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KNN라디오 '김아라의 생생라디오, 사연 있는 아침'에 소개된 글입니다.
직장에서 아주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집에서 기르는 모란앵무가 새끼를 부화했다며 두 마리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부화한지는 두 달 가량 됐다고 했다. 평소에 애완동물에 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나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무료로 주니 일단은 받아서 길러보기로 했다. 먼저 조류매장에서 새 우리와 모이 한 봉지를 사서 집으로 가져와 새를 길러보니 생각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다.
새가 좋아하는 모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역시 새 두 마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니 모이를 잘 쪼아 먹는다. 배가 부르니 지저귀며 특유의 소리를 냈다. 가끔 대변을 보기는 하지만 역겨울 정도는 아니었다. 새도 자신에게 사랑을 베푸니 사람을 친근하게 따른다. 생명체는 역시 사랑을 베푸는 만큼 배신하지는 않는 것 같아 신기하다.
요즘 직장에서 퇴근해 귀가하면 모란앵무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우리에 가둬 놓고 사람이 있으면 거실에 풀어서 운동을 시킨다. 새들은 모처럼의 자유를 누리며 날개를 퍼덕이고 온 거실을 돌아다닌다. 어깨나 팔에 얹어 놓아도 조용히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새를 쓰다듬고 머리를 어루만져준다. 그러면 좋아하며 얌전히 있다. 새들도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집안에 새 가족 두 마리가 생기니 활력이 생긴다. 새소리는 자연의 소리마냥 유쾌하고 어떨 때엔 마치 숲 속에 있는 기분마저 든다. 두 마리는 서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서로 부리를 맞대며 뽀뽀도 한다. 아주 의좋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람이나 새나 혼자서는 외롭고 짝이 있어야 의지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 같다.
요즘 개, 고양이, 물고기 등 다양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많다. 아내가 털 과민반응을 보여 네 발 가진 동물은 기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선물 받은 새를 기르며 작은 웃음과 행복을 찾고 있다. 새도 약간의 깃털을 날리고 먼지를 일으키긴 하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작은 새는 집에서 길러도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정서를 함양할 수 있어서 좋다. 새장을 사고 먹이 한 봉지면 오래 먹일 수 있다. 부리나 발톱이 날카로워도 위협적이진 않다. 새들도 우리 가족에게 사랑 받으려고 온갖 교태를 부리거나 아양을 떨곤 한다. 부리로 손가락을 물기도 하고 발톱으로 살갗을 살살 간질이기도 한다. 새와 정신적으로 교감한다고나 할까.
새를 기르니 삭막하던 정신이 좀 순화되는 기분이다. 밥벌이 현장에서 생업에 시달려 심신이 피로해도 집에 와서 예쁜 빛깔의 모란앵무새를 보면 피로가 풀리고 힘이 생기며 아이마냥 천진난만한 웃음이 나온다. 새 두 마리와 눈빛을 주고받으니 어떤 때엔 나도 새가 된 기분이 든다. 새와 놀고 나면 꿈에 하늘을 마음껏 날며 모험과 환상을 즐기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도 줄곧 두 마리의 귀여운 모란앵무와 더불어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권태로운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가고 싶다. 다음에 새를 선물로 준 직장의 동료에게 맛난 식사를 한 번 대접해야겠다. 우리 가족에게 이런 행복과 기쁨을 무상으로 주었으니 성의를 표하는 것인 교양 있는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첫댓글 소확행의 전도사네요..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것이 눈에 보여요 ^^
저는 요즘 계은죽이라고 대나무과인데 물만 주면 되요...내가 난이나 꽃을 키워서 제대로 길러보지 못했는데 이것은 너무 쉬워서 한달 정도 되었는데 조금씩 자랍니다 그것을 보면서 안그래도 집이 건조해서 걱정을 했는데
키우는 맛에 밤이 즐겁답니다 ^^ 아무튼 좋은 취미네요...
다양한 주재로 항상 멋진 글을 작성하는 밥 작가님의 탁월한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