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우리 머물며/이기철 낭송; 박창근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안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안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왜 흐르느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쪽으로 날려보낸다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근심과 고통 사이여기에 우리 머물며
제9회 유성문학회 시낭송회
주 제; 강과 산의 이야기를 듣는다.
일 시; 2019년 5월 23일 오후 3시
장 소; 적벽강 농촌체험휴양마을
금산군 부리면 수통1길 17
☎ 041-751-7142
주 최; 유성문학회 시낭송분과
강과 산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회; 설 경 분
환 영 송
--------------어느 봄날-------------
길 정 옥
환 영 사
----------------------------------
정 규 영
시 낭 송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 진 기
시 낭 송
----------------눈물--------------
도 한 호
가 곡
----------청산에 살으리라----------
엄 경 희
시 낭 송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전 병 구
시 낭 송
---------차를 마셔요, 우리----------
문 승 신
가 곡
-----------또 한 송이의 꽃----------
박 찬 기
시 낭 송
----------산을 내려 오는 길----------
이 미 란
시 낭 송
------------그곳에 가고 싶다-----------
조 영 안
가 곡
------------------------------------
김 형 준
시 낭 송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박 정 린
시 낭 송
-----------------인연---------------
박 승 찬
가 곡
--------------구름 가네-------------
최 현 숙
시 낭 송
--------------아주 작은 집--------------
최 상 현
시 낭 송
----------여기에 우리 머물며----------
박 창 근
가 곡
----------------------------------
김 형 준
시 낭 송
----------------행복--------------
임 원 옥
시 해 설
------강과 산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유 토
환 송 가
-----------------찔레꽃--------------
오 세 윤
-2-
아주 작은 집 / 김선태 낭송; 최상현
바닷가에 사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아시나요
그들이 사는 아주아주 작은 집을 눈여겨 본 적 있나요.
날마다 갯벌 위에 길을 내며 엎어져 있는 갯고둥의 집
소라나 고둥의 빈집에 세 들어 사는 소라게의 집
평생을 갯바위에 붙어사는 따개비, 석화, 홍합의 집
뻘밭에 구멍을 내고 사는 짱뚱어, 갯지렁이의 집……
비록 하찮고 보잘것없지만
무심코 발로 밟기만 해도 깨지고 망가져버리겠지만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닷가는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닷가는 살아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일생이 있고 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의 집에도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집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집은 너무 크지 않나요
우리가 가진 것 또한 너무 많지 않나요.
바닷가에 사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아시나요
그들의 이름을 다정한 친구처럼 불러본 적이 있나요.
-11-
인연(IoT) 박승창 / 낭송; 박승창
살아온 인생길을 돌아보니
한올한올 인연(IoT)의 옷을 지어왔네
누구를 기다릴 때 설레임은
두근두근 심장의 멋에 맺혀있고
누구를 이별할 때 아쉬움은
짜릿짜릿 뇌리의 길에 수놓았고
누구를 만나면서 즐거움은
살랑살랑 손끝의 춤에 실어놓고
살아갈 인생길을 바라보며
소곤소곤 인연(IoT)의 꿈을 노래하니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는 걸
그래그래 지혜의 책이 펼쳐지네.
