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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 담긴 성장과 관련된 동기부여가 가능한
인지발달 도식(schema) 연구
- 장그래가 다른 인턴들보다 뒤처지지만, 뒤쳐져 보이지 않는 이유
- 장그래가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 쯤 풀이죽어있는 모습을 한 이유
- 박부장은 왜 비리를 저지른 것일까?
- 한석율은 자신에게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상사에게 굴복하지 않는 이유
- 한국인의 종특
- 회사가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이유
2023년 06월 05일
청년 과정
문예준
올해 청년과정 1기 사람들은 슬램덩크, 미생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정주행하고 다 보고 난 뒤 주제를 정해 자신만의 칼럼을 쓰기로 하였다. 처음에 남도현 선생님이 슬램덩크를 강력추천하여 1화만 봤었는데, 정말 재미없었다. 너무 유치한 내용과 뻔한 스토리 진행, 옛날 만화 감성이 나에게 너무 지루한 내용들이었다. 1화만 봐서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정말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미생으로 갈아탔다. 미생은 슬램덩크와 달리 재밌었다. 엄청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20대 청년들이 주인공이라 몰입하여 보기 쉬웠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는 웹툰 원작 소설로 주인공이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는 위기를 지혜롭게 풀어 나아가며 회사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너무 유명한 웹툰 원작 드라마여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번을 기회 삼아 심도 있게 미생을 보게 되었다. 주제는 총 6가지로 각 주제마다 청년에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들로 주제를 잡아 글을 써 내려갔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기에 실제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 또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로 접근하여 주제로 정했다. 따라 이번 미생 칼럼 글은 나의 견해를 바탕으로 글을 작성하였으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미생을 정주행하고 한 번쯤 생각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장그래가 다른 인턴들보다 뒤처지지만, 뒤쳐져 보이지 않는 이유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어린 나이 때부터 프로 바둑 기사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돈을 벌기 위해 프로 기사의 꿈을 접고 여러 가지 알바를 하며 돈을 벌다 인맥을 활용하여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무역 회사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다.
장그래라는 인물은 처음 무역 회사에 다니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모든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려 노력한다. 그러나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듯, 극 중 상사가 장그래에게 서류 복사를 부탁했지만, 복사기 사용법을 모르는 장그래는 우왕좌왕하다 결국 상사가 복사 작업을 맡게 된다. 다른 극 중에는 해외 바이어에게 전화가 와 영어를 못하는 장그래가 유능한 인턴 ‘안영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모습을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장그래는 스펙, 경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인턴 동기들은 높은 학력, 토익 점수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였지만, 이에 비해 장그래는 고졸 검정고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입사원 pt 면접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보다 뛰어난 스펙과 경력를 가진 인턴들을 제치고 계약직 신입사원 역할을 따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극 중반에는 다른 부서에서 생기는 위기까지 장그래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었다. 확실히 미생을 보는 초반에 장그래는 실력도 부족해 보이고, 업무 이해도도 부족해 보이고, 스킬도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극이 후반에 도달할수록 장그래가 회사에서 보이는 실력, 이해 방법, 스킬 등이 부족하다는 느낌보다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때론 장그래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도 생각 들었던 적도 있었고 실제로 극 중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장면도 나온다. 그렇다면 스펙과 경력이 부족한 장그래가 어떻게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은 ‘메타인지’에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하여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 발견, 통제하는 정신 작용을 일컫는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A가 ‘당신은 팔굽혀 펴기를 몇 개까지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스무 개라고 답하고 팔굽혀 펴기를 했을 때 스무 개를 했다면 A는 메타인지에 능숙한 사람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스무 개라고 답하고 팔굽혀 펴기를 스무 개 미만 혹은 초과했다면 그 사람은 메타인지에 미숙한 사람이다. 