕배는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보미의 육체를
탐닉하였고 침대가 삐거덕거릴 정도로 힘을
쏟아냈다.
"아~, 너무 좋아요 덕배 씨!"
보미 역시 오랜만에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지라
감격에 겨웠다.
두 사람은 격정의 시간을 보내고 가운만 걸친 채
테이블에 앉았다.
"보미씨, 난 너무 좋았어요!"
"저도요 덕배 씨!
오랜만에 남자를 그것도 멋진 덕배 씨를 만나서
좋았답니다."
"우리 매주 이렇게 만나면 안 될까요?
많이는 못 드리지만 용돈정도는 드릴게요!"
"예~, 그나저나 저는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서
다음 달에 중국에 들어갔다가 한 달 후 다시 들어와야
한답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러면 중국에 남편과 함께 있는 건가요?"
"아니요, 저는 연변에서 살고요
남편은 북경에 군 간부로 있답니다.
남편은 북경에 현지처도 있다고 들었어요!"
"아니, 떨어져서 산다면서 왜 남편이라고 부르세요?"
"옛날에 제가 탈북을 해서 공안에게 붙잡혔는데
그때 연변에 준사관으로 근무 중인 지금의 남편이 저를
구해줬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했고 딸 두 명을 낳았지요!
그러나 남편이 북경으로 진급을 해서 떠난 후에는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볼 수가 없답니다.
그것도 5년 전부터 발길을 끊었답니다.
그러기를 벌써 십 년째이고 그래서 아이들 양육 때문에
한국에 돈을 벌려고 왔답니다."
"아니, 남편이 생활비를 안 주나요?"
"북경에서 여자와 살다 보니 주기는 주는데 조금이라
생활이 안되어 제가 돈 벌려고 한국에 왔고요
아이들은 친정 엄마가 키우고 있답니다."
"아이고 그러시군요!
저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테니 중국에 가기 전에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해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약속한 여섯 시가 다 되었네요!"
"네~, 그렇군요!
다음 주에도 꼭 만나주세요 아시겠지요?"
두 사람은 전철을 타고 세종대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병태와 린샤우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가 좀 늦었네요!
다음 주 만날 때는 좀 일찍 만나도록 합시다."
보미와 린샤우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병태와 덕배는 아쉽지만 두 사람을 보내야 했다.
네 사람은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야, 병태야!
린샤우는 어땠냐?
"그래, 어디 선술집에 가서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하자."
"그래, 저번에 갔던 순두부 집에 가서 막걸리 한잔
해보세!"
두 사람은 화양리 순두부 집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여기 순두부 두 개 하고 막걸리 주세요!"
"예~, 어서 오세요 손님!
막걸리는 장수로 드릴까요?"
"예, 좋습니다. 두병 주세요!
우리 각각 일병씩만 하는 거다."
두 사람은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말했다.
"야, 병태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모텔로 가자니까 서투른 한국말로
우리 처음인데 모텔로 바로 가는 거예요?
그러면서 안 간다고 버티더라고!
그래서 신사임당 지폐를 넉장 꺼내서 줬더니
아무 말 안 하고 따라오더라고! 하하하 하하하하"
"야, 이심전심이라고 어째 나하고 똑같으냐! 흐흐흐
나도 이십만 원 줬거든! 크하하하
그래, 침대에선 어땠어?"
"하하하 자네 덕분에 중국 미인을 안아봤으니
좋았지 좋았어 고맙네 친구야!"
"그 여자들 한국에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물이 덜 들었으니 우리 잘해가지고 이번기회에
홀아비 노총각 딱지를 떼 보자 안 그래?"
"그래, 한국 여자들처럼 계산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
병태 역시 중국 과부와 잠자리를 한 후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덕배와 병태는 다음 주에 또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일주일을 보냈다.
3부 (노총각 장가가는 날)
덕배는 보미를 만나면 또 돈을 써야 했기에
일거리를 찾아서 열심히 일을 했다.
덕배는 일요일 아침 병태에게 전화를 하고
사우나로 갔다.
집으로 돌아온 덕배는 느긋하게 보미의 전화를
기다렸다.
이번엔 11시가 조금 넘어서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따르릉따르릉 주인님 전화받으세요!"
덕배는 보미에게 일부러 뜸을 들이느라 한참 후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보미씨 안녕하세요!"
