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로
인문학자 강창래 님이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며 쓴 메모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추웠던 겨울이 연해지며...따뜻해지는 봄이오는 이시기에
원작을 바탕으로 따뜻한 드라마도 같이~~방영중~~
눈가가 촉촉이 적셔지고 싶다면,
연출력이 뛰어난 드라마도 같이 권하고싶다
나는 왜 이런 글을 쓸까?
내 삶의 속살이 드러나는 글을 이렇게 길게 써본 적이 없다. 이렇게 순간순간을 스냅사진처럼 찍어두고 싶었던 적도 없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하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부엌일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구경꾼에 가까웠고 서툰 도우미였을 뿐이다. 아내가 부엌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엇이든 해야 했다.
꽤 긴 시간을 힘들어했다.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이 전부였다. 물 넣고, 스프 넣고, 라면 넣고 가끔은 떡국 떡도 조금 넣고. 다 되면 달걀 깨 넣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여 먹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냄새만 비슷한 것이었다. 하다못해 대파를 씻고 다듬어 쫑쫑 썰어넣는 일도 해본 적이 없었다.
채소를 씻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전혀 몰랐다. 나에게 '씻는다'는 것은 때수건에 비누칠을 해서, 때수건이 없으면 그냥 비누칠을 해서 문지르다가 물로 잘 헹궈내는 일이었다.
먹을거리를 씻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큰 이파리나 작은 이파리, 시금치 같은 것들, 냉이 같은 것들에 비누를 어떻게 묻혀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그 작고 많은 이파리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문질러주나.
그뿐이 아니었다. 간단한 콩나물국을 끓이더라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보았지만 다시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12p
아내가 주변 정리를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부탁한다.
"그동안 간호한다고 고생 많았어. 당신이 해준 밥을 이렇게 오래먹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맛있을 거라고는 더욱더.내가 없어도 밥은 제대로 해먹겠다 싶어서 마음은 편해.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부터는 첫째 동생이 먹을거리를다 해줄 거고,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면 간병인을 쓸 거니까,당신과 아들은 그냥 들러주기만 하면 돼. 보고 싶긴 할 테니까.그걸로 충분해.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기 전에 스웨덴에서 둘째동생이 올 거야. 걔가 반달 정도 딱 붙어서 간호해줄 거야.그 반달 정도 시간을 줄 테니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내가죽고 나면 어떻게 살 건지 알고 싶어. 당신이 가장 잘 하는 일,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해. 이제 더이상 거칠 게없을 테니까.
첫댓글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