따라 자신이 몇 개까지 팔굽혀 펴기를 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향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장그래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 바둑 기사단을 꿈꾸며, 자신이 이기고 진 대국들을 왜 이기고 왜 졌는지에 대해 분석하며 정리해 온 습관 덕에 자신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냉정한 피드백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처음부터 메타인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메타 인지와 별개로 자신의 방식이 회사와 맞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아무리 자신을 향한 냉정한 판단과 이를 실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혼자 살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온 방식을 다 같이 일하는 특수성 지닌 회사에 적용하려다 보니 실수와 오류가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극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장면도 있었다. 장그래가 상사인 ‘오 과장’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극이 있었다. 극에선 오 과장이 장그래의 어필을 듣고 장그래를 시험하기 위해 오 과장 팀 아이템 관련 자료들이 담긴 외장 하드를 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 아이템 관련 자료들이야, 폴더 만들어져 있으니까 해당 폴더에 정리해서 옮겨”, 업무가 주어진 장그래는 곧장 폴더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회사 매뉴얼에 따라 정리되어 있는 폴더에 정리만 하면 되는 업무라 비교적 간단했지만, 기존 폴더만으로 정리하기 애매하다는 판단을 내린 장그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폴더를 새로 만들어 자료 정리를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 장그래의 판단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회사에 매뉴얼을 어긴 것이다. 이를 본 오 과장이 “혼자 쓴 일기 보는 느낌이다.”라며 말했고, 김 대리는 회사 매뉴얼을 어긴 장그래에게 한 소리 했다. “장그래 씨, 그거 회사 매뉴얼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모두가 이해했고 약속했다는 뜻이지, 그런데 당신이 저렇게 다 고쳐 놓으면, 저거 문제 생기면 저거 가지고 당신한테 문의해야 되나? 회사 일 혼자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이다.
이 일을 뒤로 혼자 살아온 방식이 이곳에서 좋지 않다고 판단한 장그래는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 즉, 다 같이 일하는 방식을 익히고, 배우고, 연마하여 성장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이처럼 메타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경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단, 메타인지 능력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에게 경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장그래가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 쯤 풀이죽어있는 모습을 한 이유
극 중 1월에 들어서자, 장그래는 세 명의 입사 동기와 함께 회의실로 오라는 문자를 받게 된다. 입사 동기들과 신입사원 공지사항을 듣게 되고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서류를 건네받던 중 장그래 서류만 없다는 사실에 자신이 계약직이었다는 현실을 멋쩍은 숨과 함께 마주하고 자리를 빠져나온다. 이에 극 중 장그래는 이런 말을 한다. “1월은 연봉 조정과 임금 인상의 시기이다. 그러나 계약직은 해당 사항 없다. 부서장이 평가하고 해당 부서 팀장이 승인, 해당 직원이 서명하는 순간 적용된다. 가, 나, 다, 라, 마 혹은 A, B, C의 평가에 내 자리는 없다. 같은 사람이고 싶다. 저 사람들처럼”라고 말이다.
이렇게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본 오 과장은 장그래에게 평소처럼 하라며 말했고, 장그래는 “평소처럼만 하면 정직원이 되는 거죠?”라고, 질문 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듯 오 과장은 말했다. “안 될 거다. 데이터는 그래, 대학 4년 어학연수 다녀온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도 취직 못 해서 고통받고 있어, 그들이 그 시간에 지불한 비용과 노력을 생각해 본다면 취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할지도 몰라, 고급 인력을 쓰고 싶으니까 학력, 학점, 특기를 보는 거고, 그렇게 해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라 여러 특이 사항 따져서 가산점 주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따지지, 회사의 매뉴얼은 철옹성 같아, 네가 끼어들 틈은 없을 거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현실과 사회는 냉담하다. 누구 하나 쓰러져도, 누가 다쳐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들이닥쳐도 현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친한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도와줄 순 있더라도 현실과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 사실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장그래는 어쩌면 일을 그만두는 것 보다. 사람들과 더 이상 같이 일을 못 하는 것에 있어 더 쓸쓸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과 일을 더 이상 못하는 상황에서 장그래는 왜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일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은 동기부여 이론 중 하나인 ‘메슬로 5단계 욕구 이론’에 있다고 생각한다. 메슬로 5단계 욕구 이론은 간단히 말해 1단계부터 5단계까지의 욕구가 있고, 1단계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를 찾는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고 싶은 욕구는 3단계인 ‘사회적 욕구’이다. 사회적 욕구란 애정, 소속감, 우정이 다른 사람에게 수용되기를 바라는 욕구이다.