"예, 덕배 씨!
저는 전화를 안 받아서 자는 줄 알았어요!"
"네~, 이것저것 집안 일하느라 벨소리를
못 들었네요! 하하하하"
"저번엔 시간이 촉박해서 구경을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서 좀 일찍 나왔답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엔 어디를 가고 싶으세요?"
"네~, 어린이대공원이 근처에 있다는데 한 번도
못 가봐서 가보고 싶답니다."
"네, 그래요!
그러면 지금이 11시 십 분이니까 11시 반쯤
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에서 만납시다."
덕배는 보미에게 시간 약속을 하고 병태에게
전화를 했다.
"야, 병태야!
11시 반에 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시간 맞춰서 나와라!"
"OK, 알았다."
네 사람은 전철역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났다.
여자들은 동물원 구경을 하면서 좋아라 했고
스릴 넘치는 바이킹을 탈 때는 놀라서 남자들에게
쓰러져 안기다시피 했다.
어린이대공원 여기저기 구경을 한 네 사람은
1시가 넘어서 어린이대공원 후문으로 나왔다.
"야, 덕배야!
우리는 서로 식성도 다르니까 따로 떨어져서
밥을 먹든지 술을 먹든지 하자고!"
병태는 린샤우와 오붓하게 있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러면 이따가 6시 반쯤 1번 출구에서
다시 만나자고!"
"OK, 알았다."
덕배는 병태의 대답을 뒤로하고 보미와 함께
걸어갔다.
"보미씨, 뭐가 먹고 싶어요?"
"예, 나는 한국의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어요!"
"에~, 그럼 저 건너편 먹자골목으로 갑시다."
덕배는 보미와 팔짱을 끼고 김치찌개 전문이라고
써놓은 가게로 들어갔다.
덕배는 보미가 소주는 한두 잔 마신다는 걸
들었기에 김치찌개와 소주를 시켰다.
"역시나 한국에는 김치찌개가 최고입니다. 호호호"
"아이고 김치찌개는 나도 잘 끓이는데 좋아하시니
잘됐네요! 하하하하"
보미는 덕배가 술이 한잔 들어가고 기분이 좋아지자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덕배 씨!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네~, 생각은 했었지만 요즘 여자들이 원하는 것도
많고 콧대가 높아서 포기를 했답니다."
"그럼, 결혼상대로 저는 어때요? 호호호"
"보미씨는 나하고 네 살 차이니까 딱 좋은데요
보미씨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잖아요!"
"아이고 서류상으로만 남편일 뿐이지요!
남편을 못 본 지가 벌써 5년이 넘었어요!"
"아~, 어쩐지 침대에서 목마른 사슴처럼 적극적으로
매달리더라고요! 하하하하"
"아이 덕배 씨, 놀리지 마세요!
정말로 몇 년 만에 남자에게 안겨봤다니까요?
덕배 씨만 좋다면 저는 덕배 씨와 결혼을 하고 싶어요!"
덕배는 보미가 결혼을 하자고 덤벼드니까 뒷생각 안 하고
이참에 총각신세를 벗어날까도 생각했다.
"그래요 보미씨!
중국 남편과 서류상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면
저도 결혼할 의향이 있답니다."
"예, 알았어요 덕배 씨!
나도 사실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대화 중에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처음 결혼을
제의한 것은 덕배였다.
그러나 한국에 정착하고픈 보미는 갈수록
적극적으로 나왔다.
보미는 힘 좋은 총각에다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덕배를 재혼 상대로 점찍었다.
어차피 보미는 남편과 살 수가 없기에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요 덕배 씨!
그러면 다 먹었으니까 우리 이제 나가요!"
보미는 덕배의 대답을 받아내자 팔짱을 끼고
먼저 나가자고 말했다.
보미는 모텔에 가서도 덕배의 온몸을 애무하며
덕배의 환심을 샀다.
처음 모텔에 갔을 때는 덕배가 리드하는 데로
따랐지만 이번엔 여성상위로 덕배를 리드했다.
덕배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체위에 도취되어
보미에게 빠져들었다.
"자기야, 좋았어요?"
"응, 기분 째지게 좋았어!
나는 보미씨가 그런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지!"
