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과 음악의 힘
이 예 원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과 5번은 음악팬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멘델스죤이 작곡하게 된 교향곡 제5번 D단조 작품107은 그가 성숙기에 이른 21세 때 작품이다.
이 교향곡에서 <드레스덴 아멘>이나 합창곡 <내 주는 강한 성>의 악절이 속에 넣어져서 <종교 개혁>이라고 곡목의 표제가 붙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콜린 데이비스 경이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을 이끌고 1997년 젬퍼 오페라 홀에서 연주한 멘델스존의 라이브 앨범이다. 밀도 있는 음향과 강력한 다이내믹, 그리고 유려한 흐름을 통해 교향곡 5번의 진가를 보여준다.
멘델스존은 19세기 낭만파 음악의 창시자 중에 한 사람이다. 유복하고 교양이 넘치는 유태계였으나 개종했다. 라이프지히게반트 하우스 지휘자 였다. 쇼팽을 맞이하고 슈만과 클라라와 평생 친하게 지냈다. 교향곡 5번도 슈만의 교향곡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평한다.
1997년 가을, 나는 독일과 비엔나를 여행했다.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두 도시 중간쯤에 있는 공업도시 비텐베르크는 인구 약 44,000명의 작은 도시다.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된 비텐베르크는 첫 인상이 작은 시골 도시처럼 보이는 구시가지는 무척 조용했다. 중심부 마르크트 광장에 루터와 멜랑히톤 청동 동상이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깨끗하고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서 있다.
루터에게 친구 멜랑히톤의 방법론적인 신학적 재능이 없었다면 종교개혁이 오래 지속 될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구시가지 중심을 따라 내려가면 종교개혁을 함께한 신학자 멜랑히톤이 살았던 집이 먼저 나온다. 그가 연구하고 집필했던 방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떨어져 루터가 살았던(1508-1546) 집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도시에서 유일하게 16세기부터 보존 되어온 집은 서재와 그가 숨을 거둔 방이 그 당시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시청이 있는 도시 중심지를 향해 초입에 놓여 있는 성안교회의 청동 문에 95개조의 논제를 읽어 볼 수 있다. 깨알처럼 새겨진 글은 라틴어라서 이해하기는 어렵다. 내용은 교황 레오 10세가 성 피에트로 대성당의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면죄부를 팔았다. 교회를 위해서 선행을 쌓으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가르침이 돈을 모우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수도사이며 비텐베르크 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사람은 신앙에 의해서만 구제받는 다는 신념으로 1517년 면죄부를 파는 것으로 인한 악폐를 공격하는 95개조를 조목조목 반박을 한다.
친구 멜랑히톤(1497-1560)은 루터가 제국 추방형으로 공식장소에 모습을 나타 낼 수 없었으므로 신앙고백을 종합해서 교리상의 차이를 제국 회의에 제출하게 된다. 종교개혁 활동을 하면서 두 사람이 가까운 곳에서 살았던 집과 박물관이 잘 보존 되어 있다.
파란 만장했던 루터의 생애에서 가장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은 수녀 출신 카타리나 폰 보라 와 결혼이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살았던 집과 훌륭한 내조를 해온 그녀의 발자취가 남은 곳을 돌아보고 감동을 받았다.
체형이 작고 미모도 별로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루터를 돕고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을 대접하고 헌신한 한 여성이었다. 그녀가 정원에 자그마한 동상으로 문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있다. 세월을 뛰어 넘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준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 제1악장은 서주부에 나타났던 <드레스덴 아멘>이 느닷없이 회상하듯이 나타나고는 재헌 부로 들어가 두 주제는 간단하게 재현되고 점차 힘차게 들어간다. 제2악장은 경쾌한 양선률은 먼저 춤추듯이 화려하게 나타나서 전진한다. 제3악장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곡풍의 선율이 중심으로 되어 제1바이올린에 의해 노래된다. 제4악장은 세계의 모든 신교도에 의해 불러지는 찬송가 <내주는 강한 성이요> 이 선율이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주시간 약 32분으로 가톨릭에 대한 프로테스탄트의 승리를 나타내는 듯이 드높이 모든 악기에 의해서 합창단이 노래하게 된다.
멘델스존은 교향곡 4번은 밝은 설렘이 있어 듣는 사람도 기분이 들뜨게 된다. 교향곡 5번은 그의 특유의 감미롭고 발랄한 소리는 들어 볼 수 없고, 장엄하고 무거운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종교개혁 3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곡이라는 상식을 가지고 즐겨야 한다.
이곡은 1830년에 완성되었으나, 같은 해에 파리 7월 혁명이 일어나 종교개혁 축제가 무산된다. 2년 뒤에야 초연된 비운의 교향곡이다. 그러나 300년 후 멘델스존교향곡 5번이 태어나 종교개혁과 음악의 힘으로 세상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