만약 장그래가 계약직 사원이 아닌 정규직이었다면,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을까? 아니, 애초에 회사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더라면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을까? 즉, 욕구는 결핍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마치 단 한 번도 맛보지 않은 맛있는 음식을 갑자기 먹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메슬로 5대 욕구 표)
박부장은 왜 비리를 저지른 것일까?
극 중 장그래 팀에 ‘박 부장’이라는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박 부장은 원 인터내셔널 회사에서 일 좀 잘한다고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었다. 극 중 김 대리가 박 과장을 “자타가 공인하는 계약의 1등 공신이었지”라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장그래 팀과 함께 일하던 도중 계약 업체 수익을 크게 잡은 것이 의심되어 장그래와 김 대리가 함께 조사하게 된다. 이후 스토리는 뻔하지만, 박부장의 비리였다.
이 사건을 뒤로 박 부장의 옛 모습을 회상하는 극이 나온다. 때는 2008년 박 부장이 대리었을 적, 요르단과의 1억 2천만 불 수출 계약 달성으로 회사에서 큰 공을 세운 성실한 사람이었다. 옛날 박 대리의 모습에서 박 부장의 건성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착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1억 2천만 불의 공을 세운 이후 박 대리는 회사에서 주는 월급만 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표정이 일그러진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어느 날 회사 커뮤니케이션 담당 박 대리는 계약 회사에 찾아가 계약이 어렵다는 말을 전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계약 회사 측에서 두꺼운 돈 봉투를 꺼냈다. 이것을 첫 시작으로 비리의 규모가 점점 대담해지더니 나중에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대놓고 횡령을 한 것이었다.
나는 이런 박 과장의 비리가 중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독이란 것은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중독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보상, 쾌락 등을 느껴 충동성을 이기지 못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심리학자, 정신건강의학과 사람들은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중독의 핵심이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도파민이라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것은 보상과 쾌락을 얻을 때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그럼, 도파민이 많으면 좋은 것이냐? 당연히 좋지 않고 이게 바로 박 과장이 겪은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뇌가 도파민 수용체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느낀다면, 그다음부터 우리 뇌는 더 큰 혹은 비슷한 양의 도파민(보상, 쾌락)을 원하게 되는 욕망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충동성 억제 능력을 저하해 반복적인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즉각적인 보상이 더 빨리, 더 많이 생길수록 중독에 빠지기 쉽다.
박 과장이 1억 2천만 불이라는 어마한 이익을 얻을 때 느낀 쾌락과 몇백만 원의 월급을 얻었을 때 느낀 쾌락이 같았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 ‘박 과장은 이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속해서 비리, 횡령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독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상은 자본주의 구조에 중심 잡혀 있고, 자본을 얻어내기 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저지르는 사람들은 널려있기 때문이다. 횡령, 밀수, 마약 판매, 강도, 성매매, 장기 매매, 전화 금융사기 그리고 극단적인 예시로는 살인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해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물론 이런 일을 저지른 본인들의 자본 또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선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사회의 구조가 자본주의로 중심 잡혀있는 동안, 횡령과 같이 옳지 않은 일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돈을 맛본 사람은 이것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바르지 않은 행동에 관하여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자신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을 때, ‘이것이 옳은 행동이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람은 바보가 아니니까. 하지만, 옳지 않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은 계속 생겨난다.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거나 도덕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하는 행동이 비도덕적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규칙, 규범을 중요시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 또한 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규칙,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샨티 학교 내에서 많이 봐왔다. 그래서 내가 샨티 학교에서 이들을 상대할 때 선택한 방법은 ‘기다리기’이다. 정말 힘들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들에게 규칙과 규범을 강요하기보다 이들이 스스로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날까지 기다려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한석율은 자신에게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상사에게 굴복하지 않는 이유
극 중 장그래 신입사원 동기인 한석율은 직속 상사 ‘성 대리’에게 무진장 혼나고 한 소리 듣는다. 이유는 선배가 시킨 일을 하지 않아서이다. 다만 여기서 걸리는 점은 부장이 성 대리에게 시킨 일을 자꾸 한석율에게 떠넘긴다는 점이다. 한석율이 좋은 시선으로 ‘아, 선배님이 나에게 경험해 보라고 시키는 거구나!’ 받아들인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겠지만, 한석율이 그런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따라 극 중 한석율과 성대리의 잦은 싸움이 계속되었다.
