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月山大君> (1455-1489) ; 조선 초기 성종임금의 형으로 34에 요절한 불우한 왕손, 문장과 풍류가 뛰어남.-
추강秋江의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오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달빗만 싯고 뷘배 저어 오노라.
[현대어 풀이]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가을철 강물에 밤이 깊어가면서 물결이 차구나
낚싯대를 드리우니 물고기가 물지도 않는구나
(고기는 못잡았어도) 사심(邪心)없는 달빛만을 빈배에 가득 싣고 돌아오노라.
[창작 배경]
월산대군은 세조의 장손이지만 숙부인 예종이 왕위에 오르자 스스로 강호에 묻혀 글을 쓰고 풍류를 즐겨 수준 높은 문장을 많이 남았다. 정치와 물욕을 버리고 자연의 생활을 즐기면서 읊은 시조이다.
[이해와 감상]
초장은 가을 달밤 강의 모습을 서경적으로 묘사하면서 배경을 제시한다. 중장에서는 그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낚시를 즐기는 유유자적한 한가로움이 나타난다. 그리고 종장에서는 고기 대신 달빛만 빈 배에 싣고 돌아오는 자연인의 넉넉한 서정을 표현했다. 낚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했어도 가을 경관에 도취되어 여유있게 자연을 즐기는 화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빈 배’는 화자의 욕심없는 심정을 대변하는 자연물에 해당한다.
[개관 정리]
▣ 성격 : 평시조, 강호한정가, 전원가
▣ 표현 : 유사한 통사구조(-니, -매라)와 각운의 반복에 의한 운율 형성
▣ 주제 : 가을 달밤의 풍류와 정취
▣ 화자의 태도 :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자 하는 자연인의 태도
무위(無爲 : 일부러 일을 만들지 않음)의 자세
出典<珍本 靑丘永言 308>
선거우의船居寓意 배에 살며 뜻을 비춤 / 덕성선사德誠禪師(당唐 화정선자華亭船子)
천척사륜직하수千尺絲綸直下垂 천척 낚시 줄 아래로 드리우고
일파재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한 물결 겨우 움직이니 만 물결 따르누나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 밤 고요 물 차니 고기는 물지 않고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 빈 배 가득 달빛만 싣고 돌아 오도다
또는
中國 古詩
천척사륜직하수(千尺絲綸直下垂) 천 척(千尺)이나 되는 낚싯줄을 똑바로 내리어서,
일파자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한 물결이 일어나자마자 일만 물결이 따라서 일어나는구나.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워서 고기가 물지를 안 해.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 가득한 배에는 밝은 달만 싣고 돌아온다.
천 척(千尺)이나 된 긴 낚싯줄을 드리우는데 고요한 물에 낚싯줄을 드리워 내리니까, 한 물결이 일어나자마자 일만 물결이 따라서 일어나는데, 밤은 고요하고 물이 차와서 고기가 낚시를 물지를 안 해.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를 못해가지고, 가득한 배에는 공연히 밝은 달만 가득 싣고 돌아온다. 이 게송(偈頌)은 고인(古人)의 게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