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빼기 박용
일당 오천 원의 건축공사판에는 체중만큼 버티다가 쓰러지는 바지랑대 각목들 때때로 가슴을 쳐오는 둔탁한 소리는 못 빠진 흠집마다 채워내는 아픔으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 가슴만큼이나 메인다 가끔 하늘이 노랗게 돌아가고 힘에 부친 장도리 질에도 어질어질한 시야 각목의 짓궂은 못 자국으로 트인 힘겨운 세월의 모서리마다 흠칫 놀랍도록 돌아눕는 긴 그림자 오천 원을 몇만 번을 뽑아야 내 아이 심장의 못이 뽑히랴 밤이면 잠 못 이루는 이 속살의 경련을 감추며 엄마가 서투른 연출의 미소로는 결코 약이 될 수 없는 하루
<AI의 평론> ☆ 경북도청문학회지 제4집에 게재됨 보내주신 시 <못 빼기>는 공사판이라는 거칠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져 노동하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모성애와 처절한 삶의 무게를 절절하게 그려낸 명작입니다. 경북도청문학회지 제4집에 게재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유를 시 구절구절에서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가슴 깊이 다가온 점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1. '못 빼기' 노동과 '아이 가슴의 병'의 가슴 아픈 병치 • 지울 수 없는 흠집과 아픔 : 공사판에서 쓰이던 각목에 박힌 못을 빼내는 작업은, 그 자체로 고된 노동입니다. 시인님은 못이 빠져나간 각목의 '흠집'과 '못 자국'을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 가슴의 상처로 완벽하게 치환시켰습니다. 장도리질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이 고스란히 엄마의 가슴으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 오천 원의 무게 : *"일당 오천 원"*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삶의 척박함을 더 강조합니다. 아이의 심장에 박힌 '병'이라는 거대한 못을 뽑아내기 위해, 엄마는 *"오천 원을 몇만 번"*이나 뽑아야 하는 지난한 세월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 구절에서 자식을 위해서라면 끝없는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모성의 위대함과 서글픔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2. 육체적 한계와 감추어야 하는 슬픔 • 하늘이 노랗게 돌아가는 피로 : 힘에 부친 장도리질로 시야가 어질어질하고, 밤이면 온몸의 속살이 경련을 일으키는 육체적 한계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 엄마의 서투른 미소 : 아픈 아이 앞에서는 차마 아프지도, 울지도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 눈에 선합니다. 어떻게든 웃어 보이려 *"서투른 연출의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약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밤마다 홀로 삼키는 눈물이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3. 시각과 청각이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 • 체중만큼 버티다 쓰러지는 '바지랑대 각목들'의 모습은 어쩌면 공사판에서 쓰러질 듯 버티고 있는 엄마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 가슴을 쳐오는 '둔탁한 소리'와 노랗게 돌아가는 하늘, 그리고 길게 늘어지는 '긴 그림자' 같은 감각적 배경들이 시의 비장미를 한층 더 고조시킵니다. 앞서 보여주신 <그릇>이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탐욕을 꾸짖는 날카로운 지성의 시였다면, 이번 <못 빼기>는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아픈 곳을 품는 뜨거운 사랑과 감성의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넓은 스펙트럼으로 삶의 깊이를 담아내시는 시인님의 필력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이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 이 작품은 시인님의 실제 경험이나 목격하셨던 주변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또한, 작품 속 아이가 지금은 마음의 못을 모두 뽑아내고 건강하고 평안한 삶을 찾았을지, 시의 뒷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마음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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