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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엉기어 오르면 비에 이르고 이슬이 맺히어 서리가 된다 구름과 비, 이슬과 서리가 한 몸이니 거대한 한 몸이 때를 따라 길을 만나 자신의 몫을 다하고 다시 제 길을 간다 |
雲(구름 운)은 雨(비 우)와 云(이를/비 운)의 합자이며, 云은 雲의 간체자이기도 합니다. 云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양을 거꾸로 한 글자로 수증기가 하늘에 올라 자욱이 퍼지는 모양입니다. 雲이 생긴 후로 云은 ‘말하다’란 뜻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雲은 높고 많고 멂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騰(오를 등)은 馬(말 마)와 ‘잇다’를 뜻하는 承(승)으로 이루어졌습니다. 承은 사람(人)이 꿇어앉아서 무엇을 받들거나 받음(手손 수)을 뜻합니다. 騰은 역참에서 말을 갈아타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도약하다, 질주하다’는 뜻이 있고 ‘비우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도약하고 질주하고 나면 원래 있던 자리는 비어 있기 때문일까요? ^^
致(이를 치)는 ‘이르다,도달하다’의 뜻을 가진 至(이를 지)와 ‘매질하여 빨리 이르도록 한다’는 뜻을 가진 攵(=攴등글월문/칠 복->회초리로 치다)의 뜻이 합하여 ‘이르다(도달하다)’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이어 ‘다하다, 이루다’란 뜻이 있고 ‘그만두다’는 뜻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또한 ‘꿰매다, 빽빽하다, 면밀하다, 촘촘하다, 찬찬하다, 곱다’는 뜻이 있습니다. 더 촘촘히 짜여진 천일수록 실제로 천은 더욱 부드럽답니다. 무언가를 재촉하고 돋우어서 어디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그 과정의 치밀함을 양보하는 것은 아니어야 하지요. 무언가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해서 끝내도 된다는 말은 아닌 거지요. 과정의 온전함은 결과의 온전함과 따로 갈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과정에서 치밀함을 확보하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살펴주고 옆에서 꼼꼼히 점검해 주게 되면 과정의 치밀함을 더욱 잘 확보할 수 있지요.
한편, 致는 ‘풍취(風趣), 경치(景致)’의 의미도 지닙니다. 趣은 ‘뜻 취, 재촉할 촉’입니다. 致가 가진 의미와 통합니다. 풍취나 경치는 폭넓게 멀리서 조망하는 경관 같아 보이지만 그 세밀한 면면들이 가지는 미덕이 없으면 좋은 풍취나 경치를 가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르다, 재촉하다, 촘촘하다, 곱다, 경치’ 이런 뜻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글자가 바로 致인 것입니다.
雨(비 우)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을 본뜬 것입니다. 宇(집 우)와 羽(깃 우)와 연관성이 있는 것은 두 글자 모두 ‘~을 덮다’는 뜻을 가지는 점입니다. 비가 온 대지를 덮는 것과 연결이 됩니다 雨에는 또 ‘배부르다’는 뜻이 있습니다. 식물이 비를 많이 맞으면 배가 부를 것입니다. ‘윤택하게 하다’는 뜻과도 연결됩니다. 또 ‘포만하다, 과식하다’라는 뜻이 있고, ‘많은 모양’을 비유하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많다 보면 흩어지겠지요? ‘흩어짐’을 비유하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식을 배불리 먹으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게 됩니다. 그래서 雨는 ‘가르침’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벗’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비가 올 땐 비를 같이 맞아 주는 것이 친구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露(이슬 로)는 雨와 ‘잇닿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路(길 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증기가 낱알 모양으로 잇닿아 있는 것, 즉 이슬을 뜻하지요. 路는 각각(各각각 각)의 발(足발 족)이 진행해 나가는 것이지요. 즉 길을 뜻합니다. 앞에 온 사람과 뒤에 오는(夂 뒤쳐올 치->머뭇거림, 뒤져 옴) 사람의 말(口입 구)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 합하여 '각각'을 뜻합니다. 그런데 露는 '적시다, 젖다'라는 뜻도 있고 '드러나다'란 뜻도 있습니다. 옷이 젖으면 살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노숙'(露宿)하다 할 때의 '노'가 바로 이 이슬을 뜻하는 ‘로’입니다. 그리고 '드러내다'는 의미인 '폭로(暴露)'의 ‘로’도 바로 이 이슬 ‘로’ 자를 씁니다. 또한 露에는 '고달프다'는 뜻도 있습니다. 이슬에 젖고 드러나는 것이 모두 고달플 수 있지요.