덕배가 좋아하자 보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나 이번주까지 일하고 이번달 말쯤 중국으로
돌아가요!
불법체류자가 되면 재입국을 못해요 알았지요?"
"그래요?
그러면 언제쯤 한국에 다시 들어오는 거야?"
"그것은 자기 집에서 나하고 같이 살겠다는 확답을
편지로 써줘야 그것을 믿고 다시 나오지요!"
"알았어, 알았다고 보미씨!
그럼 뭐라고 쓰면 되는 거야?"
보미는 준비를 한 듯이 가방에서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서 덕배에게 들이밀었다.
"응, 결혼서약서!
"류춘화와 주덕배는 결혼을 약속하고 주덕배
집에서 함께 살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써줘야지 내가 자기를 믿고 다시 한국에
들어오지요! 안 그래요?"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았어요!"
덕배가 메모지에 결혼서약서를 써주자 보미는
가방에 메모지를 넣고 다시 덕배에게 대들었다.
"나 이번에 중국 들어가면 적어도 두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만 더해요!"
덕배도 두 달 동안 못 본다고 생각을 하니까 아쉬운
마음에 욕정이 끓어올랐다.
두 사람은 침대로 가서 다시 한바탕 욕정을 풀었다.
덕배는 6시쯤 보미를 데리고 어린이대공원 역으로
향했다.
네 사람은 약속시간에 맞춰서 다시 만났고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야~, 병태야!
오늘은 린샤우와 어땠냐?"
"응, 린샤우가 액세서리를 사달라고 해서
이미테이션 귀걸이와 이것저것 사줬지!"
"그것은 그렇고 린샤우는 어땠냐고 인마!"
"이번달 말에 중국으로 간다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두 번이나 했다 야!"
"으하하하,
어떻게 우린 그렇게 이심전심으로 통하냐?"
"그럼, 너도 두 번을 했다는 것이네! 하하하하"
덕배와 병태는 길가에서 호탕하게 한바탕 웃었다.
보미는 중국으로 가자마자 엄마에게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를 드렸고
기쁜 마음으로 재혼 소식을 알렸다.
"엄마, 나 한국에서 재혼하기로 했어요!"
"그래, 잘 생각했다.
저 아비란 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그게
더 좋은 결정이다."
"엄마, 그래서 말인데요!
애들을 데리고 북경으로 가요!
가서 이혼을 해주든가 아니면 애들을 데리고
키우든가 단판을 지어야겠어요!"
보미는 남편이 보낸 편지의 발신자 주소를
챙겨서 떠날 준비를 했다.
보미는 아이들과 엄마를 모시고 왕복 열흘이 걸리는
북경으로 향했다.
보미는 어렵게 길을 물어 물어서 발신자 주소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북경에서도 비싼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보미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용기를 냈다.
"네, 저~ 왜이밍 씨를 찾아왔는데요!"
이어서 30대 여자가 안전고리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왜이밍은 왜 찾으시나요?"
"네~, 저는 왜이밍 씨 집사람 되는 사람입니다.
할 말이 있으니 문 좀 열어주세요!"
아파트 안쪽의 여자는 보미의 말에 의구심을
가지고 문을 열어주었다.
"지금 애기 아빠는 집에 없답니다.
무슨 일인지 일단 들어와 보세요!"
문이 열리자 보미와 엄마 아이들까지 네 명이
들어가자 애기엄마는 화들짝 놀랐다.
거실에는 첫돌이 됐을까 말까 하는 아기가 흔들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저~, 애기가 자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 조용히
말씀해 주세요!"
"예~, 저기 열 살 일곱 살 두 아이는 남편과 살 때
낳은 아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친정 엄마가 다 키워주셨어요!
남편은 5년 전에 한번 다녀가고 이후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답니다."
"네~, 그러시군요!
저도 남편에게 전처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애들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왜이밍 씨 본처는 저입니다.
딴살림 차려놓고 소식도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애기엄마는 민망한 듯 듣고만 있었다.
"남편에게 이 말을 전해주세요!
이 아이들은 왜이밍 씨 자식이니까 여기서 키우든가
아니면 위자료 챙겨서 이혼을 해주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결정을 내려주기 전에는 여기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니 그렇게 아세요!"
보미가 대차게 나가자 애기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애기엄마는 화장대 앞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 난데요!
