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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나무심기 좋은 달. 행사와 집씨통이 몰려들고 새 활동가님 교육도 하며 노을공원은 한달이 금세 지나갑니다. 까페를 종종 열어보면 많은 개미님들과 활동가님들이 함께 회의도 하신 것 같고, 활동가님들은 퇴사를 앞두고도 밤낮없이 일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미 오전부터 대학생 10명이 일을 하고 있고 오후에도 동시에 2곳에서 나무심기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흐른님, 추정림 활동가님과 개미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컨테이너에 모였다가 노을집씨정원으로 올라가서 다들 모였어요. 올라가는데 빗줄기가 조금 굵어져서 천막 텐트 속에 들어가 앉아서 서로 소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천막 안에는 이미 한 무리의 젊은 남성분들이 있었는데 ‘거린이’라고 했고 경남 거창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모임이라고 했어요. 저는 처음에 지금 고등학생이라고 잘못 알아듣고 ‘서울에 올라와서 이걸 하고 가는 거예요?’하고 물으니 ‘아 저 사람은 대학교 3학년이고 저 사람은 박사과정 중이에요’ 하시더라고요. 사실 처음에는 ‘거린’조차 ‘걸인’인 줄 알았어요. 노을공원 자원봉사자 이름이 ‘백수건달’이었다는 걸 책에서 봤어서, ‘걸인’이라고 연상했나봐요. ‘거린’조차 맞게 들은 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는 숲향에서나 리와일딩포럼 후 저녁 식사에서 뵈었던 낯익은 얼굴도 보였습니다.
초별님부터 소개 시작! 환경연합에서 일하시다가 경제활동이 중심이 되는 삶으로 옮겨가 한참 사시던 중에, 이제는 나도 나를 위해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다시금 노고시모에 드나들고, 생태적 삶을 사시고, 녹색당에서도 활동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오늘도 노을공원 올라오다 마주쳤는데 따릉이를 타고 오고 계셨어요.
다음은 저였고, 2023년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의 조합원으로 시작해서 2024년 노고시모의 숲의향연에 왔다가 그다음에 왔더니 책을 2권 주셔서 그 책들을 읽고 노고시모에 계속 오고싶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죠. 세연이는 바로 받아서, 한강조합원이고, 노고시모 와서 일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끝나고 맛있는 걸 먹어서 좋다고 고백하는 바람에 폭소가 터졌어요^^
윤병훈 개미님은 친구따라 왔다고 하셨는데, 그 친구는 바로 신승은 개미님입니다. 신승은 개미님의 선택을 받은 남자라니, 3대가 덕을 쌓으셨군요. 윤병훈 개미님은 내내 웃는 인상이셨어요. 오늘 엄청나게 진지하게, 열심히 일하지 않으셨을까요?^^
전세빈 개미님 옆에도 친구따라 온 남자분이 계셨죠. 용승재님은 개미번호는 없으신 듯했지만 숲의향연 2회때도 그렇고 옆에 계시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리게 느껴졌어요.
거린이님들은 단체로 소개를 퉁치고 넘어가고, 최선님의 차례입니다. 종이를 많이 쓰는 직업이라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가입만 해두었다가 이제는 아이가 좀 자라서 가족이 모두 왔다고 하셨어요. 여자아이는 1학년인데 수줍음을 타서 자기 소개하기를 부끄러워했어요. 세연이가 ‘아까 세희라고 했는데!’라고 바람잡고 막상 나가서는 둘이 참 잘 맞아서 잘 놀았어요. 아버지는 위종석님, 따님은 위세희라고 해요.
소개는 끝나가는데 비는 여전히 조금씩 내리는 것 같아서 활동가님들이 강덕희 활동가님께 무전연락을 해보았죠. 덕님은 “이게 무슨 비야~ 얼른 해요!”라고 하셨답니다. 그럼 그렇지~덕님의 호연지기! 나가니까 정말 비도 그치고 흐른님도 오셔서 나무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나무심기 순서와 방법도 알려주셨어요. 그동안 몇 분 더 합류하셔서 총 16명이 같이 일을 했어요.