내가 바라본 한석율은 업무 수행 능력도 뛰어났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단, 불의 혹은 부당함을 느낀 점에 있어, 대항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한석율의 입장이고, 성대리 즉, 선배 또는 상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이것이 부당함만을 느끼라고 하는 행동일까? 냉정하게 상사의 입장에서 부하 직원에게 일을 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주는 행위를 봤을 때, 성대리의 행동은 잘못되지 않아보였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잘못도 아니고, 오히려 부하직원을 챙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 중 성대리의 태도나 행실을 보면 후배를 엄청나게 챙기는 좋은 상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한석율에게 개인적으로 소비한 금액을 처리하라 시키고, 부장님이 성 대리에게 직접적으로 시킨 일을 한석율에게 맡기고, 남들에게 거짓말을 지속해서 하며, 성격이 이기적인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성 대리가 좋은 상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석율 또한 이것에 불만을 느끼고 성 대리에게 몇 번 대항한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석율이 성 대리에게 대항한 그 이유가 뭘까?
나는 도덕과 법을 지키려는 한석율의 의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도덕과 법에 관해서 설명하겠다. 도덕이란 선의 실현 또는 행위의 동기를 중시하고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 규범을 뜻한다. 법이란 국가가 만든 사회 규범이고, 도덕과 달리 행위의 결과를 중시한다. 도덕과 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법은 도덕과 달리 강제성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덕과 법의 목적은 무엇일까? 도덕의 목적은 분명하지 않다. 애초에 강제성이 수반되지 않을뿐더러 국가가 만든 규범도 아니다. 다만,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적 비난을 받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있다. 따라 우린 도덕을 지키고 싶으면 지키고, 지키고 싶지 않다면 안 지켜도 괜찮다.
그렇다면 법의 목적은 무엇일까? 법의 최종적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다. 이때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정당한 몫을 주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한 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한다. 동시에 법은 공공복리의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공공복리의 증진이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복지와 이익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특정 집단의 이익을 막고 사회 구성원 다수의 행복과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 도덕과 법을 두고 봤을 때 성 대리는 한석율에게 무엇을 어겼을까?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법을 어겼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이유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자면, 지극히 사적인 일을 부하 직원에게 맡기는 것 또한 법의 목적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적인 일을 부하 직원에게 맡기는 것은 법률상 아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계산해야 할 금액을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부하 직원에게 대신 계산하라고 하는 것은 사회생활과 별개로 법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석율은 평소 자주 거짓말을 한 성 대리에게 신뢰가 생기지 않아, 성 대리를 좋지 않게 보았을 거라 생각된다. 따라 성 대리에게 온갖 꾸짖음과 갈굼을 받고도 대항한 이유는 “부당함을 느낀 한석율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라도 부당함을 느낀다면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이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에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나 몰라라 하듯이 행동한다. 상황마다 다르고 모든 사람이 이러지 않겠지만, 자신이 예민하다고 남에게 함부로 하는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난 이런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군대에서의 부조리,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텃세와 꼰대 등과 같은 상황 또는 사람을 너무 싫어한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현실이 그렇다. 내가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가 좋아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꿀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인의 종특
이번 글은 한국인 종특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미생과 이것이 무슨 관련이냐? 생각들 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인의 종특과 관련해 미생에서 나오는 부조리와 꼰대의 원인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한국인이 살아왔던 환경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한국은 현재 건국 이래 가장 다양한 세대가 사회를 이루고 있다. 6.25 전쟁 때 태어난 산업화 세대, 전쟁이 끝난 이후에 태어나 새마을과 같은 정치적 격변기를 겪은 베이비붐 세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386 세대, 1970년 전후에서 태어나 경제적 풍요 속에서 성장했던 x 세대, 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았으나 IMF에서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밀레니얼 세대,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 세대,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 세대 등등이 있다.
