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실망이 앞섰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고운 모래가 아니었다. 내가 상상했던 그런 모습이 아니어서 괜히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흔한 바닷가에서 보는 것 같은 모래밭에는 군데군데 풀들이 나 있었고 이런저런 쓰레기들과 사람들 발자국이 난무했다.
어디를 가나 몇 사람의 무지가 이맛살을 구긴다. 그런 곳을 찾을만한 사람이라면 규칙쯤은 지켜야 할 텐데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튼 그곳에 발 디디는 첫인상부터가 탐탁지 않았다. 그래도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계속 걸었다. 몇 개의 둔덕을 넘어설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해 보지만 실망이 연속이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어찌 좋은 장면만 볼 수 있는 것이던가. 여행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그리 서운해할 일도 아니다 싶다.
몇 개의 둔덕을 넘을 때마다 각기 다른 모양을 보았다. 어느 것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졌고 어느 것은 갑자기 휘몰아친 모습으로 경사를 이루기도 했다. 각각의 모양을 보면서 바람의 종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곳에서도 세상사의 굴곡이 어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운 곡선이든, 휘몰아친 경사든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터이다. 그 강도나 세기가 다를지언정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았으리라. 바람이 부는 횟수만큼의 움직임이 더해졌을 것이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결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흔히 알고 있는 평범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평범한 것의 의미를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것이 진리라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특별한 무엇인가를 찾곤 한다. 그 특별함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든 없든 의식은 그런 쪽으로 흘러간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없는 특별함을 찾으려 애써 헛된 망상을 꿈꾸곤 한다. 물론 그런 특별함을 찾아내어 발전하면 좋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자신을 헤치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던가.
그렇게 끝나는가 보다 하고 되돌아 나오다 보니 마지막 끝 부문에 작은 둔덕 하나가 보였다. 사구의 맨 끝부분이라서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을 법한 곳이었으나 이왕에 왔으니 끝까지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발걸음이 터덕거리기는 했지만 어느 한 곳을 빼먹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길을 휘돌아 막 들어서면서 뜻밖의 풍경에 ‘와!’ 소리가 절로 났다. 참으로 고왔다. 내가 찾던 풍경이 여기에 있었구나 싶다. 그리 큰 둔덕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 어느 한 군데 흠집 하나 없었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도 없어 보였다. 거대한 흑색 벽지 하나가 펼쳐져 있는 듯했다. 감탄의 소리도 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음파가 지나가면 흠집이 생길 것 같은 여리디여린 모습의 모래벽이다.
그 많은 모래알이 어쩌면 저리도 한결같이 고운 모습으로 뭉쳐 있을까. 몇 사람만 모이면 어지럽게 얽혀드는 인간들과는 감히 견주어 볼 수 없는 비단결이다. 그 비단길 앞에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 저리 고운 모습 앞으로 선뜻 나설 용기가 없다. 그래도 곁눈질하듯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다. 비록 닮을 수는 없겠지만 그 기운만은 받고 싶었다. 터무니없는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남은 생을 위한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받은 기운은 또 다른 이에게 전해 주어도 좋을 터이다. 이루기 어려운 꿈이겠지만 희망을 품어 본다.
첫댓글 저도 우연하게 들린데 같습니다
오래전에요
늦여름인데 허술하고 방치된 모습으로 ..
모래는 좋았어요
지금은 아마도 시설이 화려하겠죠
글 쓰는 사람에겐 좋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