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초선정
수행자가 욕계의 미도지정 가운데서 ‘움직이는 감촉(動觸)’의 열 가지 선법善法을 얻고, 움직이는 감촉이 발생한 뒤
또 열여섯 가지 감촉을 증득하여 성취하는 것이
초선의 모습이다.10)
10)일반적으로 초선정 이후부터 진정한 선정의 개념으로 간주한다. 보다 명확하게는 색계의 선정을 선이라 하고 무색계의 선정을 정이라 한다.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점에서 욕계의 선정은 진정한 선정이 아니다.
즉 미도지정에서 선정에 점점 깊이 들어가면
몸과 마음이 비고 고요하여 안팎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모든 선정 사이마다 미도지정未到地定이 있다.
즉 욕계정에 있으면서 아직 초선을 얻지 못했을 때 다른 경계가 있어서 초선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욕계정에 든 뒤 몸과 마음이 없어진 듯 확 트여 욕계의 몸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고, 앉아 있는 가운데 머리와 손을 볼 수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다면, 이를 미도지정이라 한다. 이것이 곧 초선의 방편정方便定으로 미래선未來禪이라고도 하고, 또 홀연담심忽然湛心이라고도 한다. 이 선정을 얻었을 때 간혹 삿된 거짓이 생기는데, 첫째 지나치게 밝은 것과 둘째 지나치게 어두운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삿된 선정이다. 밝다는 것은 선정에 들었을 때 마치 신통을 얻은 것처럼 바깥 경계의 모든 색과 형상을 보는 것이다. 어둡다는 것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아무 지각도 없는 것이니, 이것을 무심상법無心想法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를 만나면 빨리 버려야만 한다. |
이렇게 하루나 이레를 경과하고 혹은 한 달이나 한 해가 지나도록 선정에 든 마음을 허물지 않으며 지키고 증장시키면,
선정 중에 홀연히 몸과 마음이 응집되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움직일 때 도리어 그 몸이 구름 같고 그림자 같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먼저 몸의 윗부분에서부터 생기면 대부분 선정에서 물러나게 되고,
먼저 아랫부분에서부터 생기면 선정이 진전되는 경우가 많다.
움직이는 감촉이 일어날 때는 공덕이 한량없으나 대략 말하면 열 가지 선법善法이 권속이 된다.
첫째 안정됨(定), 둘째 걸림 없음(空), 셋째 밝고 깨끗함(明淨), 넷째 희열喜悅, 다섯째 즐거움(樂), 여섯째 좋은 마음이 생김(善心生), 일곱째 지견이 밝아짐(知見明了), 여덟째 번뇌의 얽힘에서 벗어남(無累解脫), 아홉째 경계가 눈앞에 나타남(境界現前), 열째 마음이 고르고 유연함(心調柔輭)이다.
이 열 가지 권속이 움직이는 감촉과 함께 생겨 하루가 가기도 하고 혹은 한 달이나 한 해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지나간 뒤에는 다시 다른 감촉들이 차례대로 일어난다.
움직임(動)·가려움(痒)·시원함(凉)·따스함(煖)·가벼움(輕)·무거움(重)·거침(澁)·매끄러움(滑) 등의 여덟 감촉과 흔들림(掉)·기댄 느낌(猗)·차가움(冷)·뜨거움(熱)·들뜸(浮)·가라앉음(沈)·딱딱함(堅)·부드러움(輭) 등의 여덟 감촉, 합하여 열여섯 감촉이 된다.
여기에도 권속으로 수많은 선법이 있다.
왜 그런가? 색계의 청정한 사대가 욕계의 몸속에 머물게 되면 거친 것과 세밀한 것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흔들림(掉擧)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열여섯 가지 감촉은 다 갖춰지는 경우도 있고, 혹은 다 갖춰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미도지정을 얻기 전에 먼저 이 감촉이 일어나게 되거나 또는 열 가지 선법이 수반되지 못하면 대부분 병든 모습이거나 혹은 마사魔事이니 반드시 잘 분별해야만 한다.
초선에는 다섯 가지 지支가 있다.
첫째는 각지覺支이니, 처음 마음으로 지각해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관지觀支이니, 세밀한 마음으로 분별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희지喜支이니, 그 마음이 경사스럽고 기쁜 것을 말한다.
넷째는 낙지樂支이니, 그 마음이 편안하고 담담한 것을 말한다.
다섯째는 일심지一心支이니, 고요히 흩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支’란 갈래가 나뉜다는 뜻이며 가지가 지탱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나무가 뿌리와 줄기로 인하여 가지가 있고, 또 뿌리와 줄기는 하나뿐이지만 가지는 각각 다른 것과 같다.
지금 한 선정의 마음속에서 다섯 가지 지가 생겨나는 것이 마치 많은 나무가 숲을 이루는 것과 같으므로 또 지의 숲(支林)이라고도 한다.
욕계의 미도지정에도 비록 하나의 고요한 선정심禪定心이 있긴 하지만 각과 관 등의 다섯 가지가 서로를 지탱하지 못하므로 선정에 든 마음이 얕고 엷어서 잃어버리기가 쉽다.
만약 초선을 얻어 다섯 가지 지가 숲을 이루면 선정에 든 마음이 안온하고 굳세어서 파괴하기 어렵다.
초선을 ‘벗어났다(離)’고도 하고 ‘갖추었다(具)’라고도 한다.
벗어났다는 것은 다섯 가지 덮개(五蓋)를 벗어났음을 말하고,
갖추었다는 것은 다섯 가지 지(五支)를 갖추었음을 말한다.
제2선·제3선·제4선에도 모두 지의 숲이 있다.
따라서 모두 이구선離具禪이라 한다.
初禪定第九章
行者。於欲界未到地中。得動觸十法。
動觸發後。又證十六觸。成就者。是爲
初禪相。謂於未到地中。入定漸深。身
心虛寂。不見內外。或經一日七日。或
至一月一年。而定心不壞。守護增長。
定中忽覺身心凝然。運運而動。當動之
時。還覺其身。如雲如影。先從上發者多退。 先從下發者多進。
動觸發時。功德無量。略陳十種善法
以爲眷屬。一定。二空。三明淨。四喜悅。
五樂。六善心生。七知見明了。八無累
解脫。九境界現前。十心調柔輭。此十
種眷屬。與動俱生。或經一日一月一年。
而此事過後。復有餘觸。次第而發。動
痒凉煖輕重澁滑等八觸。掉猗冷熱浮
沉堅輭等八觸。合爲十六觸。而其間
亦有許多善法眷屬。何以故。色界淸淨
四大。住在欲界身中。麤細相違。故有
掉擧等事也。十六觸。有具足者。或有
不具足者。若未得未到地定。而先發此
觸。又無十種善法。以作眷屬者。多是
病相。或是魔事。須當分別也。
初禪有五支。一曰覺支。謂初心覺悟也。
二曰觀支。謂細心分別也。三曰喜支。
謂其心慶悅也。四曰樂支。謂其心恬澹
也。五曰一心支。謂寂然不散也。支者。
支離義。亦枝持義。如樹因根莖。而有
枝條。根莖是一。而枝條各異。今從一
定心中。而出生五支。如多樹成林。故
亦名支林。欲界未到地中。雖有單靜定
心。而未有覺觀等五支。共相扶持。故
定心淺薄易失。若得初禪。而五支成林。
則定心安隱。牢固難壞也。初禪亦名爲
離。亦名爲具。離者。謂離五盖也。具者
謂具五支也。二三四禪。皆有支林。故
『선학입문』 禪學入門上卷(ABC, H0254 v10, p.898a01-b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