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의 ‘문화판촉’
배문호 도시계획학 박사 (주거복지연대 이사, LH부장)
지난 주 필자는 여름휴가를 맞아 서울의 ‘도시탐방’에 나섰다. 탐방은 뚜렷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특정 대상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여행이다. 그러던 중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벌어진 수문장 교대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전통 복장으로 옛날 조선시대에 있었던 절차대로 의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하루에 세 번한다고 한다. 교대식이 거행되는 동안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통역도 하고 있어 다수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교대식이 끝나고 관광객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시간도 제공되었다. 일종의 서울시의 5백년 도읍지로서의 특성을 잘 살린 ‘문화판촉’이라 할 만하다.
또한, 지난달에는 경북 청도군에 지인이 있어 ‘감와인 터널’이란 장소(place)를 가 보았다. 1904년 개통된 경부선 철길이 일부 폐선되어 오랜 세월 방치되고 있었는데 10여 넌 전에 발견되었고 이곳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였다. 경북 청도의 명물인 ‘감’을 와인으로 생산하여 기차터널 안에서 저장도 하고 시음할 수 있도록 하여 연간 백만 명 정도 관광객이 오는 지역 명소가 되었다.
서울 근교 경기도 광명시에는 ‘광명 가학동굴’이 있다. 일제 강점기 금, 은 등 광물자원을 채굴하던 광산이었는데 해방 후 폐광되었다. 광명시에서 인수하고 개발하여 관광자원으로 변모시켜 금년 초에 유료로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여름에는 너무 시원하고 동굴 안에 특별히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연주회 등 공연도 하고 있어 지역민들이나 가까운 수도권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땅에서 시작된 인류문명은 그 후 도로, 기차와 같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움직임이 중요해진 근대로 이행한다. 국민국가들이 등장한 근대는 새로운 대륙의 발견으로 공간시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시간의 공간으로 대체현상으로 장소의 붕괴를 인류는 경험한다. 최근 21세기는 세계화 바람이 불었다. 세계적인 도시에 비해 한국의 중소 도시들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세계화에 대한 지역의 응전은 무엇인가? 세계화의 역설은 다시 지방화에서 찾아야 한다. 지방에 있는 장소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지방에 있는 장소화의 가장 우선 전략이 ‘장소판촉’이다. 장소판촉은 국가보다는 지역적, 지방적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런 노력은 앞에서 예를 들었던 세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각 지방 도시들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들과 주민들은 많은 ‘장소 만들기’를 해 왔다.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고 태백시 광산촌의 재생을 보아 왔고, 서울 인사동과 대학로의 ‘문화지구’로의 변모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도심의 명소가 되었다.
이제 지역사회개발을 공업단지, 산업기지화 전략에서 찾는 것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동안 개발시대에 진행된 지역사회 개발방식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이는 관광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소득도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헬빙, 힐링을 추구하고 벽지나 오지관광, 향토축제와 생태관광을 원한다. 관광산업을 통한 문화경제로서의 장소(place)의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창조경제라 생각된다. 부산시의 ‘장소판촉’은 무엇인가? 해운대 지역 고유의 장소판촉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