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兜率庵) - 도솔암에서
遷僻誰相訪 천벽수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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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곳 궁벽하니 누가 찾아오랴
爐香獨可親 로향독가친 親-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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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의 향만 진하게 배였네
半窓千潤月 반창천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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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열린 창 밖 달빛이 누리를 비추지만
一室百年身 일실백년신 身-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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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몸뚱이 하나로 가득이네
自在心無染 자재심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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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한 마음은 물들지 않고
逍遙樂不磷 소요락불인 磷-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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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하는 즐거움 엷지 않네
堪嗟塵世客 감차진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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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객은 감당하기 힘겨워
迷路入雲濱 미로입운빈 濱-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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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고 구름 언저리 들어가네.
兜率庵(도솔암) ; 명산이면 골짜기 어디에 도솔암이라는 암자를 숨기고 있다. 현재로서는 고창의 도솔암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나 금강산에도 도솔암이 있었다. 다만 외진 곳에 위치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공부하는 스님이 아니면 찾기도 힘들고 받아
주지도 않았다.
僻(벽) ; 후미지다. 궁벽하다.
磷(인/린) ; 돌 틈으로 물이 흐르는 모양. 그렇게 적거나 조그마함.
堪(감) ; 감당하다. 견디다. 뛰어나다.
嗟(차) ; 탄식하다.
濱(빈) ;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끝, 맞닿다. 언저리.
첫 구 부터 도솔암을 천벽하다 하였다. 찾기도 힘들고 가기도 힘든다. 어쩌자고 이런 곳에 암자를 지었을까? 자재운반이며 인부며 모두 어떻게 동원하고 완성하였을까? 보우대사는 암자에서 홀로 향로에서 타고 있는 향 내음을 맡으며 교교한 달빛을 벗삼아 휴양겸, 수양겸 명상에 잠겼다.
수행자는 자재한 마음과 소요의 즐거움으로 이를 만끽한다. 소요하는 즐거움이 엷지 않다 하였으니 흡족함 보다 더 만족스럽다. 속세의 나그네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솔직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명상에도 길이 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설명하기도 힘든 그 길마저도 잃고 뜬구름을 따라 그 언저리를 맴돈다 한다. 구도승들은 노는 체 하면서 구도 하고 안 그런 체 하면서 신선놀음을 한다. 길을 잃었다 함은 버려도 좋은 길이었고 들어감은 가려던 길이었다. 선사께서는 도솔암에 이르러 삼세인과의 완벽한 경지를 손에 얹으셨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