연변에서 당신 아이들과 부인이 집으로 왔어요!
빨리 집으로 와서 해결을 해주세요!"
애기엄마는 그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애기엄마 딴에는 어이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보미는 애기엄마가 내어준 음료수를 마시며
아이들과 함께 조용히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거실로 들어온 왜이밍은 아이들과 장모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이밍은 장모님께 짧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민지는 왜이밍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으험, 어흠, 루앙 엄마!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왜이밍은 보미와 장모님 그리고 본인이 낳은
자식들을 보고 민망해서 보미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보미 엄마는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아 뒤따라서
함께 들어갔다.
"아니, 루앙 엄마!
어쩌자고 연락도 없이 이렇게 들이닥친 거야?"
"아니, 5년간 소식도 없더니 신혼살림 차려서
아이도 놓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보미는 그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래그래 알았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얘기를 해봐요!"
"음~, 알았어요!
저 아이들을 당신 새끼들이니까 당신이 데리고
키우든가 아니면 위자료 챙겨서 이혼을 해주던가
빨리 결정하세요!
그전에는 죽으면 죽었지 여기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보미 엄마는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었고 보미와
왜이밍 둘 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음~, 그동안 내가 북경으로 전출을 오다 보니
당신에게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요!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거두절미하고 내일
법원으로 가서 이혼을 해주겠소!
"아이고 이 사람아!
그동안 우리 보미가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고는 있는가?"
"예, 장모님!
어쨌거나 죄송합니다.
내일 있는 돈 모두 찾아서 위자료로 드리겠습니다."
왜이밍도 어쩔 수 없이 궁지에 몰리자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럼 아이들과 이방에서 자고 내일아침 법원으로
갑시다."
"정말로 당신은 참 무심한 사람이에요!"
보미는 슬픔이 밀려와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 저도 할 말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당신과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어요!"
"아이고 이 사람아!
내 처지도 좀 생각해야지!
바깥에 아기 엄마도 있잖아!
걱정 마, 내가 그 대신 은행에 있는 돈 몽땅 찾아서
줄 테니까 제발 나 좀 살려줘요 응?"
"알았어요!
내일 돈부터 찾아서 주세요!
만약 또 거짓말을 하면 아이들 둘 다 여기 두고
떠날 겁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시키는 대로 할게!"
왜이밍은 꼼짝 못 하고 보미의 뜻에 따랐다.
이튿날 보미는 엄마와 함께 왜이밍을 따라나섰다.
왜이밍은 보미 때문에 은행에서 돈부터 찾았다.
"여기 봐, 잔금이 하나도 없잖아!
이 돈이면 애들과 1년은 살 수가 있을 거야!"
보미는 더 이상 따질 수도 없어서 돈을 가방에 넣고
법원으로 따라갔다.
왜이밍이 군 간부 신분이라서 특혜를 받아
이혼 서류는 쉽게 통과되었다.
"자, 보라고!
여기 이혼서류 아래 법원 직인이 보이지?"
왜이밍은 보미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확인을 시켰다.
"알았어요!
이제 당신 소원대로 하고 사세요!"
왜이밍은 군 직장으로 돌아갔고 보미와 엄마는
아파트로 향했다.
"딩동, 딩동"
"아, 오셨군요!
왜이밍은 어디로 가셨나요?"
보미는 거실로 들어가서 아기 엄마에게 말했다.
"어제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무심한 저 사람에게 이 방법 외에는 없었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혼을 했으니 같은 여자로서
행복하기를 바랄게요!"
"예~, 저도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런 할 말이 없네요!
아이들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보미는 엄마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목표는 달성했으니 연변으로 가요 엄마!"
보미 일행은 5일 만에 다시 연변으로 돌아왔다.
"엄마, 그리고 얘들아!
너희들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지?"
이제 우리는 한국으로 간다 알았지?"
애들과 엄마는 한국에 간다니까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보미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중요한 물품과
우선 입을 옷가지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버렸다.
보미는 린샤우에게 한국으로 간다는 말을 했으나
린샤우는 가지 않기로 했다.
한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입이 적다면서 이번엔
일본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미는 한국으로 간다는 편지를 써서 덕배에게
특급 우편으로 보냈다.
며칠 후 보미 일행은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보미가 보낸 특급우편 편지는 5일 만에 덕배에게
도착했다.
