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예수가 마리아의 무릎에서 숩을 거뒀다는 구체적 구절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피에타가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작품 주제로 자주 쓰였던 이유는 예수의 수난을 구체적으로 묵상하기 위해 후대 사람들이 추측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피에타는 원래 1290년경부터 1300년대 초반까지 독일에서 '베스퍼 빌드(저녁에 기도하는 상)'로 유행하던 미술사적 주제였다. 대부분 교회의 주문 제작에 의해 이뤄졌던 이 작품은 1400년 이후 유럽 전역에서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14~15세기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베스퍼 빌드가 이탈리아로 전해졌고, 이탈리아에서 '피에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피에타를 떠올리면 우리는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 놓인 미켈란젤로(1475~1564)의 피에타를 떠올린다.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그가 최후까지 작업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는 총 4개의 피에타를 남겼는데, 성베드로대성당의 피에타,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피에타, 산타 크로체 성당의 팔레스티나 피에타, 스포르체스코성에 있는 론다니니 피에타 등이다.
피라미드형 구조로 정점에 성모 마리아의 머리가 위치하는 성베드로대성당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됐다. 이후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접어든 그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라고도 불리는 '피렌체의 피에타'를 만든다. 예수의 왼팔에서 마리아는 십자가의 고통을 나누려는 듯 늘어진 예수의』 몸을 받쳐 들고 있으며,예수의 오른팔은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부축하고 있다.
* 한국의 피에타
십자가의 길을 포함, 피에타를 가장 많이 만든 작가는 이춘만 크리스티나로 꼽힌다. 그의 피에타 성모는 사랑의 상징이며, 둥근원으로 표현한 후광은 거룩한 신성과 영원한 구원, 사랑, 영광 등을 의미한다. 그는 피에타를 통해 수직과 수평의 십자가를 연상하도록 만든다.
독일의 신학자 테오 순더 마이어는 그의 저서 「미술과 신학」에서 수평적, 수직적 연장을 통해 무한한 공간과 유한한 공간을 만들어 그만의 우주적인 공간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큰 두 손은 축복하는 손이며, 축복은 구멍 뚫린 그 손에서 나온다고 했다. 구멍 뚫린 예수의 손 없이 우리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사순시기, 구원과 사랑의 상징이자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게 하는 피에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