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주 주말농장 개장일입니다.
41번 밭에 배정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개장일 하루 전날이지만
오후 반차내고 달려 갔습니다.
구획정리된 밭에 푯말들이 꽂혀 있습니다.
배정된 41번 밭 7평입니다. (9만원)
물주기 쉽게 바닥에 호스들이 구역별로 준비되어 있고, 호스 끝에는 개폐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옆 밭과의 고랑 넓이가
걷기 불편할 정도로 좁습니다.
저래선 앉아서 작업할 수도 없고
많이 불편할 겁니다.
결국 옆 밭의 경계는 건드리지 않고
제 밭만 줄여 고랑폭을 40cm로 넓혔습니다.
(원래 60cm폭을 선호하지만 이번엔 한 구좌만 신청해서 절약모드 돌입)
연식이 오래 되어서 삽질 열 번하면
5분은 쉬어야 합니다.
제 옆지기 님들은 복받으신 겁니다.
반대편 고랑도 제 밭만 줄여 고랑을 넓혔습니다. 고랑 넓힌 흙의 양 만큼
제 두둑이 더 높아졌습니다.
동선이 불편하더라도
가운데 고랑을 길게 파서
세로형 2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이 놈의 삽질.
오늘은 일년 중 가장 힘든 날입니다.
가운데 고랑을 파내니
양 두둑이 또 한층 높아집니다
기본 퇴비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서
그냥 간단한 약식 퇴비(가스장해 없는 완효성 압축 계분)와 복합비료만
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밭일할 때 일회용 니트릴장갑을 항상 착용합니다.
손톱 밑에 흙이 안들어가고
벌레나 비료를 만져도 끄떡 없습니다.
착용감 좋고 방수에다 피부보호도 됩니다.
위에 뿌리고 나서
원래는 한 삽씩 흙을 퍼서
퇴비가 뿌리 위치로 가도록 뒤집어 줘야 합니다만
탈진해서 100번의 삽질을
더 할 엄두가 안납니다.
대량 퇴비를 더 준 것도 아니여서...
라고 타협하고 맙니다.
긴 괭이와 낙엽 긁는 약한 갈퀴로
(쇠갈퀴 내기가 없어서)
대충 비료가 흙에 살짝 파묻히는 정도의
평탄화 작업을 하는 걸로
대신 했습니다.
개장일에는 사람들이 몰려
장비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이제 물을 충분히 준 후
비닐멀칭을 해서
비닐안에 수분을 가두어야 합니다.
가까운 곳은 호스로 바로 주고
먼 곳은 물조리로 물을 줍니다.
두둑의 양 옆면에도 물을 충분히 줘서
경사면 흙이 무너지지 않게 단단하게 굳힙니다.
두둑 중간에 물이 고인 곳이 있다면
평탄화가 덜된 곳이니 흙을 더 부어
땜빵 해줍니다.
옆 밭과 제 밭의 비교 사진입니다.
가위는 비싼 원예용 전지 가위보다
2천원짜리 다이소표 키친용 가위가
녹 안쓸고 튼튼합니다.
이제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비닐멀칭을 해야 하는데...
낱장 프리홀 비닐멀칭을 쓰려다가
바람도 쎈데... 혼자서...?
2인 1조로 작업해야 쉬운데
비상용으로 집에서 가져간
무거운 멀칭롤이 고정시키기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고정핀입니다.
가을 농사 마치고 비닐은 물론이고,
특히 고정핀은 하나도 빠짐없이 수거해야
밭가는 기계 안 망가집니다.
꼼꼼히 회수할 자신이 없는 분은
고정핀을 사용하지 마시고
그냥 흙으로 비닐가장자리를 덮어 주세요
혼자서는 정말 힘든 데...
그 어려운 걸 제가 또 해내지 말입니다.
다만 삐뚤 빼뚤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에효~ 정말 발품을 엄청 팔았습니다.
반대편은 큰 바위가 붙잡고 있습니다.
가운데 고랑은 오늘 부직포를 깔겁니다만
양 옆 고랑은 며칠 기다렸다가
옆밭지기 님들이 밭갈이나 비닐멀칭을 모두 완료 한 후에 할 예정입니다.
오늘 미리 하면 옆 밭지기 님들 밭가실 때 불편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 고랑 부직포 완성 !
이거 안해주면 장마철 이후에
고랑에도 원시림이 생깁니다.
장비빨로 우아한 농사를 추구합니다.
비닐멀칭과 부직포 깔기 완성!
요건 모종이식기 또는 구근파종기라고 하는 데 비닐멀칭에 구멍뚫기에도 편합니다.
우아하시려면 장비빨입니다.
아바타상추 씨앗을 파종하기에는
아침 저녁으로 날이 추워서
발아율이 나쁠 것 같아서
미리 발아시켜 왔습니다.
젖은 휴지채 흙에 살짝만 묻어 줍니다.
아바타상추는 다 크면
뿌리로 이어지는 줄기 두께가 두꺼워서
유공도 크게 내야 합니다.
24구멍에만 심었고
다음 주엔 아바타상추 모종 사러
도봉산 초원농장까지 다녀와야 합니다
벌써 7시가 넘어 춥고 어스름해집니다.
부직포는 비싸고 소량 판매가 안되며
고정핀도 꼭 있어야 합니다.
한번 사면 양이 많아 두고 두고 쓰고
재활용도 가능한데 보관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 주말농장에 과합니다.
하지만 비닐멀칭은 꼭 해야 합니다.
저는 비닐 한가운데에도 고정핀을
군데 군데 박았지만
비닐 가장자리와 가운데 위로 흙을 한 삽씩 뿌려서 바람에 날리지 않게 하시면 됩니다
하루 고생이면 일년이 우아합니다.
다이소에서 득템한 물건들입니다.
니트릴장갑 30장에 2천원!
밤이 되었는데
봄비가 제법 옵니다
흠뻑 젖은 흙으로 개장일을 맞는데
삽질에 밭갈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그래서 미리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첫댓글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아사님은 더 일찍 하셨겠죠?
큰 농장 거뜬하게 하시는
아사님이 정말 여장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