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듯이 초파리는 초산균을 옮겨 식초발효를 돕는다. 초파리는 2~5mm의 크기이고 생활주기가 14일로 짧아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집에서 과일이나 포도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가장 먼저 초파리가 날아들기 마련이다.
모건(Thomas Hunt Morgan)은 1908년에 초파리 연구를 시작했다. 1909년 자신이 기르던 초파리 중에서 흰 눈의 수컷 돌연변이 1마리를 발견했다. 초파리는 원래 눈 색깔이 빨갛다. 모건은 흰 눈 초파리의 교배실험을 통해 유전자가 염색체상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는 염색체이론을 최초로 정립했다. 그래서 유전자간의 거리를 cM(centi Morgan)으로 표시하게 되었다.
이 연구로 모건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는 6회에 걸쳐 10명이나 된다. 현재도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많으니 초파리에 감사해야 할 과학자가 많다. 모건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믿지 않았던 발생생물학자였으나 초파리 연구를 통해 멘델의 유전학을 믿게 되었고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만약 모건이 초파리 실험 중에 흰색 눈 돌연변이초파리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염색체이론의 탄생도, 노벨상 수상도 없었을 거라 생각해 보니 과학자도 운이 따라야 하나 보다.<끝> mutany@naver.com