둘씩 짝을 지어 사면으로 내려가서 일단 계단을 만들고, 계단 안쪽을 깊이 파서 나무를 약간 기울여 꽂고 위쪽을 무너뜨려 세워서 심고 흙을 잘 다져서 밟고 다시 물집을 만들어줍니다. 한 팀이 양쪽에 서서 계단을 만들어가며 만나고, 나무를 심어가며 만나야 합니다. 오늘 심은 나무들은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총 3가지 참나무인데 졸참나무가 씨앗은 작지만 가장 높이 자란다고 해요. 예쁜 가을의 참나무인 갈참나무와, 떡처럼 넓은 잎을 가진 떡갈나무, 자잘한 도토리를 내는 졸참나무. 흐른님이 설명해주시니까 한 번에 외워지네요^^
젊은이들이라서 그런가 일을 정말 시원시원하게 잘들 합니다. 물론 힘들고 남이 어떻게 했는지 볼 겨를도 없지만 다들 해놓으신 걸 보니 멋있게 잘 심어지고 있었어요. 그간 노을집씨정원은 경사가 급해서 어린이들이 내려가지 않았는데 세희가 무서움없이 잘 내려가서 세연이도 같이 내려가서 일도 하고 잘 놀았어요. 둘은 커다란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지렁이 등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일도 열심히 했어요. 위세희 양은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했는데 한번도 힘들다고 짜증내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역할을 찾아가며 재미있게 일을 했어요. 세연이는 힘들다고 쉬는데 세희는 쉴 생각도 없어보이더라고요. 최선님과 위종석님은 처음 오는 날에 최고난도의 일을 하시는데도 시종 진지하게 일을 해내셨어요. 저는 삽 자체가 무겁고 조절이 잘 안되어서 고전하고 있었는데 같은 팀이었던 두 분이 왼쪽에서 잘 진행해주셔서 무사히 만날 수 있었어요. 가운데서 못 만나고 오른쪽으로 꽤 치우쳤지요^^
간식으로는 귤과 구운계란을 먹었어요. 그런데 노고시모에 와보니 계란도 유제품도 안드시는 분이 많아서 아몬드를 챙겨와서 같이 먹었어요. 흐른님은 직접 깎아오신 밤과 감과 사과를 나누어주셨어요. 생율이 담백하고 맛있었어요.
중간에 쉴 때 갑자기 감사패와 감사선물 증정식이 열렸어요. 흐른님께 드리는 나무 감사패와 도토리, 은방울꽃 수가 놓인 지갑, 편지들이었습니다. 뜻밖의 증정식에 흐른님은 엄청 좋아하셨어요. 문제는 덕님과 성란님께는 어찌 드려야하나였죠. 무전을 보내도 지금은 상황이 안된다고 하시네요. 아마 마지막 마무리를 하신 후, 덕님과 성란님을 만나러 다들 올라가셨을 것 같아요.
심고 다지고 밟고 물집 만들고 얼추 마무리한 후 평지로 올라와서 쉬고 있는데 흐른님은 몇가지 꽃의 줄기를 자르며 이리저리 다니셨어요. 오호! 두 어린이에게 꽃다발 주시려나 보다 싶었지만 이곳은 나무자람터가 아니라서 별로 꽃이 안보여서 어찌 꽃다발이 되나 싶었죠. 그런데 이게 웬걸 당장 서양등골나물과 개여뀌만 가지고도 아름다운 부케 2다발이 완성되었어요. 저희도 세희와 부모님도 모두 감탄하고 감동했지요. 부케를 동여매는데는 사위질빵이라는 풀을 쓰시며 사위질빵이라는 풀이름의 유래도 말씀해주셨어요. 흐른님은 동식물과 곤충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으신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한 이야기가 계속 술술 나와요^^
다른 개미님들은 선물을 전달하러 올라가신 것 같아요. 저희는 세연이가 준비한 선물이 사물함에 들어있어서 일단 내려왔어요. 나무자람터에 일이 남아서 계속 거기 계셨던 것 같은데, 따라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좀 아쉽기는 합니다. 거기서 두 분이 받아오신 것만 해도 한아름인 것 같고, 나중에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사무실로 내려와서 아까 제 이름이 써있던 선물 가방을 열어보니, 엄청난 보물들이 많았어요. 왜 주시는지, 사실 한 것도 별로 없는데 하여간 자꾸 주세요..
