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맹난자
상자에서 감 한 개를 꺼냈다.
아직 푸른빛이 가시지 않은 몸에 과도를 넣었더니 손끝에 단단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감 서너 개를 채반에 받혀 볕 바른 창가에 두었다. 여러 날이 흘렀다. 감은 온몸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얼룩진 푸른 빛깔은 물러나고 오롯이 완성된 붉은 하나의 홍시. 나는 빈집에 혼자 앉아 홍시의 붉은 안뜰을 넘보고 있다.
산다는 것은 늙음으로 향하는 길. 늙는다는 것은 완성으로 가는 길일까?
그렇지만은 안은 것 같다. 내면의 떫은 것을 익혀내는 저 발열(發熱)과 인고(忍苦)의 시간. 홍시는 늙어서 그저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익었느냐?”
손등으로 수박을 두드리듯 누군가 내 안을 노크한다.
“익었느냐?”
어쩌자고 철들지 못한 떫음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완성이란 시간의 변화가 아닌 영적(靈的) 변환(變換)인 것을.
한 편의 글쓰기도, 인간의 품격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눈부신 존재의 발현(發顯), 나는 지금 홍시와 대면하여 맑은 피부에, 그 아름다운 빛깔 하며, 보드라운 속살 속에 지닌 깊디깊은 단맛을 완성하기까지의 그들의 내밀(內密)한 변환의 과정을 더듬어 보게 되는 것이다.
첫댓글 좋은 작품을 올려주셨네요.
덕분에 다시 감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