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6일 일요일 제주도 여행 1. 제주도에 다녀왔다. 4년만에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참으로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오르고 내리고를 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좌석에 앉았을 때 안도의 한숨이 났다. 이렇게 순천을 뜨는구나~~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큰맘 먹고 제주 여행을 시도했다. 딱히 가고싶은 곳이 있는 건 아니었다. 에코랜드와 여미지식물원과 성삼재 정도 계획했다. 다행히 숙소인 금호리조트 앞이 올레길 16번이라 여차저차해서 제주 맛은 날 것 같았다. 잘 다닐 수 있을까? 도착해서 로비에 들어서자 남편 회사 현장 직원이 나타났다. 우리가 다닐 때 가지고 다닐 차를 주었다. 제네시스라는 고급 차여서 나는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직원을 위해 회사에서 랜트한 차인 것 같았다. 우리는 그때부터 서귀포로 향해 달렸다. 래비가 있으니 찾아가기는 엄청 쉬웠다. 태풍 제18호 미탁이 왔다 간 후라서 하늘이 맑고 깨끗한 가을이었다. 느릿느릿 달리니 숙소에 이르니 저녁이 되었다. 짐을 풀고 구내 레스토랑에서 돌문어삼겹살을 먹었다. 부드럽고 달달했다. 나는 양파를 많이 먹고 함께 나온 고등어를 맛나게 먹었다. 밥을 먹고 올레길을 걸어서 숙소로 왔다. 세상에 이게 웬일이야~? 호텔만 생각하고 씻을 수 있는 샴푸며 바디워시, 치약조차 안 가져왔으니~~ 빗도 없고~ 밥을 해 먹을 주방기구는 다 있다. 그러나 내가 뭘 어찌 할 건가~ 쌀도 챙기지 않고 단지 김치와 요플레만 가져왔을 뿐이다. 낭편이 편의점에 가서 대충 필요한 물품을 사왔다. 어차피 다시 집에서 쓸 수 있으니까~ 남편이 가로막힐 것이 없는 서귀포 앞바다를 보며 간만에 하루 연차를 내어 감행하길 잘했다고 했다. 내가 아프고 우리 둘만의 여행은 꿈도 못 꾸었는데 내가 이번에는 꼭 가고 싶어해서 용기를 냈다. 2. 피곤했는지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났다. 인슐린을 하고 가지고 간 요플레를 먹었다. 집에서는 만든 유산균을 먹는데 가져갈 수 없으니 요플레가 제격이었다. 조식을 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려웠다. 꽤 맛난 밥이었다. 계란과 고등어와 나물까지 거나하게 먹고 둘째날 여행에 나섰다. 오늘은 에코랜드와 여미지식물원이다. 중산간 지역에 있고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올때 에고랜드가 보였다. 손쉽게 찾을수 있었다. 벌써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로 가는데 안내원이 휠체어를 대여하라고 해서 옳다구나 싶어 대여했다. 다행이 하나가 남아 있었다. 기차를 탔다. 휠체어를 접어 좌석에 편안히 앉았다. 맨 처음 정차한 역에서 내려서 충분히 관람했다. 몰길이 한정없이 이어졌다. 꾸불꾸불 숲을 가로질러 물길이 우리의 잠든 마음을 깨웠다. 그러나 계단이 많아 일어나서 걷고 남편이 휠체어를 폈다 접었다 하면서 고생 만땅~~ 총 네개의 역을 거치면서 멋있게 조성해 놓은 습지를 구경했다. 단지 허브도 꽃이 다 저버렸고 심지어 코스모스도 전혀 안 피었다. 산 수국은 우두망찰 누랗게 변했다. 새삼 실망했다. 한발 떼자마자 중국인들 천지라서 어려웠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비켜달라고 해도 말을 못 알아들으니 참 ~ 우리나라 사람은 눈을 뜨고 봐도 별로 없었다. 낮이 되니 더워지기 시작했다. 한여름 같았다. 모자를 써서 열기를 내리고 식물원 쪽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향토음식점이라고 해서 들어갔다. 해물매운탕과 멍게미역국을 시켰다. 같이 나온 해초나물과 돈가스가 맛있었다. 매운탕과 미역국이 일품이었다. 친절하였고 사람도 북적북적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여미지 식물원은 예전에 와보긴 했다. 그때는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구석구석 관람했다. 