이것은 나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특정 세대 사람들은 힘든 격변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서로 힘을 내서 도와주고, 이겨내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을 ‘의무적으로 행해야 한다.’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이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최근 경험담을 이야기해 보자면, 여느 날은 평소와 같이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흡연자라면 공감하겠지만, 그날 유독 가래가 자꾸 목에 걸려있었다. 그래서 가래가 걸릴 때마다 가래를 뱉었는데, 그때 어떤 아저씨가 “저기! 저기!! 왜 자꾸 가래를 뱉어요?”라고 말했다. 처음엔 나한테 이야기하는 줄도 몰라서 반응도 안 했지만, 나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눈치채고 아저씨의 부름에 응했다. “가래가 나오니까 뱉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아저씨의 말, “아니 코로나 시대인데 그렇게 바닥에 침 뱉으면 돼요?,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공공장소에서 침 뱉으면 안 되지!” 정말 너무 어처구니없는 타이밍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한테 계속 질문을 하니 당황스러웠다.
난 그냥 평소에 담배 피우던 곳에서 담배를 피웠고, 담배를 태울 때마다 가래가 생기면 그냥 뱉었다. 사람한테도 뱉은 것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것은 인정하지만, 아파트 단지 앞이었고, 평소 그곳은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장소로, 아파트 내에 흡연자들은 거기서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나에게 말을 건 아저씨는 술에 취한 사람 같아 보였고, 화내서 좋을 게 없으니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물론, 그 아저씨에 대한 인상은 좀 좋지 않게 남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고, 욕을 하거나 비꼬는 말 또한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일부로 기분 나빠지라 하는 말은 아니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꼰대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난 여기서 꼰대가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mz 세대 사람으로서 기성세대 사람을 본 심정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미생에 나오는 직장인들도 다양한 세대 사람들로 섞여 있다. 아무래도 이들은 각자 다양한 환경, 격변 속에서 자라왔으니, 각 세대마다 다른 생각, 가치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다 보니 사회 곳곳에서 세대 간에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꼰대라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단어의 어원은 정확하게 판단 할 수 없지만, ‘기성세대에 열받은 신세대가 그들을 비꼬아 부르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사람’ 또는 ‘본인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현재를 마음대로 판단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데 사용 한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생이 꼰대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말해보겠다. 내가 미생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주인공 또는 그의 직장 동료들이 부조리 또는 막말을 당했을 때 상사들이 꼰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내가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부하지원에게 손찌검하는 상사, 인신공격하는 상사, 자기 일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 상사 등을 보았을 때 ‘아, 이건 좀 아니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상사가 이러지 않았고, 특정한 상사에서 꼰대스러운 모습을 느꼈다. 따라 극 중, ‘마 부장’, ‘성 대리’이라는 사람이 꼰대스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판단해 이들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바라본 이들의 특징은 ‘윗사람에게 겸손하고 아래 사람에게 교만하게 대한다.’, ‘자기 말에 부하직원이 언짢아하면 본인들은 좋은 마음에서 그랬다 변명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본인들이 좋은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을 달리 표현하자면 오지랖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다. 