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처럼 퍼지는 경제 불안
●‘커피공화국’인가?
2006년 여름부터 ‘된장녀’라는 유행어가 한동안 떠돌았다. ‘된장녀’란 된장찌개를 먹고 밥값보다 더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여성을 지칭하였던 말로, “경제적 여유도 없으면서 결코 값싸지 않은 커피까지 마셔야” 하는 세태를 꼬집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1월 2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1년 전국 커피전문점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2010년의 8038개보다 54% 증가한 1만 2381개로 나타났다. 해외 브랜드 커피점인 ‘스타벅스’는 400여개, ‘커피 빈’은 230여개의 점포망으로 확장하였고, ‘카페 베네’는 700호점, ‘이디야’는 600호점, ‘엔제리너스’는 550호점을 개점하였다고 한다.
카드 결제액으로 추정한 커피전문점의 매출액도 2010년의 1조 5536억 원에 비해 59.7%나 증가한 2조 4819억원이었다고 한다. 2006년 커피전문점이 1254개, 매출액이 146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여 만에 점포 수는 887.3%, 매출액은 1598.8% 늘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커피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동서식품의 「국내 커피 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총 232억 6900만 잔으로, 커피 소비자에 해당하는 15세 이상 인구가 4464만 7000명(통계청 자료)으로 환산하여 1인당 연간 521.2잔, 하루 평균 1.4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라고 한다. 또한 동서식품은 작년 남녀 직장인 690명 등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이용횟수는 월평균 2.9회, 여성 응답자의 3.7회로 월평균 커피전문점 이용 빈도는 3.2회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거와 의류 생활 그리고 식생활이 오랫동안 변천해왔고 기호 음료도 다양하게 변천하였다. 어쩌면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찾아 즐긴다는 것 또한 생활의 여유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하게 하는 불황의 조짐들
그러나 최근 불경기를 지적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보도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속보치에는 1월 25일~2월 1일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총 4638만 7091대로 2010년 같은 기간의 4674만 4472대보다 약 35만대 감소하였고, 대표적인 놀이시설인 에버랜드의 방문객은 작년 807만명으로 2010년의 862만명보다 55만명이나 줄었고, 통계청의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택시 이용객의 수도 급감하였는데, 작년 3분기 도시가구 월평균 택시비 지출은 7395원으로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 감소하였다고 한다. 금년 1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은 9만 6448대로, 작년 12월 보다 25.5%, 2011년 1월보다 20% 줄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불황상품으로 꼽히는 소주와 라면 등의 판매량은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경제, 정말 불안한가
한국은행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한국 가계의 부채총액(가계신용기준)은 892조 4571억원인데, 전국 2001만 9850가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가구당 4485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월 8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1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에 비해 2조 7천774억원 줄었고,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52조 2천 196억원이라고 한다. 작년 말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558조 1천억원으로 2010년보다 40조 7천억원 가량 급증하였고, 작년 1∼10월 연체율은 평균 1.8%로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의 두 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가계대출 폭탄’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불안, 공기업의 부채
1월 2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한은의 자금순환표상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잔액은 789조 3천6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2% 증가하였다고 한다. 2012년 정부 예산 325조 4천억원의 2.4배의 액수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구의 부채를 합한 일반정부 부채가 425조 5천590억원(일반정부 부채는 국채 등 채권 형태가 396조 5천200억원, 대출금이 7조 360억원 등)이고 정부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기업 부채(지분출자·직접투자는 제외)는 작년 9월 말 363조 8천60억원이다. 일반정부 부채는 2010년 3분기 말보다 5.0%, 공기업 부채는 1년만에 14.4%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율은 정부 부채보다 3배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공기업의 부채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공기업들은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이 작년 9월 19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7개 공기업의 2010년 성과급 지급 총액은 1조 3441억원으로 2009년보다 4011억원(42.5%) 증가했으며, 증가 비율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로 83.9%, 인천국제공항공사는 64.7%, 토지주택공사(LH)는 60.6%, 수자원공사는 55% 증가하였고, 전체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 공기업은 인천항만공사와 대한주택보증 밖에 없었다고 한다. 유일호 의원은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이 지급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하였다.
●공유해야 할 고민거리
가계 부채, 민간 기업의 부채, 공기업 부채, 게다가 정부의 재정 부채 등의 규모와 내용을 알수록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경제 대란’이 오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힘든다. 수많은 난제를 누가 어떻게 풀 것인가? 커피를 마시는 경제적 그리고 시간적 여유를 누리면서 커피 맛 뿐아니라 걱정거리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정신적 여유도 가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