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메기…증권 3총사, 도시재생·자산관리로 영토확장금융위, 신영·한투·대신證 부동산신탁사 예비인가
수익률 60% 넘는 알짜사업
독과점 깨고 무한경쟁 체제
핀테크·리츠 등 접목 늘고
공공사업·해외빌딩 투자도
군소 신탁사는 존폐 기로에
신영자산신탁(신영증권·유진투자증권), 한투부동산신탁(한국투자금융지주), 대신자산신탁(대신증권) 등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를 받을 3곳이 확정됐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들이 부동산신탁 시장에 대거 참전하면서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있던 부동산신탁 시장이 무한경쟁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존 관리형·차입형 신탁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해외개발, 펀드, 리츠 등 신규 사업 분야로의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사가 해당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 개발을 맡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최근 부동산신탁 업계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2853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신탁은 영업이익률이 60%를 넘는 `알짜` 사업으로 통하지만 정부 인가를 받아야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1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구도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번에 증권사 산하 3곳이 새롭게 인가를 받으면서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성장성·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1월 인가를 신청한 총 12곳 중 8곳이 증권사나 증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일 정도로 증권 업계는 부동산신탁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최근 투자은행(IB) 사업이 대형화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전통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수수료) 수익 외에 새 먹거리 발굴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증권 업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하면서 개발, 투자, 분양 등 개발 사업 전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쌓았다는 입장이다. 여신, 신탁 기능 등을 활용해 기존 신탁사보다 토지비, 건축비 등 자금을 보다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증권사들은 심사 과정에서 핀테크, 리츠, 펀드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부동산신탁 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먼저 신영자산신탁은 부동산과 증권 서비스를 연계한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사업의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은 "기존 증권사 신탁 부문을 통해 증여신탁, 유언신탁 등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다"며 "대형 개발 사업에 치중하던 기존 부동산신탁사와 달리 지역별·개인별 보유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투부동산신탁은 부동산신탁과 핀테크,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서비스로 새로운 소비자층인 2030세대를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대신자산신탁은 도심공원 조성, 폐산업시설 활용, 창업클러스터 조성 사업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록 이번에 NH금융지주가 신규 인가 취득에 실패했지만 금융지주사들의 부동산신탁업 진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이미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한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이어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을 인수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별도로 신탁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력과 자금 조달 능력이 높은 금융사는 중소 신탁사보다 훨씬 나은 금리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신뢰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증권·금융 업계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간 중소형사들이 주도해온 부동산신탁 시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그간 지지부진했던 `차입형 신탁`이 중장기적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차입형 신탁이란 부동산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주민들을 대신해 조합 역할을 맡아 자금 조달부터 준공 후 분양까지 모두 맡는 사업 방식이다.
신탁 사업 중 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리스크가 높아 단순히 자금 관리만 맡는 `관리형 신탁`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금 동원이 쉽고 리스크 관리에 능한 금융·증권 계열 신탁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차입형 신탁 분야가 주력 사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 신규 인가를 받는 회사는 2년간 차입형 신탁을 할 수 없고, 최근 주택 시장도 불황인 만큼 시장이 활성화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증권사 계열 부동산신탁사들은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불황기인 점을 감안해 향후 해외 개발 사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해외 랜드마크 빌딩 및 개발 사업에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는 만큼 노하우가 풍부하다"며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증권사가 만든 부동산신탁은 해외 개발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형 신탁사들이 향후 수익 감소와 인력 유출 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일부 업체가 시장 매물로 나오거나 금융·증권사들과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중소형 신탁사가 자본력을 갖춘 증권·금융 계열사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도시재생 등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정지성 기자 / 이승윤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