-10-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제천, 낭송; 박진기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류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한 손에게도 말을 옮겼다
집도 절도 차도, 젓가락도 숫가락도, 구름도 비도
저마다 이웃을 찾아 말을 옮겼다
새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그 하늘에게,
물고기들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그 바닥에 엎드려
잠자는 모래에게,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에게,
바다는 강에게 산은 골짜기에게
귀신들은 돌멩이에게 / 그 말을 새겼다
빨강은 파랑에게 보라는 노랑에게, 슬픔은 기쁨에게
도화지는 연필에게, 우리집 예쁜 요크샤테리어종
콩지는 접싯물에게, 태어남은 죽음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3-
눈물 / 도한호 낭송; 도한호
나는 가끔 아내와 함께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때로는 감격하고 때로는 울기도 한다
그것은 모두 우리 인생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때문이다
그러나 눈물 흘리는 쪽은 언제나 아내일 뿐
나는 마음과는 달리 눈물 흘릴 수 없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삭막한 사람이라 한다
굶주리다 못해 제 새끼를 삼켜버린 후에
뉘우치고 마음 아파도 울 수 없는 늙은
악어처럼 왠지 나도 눈물 흘릴 수 없다
아내의 눈물이 훌쩍거림으로 변할 즈음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내 방으로 가서
아무 시집이나 빼들고 아무데나 읽는다
시는 이미 많은 뉘우침과 눈물이기 때문이다
-4-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낭송; 박정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 채집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을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가락을 함께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들 어여뻐
아주 잊듯이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9-
그곳에 가고 싶다 / 강선옥 낭송; 조영안
구불구불 울퉁불퉁
산길을 따라 얼마나 가면
노란개나리가 반갑게 손을 흔드는
노란빛이 가득한 그곳에
풍경소리가 고운
마당을 돌고,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돌계단을 하나 둘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철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반기는
정겨운 새소리가 가득한 곳
풀잎마다 맺힌 이슬처럼 고운
몽글몽글 맺히는 포도처럼
꿈이 영글어 가던 곳
그곳에 가고 싶다.
-8-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 김정희, 낭송; 전병구
대낮에
꽃 양산이 즐비한 거리를 늙은 고양이처럼 걸었다
바람이 불었다
내 좁은 흉곽으로 經들이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흘러도 읽어내지 못하는 까막눈을
새들이 꺼내 물고 네거리 쪽으로 갔다
길고 긴 詩句를 받아 적는지
한 떠돌이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디에도
우리가 지나 온 길보다 더 긴 시구를 가진 시는 없다*
나는 꽃 핀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유랑하는 청춘들의 푸른 이마를 적시며
행상꾼의 생선비린내를 몰며
삼라만상 狂氣들을 덮으며 흘러가는 經들 위로
다시 발을 얹었다
네게로 가기 위해
* 존 버거의 시 '이별'에서 차용
-5-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낭송; 문승신
오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찻잔을 사이에 두고 / 우리 마음에 끓어오르는
담백한 물빛 이야기를 / 큰 소리로 고백하지 않아도
익어서 더욱 /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 산을 닮은 어진 눈빛과
바다를 닮은 푸른 지혜로 / 치우침 없는 중용을 익히면서
언제나 은은한 미소를 지닐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뜻대로만 되지 않는 세상 일들 /혼자서 만들어 내는 쓸쓸함
남이 만들어 준 근심과 상처들을 / 단숨에 잊을 순 없어도
노여움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며 함께 차를 마셔요
-6-
산을 내려오는 길 / 김일용 낭송; 이미란
두어 발 남은 햇살에 / 산봉우리가 불그레 익고 있다. 저 아래 모롱이를 돌아가는 열차는 오늘따라 쉰 목소리를 길게 빼 물었다. 놀란 억새들이 산을 흔들었다. 골짜기마다 가을을 내려놓고 가는 열차, 억새는 늙은 간이역에 혼자 남아 허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떠나온 길 되짚고 가는 길 서걱서걱 바람을 씹어 삼켰다.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아무도 따뜻하게 길러준 이가 없었다. 시린 발등 옹이가 몇 개나 박혔기에 퍼렇게 멍든 하늘을 휘적이고 있는가, 소슬한 색조, 지는 해 산 그림자에 우리네 부질없는 몸짓이 일렁인다. 티끌을 떨쳐버린 그들 앞에서 허욕과 허세를 숨죽인다. 산을 내려오는 길, 석이가 돋은 미륵불이 무채색 마음 한 가닥을 내어놓는다. / 석등이 켜지고 이윽고, 찾아 헤매던 마음 속 길 하나 / 환하게 뚫린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