성란님은 서점의 VVIP이실 것이 확실합니다. 받는 책마다 제 삶을 많이 성장시켜주는 책이 많아서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주 근간의 책들이었어요. 서점에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을 선별할 눈이 없는 저에게 김성란 박사님은 다정한 책처방사가 되시네요. 예전에 주신 ‘장애시민 불복종’을 읽고 오만한 비장애인인 저를 정말 깨우쳐주고 신랄하게 반성하게 해주었는데, 이번에도 특수교육, 어린이, 내면 읽기에 대한 책들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이번 겨울에는 뱃살보다 속마음이 더 풍성해지도록 정성들여 읽겠습니다^^
흐른님은 나무를 깎아만든 플레이트를 주셨고, 블루베리 베이글도 주셨어요! 모감주나무로 만드셨는데 나무에 습기가 있어 넘어진 나무를 2년정도 방치하면 균이 침입해 들어와서 독특한 무늬가 생긴다고 해요. 아무도 미리 예상할 수 없고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무늬를 위해서 2년을 기다려서 만든 나무플레이트입니다. 하얗게 반질거리는 일반 나무대접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런데도 흐른님은 그냥 막 쓰라고 하니 참 난감합니다. 전에 주신 나무숟가락도 안쓰고 보고 있을거면 다시 내놓으래요. 알았어요. 쓸게요...
꽤 많은 장갑들을 초별님이 빨고 계셔서 일단 같이 빨고 최선님 가족에게 집씨통 만들어드리고 세연이도 저도 오늘 받은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다보니 다른 개미님들도 왔다가시고 흐른님도 추정림님도 오셨어요. 세연이는 흐른님에게서 또 강아지풀반지와 산국목걸이를 타내었습니다. 흐른님은 귀금속 가게 주인마냥 온갖 장신구를 만들어주시고도 바라는 것이 없으세요. 얼마예요? 라고 세연이가 말했더니 실망이라고~~
장신구를 잔뜩 끼고 세연이는 흐른님께 준비해 온 편지를 드렸습니다. 세연이는 편지를 쓰고 뒷면에 흐른님을 그렸는데 마스크 속 코와 입은 상상해서 그렸대요. 그런데 비슷하게 잘 상상한 것 같아요. 워낙 눈이 크시기도 하지만 눈주름을 만들어가며 웃고 있는 마스크 속 입도 한껏 웃고 있어요^^ 선물은 마름 열매였는데 흐른님은 엄청 반가워하시며 내년 봄에 동물물그릇 근처에 심어보자고 하셨어요.
이것저것 먹으며 세연이가 ‘도토리사용설명서’라는 책을 다 읽어갈 무렵이 되자 덕님 등장! 와 만났다~ 신난다~ 바쁘신 활동가님들을 만나자고 조르고 싶지 않아서 그냥 기다렸는데 다행히 정말 재미있는 책을 선물 받아서 지루한지도 모르고 있다가 금세 만난 것 같아요. 세연이는 사무실에 따라 들어가서 편지와 선물을 드렸는데 이미 사무실에는 멋진 선물들이 많이 있었어요! 감사패도 있고, 멋진 정원사 앞치마와 손수건, 직접 그린 그림도 있었어요. 앞치마와 손수건에는 캐릭터 자수가 있었는데 정말 똑같았고 귀여웠어요. 세연이가 책으로만 봤던 ‘오늘도 구르는 중!’을 쓰신 세상 최고 발랄하신 구른님이 이걸 만드셨대요. 선물이 많고, 찍어도 되는 건가 망설이면서 찍다보니 다 찍지는 못한 것 같은데 정말 책상에 가득한 선물이 있었고 하나같이 직접 정성을 들인 선물이었어요.
신승은 개미님은 밤을 조렸다며 나눠주시라고 엄청 큰 병 2개를 두고 가셨는데, 일단 작은 병 하나를 갑자기 세연이가 받아왔습니다^^; 저는 한강조합에 가서 노을공원의 멋진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서 나누어 먹을거예요. 감사합니다 승은님^^!
집에 오니까 9시가 되어가는데 세연이가 바라던 젤라또 가게는 일요일에 문을 닫아서 할 수 없이 또 제일 가까운 까페로 갔습니다. 오늘도 세연이는 보기만 해도 혀가 달아서 괴로운 초가공식품을 3종을 골랐습니다. 티라미수 반 개는 엄마에게 양보했지요. 쌉쌀한 커피가루 덕분에 달콤해지는 티라미수처럼, 저도 그렇고 같이 고생한 개미님들도 실컷 일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 자신에게 충실한 나날을 보내게 되지요. 다들 건강하시고, OB님들과 새 활동가님들, 개미님들과 언제든 또 만나길 기대합니다. 11월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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