그래서 난 오지랖과 관련된 한국인에 대해 조사하던 중 ‘다큐S프라임-한국인을 말하다’라는 영상을 찾게 되었다. 영상 속 ‘심리연구소 대표 차희연 교수’는 오지라퍼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참 항상 있지만, 오지라퍼 친구가 있어요. 그러면 이 친구는 내 개인 일에서부터 사생활까지 모두 다 간섭을 하고 관여를 해서 자기가 나를 좌지우지 하려는 경우들이 종종 보여요. 굉장히 오지랖 넓게 조언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적절하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제가 적당히 끊어버리잖아요? 그럼 굉장히 서운해한다는 거예요. 근데 되게 재미있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할수록 정이 있다고 느끼잖아요. 그리고 정의 특징 한 가지가 뭐냐면, 자신의 것을 베풀면 자기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거예요. 근데 자신은 베풀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받지 않으니까 굉장히 서운해하는 거예요.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매우 많다 보니까 꼰대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만 꼰대가 아니라 나이가 어리거나 동료 또한 자지가 상대방을 위해서 뭔가 ‘조언을 해주고 보태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말들을 꼰대라고 칭하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이 있고 다음 부분에서는 서로 간의 입장 차이에 관해서 어떤 문제들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의 골이 왜 깊어졌는지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초반에 이미 설명했던 ‘입장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라는 내용과 겹치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윗글을 미루어 보았을 때, ‘내가 미생 극에서 본 꼰대 같은 사람들은 오지랖이 넓어서 꼰대처럼 보였나?’ 생각해 보면, 사실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극 중 ‘마 부장’은 안영이의 소문에 관해 사적인 인간관계에 대해서 지적하며 ‘몸가짐 조심하고 다녀’라고 말했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안영이는 자리를 피했지만, 이후로 마 부장은 화를 내면서 ‘상사된 입장에서 그런 이상한 소문에 휩쓸리지 말라고 미리 알려 주는 건데, 어디 눈 땡그랗게 뜨고 따박따박 대들어? 너 그래 가지고 시집이나 제대로 가겠어? 내가 딸 같아서 하는 걱정이야 몸가짐 조심하고 다녀!’라고 안영이에게 가서 말한 바 있다. 마 부장의 말을 냉정하게 듣는다면 상사의 걱정 정도로 볼 수 있지만, 내가 mz 세대라 그런지 마 부장의 오지랖은 과하다고 느꼈다.
꼰대 같다고 느낀 또 다른 인물인 성 대리는 윗글에서 이야기했듯 한석율과 여러 갈등이 있었다. 한석율이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가짐에서 성대리와 갈등이 있었지만, 이 또한 세대 간의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세대 간의 입장 차이는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살아온 길이 대립적으로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어쩌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을 좁히려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것을 이행하려면 자신이 원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점을 지나면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장그래가 부조리를 당할 때, 막말을 당할 때, 힘든 시련이 다가왔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말이다.
회사가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이유
미생을 보다 보면 직장인들의 삶이 매우 고단해 보인다. 끊임없는 야근, 잦은 출장, 빡빡한 일정, 직장 내 싸움까지 사람을 피곤하고 힘들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해 보인다. 그러나 미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회사에 다니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아주 힘든 회사를 왜, 어떻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일까?