덕배는 애들과 엄마까지 온다는 소식은 까맣게 모른 채
집안 청소를 했다.
편지를 받은 이틀 후 전화가 걸려왔다.
"따르릉따르릉 주인님 전화받으세요!"
"여보세요 덕배 씨?
나 공항에 도착했어요!
덕배 씨가 적어준 주소대로 택시 타고 갈게요!"
"응, 그래요!
택시 승강장에 줄 서있는 택시를 타면 안전해요!"
약 두 시간 뒤 덕배네 집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딩동"
덕배는 반가움에 재빨리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덕배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아이들과 보미 엄마까지 한 가족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자기야!
우리 엄마하고 애들이에요!"
얘들아 앞으로 아빠 될 분이니까 인사드려라!
엄마도 빨리 들어오세요!"
덕배는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어 엄마에게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
얘들아, 너들도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얼른 안으로 들어오너라!"
덕배는 커다란 케리어 가방 세 개를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엄마, 저기 벽에 아저씨 하고 엄마 사진이 있네요?"
"그래, 아저씨가 아니고 아빠라고 불러야 한다
알았지?"
"네, 알았어요 엄마!"
덕배는 보미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질 수도 없어
묻기를 단념했다.
그래도 덕배네 집은 다행히 방이 세 개라서
엄마와 아이들에게 방을 배정해 주었다.
덕배는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까마귀도
예쁘게 보인다는 말을 위안으로 삼았다.
보미는 가족이 한꺼번에 온 것에 대한 미안함에
위자료로 받은 돈을 덕배에게 내밀었다.
"자기야,
이거 위자료로 받은 돈이거든?
이 정도면 아마도 우리 식구 일 년은 살 수가 있을 거야!"
"응, 그래?
위자료를 받아냈다니 자기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하하하하"
덕배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어서 일단은 보미의
기분을 맞춰주었다.
보미는 그 돈으로 우선 예식장을 알아보기로 했다."
"자기야,
우리 가족과 자기네 지인들에게 알려서 간단하게
예식을 치르고 살도록 해요!"
"응, 그래 알았어!"
약삭빠르고 철두철미한 보미는 덕배를 꼬드겨서
구청 근처에 대서방으로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혼인신고를 해야지 애들과 엄마도 대한민국
국적을 얻어 마음 놓고 살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덕배의 결혼식 날이었다.
오십 이세 노총각 주덕배와 사십 팔세 류춘화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노총각 결혼식에 말도 안 통하는 일곱 살 열 살
딸이 사진에 브이자를 그리며 서있었고
장모님 역시 미소를 가득 지으며 자리에 앉아있았다.
혼자서 살던 덕배는 보미의 자식들과 장모까지
대가족 모두를 부양해야 만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보미가 결혼을 하고도
노래방 도우미를 계속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보도 사무실이 아닌 프리랜서로 말이다.
그것은 덕배가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야!
나 노래방에 다시 나가야겠어요!"
"아니, 뭐라고?
노래방엔 또 왜 나가냐고!"
"식구들이 많으니까 생활비도 많이 필요하고
중국보다 아이들 학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여보!
남들 보기에도 이미지가 안 좋잖아요!"
"그건 걱정 마세요!
전철로 두 세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하면 돼요!
예전에도 삼백은 벌었는데 프리랜서로 나가서
느긋하게 해도 그만큼은 벌 수가 있어요!"
"아니, 식당에 알바 같은 거 하면 되잖아요!"
"아이고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힘들어서 못해요!
그 대신 집에 일찍 들어오면 되잖아요!"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12시 전에 꼭 집으로 들어오는 거요 알았지?"
"아이고 약속할테니 걱정 마세요! 호호호호"
보미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나간다니까 덕배는
딱히 막을 방법도 없었다.
이미 애들과 장모까지 데리고 와서 신혼재미도
망가졌다고 생각한 덕배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덕배는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 여자라고 생각하며
신세한탄을 했다.
"아~, 덕배야!
이것은 아니야, 정말 아니야!
그 시절이 좋았다고!
총각 시절이 그립다고!
차라리 총각일 때가 더 편하고 좋았어!"
덕배는 터벅 머리를 긁적이며 미친놈처럼 소주병을
든 채 한강변을 헤매고 있었다.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