안과 밖을 두루두루 구경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우리가 큰소리로 얘기하면서 돌아다녔다. 우리만 있는 곳이 있어서다. 별의별 꽃과 나무의 세상이었다. 남편이 거의 2만보를 걸었고 여기에서도 일어났다 앉았다를 하면서 나도 기진맥진했다. 지역 하나로마트에서 간단히 돼지고기와 우유, 커피를 사고 여기에서 남편 회사대표와 아들에게 감귤 택배를 신청하였다. 어둑어둑해서야 리조트에 도착했다. 오늘은 숙소에서 밥을 해먹기로 했다. 햇반과 양파, 콩나물과 두부를 편의점서 사서 조리에 들어갔다. 나는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나 집이 아니라 전자레인지가 없어 햇반을 덮히느라 애를 먹었다. 돼지고기찌개는 김치와 여타의 재료를 넣었다. 하지만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씽크대 윗선반 뚜껑에 이마를 다쳤다. 뭐만 하려면 자주 찧거나 피를 보는데 오늘도 어김 없었다.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남편에게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빨리 하려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 며칠 전에도 그릴에서 고기를 굽다가 손가락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뽀로통해서 앉았는데 남편이 화를 가라안혔는지 맛을 보라고 하였다. 나는 아무 탓도 안했다. 햇반도 제대로 익지 않았는데 맛있다고 했고 양이 많았는데도 꾸역꾸역 먹었다. 눈치를 챘는지 많으면 남기라고 해서 올타구니 하고 숟가락을 놓았다. 남긴건 안주로 먹는다고 인덕션 냄비에 다시 넣었다. 그러나 이건 또 무슨 일인지? 꼴짝꼴짝 술을 마시다가 안주를 한다던 찌개를 새카맣게 태우고 말았다. 남편은 문을 활짝활짝 열어놓고 설거지를 했다. 나는 이러나저러나 침대로 와서 일찍 곯아 떨어졌다. 오늘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만족한 하루였다. 3. 조금 일찍 서둘러서 숙소를 나왔다. 아침인데도 햇살이 따가왔다.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애를 썼다. 조식으로 빵과 스크램불드 에그를 먹고 우유와 내린 커피를 먹었다. 조식은 마음에 들었다. 비싼 리조트라서 그러나? 성산봉으로 갔다. 일주도로를 타고 갔다. 거칠 것이 없는 바다가 우리를 불렀다. 아무런 거침이 없는 무량한 바다가 마음을 놓이게 했다.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주자장에 갔으나 대형버스와 승용차가 얽히고설켜 세우지 못하여 화장실만 이용하였다. 그대로 제주시로 갔다. 가기 전에 회사 사무실 근처 직원 숙소로 가기로 했다. 거의 한 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직원이 운전을 해서 공항에 갔다. 오후 한 시 이십 분에 비행기가 뜨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는 공항 삼 층에서 곤약표고버섯 비빔밥을 먹었다. 맛있었으나 이번에는 밥의 이분의 일도 많아 걱정을 하면서 눈치를 보았다. 예민한 남편은 남기라고 했다. 아, 얼마나 좋은가? 나는 조금만 먹으라는 사람이 정말 좋다. 억지로 이것저것 먹으라면 고역이다. 미리 화장실을 보고 게이트 앞에 갔다. 시간이 되어서 면세점에 갔다. 계획했던 건 못사고 초콜릿과 크런치, 올레길 안내 손수건을 샀다. 이번에 비행기를 탈 때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순천에 가는 비행기는 유난히 빨랐다. 금방 도착했다. 집에 와서 쿰쿰한 집에 환기를 시키고 가방을 정리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라크 현장직원들 중 휴가를 받은 직원들이 있어서 회사로 갔다. 나는 흐늘흐늘 거리면서 일찍 잤다. 제주도 여행이 힘들었으나 서둘지 않고 쉬엄쉬엄 다녔으니~ 한 열흘 정도 돈도 구애받지 않고 할 일도 없이 지내다 오면 좋겠다. 다음에는 프랑스로 가볼까? 아들과 남편과 그 나라에서만 열흘을 잡고 현지 가이드에 안내를 받으면서 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