‘이들이 회사에서 왜 버티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변을 내리자면, ‘아무래도 돈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회사에 다니며 일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니 말이다. 극 중 하 대리는 ‘열라 갈궈도 실적 나오는, 일 잘 따오는 상사가 좋은 거야’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극 중 사장님은 ‘직장인이 봉급하고 때에 걸맞은 승진 아니면 뭐로 보상받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돈 때문에 직장을 다닌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 직장에 다닌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성인 1만 9천 명을 상대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했을 때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14개국에서 ‘가족’과 ‘아이들’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나머지 1위를 가족으로 뽑지 않은 3개국은 스페인, 대만으로 ‘사회’를 1위로 뽑았고, 마지막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1위로 뽑았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의 보편적 의미는 ‘엄청난 부자’ 또는 ‘백만장자’로 사용되는데, 한국인들의 물질적 풍요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물질적 풍요란 ‘충분한 수입, 빚이 없는 상태, 부족하지 않은 음식, 집’ 등이 해당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가족 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물질적 풍요를 중요시한다.’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과거의 대한민국은 잘 못사는 나라이다 보니, 그 아픔을 다시 겪지 않으려고 ‘없으면 지키지 못한다.’라는 말을 몸이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회사에 다니는 표면적, 궁극적 이유이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에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이제는 어떻게 회사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 말해보려고 한다.
그건 바로 ‘자유’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미생 극 중 직장인들이 힘들게 고안하고 고생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 아이템으로 채택되거나 하나의 실적으로 인정받았을 때, 굉장히 기뻐하며 날뛰는 장면들이 가끔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극 중에서는 힘들게 일한 뒤 결과물이 좋게 나오면 직장인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이게 자유랑 무슨 연관이야?’ 생각이 들겠지만, 생각보다 자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신주’ 철학자에 따르면, 진정한 자유 이면에는 고통이 동반된다고 한다. 강신주 철학자가 말하는 ‘자유 이면에는 고통이 따른다.’라는 말을 쉽게 표현하자면, 욕구 충족에 따른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친 일상에서 자유를 갈망할 때 보통 무슨 생각을 할까? 정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린 현실적으로 가능한 자유를 찾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쉬기, 하루 종일 누워있기, 맛있는 거 배달시켜 먹기 등, 자신의 노동을 최소화하여 자유를 느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것을 실행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우리가 욕구했던 만큼 자유가 충족되지 못한다. 왜? 결과에 비해 자신이 노력한 과정이 너무 얕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강신주 철학자가 말하고 싶었던 ‘자유 이면의 고통’이다. 진정한 자유에는 ‘이상, 의지,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은 인문학적인 의미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다.’이다. 예를 들어 “아, 내가 한라산을 등정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이상’이다. ‘의지’와 ‘노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인 의미로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과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이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여 이상을 이루어 냈다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라고 강신주 철학자는 말했다.
이것은 돈을 벌려는 직장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실적을 내야겠다.’, ‘일을 잘해서 승진하여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는 것은 ‘이상’이고 이상을 실행하는데 생기는 과정, 간절함, 힘듦, 노동력 등이 ‘의지’와 ‘노력’에 해당한다. 따라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극에서 보이는 직장인들이 기뻐 날뛰는 것은 진정한 자유를 맛보았기 때문에 그리 신나 했던 것 같다. ‘회사가 아무리 힘들고 지치지만, 일하면서 느낀 진정한 자유가 직장인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무리
미생을 통해 바라본 사회는 냉혹하고 현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직장인의 가질 수 있는 사소한 희망조차 허용되지 않는 현실과 소망한 희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잘 표현한 드라마 미생이었다. 청년인 내가 미생을 보고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나의 미숙함의 정도였다. 아직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는 너무 거대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지만, 나도 언젠가 이 사회에서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음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의 나로선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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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준이의 글을 읽으니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올 여름에 도전해봐야겠어요. 예준, 힘 내요. 잘하고 있어요. 이 땅의 청년들이 더욱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나도 좀 더 노력할게요.^^.
한국 사회에 세대 차이가 심하고 그로 인한 '꼰대질이 유발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은 어쩌면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20세기 한국의 초고속경제성장 및 그것이 수반한 사회문화적 그림자 속에서 매 세대의 한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적응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처럼 다양한 동기를 자꾸 이해하려 하고, 그 배경원인에 대해 사고하려 하다보면 점점 이해가 깊어져서 관용성도 높아지리라 믿고, 아직 들어가보지 않은 사회에 대해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인간은 닥치면 다 해내지 않나요?
- 한석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