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안동고추 수확 중인 안동시 북후면 도진리 장대걸씨의 고추밭
안동고추 마을, 안동시 북후면 도진리에서는 팔월의 아침을 고추수확으로 엽니다. 마음 같아선 새벽부터 고추밭으로 달려가고 싶은 게 수확기를 맞은 농부의 심정. 하지만 색깔의 구분이 명확해지는 여섯시나 돼야 비로소 작업이 가능합니다. 산 아래 비탈밭에 위치, 하루 종일 따끈따끈 햇빛을 받는 안동고추는 원체 색이 붉고 선명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고운 놈들로만 골라 꼭지를 뗀 채 수확해야하니까요. 작업속도는 일반 고추따기에 비해 두, 세배가량이나 늦어지지만 대신 가장 알찬 놈들로만 차곡차곡 바구니에 채워집니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장대걸씨,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선별작업이 이어집니다
열기가 감당할 수 없게 뜨거워지는 오전 10시가 되면 오전 작업을 마무리,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선별작업이 이어집니다. 밭에서 일차로 선별한 고추를 찬찬히 다시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크기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색깔이 조금이라도 깨끗지 않은 것들은 무조건 불합격 판정. 키높이 구두에 배둘레햄이 넉넉한 총각의 입장이 살짝 민망해집니다. 총각이 보기엔 다 괜찮은 녀석들인데 말이죠. 쩝. 쭉쭉빵빵한 모델 급 고추들만으로 상자를 채우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은 2014년 안동고추의 첫 수매 날이니까요.
첫수매에 나선 안동시 북후면 도진리 이장 임우섭씨
12시. 트럭에, 경운기에 고추상자를 가득 실은 도진 고추작목반 농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을회관 앞으로 모입니다. 앞으로 한 달 반 동안 매일 정오면 남안동농협가공사업소 수매차량이 고추를 거두어 갑니다. 일일이 공판장이나 도매상가로 고추를 넘기지 않아도 되니 농부들로서는 큰 일손을 덜은 셈이지요. 가공과 판매을 맡은 남안동농협 쪽은 품질 좋은 고추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서 좋구요.
매일 12시, 수매시간이 되면 안동고추를 가득 실은 경운기와 트럭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수매한 고추는 특, 상, 보통으로 다시 등급이 나눠지게 됩니다. 농부라면 누구나 특등급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한 욕심일 터. 2월부터 씨를 뿌리고 모종을 내 수개월을 동고동락해 온 고추이니 만큼, 첫 수매현장의 농부들 얼굴은 붉은 고추만큼이나 달떠 있습니다. 도진 고추작목반 농부들에게는 그 유명하다는 영양고추도 별 볼 일 없습니다. 손톱이 빠지도록 따서 골라서 온 안동고추가 최고입니다. 도진 고추작목반 농부들에게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회심작이 안동고추이니까요.
2014년 첫 수매를 맞아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설레는 농부들
모두 특등급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손가락과 허리는 잠시 잊고 농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힘을 내서 고추밭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등급을 받기가 너무 어려워요.
수매 기준이 보통 까다로워야 말이죠.
올핸 가뭄 때문에 특을 받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요”
농협 수매차량은 얼마 안 돼 붉은 고추상자로 가득 차고 첫 수매의 설렘도 끝이 납니다. 도진리 고추작목반 농부들은 언제 등급을 염려했냐는 듯이 다시 고추밭으로 돌아가 또 뙤약볕 아래 고추를 따겠죠. 늘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지만, 안동고추의 진정한 숨은 주인공들입니다.
안동고추의 숨은 주역들
수매한 고추가 도착한 곳은 남안동농협가공사업소입니다. 안동 전역에서 수확한 햇고추들이 사업소 마당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단됐던 고추 가공 라인이 2014년 첫 가동을 시작했거든요. 공장은 벌써 매콤한 안동고추 향기로 진동합니다. 안동고추의 계절이 이제 막 시작된 셈이지요.
남안동농협가공사업소 마당에 쌓인 햇안동고추
지난 2008년 남안동농협가공사업소가 문을 열면서 안동고추는 일대 변혁을 맞게 됩니다. 들쑥날쑥 이었던 고추의 품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홍고추나 마른고추로만 유통되던 안동고추의 영역이 넓어져 다양한 가공품으로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입자 고운 안동 고춧가루와 전통방법 그대로 담근 안동 고추장이 그것이지요.
2014년 햇안동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맛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고추를 깨끗이 씻어서 말리는 과정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자, 지금부터 안동고추의 화려한 변신을 한번 따라가 보기로 합시다.
깨끗이 세척 중인 안동고추, 모든 과정은 자동화되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집니다
선별에 선별을 거친 일등품 안동고추는 두 번의 세척과정을 통해 깨끗이 씻겨 진 다음 절단과 건조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고추는 특히 말리는 과정이 중요한데 너무 높은 온도에선 색도 맛도 곱게 나지 않습니다. 60도 저온 건조과정을 통해 3시간 동안 말려진 안동고추는 태양초와 거의 흡사한 비주얼로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화되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