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11
-2012. 3. 15. 목
그 동안 읽은 책은 '마광수, 미친 말의 수기', '알렉스 로스, 나머지는 소음이다', '박완서,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클레어 킵스,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등이다. (물론 대장정음악책읽기의 다른 책들은 제외됐다.)
마광수는 그의 다른 책에서도 썼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역시, 톨스토이, 윤동주 등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고, 특히 김연수라는 작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예 이 신진 작가를 도저히 못봐주겠다며 깔아뭉개 버린다.
'석양을 등에 지고' 는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김채원, 양귀자, 최수철, 김인숙, 박성원, 조경란 등의 소설이 있는데, 조경란의 '봉천동의 유령'은 그의 다른 소설인 '봉천동 이야기' (;정확히는 '나는 봉천동에 산다' 이다.)를 생각나게 하며, 특히 이동하의 '감나무가 있는 풍경'과 양귀자의 '단절을 잇다'가 재밌었다.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역시 잔잔하게 읽을거리와 재미가 풍성하고, 문장이 감칠 맛이 난다.
한편 지금 읽고 있거나 곧 읽을 책으로, 김흥호, '주역 강해1', 에버렛 헬름, '차이코프스키', 고규홍, '베토벤의 가계부', 이혜숙, 손우석, '한국 대중음악사', 윤신향, '윤이상 경계선상의 음악', 케빈 켈리, '기술의 충격', 임귀열, '뉴욕 영어 생중계', 김경욱, '독일어 작문연습1', 김준형, '과거의 우물', 자넷 베시너 등, '암호수학', 디트마르 그리저,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외르크 치틀라우,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 조치호, '자동 피아노 테크닉과 호흡의 비밀', 조셉 젤리네크, '10번 교향곡' 등이다.
'10번 교향곡'은 부록 cd를 아직 듣지 않았으나, 이 책을, 길을 가다 고물상에서 우연히 -새 책이나 다름 없는데- 500원에 구하게 돼, 본의 아닌 소장서에 추가가 되는 바람에, 아마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뉴욕 영어 생중계'는 임귀열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서, 옛 추억도 있고 하여 읽는다. 임귀열 토플, 이하 여러 강의를 듣곤 했는데..
케빈 켈리의 '기술의 충격'은 절반을 향해 독파 중인데, 갈수록 주지의 요지가 기술 맹신으로 가는 것 같아서 다 읽어 낼 지는 의문이다. 그의 어조는 단호해서, 이를테면, '기술은 영원하다'는 명제를 서슴없이 진술한다. 초반의 반기술주의적 그의 잔잔한 삶과 대조적으로 전개되는 그의 기술주의로의 주도적 삶의 이력이 독특한 것 같다. 고품도의 지식과 이론들을 설파하는 저자의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도시'의 존재에 대한 서술 글들의 매력도 탁월한 것 같다. 엔트로피, 엑소트로피 등 해석도 뛰어난 것 같고. 다 읽어냈으면 좋겠다.
'차이코프스키'는 오래전 읽었던, 한길사 로로로 시리즈의 책이며, 고규홍의 '베토벤의 가계부'도 몇 년 전 읽었던 책인데, 또 윤이상 전기류의 책도 여러 권 읽은 바 있으나, 이들을 또 비슷한 류의 읽은 바 있는 책인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과 함께 읽어 볼 요량이다.
가장 기대가 되는 책 중 하나인 김흥호의 '주역 강해1'은 어려우리라 예상되나, 일단 한 번 손에 잡아 볼 생각이다. '한국 대중음악사' 역시, 어려서부터 늘상 들어온 대중가요들을 추억해 보며 읽어볼 생각이다.
그밖에 E. B. White의 'Charlotte's web'을 띄엄 띄엄 읽다 다시 집어들게 됐는데, 이는 중1인 아들과 영어공부를 할 요량으로 집어든 책이다. 작년 가을 겨울 무렵 읽다 중단됐던 책이다. 한편 어떤 영어 그림책에서는 온갖 '-phobia', 즉 온갖 '-혐오증'이 나열된, 보기 드문 진귀한 그림책을 본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재미 있었다. 덕분에 -phobia, -philia 등의 단어 조성법의 재미를 회상해볼 수 있었고, 이는 한 시인이 '시는 감정이 아닌 단어로 쓴다'는 류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나며(보들레르인가?), 또 다른 철학자들이 '언어는 존재의 집.' 또는 '단어는 사고의 집' 등의 얘기를 했던 걸 떠오르게 한다.
따뜻한 봄이 무르익어 다가온 듯하고, 그럼에도 중간에 이사가 끼어 별 여유가 없다가, 이제 좀 그나마 책을 몇 번 씩 만져보기도 하며 여유가 생긴 듯하다. 이사 문제가 중대하고 과중하여, 다른 일과들이 중단되는 지경이어서, 독서 이하, 작곡 등 몇 중요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그렇지 않다 해도 별 진척없는 업무들이었겠지만 그나마, 과중한 짐이 덜어져서, 이제는 여유를 좀 갖는다. 욕심이 있다면 오페라 한 곡을 구상해보고픈 마음이 있으나, 초행길인지라, 대본 문제가 끼이기도 해서, 또 곡의 규모도 있는 터여서, 만만찮은 문제긴 하지만, 마음은 일단 갖고 있다. 실행되지 않아도 상관은 없고. 따뜻한 봄볕에 내 마음도 햇볕 빛 결따라 봄볕의 세례를 한 번 듬뿍 받고 싶다.
추후. 위 글 중, 인용된 시인은 보들레르가 아닌 말라르메이다. 말라르메와 드가가 나눈 대화 중, 드가가 "네 머릿속에는 지금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으나 소네트(14행시)를 쓸 수가 없어 고통스럽다." 고 하자, 말라르메는 "시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어로 만들어진다네." 라고 대답했다. -'김준형, 과거의 우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