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경주 양포항에서 포항시 구룡포까지
해파랑길 13번 코스를 걸었다.
- 걸었던 날 : 2024년 3월 3일(일)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13코스(양포항-일출암-대진해변-구평포구-장길낚시공원-구룡포)
- 걸은 거리 : 20km (약 31,000보, 5시간)
- 누계 거리 : 218km.
- 글을 쓴 날 : 2024년 3월 6일..
지난밤 포항 숙소에서 편하게 자고 나왔다.숙소에서 조식으로 토스트와 컵라면까지 든든하게 먹고 늦장을 부리며 여유롭게 나왔다.양포항 북쪽 주차장에 도착하고 CCTV 아래에 주차을 했다. 이미 새벽 어시장은 끝났건지 .고기 물통 대야가 모두 빈통이다.
항구 한쪽에는 고급 캠핑 차량들이 즐비하다.차량 캠핑족들은 대부분 낚시를 즐기기 위해 낚시가 가능한 해변주변 주차장을 찾아 모여든 형국이다.다소 제한된 캠핑을 하는것 같기도 하여 많이 부럽진 않았다.양포항 방파제를 돌아 신창 간이 해변을 지난다.
신창 간이 해변을 지나 무심코 걷는데 신창리와 금곡리 사이 다리를 건너니 멋진 바위 군락을 만난다.바위 위에 소나무가 몇그루가 엊혀 있는데 멋진 동양화 속 모습이다.바위 앞에서 흐르는 금곡 하천 물까지 어우러진 모습은 빼어난 장관이다.안내 현판을 보니 일출암이다.육당 최남선 선생이 조선 10경이라 이름 지은 "장기일출"바위 란다.장기는 이곳 하천 이름이고 육당 최남선이 정한 조선 10경은 이렇다.
최남선의 조선 10경
(1) 압록기적 : 경적을 울리는 압록강 기선
(2) 천지신광 : 백두산 천지 풍광
(3) 대동춘홍 : 대동강변 봄 빛
(4) 금강추색 : 금강산 단풍 비경
(5) 재령관가 : 황해도 구월산 동선령 풍경
(6) 경포월하 : 경포대 수면에 비치는 달
(7) 연평어화 : 연평도 조기 잡이 어선 불 빛
(8) 장기일출 : 장기에서 뜨는 아침 해
(9) 변산낙조 : 변산 앞바다 해넘이
(10) 제주망해 : 제주도의 망망대해
육당은 북한지역에 5개 그리고 남한지역에 5개을 선정하여 조선 10경이라 이름 지었는데 다분히 주관적인 선정이겠다.그런데 동해에서 가장 멋진 장소로 선정한 곳이 "장기일출"이다. 동해의 일출 장소로 멋진곳은 이곳 외에도 많다.포항 호미곳이나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일출도 일품이다. 그 외에도 일출 장소는 수도 없이 많겠지만 나는 장기의 아침 일출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졌다.멋진 모습으로 상상이 되었다. 다음 트래킹 때 이 지역에서 숙박을 하고 일출을 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해파랑길은 해안선을 따라 간간히 얕은 야산도 오르 내리고 꼬불꼬불 데크길도 걷고 모래와 자갈 해변도 걷는다.그렇게 걸으면서 세상사 허물 벗어 버리고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자신을 되돌아 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으면서 넉넉한 시간을 갖고 한번 쯤 걸어 볼 만 하다. 나옹선사의 시가 생각났고 낮으막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네,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노여움도 내려 놓고 아쉬움도 내려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중략 생략 ~~.
