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하루 늦은 후기 올립니다.
지난 주의 소극적인 네거티브, 소극적인 그리기의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 심기일전의 자세로 임한 시간.
한 주 동안 그린 그림들에 대한 크리틱도 후반으로 몰고, 먹는 일도 덜 집중하고 음악도 광고 없는 애드 블럭 앱으로 쇼팽 연속듣기를 선택하고, 진한 모닝 커피, 무엇보다도 오랜 여행의 여독을 떨치신 우리의 캡틴 장명희 샘의 귀환으로 모든 준비 끝. 오늘은 장명희 샘, 이희자 샘, 민연숙 샘, 백성예 샘, 제가 함께 했습니다.
지난 시간 물가 숲의 나무, 바로 옆 장에 있는 보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화병에 꽂힌 꽃다발 네거티브 그리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먼저 드로잉을 꼼꼼히 하고, 꽃다발의 외곽, 배겅이 되는 부분부터 과감하게 칠해야 합니다. 이 때 특히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주어야 하는데 역시 우리에겐 없는 색이라 각자 만들어서 배경을 칠했습니다. 그 후 꽃다발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역시 불친절한 설명의 공백을 알아서 매우면서 열심히 그렸습니다. 물론 Szabo샘도 우연에 기대 그린 거라 자세한 설명이 불가능할 거라는 거 이젠 우리도 잘 아니... 투덜거리면서도 우리도 나름 알아서 그립니다.
이 그림에서 특히 주목한 점은 배경을 처리하는 한 가지 팁입니다. 주요 주제인 꽃다발의 색조와 비슷한 색으로 변조해서 프리즘으로 빛을 받아 확장시키듯이 그렇게 배경으로 번져가게 합니다. 우리가 배경을 처리할 때도 이렇게 색조를 선택해서 그리는데 조금 다른 점은 색조를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경계가 생길 정도로 바깥으로 쭉 확장시켜서 마치 꽃다발의 빛들이 바깥으로 번져 쏘아지듯이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Szabo샘이 좋아하는 강모 사선붓으로 배경색의 선과 반대로 수직으로 아래로 쭉 긁어 내려 질감을 내고 있습니다.
Szabo샘의 그림들을 어느 정도 따라하다 보니 사실적으로 그리기가 아닌 그림들은 대체로 우리가 중,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포스터 칼라로 제일 많이 그렸던 '구성composition???' 기법으로 그려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추리하기를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구성'이 유행이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미술 선생님들도 대학에서 주로 구성을 배우고 그러다 보니 우리 미술 시간에 기억에 남는 건 구성 밖에 없을 정도로 그 시대 미술계의 경향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Szabo샘도 그 경향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건 아닐까??? 말이 되는 추리 같지 않습니까? 아뭏든 고등학교 미술 시간의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려운 미션이었지만, 함께 모아서 보니 더 예뻤습니다. 어려운 미션이었기에 사소한 크리틱은 제쳐두고 모두 너무 잘했다~~~~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리고 모란과 작약과 덩쿨 장미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연숙샘께서 한 주 동안 이렇게나 많은 자작과 모란을 그려오셨구요. 희자 샘의 덩쿨 장미와 플라타나스 수피 그림들까지 더해져 어마어마한 전시가 이루어졌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안개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다음 주에 있을 Szabo 스터디 전시회 준비를 위해 지금까지 그린 스터디 그림들을 모두 가져와서 전시 방법을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그린 보상으로 닭갈비와 막국수를 영접하고 나들이 계획을 세우면서 마무리하고 양갤 방문, 헤이즐 손 스터디 전을 관람했습니다. 입과 눈이 즐거운 뒤풀이로 마무리~~~
어느덧 슬슬 스터디의 후반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하니 끝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