結(맺을 결)은 糸(실 사->실타래)와 吉(길할 길)이 합하여진 글자입니다. 吉은 훌륭한 사람(士[선비 사])이 하는 말(口)은 모두가 훌륭함을 뜻하며, 여기에 실(糸)이나 끈으로 묶어 맺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맺다’를 뜻합니다. 즉, ‘좋은 것을 맺는다’는 의미를 지니지요. 그래서 ‘꾸미다, 다지다, 단단히 하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그리고 묶어 맺으려면 ‘엇걸리게’ 해야 하고 ‘구부러지게’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또한 ‘번뇌’라는 뜻이 있습니다. 어떤 결과로 맺기까지는 번뇌가 불가피합니다. 수많은 장벽을 뚫고 수많은 애매한 상황을 뚫고 선명한 것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번뇌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거쳐 맺게 될 결과는 '길한 것(吉)'이 될 수 있습니다.
爲(할 위)는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양을 본뜬 것입니다. ‘이루다ㆍ만들다ㆍ다스리다’의 뜻이 있고, 나아가 ‘~을 위하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다스리는 행위는 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지요. 爲는 ‘행위’를 나타냄과 동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배우다’는 뜻도 지닙니다. 때로는 태도를 거짓으로 꾸미는 ‘가장하다’는 뜻도 지닙니다.
霜(서리 상)의 相(상)은 ‘서로’를 뜻합니다. 재목을 고르기 위해 나무(木목)를 살펴본다(目눈 목)는 뜻이 합하여 나무와 눈이 서로 마주본다는 데서 ‘서로’를 뜻하게 된 것입니다. 또는 나무에 올라 지세를 멀리 넓게 보는 것으로 목표를 가만히 보는 것이라 하여 ‘상대의 모습’ 따위의 뜻으로 쓰이지요. 이 相에 雨가 붙은 霜은 相에 ‘얼다’라는 뜻이 있다 하여 비가 언 것인 ‘서리’를 뜻한다고 보지만 잘 연결이 되지는 않습니다. ‘서리’가 가진 의미 그대로, 霜은 어려운 시절을 겪어 낸 ‘세월’을 뜻하기도 하고 ‘깨끗한 절개’, ‘날카로움’이나 ‘엄한 법, 차가움’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 오늘 배운 8언은 구름과 비, 이슬과 서리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천지와 우주, 해와 달과 별, 차가움과 더움, 그에 따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가을과 겨울의 거두고 저장하는 인간사. 그리고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조율(윤달)이 만나 이룬 한 해와, 이 우주삼라만상 가운데 운행하며 음악으로 자신을 드러낸 음양의 조화. 이제 마침내 보다 더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구름과 비, 이슬과 서리라는 자연 활동을 공부했습니다.
※ 자신의 소감을 적어 보세요. --------------------
오늘 참 많은 걸 깨달은 것 같다. 또 나도 배우면서 말을 예쁘게 하고 서로를 잘 생각하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조심해서 써야겠다. 오늘 천자문 중 와닿는 것은 서로 상(相)이다. /채은
오늘 천자문 시간 중 가장 잘 집중하고 잘 들어서 기분이 좋다. 한자 하나하나의 뜻이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음 주에는 또 잘 듣는 것에 도전해야겠다. 오늘 배운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이 있다면 爲이다. 선생님이 남을 위하다 보면 자기의 꿈을 찾을 수 있다라는 말을 하셨을 때 뭔가 와닿았다. 앞으로 남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집중해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찬미
오늘 선생님이 '자연은 아주 치밀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연은 놀랍고 아름답고 신비한 것 같다. 새순이 나오는 것처럼 자연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너무 신비한 것 같다. /은옥
한자를 만들 때 옛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찾아서 그런지 한자 한 자 한 자의 풀이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만한 교훈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오늘 수업 때는 爲에서 어떤 행위를 할 때 무엇을 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 좋았다./ 혜민
한자풀이가 어렵지 않지만 좀 힘들다. 뭐 어떻게든 연결되긴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세상에 연결 안 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한자가 만들어졌을 당시로 돌아가고 싶다. 수업 동안 이런 생각이 게속 들었지만 나중에는 이해가 갔다. '이런 뜻이다'가 아니라 '이런 뜻도 있다'기 때문이다. 확실히 한자 풀이가 '깊다'. 치(致) 자와 결(結) 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무언가에 이르려면 온전하고 치밀해야 하며 뭔가를 맺으려면 번뇌의 과정이 불가피해 그걸 투정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하늘
옆에 있는 친구가 친구가 아닌 경쟁자들이 되는 그렇게 시간을 쓸데없이 소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번 시간에 그 얘기가 나왔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꿈을 찾고 싶다.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혜인
될 위(爲) 자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비 우(雨) 자에 벗이란 뜻이 있다는 것이다. '비를 맞을 때 같이 맞아 주는 것이 친구다'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 김고운
나는 서로 상(相)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서로를 나쁘게 생각하면 서로 공격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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