큰 산이 나에게 준 교훈은 이제 그만 내려 가라는 것이였다.그런데 지금은 큰 산 대신 먼 길을 걷고 있다. 내가 잘 한건지 모르겠다.언젠가는 먼 길 조차 내려 놓는 날이 있슴도 알고 있다. 그런 날이 오면 더 낮은 산, 더 가까운 길 또는 아파트 마당도 마다하지 않겠다.사람의 일생이 나이 들어 가면서 변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화를 인정하고 나도 변화 해야 할 일이다. 작은 어촌 마을을 지난다. "멍게 도깨비 마을"이다. 70대쯤으로 보이는 노부부가 새벽에 건져 온 그물를 털고 있다.어떤 어종을 얼마나 잡았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혹여 방해가 되고 불편 해 할까? 조심스럽게 다가 가는데 기우였다.내가 묻기도 전에 아주머니께서 "아귀 그물인디 고기가 없네!" 라고 먼저 말을 해 주시며 실망스런 표정이다. 아마도 내가 고기를 구경하러 오는 줄 알았나 보다.신통하다. 나는 곧 바로 인사를 하고 "네네! 그런가요~" 라고 했다.잠시 서서 본 그물에는 아귀가 한마리도 없었다. 이왕이면 고기가 적당하게 잡혀 올라 왔으면 좋으련만 "다음에 만선하십시요"라고 인사하고 물러 났다.옛 해안 군 경계초소를 지난다.우리 세대의 군인들은 저 시멘트 건물 안에서 숙식을 하고 해안 경계 근무를 했었다. 지금은 철탑 위 감시 카메라가 윙윙 돌아 가고 있다. 참 많이 변했다.장길리 낚시 공원이다. 해상에 부교를 설치 하고 돔 형태의 고정 텐트를 설치하여 낚시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부교 옆을 지나다가 물이 맑아 혹여 고기가 있나 살펴 보는데 고기는 보이지 않는다.낚시 공원 근처에 보릿돌이라는 바위가 있고 그곳까지 다리가 설치 되어 있다.옛날 보리고개를 넘어야 할 때 마을 사람들은 이곳 바위에서 미역을 따서 먹고 살기 어려운 보릿고개을 넘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바위란다.
가끔은 인도가 따로 없는 차도 옆을 지나기도 하는데 위험스럽기도 하고 아쉽다. 지자체에서 조금 신경을 쓰면 사람이 지나 갈 수 있는 작은 데크길이라도 충분하게 만들 수 있을텐데 아쉽다.우리는 어떻든 지나 가야 하고 조심히 빨리 걸을 수 밖에..오징어 건조장 앞을 지나기도 하고..이제 구룡포항이 가깝다.한때 동양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 였고 지금도 구룡포항은 포항의 대표적인 항구이여서 큰 배들이 많다.오늘 큰 배들은 가지런하게 정박해 있는 모습이다.구룡포 항구는 크고 여유로 왔으며 한 때 고기를 잡고 만선하여 경기가 좋을 때에는 모두가 행복했을 항구였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예전에 비해 3분의 1정도나 잡히는 수준이라 하니 그냥 그만그만한 정도 인듯 하다.어떻든 구룡포 항구에 도착하여 수협 건물을 배경으로 인증사진 한장 찍었다.포구는 대게의 주산지 답게 식당 위 대게 조형물이 크다.휴일을 맞아 상인들은 밖으로 나와 호객을 하는데 사람들이 들어 가지 않은 모습이다.불경기여서 그런지..대게 값이 비싸서 그런지 모르겠다.지금 이곳의 대게는 모두 러시아산 이다.그리고 국내산은 한정된 량이여서 식당에서 먹으려면 1kg당 15만원이라 하니 서민들에겐 부담스런 가격이다.동해안 국내산 대게는 귀하신 몸이 되어 버렸다.
해파랑길 13번째 QR 마크를 했다.부산 오륙도에서 구룡포까지 200km쯤 걸었다.총 9일간 걸었으며 50개 코스중에 13개 코스를 걸었다. 평범하게 걷는것이 쉬운 일이지만 먼거리를 걷는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적당한 시간도 필요 하고 같이 걸어야 할 사람도 필요 하고 같이 걷는 두 사람의 컨디션도 중요하고 적당한 비용도 감수 해야 하기 때문이다.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많이 걸은 후 피곤함까지 좋은것은 아니다.단지 많이 걷고 나면 피곤함보다 뿌듯함이 더 크기 때문에 감수 하고 걷는 것이다.구룡포 일본인 거리를 잠시 걸었다.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였다는 안내 가게가 여러곳에 있고 젊은 청춘들이 많다.어느 규동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려 보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자리가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일반 식당에서 물회를 시켜 먹고 승용차를 회수하여 광주로 귀가 하며 3일간의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