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 아이들 첫 번째 회의]
1시 반부터 3시까지, 겨울놀이의 기획단 아이들과 첫 회의였습니다.
당사자 면접 이후 아이들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또, 당사자 면접 때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친구도 온다고 합니다.
별 선생님과 복지관 차를 타고 가는 도중,
강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어디세요?"
별 선생님 말했습니다.
"어 강우야 선생님 5분 컷."
조수석에 앉은 저는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너무나도 알맞은 대답이었습니다.
당사자가 중심이 되도록 대화를 이끄는 것 같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 만나는 것은 전혀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오 오피스텔 승강기를 탄 순간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졌습니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지각이에요~"
"왁! 선생님 놀랐죠?"
희서와 서연이는 승강기 시야의 사각지대에 서서 저희가 깜짝 놀라도록 장난을 쳤습니다.
북적북적한 복도를 보자니 절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저기요! 여기 공공장소잖아요! 조용히 좀 하세요!"
위층에서 한 20대 여성분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습니다.
우리 모두 "쉿!" 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강우는 밖에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며 비밀번호가 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기관 시설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별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우선 대답을 피했습니다.
별 선생님이 내린 결정에 감탄했습니다.
"비밀번호는 비밀이니까 비밀번호지. 애들아 너네 여기서 기다리면 너무 추우니까 시간에 딱 맞게 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니. 하나 배웠습니다.
자기소개를 초두로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속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노트북을 폈습니다.
아이가 말을 할 때는 되도록 화면이 아닌 아이를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회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매일 1시 반에 공유 공간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방과 후와 학원으로 방학 때도 여전히 바빴습니다.
바쁜 나날에도 저와 함께 활동해 주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주인 되는 겨울놀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일정을 짜고, 별 선생님의 첫 질문은 "애들아, 윷놀이 대회를 하는 거 어때?"였습니다.
당연히 윷놀이 대회를 하는 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의사'결정'을 아이들에게 맡기면서도 진행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배웠습니다.
"너희가 생각하는 윷놀이 대회에 대해 알려줘!"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야기 했습니다.
윷놀이 말고도 다른 놀이가 있으면 좋겠다며 팽이치기, 딱지치기, 연날리기, 판 뒤집기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신림동의 놀이터로, 상품으로는 아이를 위한 키링을 희서가 제안하고, 어른을 위한 양갱을 서연이가 말했습니다.
또 전 부쳐서 팔고 싶다는 의견도 내고, 디데이도 정하고, 놀이터로 장소도 정하고, 놀이 재료 확인을 하고, 제비 뽑기를 통해 담당할 전통놀이도 정했습니다.
오늘의 회의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아직은 낯을 가리고 소극적이지만 여유로운 모습의 정아,
"나만 남자라서 차별하냐?"라며 의외로 잘 삐지기도 하지만 본인의 자원을 다 내어주려고 하는 착한 강우,
2학년이지만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현서,
아이들과 새콤달콤을 나눠먹으며 제일 의견을 많이 내는 열정맨 희서,
꽤 시크하지만 춤을 잘 추고, 유행을 잘 아는 서연이까지.
이 아이들과 겨울놀이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 회의를 마치고 놀이터에 가서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술래잡기를 하니 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놀이가 밥인 것 같습니다.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도망가고, 술래가 됐다며 미친 듯이 쫓아가는 모습이 마음 한켠에 그리움을 자극합니다.
얼마간 술래잡기를 하다가 아이들은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자고 했지만, 내일을 기약하고 호빵을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호빵보다도 놀이를 못하는 것에 너무나도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내일도 무조건 놀이터에 와야겠습니다.
오늘 회의의 목표는 사실상 아이들과 친해지기였는데,
염려한 것과 달리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내일이 얼른 와서 아이들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진 후,
박지현 선생님과 세부적인 사항을 회의했습니다. 확실히 혼자 할 때와는 다르게 더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신림동 팀이 모여 실습 일과를 나누었습니다. 함께하는 동료의 존재는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예측도 해볼 수 있고, 왠지 모를 든든함이 생겨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집니다.
내일은 아이들과
우천 시 진행할 장소와 먹거리를 만들만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토의하고, 딱지치기에 사용할 딱지를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역시 놀이터에 가야겠지요? 설레는 밤입니다.
첫댓글 두근두근 아이들과 첫 활동을 했습니다.
소원선생님의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윷놀이 팽이 딱지 연날리기 판뒤집기
4개의 부스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담당까지 정해졌습니다.
강우네 할아버지께 연 만드는 법 배우고
갑을아파트 소장님께 인사드리고 딱지 만들 신문지도 구하고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많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